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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승려 포청천
작가 : 설매1
작품등록일 : 2019.10.18

저는 자연이 수려한 강릉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강릉을 사랑하며 살 것이기에 이곳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현제의 삶에서 과거의 삶에 도전하는 <승려포청전>은 이어질 것입니다.
이번 제 4회 대한민국 창작소설 공모대전에 출품하기로 한 장편소설은 처음부터 두렵고 두려운 작품었습니다. 모든 것이 선에서 이루어진 신의 세계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의 세계를 이야기로 전게되면서 그럴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역사적 인물 고려왕건의 일대기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영웅의 실화입니다. 그럼에도 그 영웅의 사후 세계에 있음직한 죄를 다루게 되었고 그 영웅의 부인 29명에 대한 올곧지 못한 점을 찾아 세상에 이슈가 되었던 미투에 접목 시켰습니다.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왕건시대 전쟁으로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의 반란을 안정시키는데 탁월한 엄변으로 변론하여 왕건죽음 49일 동안 그의 죄가 타당함을 밝혀 하늘세상의 옥황상제 품으로 올려 보내는 과정이 주목 할 만 한 스토리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저는 불가에 입문하여 수 십 년 동안 의심을 풀기위한 목적으로 부처 가까이에 항상 있어야 한다는 이유가 일상속에 합께 하였습니다. 신의 세계를 평정하는 승려 일현은 불현듯 마음에서 일어나는 한 생각에 모든것을 초개 처럼 버리고 슬려의 길을 살면서 망자가 돤 왕건의 죄를 풀어가는데 반전과 반전의 기회를 적절하게 하여 소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 하였슴니다. 감사합니다.

 
4화
작성일 : 19-10-18 21:11     조회 : 314     추천 : 0     분량 : 17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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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전의 벽이 하나도 남아나지를 않을 것 같았다. 점점 정도가 악화되어 아귀들의 반란이 궁궐을 흔들었다. 요동도 없이 앉아있는 일현은 그들의 행패를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커다란 지팡이를 들고 하늘과 땅이 울리도록 세 번을 내리 쳤다. 아귀다툼으로 달려들던 귀신들이 놀라 멈칫하더니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자리를 지켰다. 대궐의 기둥을 뿌리째 뽑을 것 같이 흔들어대던 거센 힘이 멈칫 조용해지고 성전에 모여 있던 왕실 가족들이 앉아 기도하는 모습만 조용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었다.

  “지장보살님! 지장보살님!”

  기도 소리는 점점 성전을 장악하였다. 드문드문 귀신들 사이에 거대한 창과 칼을 들고 신장들이 눈을 부라리며 아귀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었다. 법을 수호하는 신장님의 모습을 일현은 마음의 눈으로 보고 있었다. 성전 안에는 왕건의 책사 왕사들이 자리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들도 그러한 광경을 보고 있을 것이다.

  왕건이 죽으면서 고려 2대왕 혜종에게 자기의 왕생극락을 일현에게 부탁하라는 명을 그들도 들어 알고 있었기에 한 자리에 앉아 있지만 앞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그들도 일어나려는 귀신의 무리들을 법력으로 무력의 힘을 눌러놓고 있는 중이다. 언제 또 그들이 폭동이 폭 팔 할지 모른다. 일현은 사십구일 동안은 제대로 먹지도 못할 것이고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을 것이다.

  귀신들은 왜군의 영혼도 아니고 오랑캐의 영혼도 아니었다. 오직 한민족의 영혼들이다. 신라의 군병과 백제의 군병과 고려를 위해 희생이 된 새파란 어린 원혼들에서 부터 왕건이 죽음으로 그 힘은 약화 되었다는 것에 동조하여 억울함은 모두가 한 마음이다.

  “억울하다고, 이것이 모두 왕건의 짓이라고 ” 했다.

  그들에게 우선 원망과 슬픔과 억울함을 거두어 주어야 하는 책임감이 무게로 엄습했다. 이미 돌일 킬 수 없는 왕건의 재판에 그들과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왕건은 무간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일현의 마음은 그들 속내를 알고 있기에 유리 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 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아우성으로 달려들고 있던 원혼들의 음집 장소에 일현의 몸이 구름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귀가 된 마음이 세상을 원망하고 살아서 못해본 것에 대한 애착과 억울한 죽음에 대한 원한이 가슴에 옹이가 되어 악으로 차 있었다. 죽어서도 살아 있을 때 마음 그대로였었다. 나라를 위해 죽었으니 영광이다. 그리 단순했던 마음에 불을 지른 것은 그 왕건이 죽었다는 것이다. 같은 죽음 앞에 잊었던 감정이 폭 팔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마음에 전쟁의 흔적이 언뜻 언뜻 스칠 때 마다 마음은 아귀로 변하려 한다. 죽었거나 살았거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생각만으로 행동이 변하고 그 근본적인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마음을 녹일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분, 잠시만 제 말에 귀를 열어 주십시오.”

  점점 구름떼로 모여드는 원혼들을 법을 수호하는 신장의 무서운 모습이 그들 행동을 눌러 놓았기에 귀신들은 움침하고 행동을 멈추고 있을 뿐이다. 마음으로 보는 원혼들의 수가 산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하나를 상대하여 모두의 마음을 잡아 보는 것이다. 그 들은 한참 웅성거리더니, 조용해 졌다.

