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강해보였던 사람, 똑똑해 보였던 사람, 날렵해 보이는 사람, 냉철해 보이는 사람, 기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가 눈을 떴을 때,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는 것이지만, 그들은 대륙의 다섯 제국의 황제와 지배층들이었다. 그들이 나를 만들었고, 그들은 나를 필요로 했다. 그렇기에, 나는 태어났으면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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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들은 서로 계속해서 싸워왔고, 그 끝없는 싸움에 국민들의 지지는 땅으로 꺼져갔고 주변 소국으로 떠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제국의 지배층들은 자신의 권력에 불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뭉쳤다.
‘도르만제국’의 인간, ‘우완’제국의 갖은 자원, ‘상그라제국’의 의약, ‘마로스제국’의 연구력, ‘잘프제국’의 기술력을 통해도 만들지 못하자, 그들은 자신의 국민들의 심장을 바치기 시작했다. 얼마나 희생되었을까? ‘마왕’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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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물’들의 왕, ‘마왕’이다. 하지만 나는 뛰어난 전투력도, 뛰어난 마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단지, 통솔력에 특화된 ‘마물’일 뿐이다. 내가 ‘마물’들에게 손을 대고 교감을 나누면, 어떤 ‘마물’이든 나의 명령에 따른다. 나를 만든 사람들은 나에게 명령했다. “마물들을 계속해서 양산하고 날뛰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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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의 꼭두각시였고 제국의 지배층들이 원하던 대로 여기저기 퍼져있는 마물들을 하나로 이끌어 강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빠르게 번식하는 데에 박차를 가했다. 이에 제국들은 나에게 전적으로 협조하고 지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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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중앙에 ‘마물군대’가 제법 양산되었다. 나는 그들이 원하던 대로 ‘마물군대’에게 대륙의 소국과 제국을 공격하게 했다. 그것을 알고 있던 철벽같은 5개의 제국은 자국민들에게 ‘안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소국은 그렇지 못했다. 수많은 소국의 국민들이 죽었고 수많은 소국들이 멸망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제국의 국민들은 제국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부조리를 인정했고 더욱이 수많은 주변 소국의 국민들은 제국으로 귀화했으며, 추방당하기 두려워하는 늘어난 국민들로 인해 제국의 지배층들은 더욱 배를 불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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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만’하며 간과하고 있다. 나는 억울하게 희생당한 ‘국민’들의 심장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나를 만들어 꼭두각시로 삼으니, 자신들이 신이라도 되는 줄. 그런 그들의 ‘자만’이 세상의 모든 ‘분노’, ‘시기’, ‘색욕’, ‘탐욕’, ‘나태’, ‘탐식’을 만들 것이고 너희는 그것들로 죽게 될 것이다. 기다려라.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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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국에게 ‘용사제도’를 제안했다.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그들의 이점을 잘 설명했고 그들은 그것을 받아드렸다. 그리고 제국은 텔레포트로 1년마다 용사를 보낼 테니 적당히 함정과 마물을 배치해두고 죽이라고 했다. 제국을 위한 희생이니 ‘용사’들도 기쁠 것이라며..
어서 와라. ‘용사’들이여, 너희들은 나를 죽이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겠지? 내가 진짜 ‘마왕’이 누군지 너희들에게 알려주도록 하마. 진정한 ‘마왕’은 지옥에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지옥을 만들어가는 자들인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