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넌, 날 죽였다!”
날 바라보며, 깊고 검은 눈을 빛내고 있는
남자의 표정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분명, 생전 처음 보는 남자였는데.
그리고, 만약에, 정말 만약에, 꿈속에서?
아니, 몽유병이 슬쩍 들어,
설사, 내가 누군가를 죽였다고 한다면?
알아볼 듯은 하지 않을까?
그러나, 개미 쥐똥같이 얼마 없는 나의 전 재산을
걸고서라도 맹세하건대,
나는 이 조각 같은 남자를 생애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내가 이미 죽였다면서? 죽었으면, 고스트지!
귀신이 왜 이래? 이승, 저승 간, 상도덕도 없이!
이렇듯 잡생각 깃들어 혼란으로 가득 메워진,
내 눈에 담긴 굳은 결백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기라도 할 듯이,
그가 의심할 수 없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4352년 전에!”
띵~! 머리를 빡치게 때리는 둔탁한 종소리와 함께,
그제야 나는 알아차렸다.
왕좌의 게임에나 나올법한 긴 Sword를 차고, 망토를 두른,
이 허여멀건 조각상의 남자는, 그저!
판타지 소설에 미쳐 중세 코스프레나 하고 있는,
제정신이 가출한 자! 실로, 엮여서는 아니 될 자임을!
‘그래, 한마디로 미친놈이다!’
나는 지금,
수지(숫자) 제대로 디테일한 상 또라이에게 납치되어,
어딘지도 모르는 사막 한가운데로 가고 있다.
메르스 숙주 종자라 혐의를 받고 있는
낙타의 등에 매달린 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