  “당신들은 이 세상 영웅입니다. 고려나, 신라나, 백제의 군사였고 뛰어난 지휘자였고 장군이었습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에 대한 억울함은 가슴 아프게 생각 합니다. 그러나 목숨을 주고 희생한 대가로 하나의 나라 고려가 탄생 하였습니다. 당신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억울하고 원통하여 누구든 죽이고 싶던 마음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습니다. 고려왕이 죽었습니다. 당신들처럼 그도 똑같이 죽은 영웅입니다. 이제 고려의 왕도 아닙니다. 그저 죽은 망자일 뿐입니다. 당신들은 나라를 위해 희생되었습니다. 통일된 고려에 다시 태어나서 한번 행복하게 살아 봐야지요. 당신들과 왕건이 세워놓은 고려에 가슴에 한을 가지지 마십시오.”

  주위가 조용해 졌다. 바람 한 점 없다. 두문 드문 보이던 법의 수호자 신장들도 그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구름같이 몰려든 무리들 중, 어느 중간쯤에서 아귀 대장인 듯 거장의 체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찌 그런 일이 있단 말이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3국의 나라에서나 고려의 나라에서나, 부처의 가르침을 받은 자들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나라에 몸을 바쳐 목숨을 잃은 전쟁의 희생자가 아닙니까. 그리하여 행복하게 살아보지 못한 대가는 받아야 합니다. 당신들의 부모는 오배불망 자식들을 위해 부처님께 기도를 올렸을 것입니다. 지금은 죽어 원혼이 되었지만 모든 부모의 믿음으로 불가의 제자들입니다. 분명한건 새롭게 태어날 기회가 있다는 겁니다. 지금부터라도 불제자가 되어 진리를 배우십시오.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마음에 쌓여있는 미움과 분노를 버리신다면 오늘밤에도 고려의 백성으로 태어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전쟁으로 인해 고려에 인제가 부족하고 여러분이 희생하여 전쟁이 없는 나라가 되었는데 인구가 많아야 부강해 지지 않겠습니까. 마음에 조금이라도 미워하는 마음이 남아 있으면 어렵습니다. 조용하였다. 경청하고 있었다.

  일현은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귀 대장이 성동하지 않는 다면 그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한 신비한 말을 믿어야하는지에 대한 생각보다 구름같이 서있던 아귀들의 마음이 일시에 편안해 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살기에 차 있던 눈에 희망이란 광채가 번쩍였다. 그들의 가슴에 희망의 꿈이 벅차게 꿈틀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허공에 바람 한 점 없는 것과 같이 조용한 가운데 듣고 있었다.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데 무엇인들 못할까. 마음을 괴롭히던 악한 생각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한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집고 넘어갈 사안이 있었다.

  “이제 망인이 된 왕건의 염라 재판에 증언해 줄 수 있겠소? “

  구름위에 앉아 어느 특정한 마귀의 마음을 꿔 뚫어 보면서 물었다. 아귀 주도자는 일현의 말에 서슴없이

  “인간으로 태어 날 수 있다면 무엇인들 못하겠소.”

  “그것은 염여 마시요, 당신의 마음에 따라 그리 될 것이니. 당신은 저들의 대장으로 저들도 책임지고 선도의 길에 들어 설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합니다.”

  성전에서 기도하는 중에 일어난 그들과의 약속을 일현은 믿었다. 우선 첫 고비는 넘은 것으로 육일 째 되는 날 성전에서의 기도는 그들과 함께 일심을 모아 뜻 깊은 성과를 이루는 날이 되었다.

  왕건이 붕어한지 칠일 째 오후가 되어 첫 재판이 열리는 염라국 재판장에 일현은 앉아 있었다. 증인석에는 아귀들을 선동한 아귀 대장이 앉아 있고 대중석에는 그를 따르는 귀신들이 조용히 앞을 주시하고 앉아 있었다. 염라국에서 정한 재판 시간이 되자, 염라 재판관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번 재판은 작은 섬나라 땅, 고려 임금이었던 왕건이 죽어 망자가 되었기에 사람의 몸으로 지은 죄를 밝혀내기 위하여 최고의 재판장인 염라대왕판사가 주도하는 최고의 재판장이 될 것이다. 어디서 그런 소리가 들린다.

  눈이 모자랄 법정 안이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법정 않은 보는 마음에 따라 넓었다, 좁았다 보여 진다. 일현눈에는 법정 안에 고려의 죽은 영혼들이 다 모인 것처럼 눈이 모자랄 듯 보였지만 숨소리도 들리지 않고 조용하였다.

