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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은 수영을 심문했다. 그 겁 많은 기색으로 도현의 심문을 답해주었다. 외부 수사관들은 수영을 이변자로 단정하고, 능력을 써보란 했지만 당연히 쓸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네가 이변자가 아니니까, 능력을 쓸 수 없다는 거지?”
“저는 이변자가 아니예요.”
“그러면 편의점의 그 사건도 네가 한 짓이 아니라는 거니?”
“그 일은…….”
“솔직하게 말해주렴. 주위의 사람들은 너를 이변자로 단정하고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단다. 분명 너 말고도, 여인숙에 한 명 더 있었지?”
수영은 아무 말을 안 했다.
도현은 이를 분명하게 확신했다. 창 너머로 지켜보고 있는 다른 두 사람도 그러했다.
도현은 묵묵히 창호에게 위치를 전달 받으며 쫓아갔다. 건물 사이사이마다 골목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러나 창호의 보고대로 길을 찾아가며 쫓아가니 안 보이던 뒷모습은 단 몇 걸음만으로 쉽게 포착할 수 있었다.
여느 형사들이 창호처럼 지도를 모두 기억한다면 분명 도주 경로를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정양은 이 점을 파악하여, 도주 시 곧바로 추적할 요량이었다. 그래서 창호에게 주변 지리를 표시한 지도를 기억하게 하고 외부 형사들과 대동하여 안의 인물들을 확인하게 했다.
문이 열리자 창호는 자신의 의혹이 타당했다고 알아챘다. 저 수영의 근처 탁자에는 물 따른 컵이 왼손으로 위치했다. 창문은 바람이 세차게 들어 올 정도로 열려 있었다. 외부 형사들은 그 점을 알아채지 못하고 오직 수영에게만 집중했다.
기회는 분명했다. 주변 지리는 그리 복잡하게 얽힌 곳이 아니었고, 충분히 따라잡으면 체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필 간과했던 하나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여 실패해버렸다.
도현은 대로변으로 유도하기 위하여 그 반대 방향으로 가 압박해갔다. 전술이 통했는지 대로변으로 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정양이 골목을 막고서 도현이 포위하기를 준비했다. 도현은 작전대로 흘러가니 염두를 하지 못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 알 길 모르던 위화감은 도현 혼자 자체적으로 풀어내지 못했다. 정양이 공중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도와주었다.
도현은 곧바로 범인 쫓아가는 대신 정양을 쫓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범인 곧바로 차도를 거침없이 넘어 도주했다.
세 사람은 확신했다. 수영은 우선 이변자가 아니었다.
“우선 어머님에게 제가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창호가 그리 꺼내자 정양은 회의적이었다.
“시기상 좋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연락을 안 할 수는 없잖습니까. 신문에서는 이변자라 떠들고 있지만, 아직 수사 발표도 안 난 낭설에 불과한 말들뿐이에요. 적어도 어머님만큼은 자식을 믿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알았다.”
창호는 연락하기 위하여 심문실에서 나갔다.
정양실은 창호가 나간 모습을 보고는 다시 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수영아, 우리들이 네 누명을 벗기려면 우선 진성의 행방을 알아야 돼. 그러니 제발 알려 줄 수 없을까?”
“어차피 이미 제가 이변자로 찍혔는데, 그게 되겠나요?”
도현은 대답하기를 앞서 이미 다 생각을 해둔 상태였다. 아마 모조리 다 해명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미 퍼져나간 정보들을 다시 수습하기는 고단했다. 현재 의심의 미학을 열광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아직 수사 발표도 나지도 않았단다. 아직 그리 생각하기는 일러. 그리고 난 네가 능력을 쓸 수 없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어. 너하고 같이 있던 그 진성이라는 아이가 가장 의심돼. 그러니 알려 줄 수 없겠니? 얼른 이변자를 체포해야 돼. 사람들이 불안에 떨고 있어”
“진성이도 그랬어요.”
“뭐?”
“진성이도 늘 불안에 떨었다고요. 자기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를 모르겠다고.”
도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기고만장하게 굴 줄 알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도현은 제 예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니? 그럼 자수하면 그래도 심정적으로 괜찮았지 않았을까? 그러면 지금보다는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는데.”
“글쎄요, 모르겠어요……. 자기 얘기로는 그냥 감옥에 가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같다고 하더라고요.”
