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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승려 포청천
작가 : 설매1
작품등록일 : 2019.10.18

저는 자연이 수려한 강릉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강릉을 사랑하며 살 것이기에 이곳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현제의 삶에서 과거의 삶에 도전하는 <승려포청전>은 이어질 것입니다.
이번 제 4회 대한민국 창작소설 공모대전에 출품하기로 한 장편소설은 처음부터 두렵고 두려운 작품었습니다. 모든 것이 선에서 이루어진 신의 세계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의 세계를 이야기로 전게되면서 그럴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역사적 인물 고려왕건의 일대기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영웅의 실화입니다. 그럼에도 그 영웅의 사후 세계에 있음직한 죄를 다루게 되었고 그 영웅의 부인 29명에 대한 올곧지 못한 점을 찾아 세상에 이슈가 되었던 미투에 접목 시켰습니다.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왕건시대 전쟁으로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의 반란을 안정시키는데 탁월한 엄변으로 변론하여 왕건죽음 49일 동안 그의 죄가 타당함을 밝혀 하늘세상의 옥황상제 품으로 올려 보내는 과정이 주목 할 만 한 스토리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저는 불가에 입문하여 수 십 년 동안 의심을 풀기위한 목적으로 부처 가까이에 항상 있어야 한다는 이유가 일상속에 합께 하였습니다. 신의 세계를 평정하는 승려 일현은 불현듯 마음에서 일어나는 한 생각에 모든것을 초개 처럼 버리고 슬려의 길을 살면서 망자가 돤 왕건의 죄를 풀어가는데 반전과 반전의 기회를 적절하게 하여 소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 하였슴니다. 감사합니다.

 
3화
작성일 : 19-10-18 21:10     조회 : 328     추천 : 0     분량 : 17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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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을 열어라! 태왕전하의 명을 받고 일현 스님을 모셔 오는 길이다!”

  그 병사의 우렁찬 소리에 대궐을 지키던 병졸들이 일사철리 움직여 길을 열어 주었다. 첫 궐문을 들어서고 보니 앞에 저 멀리 문이 또 보였다. 말을 달려 얼마를 가다보니 첫 번째보다 작은 문이 나왔다. 그렇게 몇 문을 통과 하고서야. 커다란 집 마당에 당도 하였다. 행자는 겁이 났다. 이런 깊은 곳에서 사람이 죽어도 모르리라, 생각하니 무서웠다. 말에서 내렸다. 일현은 아무런 동요가 없다. 역시 큰스님은 다르구나, 하고 옆에 바삭 붙어 걸었다.

  “태왕전하! 일현 스님을 모셔 왔습니다.” 병사의 말이 울림으로 안에 전해졌다. 내시인지 종종걸음으로 나온다.

  “어서 들라 십니다.”

  옷을 다시 매만지고 병사의 뒤를 따라 층계를 올랐다. 댓돌위에 집신을 벗어놓고 안으로 들어갔다. 행자는 일현을 놓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생각에 뒤에 바싹 붙어 걸었다. 순간 뒤에서 병사의 손이 행자 옷을 잡아당겨 멈추게 하였다. 놀란 얼굴로 돌아보니 병사가 눈짓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고 신호를 한다.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시 뒤를 따라가는 일현을 보며 저를 버리지 마세요. 하고 빌었다.

  문을 열고 또 열고 들어갔다. 안으로 보이는 곳에 젊은 시절 서라벌에서 보았던 왕건의 얼굴이 있었다. 고개를 들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자세하게 처다 볼 수는 없었지만 강원도 하슬라에서 보았던 왕건의 기백이 보이지 않았다.

  무릎을 굻어 엎드리는 일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왕건은 기쁨에 차있다. 마음 같아서는 일어나 반겨 주고 싶었다. 그러나 정좌하고 앉아 신하를 맞는 것이 당연하여 지긋이 바라보는 눈길에 부드러운 정이 솟는다. 그 어렸던 애송이 모습은 간데없고 무언과 방이 꽉 차 오는 느낌을 받았다.

  일현은 반가움에 가슴이 벌렁거려 고개를 숙이고 한참 동안 있었다. 그러다 가슴을 가다듬고 예의를 갖추었다.

  “전하, 그동안 강 영 하셨습니까. 전하를 뵈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잠깐 올려다보았을 뿐이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참으로 오래 많이요. 이 무슨 행각이요. 그 옷 말이요. 허허허”

 가까이 오라는 손짓에 내시는 약빠르게 일현의 손을 잡고 왕건의 바로 앞까지 데리고 갔다.

  “그대가 생각이 났소.”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다. ‘그대의 어머니는 어찌 되었소.’ 하며 지나간 날을 회상 하는 것 같았다. 자리를 편안하게 하라는 왕건의 성화에 더 가까이에서 서로 처다 보았다. 삼국을 통일하고 북방을 넓혀 대국으로 전한시킨 왕건의 모습에서 그 화려했던 시간들의 흔적을 보았다. 그리도 거침없이 살아온 왕건도 나이가 들었음을 어찌하리. 나는 왕건의 모습이 죽음에 가깝다는 것을 보았다.

  “내 건강이 어때 보이오?”

  황금 금침에 앉아있는 왕건이 상기된 얼굴로 바라보았다. 강원도에 동희 었던 나를 회상하며 뜨겁게 흘러간 세월이 저 애송이를 저리 만들었구먼. 하는 인생 무상함을 회상하고 있는 듯하였다.