  가끔 망자들 재판을 도와주었던 적이 있지만 염라대왕이 직접 나와 판사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처음 보았다. 이번 재판은 그만큼 어마어마한 자의 죄를 다스리는 일이라 죄의 가치가 너무 무거워 어느 것 부터 시작하여야 할지를 염라국에서도 의견이 분분 하였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죄 중에 제일 큰 죄가 사람의 목숨을 뺏는 것이다. 중 죄 이기에 죽은 망자들의 소견을 입증하는 재판이다. 아귀다툼으로 달려드는 귀신들의 원성을 어떻게 달래어 헤 처 나 갈 것인지 중죄를 진 망자왕건을 어떻게 변론하여 왕건의 무죄를 주장할 변론을 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염라대왕 판사는 변론하려는 일현을 내려다보면서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일주일전에 만났던 염라대왕의 모습과 달리 판사의 엄격한 옷으로 갈아입고 가운데 앉자 양 옆으로 여섯의 판사가 각기 자리에 앉았다. 법정 안 방청객이 모두 왕건으로 인해 귀신이 된 죄 없는 군병들이 자리를 채우고 앉아 있었다. 죄수의 복을 입고 두 손에 밧줄에 묶여 두 사자의 호송을 받으며 법정으로 나오는 왕건 망자를 보고 있었다. 그리도 당당하게 살았던 고려를 세운 왕건이 고개를 숙이고 염라국 사자가 하라는 대로 의자에 얌전히 앉았다. 법정이 개미 지나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해 졌다. 여기가 어디인가 염라국이다. 죽을 사람을 선별하여 잡아드리는 사자들이 있는 곳이다. 그 검은 사자들이 법정 내를 지키고 있는데 무서움은 그들로 하여금 오금이 저리게 하였다. 범정이 정리되자 염라국 판사인 염라대왕이 둥그런 나무망치를 꽝!,꽝!,꽝! 내리 쳤다.

  “지금부터 망자 왕건에 대한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판사의 법을 준수한다는 의미로 판사가 방망이를 세 번 꽝! 꽝! 꽝 처 고개를 숙였다가 자리에 앉았다.

  “양측 변론인은 일어서 앞으로 오시오“

  염라왕은 일현과 염라 쪽 변론 자에게 말했다. 방청객들이 모두 전쟁에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이 몰려와 있으니 두 변론 자는 그들이 이 법정에서 행패를 부리지 못하도록 언행을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금에 없던 큰 재판을 진행하려는 염라국 두 변론자의 언행을 염려하여 주의를 주었다. 두 변론인은 염라대왕에게 고개를 숙이고 각기 맞은편에 가 앉았다. 염라판사는 망자에게 할 말이 있으면 해도 된다는 것을 일렀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망자가 일어났다. 그리고 뒤로 돌아서 방청객 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자세를 바로 하여 염라대왕을 마주보고 고개를 숙였다.

  “염라국 감옥에 칠일 동안 갗이어 있으면서 지난날을 회상해 보았습니다. 앞만 보고 살아왔던 순간들이 모두가 살생이고 또 살생이었습니다. 무엇으로도 죄를 다 하기 어렵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무엇으로도 죄 값을 치룰 수 없으니 목숨이 다할 때 까지 죽여주십시오.”

  “죽은 망자가 또 죽는다.” 지하 감옥은 하루에도 몇 백 번씩 죽었다 살았다 한다는 것을 모르는가. 그래, 망자의 변론을 하겠다고 염라국까지 친히 와 주신 선사의 이름은 무엇이요. 염라왕은 일현을 내려다보고 말했다.

  저는 망자를 한때, 모셨던 고려의 백성 일현이라 합니다. 그런 인연으로 망자의 변론을 하려 합니다. 망자가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것은 사실이나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여 저질렀던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땅의 나라 운세와 하늘의 뜻이었다고 사료 되옵니다. 같은 민족을 죽인 것은 무엇으로도 죄를 덮을 수는 없지만 살아 있는 백성들이 더 이상 땅뺏기에 목숨을 읽지 않아도 되는 전쟁이 없어졌다는 것에 있습니다. 망자의 타고난 지략과 백성을 위하는 자비가 있었기에 가능 하였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 과정은 어쩔 수 없는 전쟁이 개입하여야 이루어진다는 것을 탐착하여 주십시오. 여러 자식을 전쟁에 잃었어도 다음의 자식을 지키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인 것처럼 망자도 그러한 애민 정신으로 나라를 세우는데 전쟁이 없는 나라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한 희생은 불가피 하였다는 변론을 하려 합니다.

  망자의 그러한 정신은 전쟁을 종식시키고 목숨의 대가로 하나의 나라로 통일 하였습니다. 그러하였다하여 망자의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함을 사리어 보시고 망자의 죄를 사하여 주십시오. 죽은 귀신들을 대표하는 증인으로서 이 자리에 오신분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억울하게 죽은 전쟁의 귀신 대표로 지금의 망자는 아무런 죄도 물을 수 없다는 증명을 하여 줄 것입니다. 그를 증인으로 신청하오니 들어 보십시오. 긴 변론을 한 일현이 염라대왕을 처다 보며 말했다. 그러자 뒤에 방청객으로 앉아있던 장졸 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 주기를 간정하였다. 염라대왕은 옆의 판사들을 둘러보며 의견을 물었다. 옆의 판사들도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여 들어보자는 의견이 일치 하였다.

  염라왕 판사는 증인석으로 나온 귀신에게 물었다. “이 망자를 아느냐” 그러하다는 증인의 말에 무엇을 증명하려는가를 물었다.

