한남역 1번 출구로 나온 병수는 인도 이쪽저쪽을 돌아보며 예준을 찾았다. 예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병수는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야! 어딘데? 나 여기 1번 출구 앞에 서 있는데?”
“나 안보여?”
“어디?”
“야! 여기!”
병수는 문짝이 두 개 밖에 없는 하얀색 벤츠 차량에 앉아 자신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드는 예준을 발견하고는 놀란 표정으로 뛰어갔다.
“너 뭔데?”
“왜? 놀랐냐?”
“이거 누구 차야?”
“왜? 내 차지 누구 차겠어.”
“우와!”
병수는 생전 처음 보는 화려한 내장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감탄했다.
“배고프지?”
둘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룸에 앉아 한우를 굽고 있었다.
“야! 몇 달만이야?”
“미안! 요즘 좀 그렇다. 어찌나 바쁜지. 사실 오늘도 너 안 왔으면 열심히 페인트칠 하고 있었을 거야.”
“페인트?”
예준은 고기를 굽던 집게를 들고 붓질을 하는 듯 한 행동을 했다.
“아!”
“자! 먹어. 이 집 서울에서도 알아주는 곳이야.”
예준은 병수의 앞 접시에 연하게 익은 소고기를 올려 주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
“뭐 그냥 똑같지. 알바하고 틈틈이 글 쓰고.”
“공모전은?”
“어, 이번 달 말까지 내는 게 하나 있어.”
“그래? 이번엔 꼭 합격 해야지.”
“그러면 얼마나 좋겠냐? 너는? 잘 있지?”
“아까 말했잖아. 페인트 칠 한다고. 물감냄새 맡는 것도 아주 질린다. 이제.”
“그림은 잘 팔려?”
“어, 그림은 뭐 잘 나가. 자! 팍팍 좀 먹어.”
“어! 많이 먹고 있어. 너도 좀 먹어.”
“참, 사이다 한 잔 할래? 오랜 만에 술 한 잔 해야 되는데 내가 일이 좀 많아서.”
“어, 괜찮아.”
예준은 벨을 눌러 사이다를 주문했다.
“자고 가도 되는데.”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조금 전 만났던 한남역 1번 출구 근처에 차를 세우고 이야기를 나눴다.
“아니, 내려가야지.”
“모처럼 왔는데 아쉽네. 내가 나중에 시간 날 때 한 번 내려갈게. 그 때 찐하게 한 잔 하자.”
“그래.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건강 잘 챙기고 일 해.”
“어!”
“그럼, 나 갈 게.”
“병수야! 자, 이거.”
예준은 5만원권 지폐가 두둑하게 든 봉투를 병수에게 건넸다.
“뭔데? 됐어 임마. 지난번에도 줬잖아.”
“받아. 나 이제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어. 받아.”
“짜식 진짜!”
“미안하면 공모전 1등 하든가?”
“그래, 알았어.”
“조심해서 내려가.”
“응!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