  고려 개국을 도왔던 때 신라 김주원의 독자적 왕권을 교차 하는데 어렵지 않았다. 그때 아찬 벼슬을 내려 치하했던 동의 지혜로움이 교려 개국에 큰 힘이 되었다는 걸 고맙게 생각하곤 했었다. 그랬었는데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는 파발을 받고 얼마나 실망하고 놀랐던지. 그래도 하슬라의 정치를 안전한 틀에 끼어놓고 갔었기에 망정이지, 가끔씩 그 이유가 궁금했었다. 그것이 풀지 못하는 숙제로 남아 있었는데 그 이유를 알고자 일현을 찾아보게 하였던 것이다.

  “하하하”

  왕건은 집이 울릴 정도로 호탕하게 웃었다. 물러섰던 내시와 궁녀들 입가에도 웃음이 번졌다. 곧 죽을 것 같았던 태왕의 웃음소리는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왔다. 황금 옷을 몸에 두르고 있지만 가야할 길은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얼굴에 중의 품위가 푹 익었구먼, 내 옆에 떠나지 말고 지난 이야기나 합시다.”

  어찌 그리 매정하게 자식과 어머니를 쉽게 버릴 수 있었는지 말을 듣고 싶다며 처다 보았다. 만나는 순간부터 반가워 기운을 돋우는 것을 보고 이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하였다.

  고려 왕실 29명 왕비의 일상이 궁금해지는 것은 불현듯 무슨 조화인가. 하였다. 그런 것에 누구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 왕건 건강상태가 보여 지는 자리에 그녀들이 가슴 조이며 걱정할 것이 보인다. 그럼에도 왕건은 쓰러져 가고 있었다.

  “전하 소승의 과거가 뭐 그리 중요 하옵니까. 태왕전하의 업적은 만 천 하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외람되오나 한마디 올려도 되올 런지요.”

  서로 친근하여 이런 기회는 다시는 없을 것을 생각하여 용기를 내어 보았다. 일현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궁금하였다.

  잠시 망설여야 했다. 왕건과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감히 고려왕건 앞에서 자기의 소신을 전하려 하는가. 가슴 두근거리며 어려워해야 할 자리에 생각하고 있었던 계획을 말해야 한다.

  개의치 말고 말해 보라, 무슨 말이든 듣겠다는 왕건의 부드러운 말에도 당연히 떨리고 무서워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러한 마음은 아니었다. “제가 배운 진리를 한양 땅에서 펴볼까 합니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켰다. 다음 말을 기다리는 왕건은 어서 말해 보라는 듯이 웃었다. 이 나라 중심인 고려의 땅에 백성들을 위한 학당이나 배움의 터를 마련하게 된다면 태왕전하의 업적을 기리는 인제 양성에 힘쓰고 싶다. 전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건물을 지어 고려를 아우르는 인제를 길러 고려의 힘을 만 천하에 알리고 부처의 진리를 익혀 나라의 안위를 보호하는 인제가 나오도록 힘을 쓰고 싶습니다. 허락하신다면 후세에 길이 남을 것이고 인간이 백년을 못사는데 역사는 만대를 이어갈 것이기에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여 나라가 부강해 진다고 생각하여 아뢰옵니다. 배워 대대손손 대궐의 인제로 키워 진다면 태왕전하의 업적이 만대에 빛을 발할 것입니다. 소승이 그러한 일을 하지 못한다면 억울하다 하겠습니다. 허락하여 주신다면 대궐의 안위를 책임지고 수호하겠습니다. 왕건의 앞에서 겁도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보니 가슴이 떨린다. 고개가 땅에 닿았다. 왕건의 용안을 바로 처다 볼 수 없다.

  왕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린 시절 동희를 보는 양 기뻐하였다.

  “내 미리부터 너의 재질을 알고 있었지만 그러한 큰 포부를 가진 줄은 몰랐구나. 고맙고 고마운 생각이라 내 그리 하도록 할 것이다. 중히 생각한 곳이 있으면 말하라.”

  일현은 깊은 한숨을 삼키고 고개를 들었다. 왕건은 그 즉시 필목을 챙겨오라 하여 직접 어의로 작성하였다. 왕건은 그 문서에서 마지막 왕권을 행하게 되는 것이다.

  붓놀림이 힘이 있었다. 천하의 영웅 왕건이 자신의 신변에 일어나는 죽음의 그림자를 왜 모를 것인가. 그러나 그 순간에 붓끝이 힘이 솟는다. 그리고 혹여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라 내시에게 임금의 자리를 내어준 고려 제 2대왕 혜종을 들라 일렀다. 자신이 죽더라도 일현의 의견이 이행되기를 바라는 굳건한 조약으로 자신의 필적과 고려의 임금의 도장을 찍어 두어야 그 약속을 지키는 위엄의 증표가 될 것이기에 명을 내렸다. 전갈을 받은 혜종은 단걸음에 왕건의 처소로 달려왔다.

  “아바마마, 옥새는 어디에 쓰시려고 청하셨습니까.”

  “혜종은 들으라.”

