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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이변자
작가 : 에디파
작품등록일 : 2019.10.14

어느 대지에 운석 같은 것이 충돌하여 어느 사람들에게서 이변이 발생했다. 바라건 바라지 않건 그로인해 우발적으로 초자연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이변자들, 그러나 이들은 사람이라는 점과 초자연 능력 여부 외에도 어느 하나 공통점이 없다. 해당 능력과 신체, 외모, 국적 등등 모두 다 달랐다. 이는 결국 어느 누구에게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변자될 수 있다고 방증한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특별한 능력으로 살아가는 이변자들이 사회에 살아가며 벌이는 이야기들.

 
1. 이변자의 일탈 - (3)
작성일 : 19-10-15 15:15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5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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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셋은 모두 청소년 실종 부모의 집으로 향했다.

 

  창호 순경은 긴장됐지만 그와 달리 나머지 두 사람은 무표정한 인상으로 향했다.

 

  세 사람이 그 집 앞에 도착하자 정양은 창호에게 말했다.

 

  “자네 내가 말하는 것들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을 성싶지만, 내 노파심이자 기억이 불완전한 사람으로서 대하는 점을 양해하게나. 내 말은 잘 기억하고 있겠지?”

 

  창호로서는 가히 사족이나 잔소리로 치부해도 좋을 정도로 확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양의 말대로 양해를 구했다.

 

  “네.”

 

  “그래, 알았네. 그러면 도현 경사, 잘 부탁하네. 내가 들어가기에는 세월을 탓해야겠구먼.”

 

  정양은 태만을 일으키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조금 유한 인상을 지닌 도현과 그보다 더 젊은 혈색을 지닌 창호가 가는 편이 낫다는 뜻이었다.

 

  두 사람은 구태여 반발하지 않고 암묵적으로 그 진의를 파악하며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둘은 회색 시멘트가 깔린 딱딱한 바닥에 소리를 내며 걸어갔다.

 

  그러고는 문 앞에 도착한 뒤로는 출입문에 문을 두드렸다. 목소리보다는 나았고 초인종이 없어 이게 최선이었다.

 

  문이 열리고서 늙은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현은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어머님. 연락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그렇게밖에 반응을 못 보인 점에서는 사과를 함과 더불어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여성은 머뭇거리다 겨우 토해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둘은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반지하라 그런지 볕이 많이 들지 않는 공간이었다. 둘은 그나마 넒은 공간인 거실에 앉았다. 여성은 쟁반에 놓여진 각기 다른 컵에 따른 인스턴트 커피를 대접하려 거실의 소탁에 두었다. 둘은 한 모금을 하고서는 다시 쟁반에 두었다.

 

  어색함이 함양된 침묵이 감돌다 도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어머님, 상심이 크시겠지만, 저희들의 수사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자제 분도 찾아드릴 수 있고요.”

 

  소탁 건너에 앉던 여성은 약간 무표정하게 짓다, 도현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전환했다.

 

  “정말 괜찮을까요?”

 

  “아직은 모릅니다. 더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얼른 진화를 나서야 하겠죠.”

 

  여성은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은 자식의 어머니였다. 그 이수영의 엄마라는 역할로 늘 집안에 힘쓰고 있었다.

 

  남편이 먼저 떠나가고 홀로 외동아들을 책임지기 위하여 인근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년 여성 역시 집안을 위해 집안에 관심을 쏟지 못하는 역설에 속한 가장이었다.

 

  현재 공장에 일하는 노동자가 아닌, 자식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어머니로 탈바꿈한 지도 어언 사흘이 지나갔다.

 

  여성은 조바심이 났다. 사건이 터질 당시에 자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오직 심증뿐이었으나 심증이 길면 불현 듯 확증으로 착각하는 사단이 일어났다.

 

  그러던 와중에 도현 형사가 찾아와 수사에 협조를 구하면서 물었다. 이수영이가 혹시 집에 있냐는 질문이었다. 혹시 몰라 아직 밖에 볼 일이 있다고 둘러댔지만 불안은 그 기점으로 증폭되었다.

 

  “늘 걱정돼요. 정말로 수영이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서…….”

 

  “어머님, 아직 범인으로 확정되지 않았으니 안심하세요. 그저 용의 선상에 오르는 정도로 그칠 일일지도 모르잖습니까.”

 

  도현은 애써 달랬지만, 창호는 차마 그리 말하기가 힘들었다. 정말로 자기 자식이 사람을 죽였다는 소식만큼 억장 무너지는 말은 없었다.