  망자의 죄가 모두 땅의 나라 백성들의 죄입니다. 작은 땅덩어리에 태어난 것이 죄이고 그 작은 땅덩어리를 서로 뺏으려한 신라나, 백제나, 고구려가 모두 죄인입니다. 저기 계시는 망자가 없었다면 작은 땅을 가진 백성들은 왜놈들에게나 오랑캐들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목숨을 유지하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저기 계시는 망자를 하늘에서 보내 주셔서 외세를 물리치고 하나의 나라를 세워 모든 백성들이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여기와 있는 귀신들 모두가 젊어 죽은 것이 하나 같이 억울하지만 살아있는 부모형제들이 죽은 아들을 가슴에 묻었음에도 잘 살고 있는 것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우리는 나라와 부모 형제를 위해 죽었으니 원한이 없습니다. 그러니, 망자의 죄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죽었어도 원망을 안 한다는 것입니다. 원망하는 사람이 없는데 무슨 죄가 있습니까. 염라대왕님의 옳은 판결을 기대합니다. 열세명의 판사들은 놀라고 있었다. 이 무슨 변고인가 의아했다.

  그러자 뒤에 앉아 있던 검은 장병들은 일어나 대장의 말이 옳다고 손뼉을 치며 환호하였다. 판사들은 예상외의 반전에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 염라국 변론 자에게 물었다.

  “염라국 변론 자는 변론할 것이 있으시오.”

  염라 변론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귀신들 대장 증인석으로 갔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그가 앉아있는 의자 앞으로 고개를 바싹 드리 밀고 물었다.

  “당신은 어느 국 장수였소. 신라요, 백제요, 고구려요.”

  갑자기 물어오는 바람에 장수는 생각했다. 망자의 죄를 없애려면 망자의 편이 되는 고려보다 적 국 인 신라나 백제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변론 자에게 말했다.

  “나는 신라의 백성이었소, 신라는 왕건에게 패했소만 지금은 아무런 원망을 가지고 있지 않소.”

  변론 자가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집요한 눈으로 그를 쏘아보며 물었다.

  “이상하지 않소, 적군과 싸워 목숨을 잃었다면 당연히 망자를 원망하고 죽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인데 어찌하여 망자의 증인이 되었소, 무슨 약속이라고 받은 거요.”

  “약속이라니요, 죽은 자에게 무슨 약속이 이루어 질수 있단 말이요.”

  그는 발끈하여 얼굴을 붉혔다. 변론인이 생각해봐도 그 말은 맞는 말이다. 죽은 자를 다시 살려준다는 말도 해당이 없고 저자가 왜 망자의 편을 드는지 궁금하였다. 그래도 무언가 있는 것이라고 이대로 물러 설 수 없다.

  “이상하지 않소, 적국에게 죽임을 당하였고 당신의 나라를 저자에게 빼앗겼는데 저, 망자의 편에 선 까닭은 무엇이요.”

  “저는 얼마 전까지 아귀대장으로 아귀의 행동을 하였었소. 그러나 그것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아 마음을 내려놓기로 하였소이다. 이제 악귀의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었소. 점점 커지는 악귀의 마음에서 해방되고자 생각하였던 것이 나라에 대한 충성이었소. 나라를 지켜낸 장한 자부심을 되찾고 다시는 미움을 갖지 않으려고 이곳에 나왔소, 죽음이 억울하여 누구를 원망하고 죽이고 싶어 한다고 그것이 마음대로 그리 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괴물이 되어가는 것을 이제 그만 하기로 하였기에 여기에 나와 마음의 변화를 확인해 보고 싶었을 뿐이요. 다시 또 묻는다 해도 내말은 저 망자는 죄가 없음을 얼마든지 말할 수 있소이다. 앞으로 내 마음을 시험하지 마십시오.”

  염라국 변론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자리로 돌아갔다. 염라재판장은 방망이를 세 번 치고 오늘 제판은 여기서 마치고 다음 두 번째 재판에서 다시 하겠습니다. 하였다.

  두 번째 재판에는 틀림없이 미 투 죄목이 주어 질것이다. 이십 구명의 부인들에 대한 압력과 강제성이 얼마나 권력에 이입되었는지를 재판할 것이다. 고려왕건 첫째 유화 부인은 왕손을 낳지 못했다. 그 중에도 자식을 한 번도 낳아보지 못한 왕비가 이십 구명 중 십오 명이나 되었다. 그 여인들의 한 서린 마음을 처음부터 헤아리지 못했던 왕건은 미 투 분쟁의 핵을 제공한 장본인이다. 그 복잡하고 미묘한 이십 구명의 여인들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일현은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아득하였다. 첫 번째 재판에서는 단순하여 쉽게 지나갔지만 두 번째 과제가 너무나 어려울 것을 생각하니 망자의 죄목을 줄려야하는 재판에 우선 첫 째 왕비 유 씨의 마음을 헤아려 보아야 했다. 자식을 낳지 못하고 아래로 수 십 명의 씨앗을 보면서 어떠한 마음으로 살았는지가 궁금하였다.

  왕건부인이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그 마음을 어찌 다스려 왔을까. 시기와 질투에 머물지 않고 왕건을 사랑할 수 있었는지 다른 왕비들도 같은 심정으로 살았을 것인가. 여인 한 사람이 한을 품으면 오 유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다. 그 많은 여인들의 마음에 질투와 원망은 가름하기 어려워도 풀어 나가야 했다. 그럼에도 여인의 한으로 내리는 오 유월 서리를 왕건이라도 안 맞았을 리가 없다. 그 어려운 전쟁을 치르면서 목숨에 위험도 수없이 느꼈을 것이고 그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인을 취함으로 그 호기로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늘도 아는 그 만큼의 어려움을 굽이굽이 넘으며 지나왔을 것이다.