  내 앞에 이 사람은 지금은 중의 모습이지만 내가 삼국을 통일할 시기에 나를 도와 큰일을 해낸 강원도 명주관아를 책임졌던 아찬의 벼슬을 하였던 김동희 대감이다. 강원도는 신라시대의 독자적 왕권을 가지고 있던 김주원의 고을이었다. 3대에 걸쳐 왕의 권세로 다스리던 하슬라 고을에 새롭게 고려를 안식 시키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던 사람이다. 새 고려를 인정하지 않는 무리들을 교화하여 고려창건에 큰 믿음을 주었다. 이 사람을 만나 너무 기쁘구나. 그러기에 선물을 내릴까하여 임금을 불렀다. 일현을 대사로 칭하고 그에 대한 예우를 부탁하려 한다. 이 세상에 내가 없더라도 일현 대사가 하고자하는 일을 도우라. 왕건은 하얀 백지에 써 내려간 글씨를 혜종임금에게 보여 주었다. 그리고 아래 부분에 옥새를 찍으라고 하였다. 혜종임금이 다 읽고 흡족하여 고개를 숙였다. 일현은 고개를 들어 왕건을 우러러보았다. 새 왕이 기쁨을 표현하여 동조하는 것은 더없는 충직의 표현이다.

  “내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일현 대사를 왕실의 기둥으로 삼아라.”

  대사라니! 대사라는 명칭을 고려왕건이 직접 부쳐주었다.

  “전하 대사라니요. 소승은 부족함이 만사온데 어명을 거두어 주십시오.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왕실의 안위를 위해 몸을 다 바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한 것은 사실이오나 대사의 명칭은 거두어 주소서.”

  태조 왕건은 부당함을 아뢰는 마음을 일침으로 명령하였다. 그 힘에 자리를 고처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처음 대하는 혜종에게도 예의를 표했다. 그 어렵고 어려운 자리에서 소신을 또렷이 아뢰었으니 가슴 뛰는 일이다. 그만큼 당당한 기계가 몸에 배여 있었기 때문이다. 당황하지 않고 그 상황에서도 할 말을 잊지 않고 했다는 자신에게 가슴을 쓸어 내렸다. 사심이 없는 이상 태왕의 마음에 믿음을 주었던 것이다. 어느 곳이든 땅의 넓이는 일현에게 맡겨 몇 평이든 일현이 원하는 대로 집을 지을 때 까지 인력을 조달하여 불편함이 없도록 하라는 엄명이 문서 안에 들어 있었다. 혜종임금에게도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했다. 고개를 조아리는 일현의 모습을 미소로 바라보던 혜종임금이 한마디 덧 부친다.

  “대 학자 최치원의 자손이라지.”

  왕건의 가슴에 미향의 모습이 있었다. 최치원과 미향은 어찌 만났던가. 궁금하였지만 백을 가진 사람이 하나를 더 갖고 싶어 한다는 여인에 대한 욕망은 곧 쓰러질 순간에도 몸속에서 정복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기에 그렇다. 삼국통일을 위해 가는 곳마다 여인을 취했다? 그것이 남자의 욕망이고 힘이다. 그러한 욕망은 전장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어려운 고비를 넘을 때 마다 해결해 주었다고 한다. 그 이론에 반격의 제의를 이미 하고 있다면 어떤 반응을 취할까. 그러한 과욕은 여인으로 하여금 전쟁의 불안과 공포를 덜어내기 위한 재충전의 기회로 삼았던 것이라는데 있다.

  “사내는 여인에 의해 존재한다네. 한 여인을 취할 때마다 힘의 원동력이 되었지.”

  “후세의 여인들이 태왕전하를 어떻게 평가할지 염려 되옵니다.”

  시대에 맞는 영웅이 나온다고 했던가. 영웅은 영웅으로 인정하는 것이 시대에 맞고 다른 이론을 결부시킨다면 힘을 얻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짐의 명이 여기까지 라면 북방의 기를 꺾을 미래 세대는 다시 또 없을 것이야. 태조 왕건은 오래 자리에 앉아 있었다며 잠시 누울 것을 청하여 내시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부축하여 자리에 눕혔다. 그리고 일현에게 쉴 수 있는 방을 마련해주고 먹을 것을 차려 시장하지 않도록 하라는 명을 내렸다.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행자는 일현을 보더니 구세주라도 만난 것인가 한숨을 토해냈다. 내시가 사람을 불러 일현 대사의 방을 안내하라는 말에 행자는 놀랐다. 임금께서 큰스님을 대사로 직함을 올려놓았구나.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 떨지 말고 의젓하게 따라오너라.”

  놀라 처다 보는 행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는 것을 보니 안쓰러워 한마디 했다. 일현의 가벼운 발길을 따라 행자도 기분이 좋아졌다.

  무엇이든 도와준다는 수인이의 말에 웃음으로 답했는데 새로운 계획이 세워졌다. 젊은 인재를 양성할 일을 생각하니 꿈에 부풀었다.

  강원도 하슬라에서 북쪽에 있는 내천의 물길이 장마철을 만나면 수많은 수재민이 발생하여 해마다 어렵게 공통 속에 산다는 것을 알고 동희는 북쪽의 물길을 남쪽으로 돌리는 기발한 생각을 하여 하슬라 백성을 물난리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백성이 다시는 수재를 격지 않도록 오계년 계획을 세워 저수지를 파고 강의 넓이를 측정하여 둑을 쌓아 수재를 막았던 일이며, 어머니 미향이 임영관 99칸을 지어 하슬라 백성들에게 돌려 준 일은 얼마나 배포가 큰 결단이었나. 어머니가 아이들의 등불이 되라는 굳은 의지로 남겨준 임영관 99칸은 태조 왕건도 시찰차 나온 강원도 행차에서 집 짖는 미향의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던 것이다.