 

  도현은 수사를 위하여 질문을 서둘렀다.

 

  “우선 수영이에게 어떤 조짐 같은 게 없었나요? 갑작스럽게 행동을 바꿨다던가, 아니면 의심이 될 만한 구석이 있었나요?”

 

  여성은 그와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는 몰랐으나 도현이 묻는 말에 대답하기만 했다.

 

  “아니요. 별 일 없었어요. 애초에 제가 공장 일 때문에 바빠서 아이에게 관심을 돌릴 틈이 없었거든요. 애가 학교에서 무얼 하는지도 모르는지라……, 어쩌면 제 책임일지도 모르겠어요.”

 

  도현은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자책을 표현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계속 질문을 이어갔다.

 

  “학교에서 무슨 생활을 했는지 도통 알고 있지 않으신 건가요?”

 

  “네…….”

 

  그렇다면 괴롭힘 당한 것도 모르고 있을 터였다. 도현은 전화가 왔을 당시에는 대어 낚는 기분으로 실을 올렸지만, 이제 보니 바위에 낀 듯이 낭패감을 맛보았다.

 

  일단 범인이 누군지 특정하기까지는 좋았지만 이변자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았다. 정말로 평범하게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 말도 안 됐다. 그런 건 초자연적인 능력이 아니고서는 결코 그럴 수 없었다.

 

  이외에도 여러 질문을 했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창호는 도현과 여성 간의 대화들을 모두 기억하면서 동정심을 느꼈다.

 

  정양의 말대로 창호는 모든 대화들을 기억하고 수기로 작성할 수 있다. 구태여 녹음기를 들고 가 긴장을 붙들게 할 필요도 없었다. 그게 주요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여성은 아들을 찾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답할 의중이었다.

 

  이 모든 질문들과 대답들을 일일이 기억하면서 가슴 한 편에는 슬픈 감정이 들어섰다. 창호는 이러한 제 자신이 강력계 형사와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했다.

 

  모든 질문을 다하자 둘은 일어났다. 둘이 현관으로 향하던 중에 창호는 수영의 방을 지나치기 직전이었다.

 

  창호는 그 사이에 수영의 방 안의 모습들을 지나가면서 힐끗 쳐다보고는 그 방 안의 모습들을 기억해내었다. 이제 이 집의 모든 공간과 사물의 위치들을 정양의 권고대로 기억해냈다.

 

  둘은 현관으로 가 신발을 신고 문을 열었다. 여성은 마중을 나와 인사를 했다.

 

  “저희 수영이가 돌아 올 수 있을까요?”

 

  도현은 어찌 대답할지 궁리하던 차에 창호가 대신했다.

 

  “분명 돌아 올 수 있을 겁니다. 힘들겠지만, 저희들을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여성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러면서 연신 고맙다고 하다가 이런 말을 했다.

 

  “혹시 도움이 될 런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저희 수영이하고 친하게 지냈던 진성이라는 애가 있어요. 저와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데, 수영이와 동갑이고 서로 또 잘 알아서, 찾아가시면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도현은 놀랐다.

 

  “댁 아드님과 동갑내기가 공장에서 일한다고요?”

 

  “자세히 사정은 저도 몰라요. 본인도 원체 사정을 얘기 안 하고, 수영이도 원체 대답을 안 해줬어요.”

 

  “혹시 집주소를 알 수 있을까요?”

 

  “죄송해요, 저는 그 아이 집에는 가보지 않아서 몰라요. 하지만 공장 관련자에게 여쭤보시면 아마 알 수 있으실 거예요.”

 

 &

 

  정양은 얼마 안 되는 거리의 공장으로 향했다. 창호와 도현에게는 고생했다며 카페에서 잠시 쉬라고 권했다.

 

  창호는 자청했지만 구태여 대동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알게 되면 전화로 충분히 전하면 됐다.

 

  정양은 공장 사무실에 곧바로 찾아가 중년 남성 관계자에게 신분을 보였다. 그러고는 여러 질문을 하며 정보를 얻어냈다.

 

  “원체 집안 사정이 안 좋아가지고, 학교를 고사한 걸로 알고 있어요. 아버지하고 단 둘이 산다고 하는데, 그 아버지란 작자도 영…….”

 

  “학대를 받고 자랐다는 겁니까?”

