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은 현재 석준의 유골함 앞에 있다.
자신이 할 일을 모두 끝마친 뒤에 임현은 빌라 주민들이 교회를 빠져나가기까지 기다렸다. 모두 밖으로 나가자 눈물을 머금은 목소리로 석준의 부모님에게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고, 화린과 현석은 화장을 한 뒤에 납골당에 둘 거라고 얘기했다. 조심스레 그 자리에 함께 있어도 되냐 묻는 임현에게 둘은 당연한 걸 묻지 말라는 뉘앙스를 품은 채 와도 된다고, 와달라고 대답했었다.
그 이후로 시간이 지나, 지금 임현은 납골당 안에 안치된 석준의 유골함 앞에 있는 것이다. 화린과 현석과 함께 말이다.
현석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
“자네의 그 추리, 잘 들었네.”
먼저 그 이야기를 꺼낼 거라 생각도 못 했기에 임현은 한순간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이내 뒷머리를 긁적이며 현석의 말에 대답했다.
“네, 뭐. 듣기 좋은 말들은 아니었을 텐데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란다. 애초에 좋은 일이 아니었잖니. 좋은 일이 아닌 것에 대한 설명이 좋은 말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었어.”
자신의 대답을 통해 드러난 나름의 우울함을 위로해주는 화린을 보고 임현은 고개를 깊게 숙였다.
사건 풀이를 한 이후로 임현은 많은 생각을 했다. 동성애자인 친구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지녀야하는지, 자신이 범인의 변명에 한 반박이 맞는 말인지, 자신의 반박에 대해 목사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거주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해 말이다. 그런 많은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임현이 겨우 건져낸 대답은 생각 외로 간단한 거였다.
어차피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도 그들은 개인이며 타인이다. 그들의 생각을 고민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임현은 깨달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에 이어진 하나의 대답.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범법이 아니라면 당당하게 얘기해도 된다.
임현은 자신의 풀이에 대해 당당해지기로 했다.
납골당을 나와 임현은 둘과 헤어졌다. 화린과 석준은 자가용을 가지고 나왔기에 얻어 탈 수 있었지만 급하게 약속이 잡혔기 때문이다. 그 약속을 잡은 대상은 자신의 자가용을 끌고 와 임현과 약속을 잡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임현이 차로 다가가자 조수석의 창문이 내려왔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입니다, 임현 씨.”
우현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고 조수석에 앉아있던 주영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임현 또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에 우현에게 질문했다.
“근데 왜 부르신 거죠? 제가 한 풀이는 두 분이 한 걸로 해달라고 말씀을 드렸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네, 맞습니다. 그 사건으로 지금 찾아온 게 아니에요.”
임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이 사람들이 자신을 찾은 이유가 무엇인가, 그런 의문을 품고 있는데 그것이 표정에 전부 드러났는지 주영이 임현을 빤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사건이 하나 더 터졌습니다. 저번 사건 때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지민 씨와 이호 씨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터진 사건이에요.”
“그게 저를 부른 이유와 무슨 상관이 있죠?”
거기까지 대답한 뒤, 바로 임현은 자신의 질문에 답을 스스로 깨달았다. 그 답안을 우현이 임현 대신 입 밖으로 내뱉었다.
“같이 수사해주셨으면 합니다. 강요는 아닙니다만, 어쩌시겠습니까? 같이 해주실 생각이라면 뒷좌석에 타주세요.”
임현은 6초 정도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작동시켜 이득과 손실을 따졌다. 이윽고 임현의 손이 움직여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 앉자 우현이 고개만 뒤로 돌려 말 그대로 싱싱한 웃음을 지어보였고 겸연쩍어진 임현은 그 웃음으로부터 눈을 돌려 작게 변명했다.
“집에 갈 수단이 딱히 안 떠올라서 그런 겁니다.”
그 말에 주영은 웃음을 작게 내뱉었고 임현은 그것을 애써 무시했다.
셋을 태운 자동차는 무거운 소리를 내며 도로를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