  임금 앞에서 마음을 조여 말을 더듬지도 않았다. 어느 안전이라고 그리 당당할 수 있었단 말인가. 이제부터 설계를 차곡차곡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방은 넓고 깨끗했다. 가지고 온 보따리가 없으니 마음 또한 홀가분하여 기분이 좋았다. 음식이 들어왔다. 혼자 왔었다면 적적하였을 것을 옆에 행자가 있는 것이 좋았다. 행자는 불안했던 마음을 풀고 연신 싱글벙글 어린애 얼굴이다.

  “일현 대사님!” 행자가 큰소리로 부른다. 그냥 빙긋이 웃어야만 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잠시 잊고 궁궐의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대궐에서 첫 밤을 지나고 마음을 정리하여 앉았다. 연차의 은은한 향이 방안 가득 돌아 코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어디서 나는 향일까? 정신이 맑아 안으로 깊이 숨을 마신다. 궁궐 안의 세상은 어떠한가, 밖으로 나가려 일어났다.

 

  나는 평소 아무것도 안인 것이 우주를 말했었다. 그 방대한 우주가 내 안에 있다고 내가 우주라 하였다. 얼마나 가소로운 발상인가. 우주가 애 이름도 아니고 툭하면 나는 우주다. 건방을 떨었다. 우주를 정복할 것이다. 믿을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나는 실천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아무튼 그러한 발상으로 과거를 정복했고 현재의 나는 구구인가, 정 검 중이다. 뭐 그리 대단할 것도 무엇이 정복이겠는가, 나의 내면을 정복하는 것이다. 그 내면 속에 철학을 정복하고 인문학을 정복하여 인간의 본질을 정복한다면 곧 우주라는 답을 내 놓을 수 있지 않은가. 내가 부처라는 발상도 체험 속에 들어있다. 우주라는 근본은 내안의 세계가 곧 우주고 부처의 세상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

  주관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은 분명 다르다. 주관적인 것은 작은 집안의 일이고 보편적인 것은 사회 전체의 공동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우리가 있다. 그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세계를 바라본다. 주관이 옳다고 해도 그 옳음은 작은 것이고 대중적이지 않다. 주간에 매몰된 사람은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인간의 삶에는 정답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주간 적인 것에 익숙해 있다. 특히 가족에게 종종 강조한다. 내 말이 옳으니 따르라고 강요한다. 주간적인 관점에 익숙하다보면 듣는 이에 따라 거슬리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인생은 정답이 없다.

  생활이 객관회로에 통하는 사람은 남을 이롭게 하고 편안하게 한다. 나 또한 주관적 관념 속을 탈피하지 못하여 고지식한 사고방식을 강요 할 때도 있다. 그것을 객관회로에 이입 시키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공부의 방향이 고정관념을 분해시키는 우리라든가, 하나 라는 데서 사방으로 혈이 트이는 것은 화두에서 배운다.

  소설을 쓰면서 사방통의 혈이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주라 말하는 집을 지으려 하고 있다.

  1층: 1권은 화엄시를 주춧돌로 하였고,

  2층: 2권은 신라 말에서 고려초기와 현재가 어우러진 구조로 지었고

  3층: 3권은 조선중기와 2018의 세계화를 설계 하였다.

  4층: 4권은 현재나 고려사에 있었던 인간과 성에 대한 특성 구조를 조명하여 잘못된 점을 신의 역역에 이입시켜 가름하여 보았다.

  소설은 전체의 맥을 보는 것이 옳다. 어떻게 썼는가, 가 중요하지 않은가.

  하루가 달라지는 세상 속에 살면서 인간의 정서가 급속도로 말라가는 것에 속수무책으로 기계화에 의지하는 나약한 심성을 이제는 어쩌지 못한다. 어른과 아이가 길거리에서 기계와 소통하며 걸어간다. 길바닥에 쇠 부치 냄새가 바란 하늘과 풀냄새를 걷어드린다. 그러한 매 마른 세상사에 생뚱맞게도 전생 론을 들고 나와 삼생을 살았다는 주인공의 삶을 어렵게 발굴하여 작업을 실행하고 있다. 현재와 과거를 연재하면서 독자에게 이해시킨다는 면에서 반복되는 언어를 써야 한다.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로 이입시키는 일이어서 현재에서 과거로 들어가는 것도 어렵지만 과거를 재생시키는 일이 쉽지 않다. 역사의 가상 인물인가. 하는 데 안으로 반문해 들어가 보면 사랑을 하고 그럴듯한 언어들이 제자리를 찾아 한권의 책이 엮어 진다. 그 인물에 맞은 언어를 표출하여 연재하여야 진정성을 담을 수 있는 힘을 얻는 다는 것이다.

  진정한 마음은 사랑이 깊기 때문이다. 진실한 언어는 바른 마음이다. 과거 친한 이에게 써 먹었던 말이 있다.

  “빌어먹을 소가지가 바늘구멍에 라도 들어가겠네. 소갈머리가 저래가지고 먼 정에 쓰겠나. 호랑이 물어갈 인사야!”

  한 시절 누더기 옷을 걸치고 살았어도 큰소리치며 마음대로 욕지거리를 했었다. 그러한 정이 담긴 핀잔으로 속을 넓게 써야한다는 친한 사람에게 했던 정담이다. 그런 정담을 해주는 사람이 지금은 없다. 정담석인 말 한마디가 잊혀 져 가는 세상의 기운이 무섭다. 바늘구멍에 들어갈 소갈 머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사회를 대변하는 모두가 교육자이고 자신을 설계하여 풍요롭게 살아가는 세상에 살고 있는 데도 말이다. 다 지식인이다. 그 지성인이 사회를 주도하는 시대가 되었다. 미담으로 가끔은 주위가 훈훈한 시민의 용감성이 사회를 놀랍게도 할 때가 있다.