  삼국을 통일하기 위한 방책이라 하지 않았는가. 후인들은 그러한 마음으로 왕건을 영웅이라 칭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리 평가 되어야 하는 시점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절대적 관념 전설적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믿을 것인가. 아니면 여인 인권에 대한 평가를 재생시켜 보는데 귀를 열어 경청할 것인가, 판단해볼 문제다.

  왕실의 여인들이 왕건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차츰 원망하는 마음이 얼마나 클지 그 속을 드려다 보아야 한다. 그 척도에 따라 이 재판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망자의 왕생극락을 위한 성전의 자리에 이십 구명 중 몇 명은 매일 엎드려 절을 하였지만 대부분 참석하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

  성전에 엎드려 기도하는 속마음을 드려다 볼라치면 앞날에 자식과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간절한 마음이 그들의 기도 목적이었다. 어찌하면 자신의 자식이 고려왕의 총애를 받고 살아날 수 있을 것인가, 또는 큰 뜻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욕심의 기도가 무릎에 진물이 나도록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속을 모르는 사람은 왕건죽음을 슬퍼하는 것이라 인정하지만 그 마음을 어찌 가름할 수 있단 말인가. 우선 그들 마음을 집중하여 관찰해 보기로 하였다.

  왕자나 옹주가 있는 후궁은 이 재판에서 빼도 될지 모른다. 나라를 세우는 동안 자신들도 한 못 한 게 있다면 왕 씨 가문을 부흥시키는데 한 몫을 했다는 자부심도 있을 것이다. 살펴본 결과 자식하나도 낳아보지 못한 후궁들 가슴에 한을 어찌 풀어 줄 것인가에 달려 있었다.

  꿈에 부풀던 시절 사랑했던 사내도 있었을 것이고, 곧 혼인하여 행복하게 살아갈 날을 고대하며 기다리던 여인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했던 소녀의 꿈을 하룻밤의 정사로 일생동안 묶어 이름만 몇 번째 왕비라는 명예를 씌워 행세 한번 할 수 없는 자리를 지켜야하는가, 하는 억울함이 왕건이 없는 세상에 팽배해 있을 것이다.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끄집어내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원망의 마음을 없이 하여야 한다.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식하나 없이 평생을 수절하며 왕실의 체통을 지키며 살아야하는 왕비가 십 오명이다. 자식하나 낳아보지 못한 궁궐여인의 한을 무엇으로 풀어 줄 수 있을 것인지 막막하였다.

  왕건이 살아 있을 때는 언제나 승은을 입어 자식하나라도 낳아 볼까, 수많은 밤을 새워 가며 천추의 한으로 기다리던 여인들이다. 왕건에 대한 원망이 날이 갈수록 점점 수위가 높아진다. 미워하는 마음이 얼굴에 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고 있었다. 두 번째 재판 날 전까지 저들 마음을 항복 받아야 염라법전에서 변론을 할 수 있게 된다.

  첫 제일이 끝나고 오일 째 되던 날 일현은 그들 앞에 나섰다. 기도가 끝나 성전을 떠나려는 부인들을 자리에 앉게 하였다.

  “소승이 한마디 할 게 있습니다.”

 왕건이 죽은 지 십 이 일이 되는 날이다.

  소승이 태왕전하와 인연이 깊었는지 전하의 가는 길에 같이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린다고 의아해 하실 수도 있지만 불전을 섬긴지 오래된 부처님 제자로 드리는 말씀이니 이해를 바랍니다. 태왕전하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는 것은 부처님 뜻입니다. 전하께서 하늘의 뜻에 따라 나라를 세웠고 많은 왕손을 생산하셨습니다. 그것은 고려에 대대로 이어갈 인제를 키워 대대손손 왕가의 번영을 위한 하늘의 뜻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십구일 제일 까지 저와 성전에서 함께 하시는 마마님께서도 그런 점을 생각하시어 태왕의 마지막 가는 길에 협조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을 마주보며 이야기한다는 것이 보통 용기로는 어렵다. 그럼에도 중대한 법정 싸움에서 이겨 무죄를 주장하여야 하는 현실을 지체해서는 아니 될 일이다.

  왕비들은 일현의 말뜻을 이해 못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하는 것을 그들은 왕을 위해 한다고 믿으려 하였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들의 속을 알고 있는 듯 말하는 일현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지금도 잘하고 계시지만 혹여 기도하는 마음에 어떤 미움이라도 가지고 계시면 아니 됩니다. 그러한 마음이 생길지라도 미움을 버리시고 태왕전하를 편하게 보내주신다면 자손에게 크나큰 감복이 따라올 것입니다. 앞으로 한 달여 기도 중에 태왕에 대한 서운함이 생기더라도 일체 그런 마음을 내지 마시고 좋은 마음으로 동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일현의 말에 그들은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을 붉혔다. 그 중에도 활달한 성격 탓인지 같은 처지의 여인이 들어도 이해해 주리라는 심정으로 솔직하게 속을 털어 놓는 이가 있었다.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어찌 다스려야 하는지 말씀해 주신다면 노력하여 보겠다. 는 말을 후궁 중 한사람이 하였다.