실로 정확했다. 이변자인 만큼 다른 소년범과 다르게 특별 관리를 받게 될 것이었다.
“알겠다. 이제 다른 얘기로 넘어가자.”
도현은 편의점 사건에 대해 질문했다. 차라리 수영이 나을지도 모를 심부름을 굳이 어째서 진성이가 도맡았는가를 알려고 했다.
“사실, 경찰관들이 제가 범인인 줄 알고 절 잡을 것 같았어요.”
그 점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주로 진성이가 새벽에 편의점으로 나가서 이것저것 사갔어요.”
도현은 진성이 바깥에서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도 모를 불안감은 없냐고 묻자 단호하게 말했다.
“형사님들이야 걔를 몰라서 그러는 거지. 걔는 아무렇게나 난발하지는 않아요.”
“그러면 넌 진성이가 협박해서 같이 있던 것이 아니었니?”
“아니요.”
수영은 단호했다.
“그러면 굳이 같이 있을 필요가 없었잖니? 만일 빠져나갔으면 지금 이럴 필요도 없을 건데.”
“그게……, 그게 마음처럼 쉬운 게 아니었어요.”
아무래도 슬슬 본론으로 진입해야 할 것 같았다. 수영도 이제 어떻게 심문하는지 알았기에 도현은 말했다.
“그렇구나, 알겠다. 미안하지만 이제 좀 민감한 질문을 할 건데, 괜찮겠니?”
수영은 상기된 표정이었지만 본인도 내심 예상한 모양새였다.
“네…….”
“그러면 질문할게. 우선 그때 그 사건 당시에 있었니?”
“그 사건이라뇨?”
“폐건물 안의 그 사건.”
도현은 수영에게서 공기의 떨림을 감지했다. 조금 더 긴장을 풀어주려 했지만 수영은 대답했다.
“예, 저는 그때 맞고 있었어요.”
“용기 내줘서 고마워. 그래서 너는 그 3명의 폭력을 당하고 있었다는 거지?”
“예, 그때 저는 끌려가서 맞았죠.”
“너하고 그 3명만 있지는 않았지?”
도현은 정양의 가설을 수용했다.
수영은 놀라며 대답했다.
“네,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지만 그러기는 했어요.”
“진성이가 언제 나타났니?”
“오고 나서 아마 10분 후였을 거예요.”
“무슨 짓을 했는지 알려 줄 수 있겠니?”
수영은 자기가 맞고 있을 적에 어떠한 소리가 들려왔다고 얘기했다. 아마 처음에는 안 들려서인지, 점차 같은 말을 하는 소리가 커져갔다. 그러자 그 3명은 고개를 돌렸다. 본인도 여유로운 틈을 타 그 3명의 시선을 따라가니 진성이 있었다. 그때 진성의 모습은 흥분한 기색으로 숨 쉬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 3명이 반갑다는 표정이었어요. 아마 예전에 만난 적이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수영은 나중에 진성에게 사정을 들었다. 알고 보니 삼인방은 진성하고 악연이 있었다. 예전에 수영이 학교에 병결이었을 적에, 그 삼인방은 지나가다 진성을 보고 만만하게 보고는 금품을 갈취하고 팼다고 진성이 알려줬다. 그때 그 원한으로 진성은 마음에 품어두었으며 그 기회로 폐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그 3명이 수영을 끌고 가는 모습을 보고 난 뒤, 그 뒤를 따라가 폭력을 자행하는 모습을 보고서 뒤따라온 것이었다.
수영은 처음에는 떨떠름했다. 갑자기 나타나서 자신을 구해줄 것처럼 영웅행세를 해 웃기지도 않는 짓거리라고 생각했다. 도현은 이에 대해서는 이변자의 출몰을 예상하지 않았다는 점을 볼 때, 충분히 우리나라에서는 이변자가 희소했다. 아니면 수영이 현실적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기도 하나, 도현은 그에 그치며 계속 경청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 3명이 진성에게 다가오더라고요. 저는 그때 알짱거리지 말고 도망이나 치라고 했거든요.”
“그랬구나. 그런데 도망은 치지 않은 모양이지?”
“예 맞아요.”
진성은 도망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언가 물리적으로 맞서 싸우려는 기색도 아니었다. 단지 오른손을 미약하게 들고서는, 그 오른손으로 무언가를 일으켰다.
“그때 들렸던 소리가 폭발 같았어요.”