  집집마다 유치원 끝나는 시간이 되면 컴퓨터 앞이나 TV 앞에서 물러나 있어야 한다. 이제 겨우 일곱 살 먹은 손자가 들어오면 게임하는 자리를 비워 주기 위해서다. 뉴스에서 일곱 살짜리 사내아이가 운전을 하다 자동차 10대를 충돌하여 대형 사고를 냈다고 했다. 한 아이도 아니고 일곱 살짜리 두 명이나 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들의 호기심과 빠르게 진화 하는 머리는 부모들이 어떻게 감당해야하며 어떻게 교육 시켜 나갈지 어른들은 깊은 책임이 따른다. 세상은 그들의 머리회전을 대비하고 있는가. 그들이 나아가야하는 진로의 길을 감당할 준비는 되어 있는가, 모두의 관심거리다.

  하루의 일을 반성하며 자신의 욕구에 대한 자세가 옳았는지, 자신의 내 면 속에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관찰해 걸러낼 수 있는 자라야 철학을 말할 수 있다. 실수를 한 것에 대한 근본을 찾아 성찰하고 그 실수에 대한 잘못을 채찍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다른 곳에서 찾지 말고 내 안에서 찾아보는 것이다.

  그 어떤 마음의 충동으로 나쁜 일에 가담하게 되어 그것이 반복된다면 범죄자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한 때가 된다면 벗어나기 힘들어 진다. 그러한 마음이 일어나는 순간 채찍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면, 그 강한 충동을 이겨내는 승리자가 된다면 마음을 항복받는 영웅이 되는 것이다.

  그 무엇이 살인을 하게하고 강간을 하게하고 도둑질을 강요한다면 그 마음에 동조하는 순간 벌을 받아야 한다.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없다. 자신과 잘못된 것에 마음과 대화를 하라. 그럼에도 일어나는 충동을 이길 수 없다면 공격하라. 처절하게 공격하라. 욕이든 설명이든 그 마음을 소멸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 한 번의 충동을 이겨 냈다면 두 번 째는 수월하다. 도둑과 범죄가 되는 것은 한 순간이다. 스스로 불신하지 못한 마음을 동조했기 때문이다. 나쁜 일에 동조하지 말라. 마음을 주도하는 범죄자의 머리는 천재다. 그 계획에 넘어가지 말라. 행동으로 옮기려 할 때 물 한 컵을 깊이 마셔보면 그 순간을 면할 수 있다. 마음과 행동은 일치하기에 그 힘을 분산 기키는 것에 한 컵의 물이 대단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마음에서 과열하게 잃어나는 행동을 차단하는 관찰법이다. 무엇이, (‘이 뭣 꼬, 이, 뭣, 꼬,) 는 범죄를 주동하는 것에 반발하여 분산시키는 곧 ’화두‘다. 화두의 좋은 기운은 우주의 나쁜 기운을 분해시킨다. 누구나 나쁜 에너지와 좋은 에너지를 공유하게 된다. 그 에너지는 공평하다.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주어진다.

  경험은 실험 담이다.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 그러 하다고 여기면 정답일 것이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평생을 속아 살았으면서도 속는 줄 모르고 살다가 죽어가는 것이 인간의 삶 자체이다. 분명한 것은 안으로의 관찰 본능을 키워 가려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잘못된 습관을 한 번이라도 의심하고 관찰하여 보았는가. 그런 능력을 가추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은 최고의 삶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무엇이든 넘치면 피해를 본다는 것은 진리다. 건강하게 살고 싶으면 자신의 몸을 적당히 무시하는 것도 건강의 비결이다. 옛 사람들은 그런 삶을 살았다.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무시하며 살아간다면 모든 병의 침투에도 면역을 키우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돈이 너무 많은 세상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면역성을 키워 줄 것인가, 나약함을 물려 줄 것인가. 인간은 무한의 에너지를 공유하지만 좋은 것에 고맙다는 마음을 가지지 못한다.

 

  한 순간인 것 같은 치열했던 삶이 지나간다. 삼국통일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전쟁의 기억도 현장의 생생함도 빛났던 인생도 죽음 앞에 허물어져가는 순간 태조 왕건은 눈을 뜨지 못한다. 어느 곳에서 어떤 전쟁을 하였고 어느 곳에서 통쾌하였고, 하였던 기억을 남기고 떠나려 한다. 그러나 30명이 넘는 자식에 대한 기억과 29명에 대한 부인에 대한 추억은 전쟁처럼 생생할 수가 없다. 그 자식의 수가 너무 많아 하나하나 얼굴을 다 떠 올린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누구를 더 사랑하고 덜 사랑하는지를 마음에 두지도 못했을 것이다. 왕비들 사이에도 자식을 두고 대립의 눈총을 세워야 하는 현실에 올바른 자식교육이 진행 되었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 하겠는가, 자식에 대한 욕심은 어미라면 같을 것이기에 그 투쟁과 시기 질투는 누가 더하고 누가 덜 하다고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일현은 대궐 안 이곳저곳을 산책하면서 대궐의 기운을 염여 하였다. 왕건이 없는 세상 고려의 왕손들이 역사를 만들어 가는데 순탄의 길에서 영원할 것인가, 자식들에게 배경을 제공해준 왕건은 죽음 앞에서 그들의 마음을 한번 헤아려 생각해 보았을까. 태조 왕건은 사후에 여인을 탐한 죄업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죽음 앞에서 생각이나 한번 하였을 것인가.