  왕손을 생각하십시오. 천지에 둘도 없는 자식이 있지 않습니까. 자식을 생각하십시오. 기도는 죽은 자 보다 산자에게 더 효력이 있습니다.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임하느냐에 따라 기도에 동참한 이유가 나타나는 법입니다. 미움을 버리시고 악의를 버리시면 이번 기도는 둘도 없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평소에 태왕전하께서 불법을 나라의 기둥으로 섬기며 살아오신 걸 백성들도 다 알고 있는 생전 말씀이 아닙니까. 그것이 오늘 유언으로 남지 않으셨습니까. 태왕전하께서 하늘나라에서 부처의 몸을 받을 것입니다. 그리 하려면 왕실에서 솔선수범하여 성전에 나와 불도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 주셔야 합니다. 그분을 위해 두 손 모아 기도한다면 자신과 자손을 위할 것이니 사십 구제가 끝날 때 까지 노력하여 주십시오. 이제 두 번째 제가 내일 모래로 다가 왔습니다. 일심으로 마음을 참회하시고 태왕이 가는 길에 마음을 보태 주신다면 커다란 은혜를 입을 것입니다.

  서슴없이 그들을 설득시켰다. 믿지 않을 수 없는 말은 정성을 드리면 자식이나 자신을 위하는 기도가 된다는데 못 할 것이 무어 겠냐. 고 고개를 끄덕였다. 태왕을 미워하는 마음이 자식의 앞날에 해가 된다는 말에 소스라쳐 놀라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성전을 나갔다. 마음도 홀가분하였다. 강도가 높아지던 미움이 사라졌다. 그리고 두 번째 재판 날이 되었다.

  염라국은 조용하게 두 번째 재판을 시작하였다. 그 자리에 나온 일현은 재판이 시작되자 일어났다 앉았다.

  “망자의 두 번째 재판을 시작 하겠습니다. 꽝! 꽝! 꽝!”

  “망자는 얼굴을 들라.”

  첫 째 재판에서 거론 된 수많은 죽음에 대한 판결을 내리겠다. 한 사람의 목숨도 용서할 수 없을진대 수도 없이 많은 목숨을 뺏은 당사자의 죄가 없다는 것을 증인으로 나온 마귀의 대장이 대표로 말해 준 것을 참작하여 망자의 씻지 못할 것 같았던 죄가 무죄로 인정되었다. 그러나 두 번째 재판의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이번 망자의 재판은 이십 구명의 여인에 대한 재판을 할 것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고금에 이런 일은 처음이다. 이것은 단순한 죄가 아니라, 용서 받을 수 없는 죄악이라 생각하여 이번 두 번째 재판에는 망자의 변론에 나선 일현 대사가 어찌 변론 할 것인지 의문스럽다. 염라국 거울을 비추어 보건대 이십 구명의 여인들 중 몇 명만 빼고 죽을 때까지 거의 눈물로 살아 갈 여인들이 망자를 원망하며 살 것을 이법정의 재판장이나 변론인도 짐작할 것이다. 권력의 힘으로 저질러진 행위는 결코 용서 받지 못 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변론이 있는가? 판사를 거느린 염라왕판사가 아래로 내려다보며 일현에게 물었다. 일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판사 쪽으로 예의를 갖추었다.

  “변론이 있습니다.

  지난주에 있었던 망자의 재판을 무죄로 판결하여 주신데 대하여 고마움을 표합니다.”

  공손하게 예의를 갖추었다. 그리고 변론에 들어갔다. 이십 구명이나 여인을 취한 예는 망자의 경우가 처음입니다. 소승이 살펴 보건데 무슨 말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결론을 지었습니다. 허지만 자식이 있는 십사명의 여인은 망자에 대한 원망이 없다고 사료 되옵니다. 그러나 자식이 없는 십 오명의 여인에게 일평생 못할 짓을 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판장님, 망자는 제가 알기로 하늘의 자손으로 땅에 내려와 고려라는 새 나라를 세웠습니다. 망자를 땅에 내려 보낼 때는 그러한 일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현의 말에 염라판사는 헛기침을 하며 외면하였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하였을 때 얼마든지 제제를 하여 멈출 수 있게 하였더라면 이러한 일은 없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그것을 외면하고 있었다는 것은 하늘의 책임도 있다고 사료 되옵니다. 일현은 염라판사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그래서”

  그러하지만 멈추지 못하고 그러한 짓을 계속하였다는 것은 망자가 여인에 대한 욕망의 척도가 방자하여 여인에 대한 베려가 없었고, 권력을 앞세워 힘이 없는 자에게 압력으로 행한 소치임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나약한 백성을 위한 마음이 아니라 남성의 우월한 성적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므로 먼 미래에 일어날 여인의 위상을 높이는 세상에서 미투에 해당되오니 부모가 함께 동조한 죄 또한 물어야 할 것입니다. 죄는 망자에게 분명 있습니다. 권력을 앞세워 힘없는 자에게 힘으로 제압한 강간에 해당하는 범죄라는 걸 법으로 죄를 물어야 합니다. 권력의 힘은 약한 이에게 총이나 칼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와 동조하여 이루어진 행위는 권력형 미투라고 인정합니다. 잘못된 것에 대한 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넘어가자는 마음이었다.

  죄인으로 앉아있는 망자는 고개를 숙이고 생각했다. ‘저놈이 무어라 하는 거야 변론을 하려면 망자의 편에 서야 하거늘 오히려 망자의 죄를 들쳐 내고 있으니, 고개를 들어 일현을 쏘아보았다. 염라왕이 망자의 그런 모습을 보았다.