도현은 사건 정황은 그만하면 됐다고 여겼다.
“그래, 그러면 진성은 왜 널 데려간 거야?”
“입막음도 있었고, 제가 잡힐 것 같아서 그랬어요.”
“그러니?”
도현은 맹점을 찌르려는 의도로 준비한 질문들을 꺼냈다.
“혹시 진성이가 무슨 짓을 저지를까봐 같이 있어준 건 아니고?”
“예?”
“진성이는 단순히 너를 입막음하려고 그러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너를 그만큼 믿지 않았니?”
“아니, 믿다니요? 무슨 소리세요?”
“그러면 왜 진성이가 편의점에 다녀오고 나서 빠져나오지 않았니? 진성이가 네 집 주소를 알고 있었니? 설사 그랬다고 치더라도 이미 너희 어머님은 이미 만난 참이란다.”
만일 진성이 작정하고 수영의 집을 침입하려 했다면 정체는 공공연히 광고하는 셈이었다. 도현은 그 점만큼은 진성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진성이는…….”
수영은 입을 닫았다. 도현은 계속 말을 이었다.
“널 잡을 당시에, 우릴 눈치를 채지 못했다고 해서 너까지 위악적일 필요는 없단다.”
그렇게 잠시 동안 아무 말 않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맞아요. 사실 진성과 같이 있으려고……, 그랬던 거기도 해요.”
“또 누굴 해치려 했니?”
수영은 뜸을 들이다 말했다.
“자기 아버지를 죽일 거라고…….”
도현은 놀란 표정이었다. 가만 두고 넘길 수 있는 진술이 아니었다.
“그럼 넌 그걸 말리려고 같이 있어 줬던 거니?”
“예…….”
도현은 이를 대견하게 바라봐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제가 계속 곁에 있던 이유가, 사실 그걸 설득하려 그랬던 거예요. 그걸 일으켜 놓고서 자기는 이제 아버지를 죽이러 갈 거라고…….”
“그래서, 그래서 넌 그걸 말리려고 저 여인숙에 자리를 잡은 거니?”
“제가 찬찬히 생각하자고. 어디 묵을 데가 없으면 저희 집에 하자고 했어요. 근데,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여인숙에 묵게 된 거예요.”
이제 사건 전황은 어느덧 매듭을 지을 시기가 왔다. 도현은 얼른 시간 상 물어보고 나가려 했다.
“혹시 진성이가 능력을 썼을 때, 무슨 손으로 했는지 기억하니?”
“그게 오른손이었을 거예요.”
“능력을 오른손으로만 썼니?”
“그거는 모르겠어요. 제 눈앞에 보인 능력은 그때하고 여인숙 말고는 없었어요.”
“진성이와 그 삼인방하고 거리가 좁았니?”
“거기까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진성이가 나타나자 가까이 다가갔으니. 아마 그럴 거예요.”
“그래 알겠다. 그러면 이제 내가 마지막으로 질문할게. 진성이는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니?”
수영은 주저했다.
“그게……, 저도 모르겠어요. 저 지금 며칠인지 알 수 있나요?”
“아마 네가 잡히고 나서 약 몇 시간 지난 뒤일 거야.”
수영은 짧게 고개를 저었다.
“일단 진성이가 갈 만한 곳은 이제 아무 데도 없어요. 여인숙에 가자고 한 것도 저였으니까요.”
“잠깐만 그러면 진성이가 도망친 건 독단적인 행동이었니?”
“네, 저는 체포하려는 사람들이 오는 줄도 몰랐어요. 진성은 미리 눈치 챈 것 같았고요.”
수영의 도움이 아닌 독단적인 행위로 벌어진 것이었다. 도현은 서운한 감정이 없는지 물었다.
“너는 그 아이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니?”
“창문을 열더니 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는 했어요. 그리고 솔직히, 저라도 그랬 거예요.”
도현은 속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그래, 고맙다.”
심문은 이제 다 끝났다. 곧 있으면 외부에 파견된 수사관들이 심문하러 올 것이다. 지금 알 수 있는 것은 다 알았다.
이제는 진성의 행방을 찾는 일만 남았다. 비록 그 행방은 수영도 모르나 그래도 정보는 웬만큼 다 모일 대로 모였다.
“근데 진성이가 말하는데…….”
도현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자기 능력이 어떻게 나오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