  궁궐 뜰을 거닐며 그러한 생각에 몰두 하였다. 세상이야 정해진 대로 흘러갈 것이기에 미리 앞서갈 필요는 없는 것이 지만 금 새 닥쳐 올 궁궐의 분위기가 무서워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정지시켰다.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무렵 왕건의 내시가 전갈을 가지고 왔다.

  “대사님, 태왕전하께서 드시라는 명을 받고 왔습니다.”

  내시를 따라 들어갔다. 어제의 태조가 아니었다. 그리 활달하게 웃던 모습이 아니었다. 일현을 보는 순간 옆에 가까이 오라는 손짓에 태조 옆에 앉았다.

  “전하, 어디가 많이 불편하시옵니까?”

  태조가 누어있는 가까이까지 안내를 받고 앉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태왕의 손을 잡았다. 일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아직 왕비와 왕자, 옹주들은 보이지 않았다. 태조의 부탁으로 일현만 들라 하였다고 내시가 말했다. 일현의 손을 잡고 누워있던 태조가 일어나기를 청했다. 그 즉시 내시가 달려와 일으켜 자리에 앉혔다.

  “대사, 내 명이 다 한가 보오.”

  “태왕전하 어인 말씀을 마음을 고정하시어 옥체를 살피옵소서. “

  일현은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없이 태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먼 곳을 바라보듯 지나간 날들을 회상하는 것 같았다. 태조의 손을 꼭 쥐고 앉아 ‘마음을 편히 가지십시오. 이 세상에 전하가 안 계신다 해도 고려는 영원할 것입니다.’ 마음과의 대화였다. 왕건은 일현을 의지하는 것 같았다. 고려에는 수많은 고승들이 있을 것이다. 고려를 위해 밤낮으로 기도하는 고승들을 부르지 않고 한낮 이름도 없는 일현을 부른 것은 무슨 영문일까. 그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일현은 왕과 단둘이 앉아 있는 것이다.

  권력에 대한 욕심이 있다든가, 대궐에 남아 권세를 받을 생각도 없다. 그럼에도 왕건은 마지막 가는 길에 일현을 의지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인가 참고 있었던 말을 하려는지 일현을 처다 보았다. ‘고려를 수호하는 인제를 키울 것입니다. 고려가 영원하도록 부처의 이름으로 수호 하겠습니다. 마음을 놓으십시오.’ 왕건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무슨 말이든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노치 못하고 있는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두 손을 잡고 있었다. 마음에 있는 말을 들어보고 싶었다. 눈을 감았다. 거칠어가던 숨소리가 가늘어 진다. 그리 급작스럽게 왕건의 마지막이 다가 올 줄은 몰랐다. 그리도 기강이 있어 보였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왕건과 함께 할 것을 소원 하였다. 죽든지 살든지 이미 왕건과 한 몸이 되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왕건이 가야할 하늘 길을 열어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한 번도 시도해 보지 못했던 일을 내 영역에서 다루어 경험해 보기로 무서운 결정을 하였다. 죽음 앞에서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변하는 건가. 나와 태조는 하나의 마음이 되어 하늘 길에 오르고 있었다. 이제 사람도 아닌 망자의 길에서 어디로 가야하나. 망자가 된 천하의 영웅이 내 손을 꼭 잡고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생사의 길에서 떨고 있을 때 하늘이 열렸다. 오색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아름다웠다. 세상에 오기 전 이 영웅은 무엇으로 살았을까.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 나는 그의 정체가 궁금해 졌다. 오색구름이 하늘을 둘러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생사를 넘어 사의 길에 완연히 안착 하였다. 오색구름에 둘러싸인 그와 내가 방향을 읽고 서로 의지하고 있을 때 오색구름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 길을 따라 자신들도 모르게 걸어가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오색구름 속에 싸인 순간, 하늘 세상에도 미투에 대한 심판이 있을까. 하늘이 모를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상은 하늘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음악은 점점 은은하게 멀어져 갔다. 얼마를 걸어갔는지 시간은 얼마나 흘러갔는지 알 수 없었다. 하늘의 심판으로 망자의 가는 길이 정해진다.

  ‘내가 죽은 건가?’

  불안하다거나, 겁이 난다거나 하는 마음은 아니었다. 그도 그런 편안한 마음인 것 같았다. 붕 떠 있는 가벼움을 느낄 수 있었다. 아득히 눈에 들어오는 물체가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자 붉은 쇠기둥으로 높이 세워진 물체가 가까이 있었다. 정신이 맑은 나는 하늘 세상에 온 것을 알았다. 모든 것을 학인하고 기록하리라 마음먹었다. 어디서 벽락 치는 소리로 하늘을 울렸다.

  “망자의 손을 놓아라!”

  꽉 잡은 왕건의 손을 놓으라는 것이다. 땀으로 젖어 있던 손이 풀리면서 왕건의 마음이 흔들린다. “손을 놓아라! 산자와 죽은 자가 이곳에 들어 왔지만 산자는 산자에 대한 법칙이 있고 죽은 자는 망자의 이름으로 염라국의 법칙에 따름이 있음이다! 하늘의 지엄함을 설명하여 망자와 동행한 산자에 대한 일침으로 울림 장을 놓았던 것이다.

  “망자는 머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어라.”