  “죄인은 무슨 할 말이 있는가. 말해 보아라.”

  고개를 들었던 망자는 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자 상대편 염라국 변론 자가 일어나 판사 앞으로 다가가 망자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으니, 지하 감옥에서 억겁이 되도록 나올 수 없도록 하여야 합니다. 염라 법정은 권력이나 권세에 치우쳐 부당함을 정당화로 기록할 수 없으니 대 염라국 법에 위배되는 망자의 죄는 물어 마땅하다고 사료 되옵니다. 라는 발언을 했다. 염라 대 법정에는 많은 구경꾼이 그름처럼 몰려와 이 재판의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워낙 큰 재판이다 보니 지옥세계의 문을 열어놓고 누구든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망자의 변론인도 그리 생각하는가?”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자 이어 염라법정의 변론인이 말을 이어나갔다.

  망자 변론인은 망자가 행한 일에 하늘이 왜 제제하지 않았느냐고 염라국에 발언하였는데 거기에 대한 하늘의 입장을 설명하겠소. 땅의 사람들은 죄지은 자를 하늘이 대신 벌주기기를 바라고 하늘에게 호소합니다. 하늘이 무섭지 않으냐 벼락이라도 내리 거라. 억울함을 하늘이 대신 하여주기를 바랍니다.

  “망자변론 자는 들으시오. ”

  하늘은 사람의 일에 간섭하지 않소! 죽어 죄를 물을 지언 정 인간을 지배하지 않는다는 걸 미리 말하겠소. 죄를 저질러 죄를 받는 것은 스스로 죄업에 대한 망자들의 벌이요. 이번 재판에도 그러한 하늘의 법을 똑똑히 알고 변론 자는 변론 하시오. 망자의 죄는 전적으로 망자가 스스로 저질러 지은 죄이므로 이 법정에서는 시시 비를 가려 죄가 성립되면 죄를 받을 것이고 죄를 지었어도 그 결과가 타당한 것이면 염라국에서 판결을 내릴 것이니 변론 자는 그리 알고 진행 하시오. 염라국 변론자의 추상같은 말에 조용하던 법정이 시끄럽다. 일현은 한 박자 느리게 일어나 관중들에게 한마디 하였다.

  여기에 모인 여성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보십시오. 어렵게 나라를 세우는 동안 힘의 충전으로 여성을 취한 죄는 무간지옥에 떨어질 중죄 이지만 땅의 백성들은 그 이십 구명의 여인들에 대한 죄업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나라의 안위와 자식의 안위에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나라가 편안하고 자식이 안전한 것은 삼국을 통일하여 고려를 세웠다는데 그 의를 높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세생생 역사가들도 그리 써서 남길 것입니다. 나라를 하나로 통일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건 중 한 가지에 해당되는 이십 구명의 여인입니다. 군인이 전쟁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나 삼국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서 화친의 도구로 희생한 여인이나 오직 통일을 위한 길이였다고 말한다면 무매한 희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여인의 그러한 희생이 있었기에 전쟁 없는 나라에서 마음 편히 살 수 있다면 다시 생각해볼 일이라고 사료 되옵니다. 여러분도 그 여인이었다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까. 나라를 위한 일이라는데 어느 누가 그 순간을 원망 할 수 있겠습니까. 일현의 변론에도 조용하던 법정이 술렁거렸다. 그리고 또 말을 이어 갔다. 여인 한 사람 한사람의 행복을 책임져 줄 일을 다 하지 못한 망자의 책임은 이 법정에서 논의 되어야 마땅합니다. 죄를 물을 것입니다. 나라의 큰일에는 한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전체가 중요합니다. 제가 감히 말 하건대 이십 구명의 여인들이 망자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평생을 남편을 그리워하며 살아갈 운명이라도 원망보다도 혼란의 시대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과거에도 미래에도 마음을 다스리고 살 것입니다.

  나라를 세우기 위한 화친의 결실은 통일에 기여 하는 바가 컸다고 미래의 역사가들도 말할 것입니다. 여인들의 희생과 지혜가 있었기에 고려는 강건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이 사건은 미투에 해당되지만 크게 몰아간다는 것은 비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되어 전적으로 이십 구명 중 자식을 낳아보지 못한 십 오명의 여인들에게만 범위를 좁혀 망자의 죄를 물어 주시기를 밝혀 드립니다.

  자식을 가진 십사명의 부인들은 자식 앞날에 대한 꿈을 꿀 수 있기에 미투에 가담하는 것은 나라를 흔드는 일이라고 분개 할 것입니다. 그 여인들은 자식의 행복을 위한다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는 망자의 부인들입니다. 평생 망자를 그리워하며 살 지 언 정 원망의 알음아리는 하지 않으며 살아갈 것입니다.