 

  “뭐 아마 그럴 거예요. 그리 자세하게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도 얼핏 귓등으로 들은 걸 말씀 드리는 거라서.

 

  그리고 사실 여기 주소를 보시면 걔가 사는 지역이 그리 좋은 곳은 아니잖습니까.

 

  고등학교를 다닐 나이에 공장에서 일하는 걸 보면 말 다한 셈이죠.”

 

 

  “그렇군요. 그 아이가 일을 하면서 어떠한 낌새가 있었습니까?”

 

  “글쎄요. 우선 저는 여기 관리직 말단에 불과하고, 여기 사람들과 대화를 자주 나누는 편은 아닙니다.

 

  혹시 되신다면, 이제 곧 쉬는 시간인데, 방송으로 아는 사람은 여기로 오라고 할까요?”

 

  “아 예 해주신다면 고맙습니다.”

 

  관계자는 마이크로 쉬는 시간에 정진성이라는 아이에 대해 아는 사람은 사무실로 오라고 방송했다. 정양은 이제 몇 분만 기다리려던 차에 관계자가 그 직후 약간 망설이는 듯이 행색을 띠다 입을 뗐다.

 

  “혹시 그 애가 뭔 짓을 했습니까?”

 

  약간 걱정스럽다는 어조였다.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약간 귀띔이라도 해드리자면 그 주변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겁니다.”

 

  “아 그래요? 흠……, 그게 지금 그 아이가 사흘째 출근을 않고 있습니다.”

 

  정양은 약간 놀란 기색이었다. 시기가 일치했다.

 

  “그렇습니까?”

 

  “예. 그래가지고 지금 이렇게 형사님과 말하고 나니 딱 떠오르네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정양은 그 주소를 입수하고서는 쉬는 시간까지 기다릴 요량으로 사무실에서 나왔다. 그러더니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휴대 전화를 꺼내어 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반장님.”

 

  “내가 주소를 알아왔네. 메시지로 주소를 보낼 테니, 거기로 가면 될 거세.

 

  “그 적힌 주소로 가면 되는 겁니까?”

 

  “그래. 그 주소로 가게나. 그 아이 아버지가 있다고 하는데. 창호 순경하고 같이 가면 좋겠네.”

 

  “경사님도 여기로 합류는 않으실 겁니까?”

 

  “그래, 나는 따로 그 친구를 조사해보려 하네.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공장에 출근 안 한 날짜와 그 사건하고 동일하더군. 그래서 여기 공장 사람들하고 면담하기로 했어.”

 

  “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창호하고 같이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게나. 그 집안 구조를 기억하는 거 잊지 말라고 전하고, 나는 좀 뭔가 그 친구가 마음에 걸리네. 사건하고 아무래도 연관성이 적지 않을 것 같아.”

 

  “혹시, 이변자가 두 명일 수도 있다는 겁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한 명일 가능성이 더 실리네. 이변자가 우리나라에 그렇게 흔하지도 않고.”

 

  “알겠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뵙겠습니다.”

 

 &

 

  정양과 연락은 끊은 도현은 다시 창호에게 시선을 건넸다. 둘은 정양에게 연락 오기 전까지 사건에 대해 토의 중이었다.

 

  도현은 사건의 범인은 당연하게도 그 삼인방의 피해자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가해자에 대한 정보도 알려줬다. 적어도 사춘기의 절제 못할 혼란만이 그 지경을 저지를 수 있다는 요지였다.

 

  창호도 역시 그에 동의했다. 그 삼인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야 충분한 동기가 발휘됐다.

 

  그러다 도현은 정양의 전화를 받고 메시지로 주소를 받았다. 공장과 마찬가지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약 15분 거리로 적어도 밤늦을 시각 오기 전까지는 충분했다.

 

  도현은 창호와 함께 나오며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창호야, 너 아직 순경이지?”

 

  “네.”

 

  “너 순경이 형사 사건을 조사하는 일은 아주 드문 건 알고 있지?”

 

  “예, 정양 경사님이 제 능력을 아시고는 부탁하셨습니다.”

 

  “반장님이 어쩌다 네 능력을 알게 됐냐? 네가 알려 준 건 아닐 거 아냐.”

 

  “정양 경사님이 알려주지 않으셨나요?”

 

  “그분하고 그런 사소한 잡담을 한 새가 있나. 네가 우리 수사팀에 들어왔다는 소식은 사건 당일 날 직후였어.”

 

  창호는 작게 웃고서 도현에게 연고를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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