  나는 뒤로 한 발 물러나 서 있었다. 천하의 영웅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체 그 소리에 떨며 하라는 대로 하고 있었다.

  “망자는 여기가 어디인지 아느냐?”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그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울먹이고 있었다. 천하 영웅으로 살았던 망자가 하고 있는 모습을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모릅니다.”

  “이곳은 염라왕국이니라.”

  죽은 자를 심판하는 곳이다. 세상의 나이 67년 살아오는 동안의 죄목을 낯 낯이 기록한 것이니 망자는 이 거울을 보아라. 그 순간 나는 한발 앞으로 나아가 염라대왕 앞에 섰다.

  “염라대왕이시여, 이 망자는 땅의 세계에서 열사람이라면 다 우러러 보는 왕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떠하다는 말이냐.”

  “하늘세상의 법도가 아무리 엄하다 하여도 이 망자의 업적을 제가 증명하오니 어떠한 잘못이 있더라도 참작하여 주소서“

  어느 사이에 땅으로 내려앉은 몸이 되었고 하늘처럼 올려다 보이는 염라대왕은 상상해 볼 수 없었던 모습으로 높은 곳에 앉아 나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대는 땅의 세상 법도대로 말을 하려 하지만 하늘의 법도는 그리 간단하지가 안느니, 하나의 오차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는 걸 그대도 알고 있을 터.”

  염라대왕이 뭐라 해도 망자를 따라온 이상 망자를 법정에 세울 수는 없다고 강력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머리에 스치는 망자의 과거를 둘러보아도 다른 것은 몰라도 인간의 생명을 개, 돼지만도 못하게 전쟁에 몰아 무수히 목숨을 빼앗은 것에 대한 변론은 할 수가 업게 되었다는 강한 불안감이 있었다. 두 사람 앞에 놓여 진 집채만 한 거울 속에는 전쟁으로 인해 죽어간 처참한 광경이 차례로 비춰 지고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망자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염라대왕을 똑바로 올려다보고는,

  “저는 그 의무를 다한 것뿐입니다.”

  모든 것이 하늘의 명을 받고 행했을 뿐이라고 숙이고 있던 머리를 꼿꼿하게 쳐들고 말했다. 나는 놀랐다. 기백이 살이 있구나. 했다. 그러나 하늘세상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염라대왕이 큰 소리로 호통을 치며 탁자를 세 번 두드렸다.

  “그 입 다치 거라!”

  여기가 어디라고 고개를 들고 대어 드느냐. 하늘에 법도가 엄연히 엄하거늘 아무리 하늘 사람이었다 해도 땅의 세상에서 죄를 많이 지었기에 너의 죄업이 쇠 부치 보다 무거워 하늘이 꺼질 지경이다. 하늘의 법도를 어기고 여인들을 농락한 죄만도 너는 심판의 대상이 무거울 것이므로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고 감옥에 들어가 자숙하며 죄를 뉘 우치 거라. 그 말이 떨어지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머리에 뿌리가 달린 검은 제복의 군사가 망자를 끌고 사라진다. 어디로 끌고 가는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따라가지를 못했다.

  왕건 손에서 힘이 솟는다. 순간 꿈을 꾸었는지 일현은 눈을 번쩍 떴다. 방 주위에는 어느새 들어 왔는지 눈물을 훔치며 쿨적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태조대왕의 직계가족이 빈틈없이 서열대로 앉았는지 오는 대로 앉아 있는지 빼곡히 방안을 메우고 있었다.

  일현과 왕건이 손을 꼭 잡고 아무런 기척도 없이 앉아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이미 저세상으로 갔는가,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큰소리로 울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눈을 떠 사방을 둘러보니 그들은 이미 모든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무엇을 말하랴, 살아있는 자들이 해결해 나가야 하는 일이기에 눈을 감고 입을 다물었다. 대왕은 눈을 감은 채 일현의 손을 꼭 쥐고 놓아 주지를 않았다. 아직은 목숨이 끊어지지를 않아서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것이다. 왕건과 계속 마음의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일현, 나의 손을 놓아서는 아니 됩니다.’

  내 죄가 하늘을 찌르듯 그리 무거운 줄 몰랐소. 염라대왕 앞에서 주제도 모르고 대어 들었지, 죄를 면하기는 어렵게 되었소.’

  ‘태왕전하 염여 하지 마소서, 전하의 업적은 소승이 꼭 회복 시켜 드릴 것입니다. 땅의 세상에서 태왕전하가 부처를 섬긴 마음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공적은 하늘세상에서도 마음대로 죄를 물을 자격이 없습니다. 그것을 이제 제가 입증하여 태왕전하의 업적에 누가 되지 않기를 적극 변론 하겠습니다. 마음을 편히 하시고 정신을 차려 저 많은 눈망울들이 태왕전하와의 이별을 슬퍼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말씀이라도 저들을 안심시키고 세세생생 남을 말씀을 전하십시오.’