  유래 없이 알지도 못했던 먼 미래의 일을 미 투 운동을 상기시켜 여인들의 위상을 놓이는 계기가 되었음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의 진리는 남, 여 평등사상입니다. 그 평등사상은 불자의 기본 사상입니다. 소승으로서는 이번 재판의 기회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임을 직감합니다. 재판장님 망자의 죄가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피해를 입었다는 당사자들을 가려내는 계기가 되어야만 합니다. 미움과 원망을 삭이느라 부처님 전에 노력하고 있는 망자의 부인들을 불상이 여겨 망자의 죄를 사하여 주소서. 그들이 무엇을 원할 것 갔습니까. 사랑하는 자식이 있습니다. 여인은 자식의 어머니가 되어 그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사는 것이라고 그들의 어머니로부터 배워오고 배워 왔습니다. 그들의 자식이 왕가의 자손으로 앞으로 어떠한 처지에 처해 살아갈지 모릅니다. 자식을 위하는 십사명의 여인들은 자식이 훌륭해 진다면 모든 것을 자식에게 걸고 자식을 위해 살 것입니다. 재판장님 십사명의 여인들은 이 재판에서 빼어 주십시오. 그 여인들은 자식을 위해 망자를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마음을 헤아려 망자의 죄를 사하여 주십시오.

  “이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땅의 변론을 들어보니 하늘의 잘못도 있다는 말이 가슴을 때리는구나. 증작 살펴보았다 한들 하늘이 인간을 벌주게 된다면 그 많은 마음의 소리를 어찌 감당 하였으리, 한 집안의 질서도 지켜 나가기 어려운 게 사람인데 인간 스스로 도를 지켜 죄를 짓지 않는 것이 스스로 행복을 만드는 길이라는 걸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재산에 대한 욕심과 여인에 대한 애욕을 조절하지 못하고 사는 것이 또한 인간인 것을 망자는 스스로 우월하여 죄를 키웠으니 할 말이 적구나. 어찌 되었건 다음 재판 날이 기다리고 있으니 땅의 변론인은 십 오명 여인들의 마음을 얻어 또 어떤 변론으로 법정을 감동시킬지 기다려 보자구나. 하였다.

 

  날씨가 36~37도씩 오르내리는 여름이다. 그러한 밖의 날씨에도 자식들 벌어 먹이려는 부모는 땡 볕 뜨거운 줄 모르고 정진한다. 그러한 시절이 이미 끝나버린 저자의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글 쓰는 일과 선방에 앉아 시간에 대한 고마움을 누리는 일 뿐이다.

  무엇인가에 의지하지 아니하고는 살아낼 수 없었던 지나온 날들이 결코 나약하지 않은 것은 내강을 굳건히 하는데 자신감이 있었던 것은 내유에 있었다는 거다. 그리 되기까지 아픔은 동반했었다. 내가 나라고 인정할 수 없었고 감당하기 어렵던 다른 세계는 질기고 질겼던 혼돈의 순간이었다. 생명줄 그것의 무게가 가벼워지던 날 혼돈의 세상은 사라지고 그 이상의 삶을 추구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아기가 엄마를 떠나 살수 없을 때 엄마의 존재를 의지하여 매달린다. 홀로 서기를 고집하고 이성의 눈을 뜨면서 작은 고민으로 인간의 고는 시작된다.

  사춘기가 되어 고민을 해결하기위해 가출을 하고 같은 생각을 하는 또래를 만든다. 끝까지 자유롭기를 원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먹여주고 재워주고 챙겨주는 곳에 돌아온다. 인간은 혼자일 수 없다. 하나는 전체이다. 그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 우리다. 여자의 위대함은 우리라는 집단을 키우는데 타고난 재질을 가지고 있다. 자신을 희생시켜 우리를 만든다.

  남성의 우월성은 가족에 대한 희생의 끊을 쥐게 하였다. 그에 따른 책임과 근본이 끊어질 줄 모르다가 여인이 사회 진출로 그 희생의 끈이 나눠지게 되었다. 이제 세상은 남성혼자의 것이면 안 되었다. 남성이 하던 빠리빠리 사회가 여성이 합세하여 남성위주의 사회가 여성과 공존하면서 남성의 우월성이 차츰 붕괴되는 것에 여인이 동조하였다.

  가족과 나를 위하며 살자. 라는 구호를 여성은 세상의 혁명으로 내어 놓았다. 나를 빼고 우리가 형성되었던 사회는 공평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억눌려 살았던 시간을 개방하는데 시간이 가담하였다.

  미투에 대한 거대한 주제에 동참하면서 과거를 현재가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오늘이다. 이 주제에 대한 평가는 오래도록 꼭꼭 숨겨왔던 내면을 어렵지 않게 표출하는 데 그리 낯 설지 않은 발상이기 때문이다. 물이 고여 있는 곳에 서면 사람들은 코를 막고 그곳을 외면하려한다. 학문이 시간의 때를 같이하여 일어섰다. 우리가 되려면 썩는 것을 터트려 흐르게 하는 자연의 법칙에 동조하기 때문이다.

  그 시간의 대가는 결혼의 중요성은 일 순위에서 빼 야 사회로 하는 것이다. 그 조건에 밀려난 나는 높은 온도 속에 앉아 있어도 서늘한 바람을 느끼곤 한다. 선의 내면을 말로 표현해 낼 수 없는 게 선의 세계라면 언어를 가려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방편 설이다.

  마음을 찾아가는 첫 번째 길이 방편 설이라면, 말로 표현할 수 없어 부처님은 49년 동안 방편 설 경전 팔만 사천 경을 남기셨다. 그 수만큼 경전 내용이 모두 방편설이라면 그중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본다. 법화경에 있는 방편을 한번 인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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