  왕건은 잠시 꿈을 꾸었는지 염라왕의 호통에 알 수없는 불안이 엄습해 왔다. 일현의 말에 마음이 안정이 되었다. 하늘 세상에 함께 갈 일현이 너무나 고맙고 고마웠다. 그런 마음을 짐작하고 태왕의 손을 놓고 자리에서 물러나 앉았다. 왕건은 눈을 크게 뜨고 일어나려고 하였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일현이 주욱 지켜보고 있는 왕가에 일렀다. 왕손들은 태왕전하를 알현하라고, 어찌 하여야 할지 순서를 잡지 못했던 혜종임금은 첫 번째로 30명이 넘는 왕손에게 차례로 작별의 인사를 하라는 손짓을 하였다. 그러자 한꺼번에 모두일어나 우루륵 달려가려던 마음을 접고 차례대로 가서 손을 잡고 인사를 하였다. 부인의 수만 해도 많은데 왕건의 핏줄이 누가누군지 서로 얼굴도 모르면서 하라는 대로 일어나 처음으로 보는 아버지얼굴을 보는 자식도 있었으리라, 무슨 정이 있었겠는가. 어머니로부터 귀에 덖지가 않도록 들었던 말 밖에

  “너는 고려의 왕자다. 또는 너는 고려의 공주이다.”

  말로만 귀에 쟁쟁하였던 아바마마에 대한 그리움이 그들의 가슴을 슬프게 하였다.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핏줄을 왕건은 그저 묵묵 부담으로 인사를 받고 있다. 이미 정신은 하늘 세상에 가 있는 상태라 아무런 슬픔의 감각은 없었다. 눈을 뜨고 있으니 살아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염라대왕이 정해준 감옥에 갇혀 꼼짝을 못하고 있는 상태를 일현 외에 아무도 몰랐다.

  고려 왕실에서는 일현이란 인물이 순식간에 극대화 되었다. 이미 왕건의 시대는 갔다. 어찌하면 새로운 왕에게 잘 보여 목숨을 부지 할 것인가, 왕비는 아들을 지켜야 했고, 왕자들은 마음을 조여야하는 일만 남았다.

  왕건은 하루 내 마지막 인사를 받느라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를 꼬박 그렇게 보내고 고려를 세우고 북방을 넓혀 강대국으로 위상을 높였던 고려의 영웅이 눈을 감았다. 아무런 후예도 없는 얼굴로 편안하게 숨을 거두었다. 그들에게 왕의 승하를 알렸다. 모두들 대궐이 떠나가도록 통곡을 하였다. 갑자기 하늘에 검은 구름이 일더니 장대같은 비가 쏘다지기 시작하였다. 나라 전체에 왕건 죽음의 소식이 전해지자 백성들은 땅을 치며 엎드려 통곡하였다.

  북방 오랑캐들은 왕건에게 항복하여 고려의 백성으로 귀하 하여 살았는데 왕건의 승하 했다는 궁궐의 파발에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땅을 내어주고 강제로 고려의 백성이 된 오랑캐들은 왕건의 죽음은 새로운 침략의 계기를 삼는다는 마음으로 침묵을 지켰다. 왕실의 슬픔은 물 런이고 온 세상이 하늘이 무너지는 서러움에 산 천 초목도 술렁거렸다. 하늘마저 천둥번개로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그러하니 다시는 또 못 볼 왕에 대한 그리움은 왕실에서나 백성들 마음에서나 할 일이라고는 통곡을 하고 땅을 치는 일뿐이다. 손살이 풀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새 임금이 왕건과 같은 선왕이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일현의 정신은 맑았다. 큰일을 앞에 두고 정신 줄을 놓고 있을 수 없어 다음 일 처리를 깨우쳐 주기위해 일사 철리로 순서를 정하여 슬픔 보다 다급한 것이 먼저 성전을 차려 왕건의 죽음에 대한 예우를 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 하였다. 고려의 대신들은 거의가 전쟁에서 물이 녹은 장수들이었다. 한 시대를 왕건과 같이 하였던 지주들은 왕건의 죽음에 아무런 힘도 보탤 수 없어 맥을 놓고 앉아 있었다. 고려를 두 번째 책임질 혜종도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지를 몰라 우선 왕건이 죽는 순간까지 의지하여 옆에 두었던 일현을 의지하기로 하였다.

  대궐에 그만한 인물이 왜 없을까, 모두 뒤로 하고 일현이 성전을 차릴 수 있게 일임하였다. 대궐의 체계적인 것도 모르고 더욱이 고려 임금인 왕건의 장례 절차를 어찌 알 것인가. 하여 일현은 부처님 힘에 의지하여 마음 가는대로 일 처리는 해 나갔다.

  개국공신의 장수들이 다른 일 같았으면 앞장서 모든 일을 처리하였겠지만 아무도 일현의 일에 토를 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사후의 일에 대한 다른 준비가 더 복잡하여 나서지 않았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 생각했다.

  강원도 하슬라에서 기존의 물줄기를 바꾸어 당대의 기술을 발휘하였던 때를 생각했다. 대궐의 일도 그러한 마음으로 임해 보기로 하였다. 왕건이 안치될 묘 자리도 일현이 정하기로 하였다. 풍수지리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모든 것이 마음에서 지혜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경험한지 오래 되었다. 마음 가는대로 하리라.

  왕건과 하늘나라에 갔다 온 이상 사십구일 동안 망자의 재판을 변론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그 준비를 게을리 할 수가 없다. 성전을 떠나지 않았다. 모든 일들은 순서대로 진행되고 있으리라. 첫 칠일에 변론할 것은 이미 정해졌다. 망자가 된 왕건은 이미 고려의 왕이 아니었다.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이 아우성으로 대궐을 장악하고 있었다. 폭우가 쏟아져 넘치듯 달려드는 그 처절하고 처참한 소리는 정말 감당하기 어렵고 무서워 무릎을 꿇고 부처님께 기도하였다.

  “부처님 이들을 도와주십시오. 저들의 마음을 어찌 다스려야 하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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