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용사’는 콜로세움에 참가 신청을 하러갔다. 신청을 받던 그 사람은 그를 기다렸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는 ‘전사용사’에게 ‘콜로세움’의 규칙을 이것저것 설명했다. 그리고는 우리 ‘전사용사’는 콜로세움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를 믿는다. 그가 살인을 저지르질 않길 바라지만 당하는 것은 더더욱 싫기에 그가 꼭 이길 거라 믿는다. 신에게 기도 따윈 하지 않았다. 5일 후에 있을 그의 경기에 그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치르길 믿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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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용사’가 ‘콜로세움’으로 들어가 있는 동안, 우리는 ‘도르만제국’을 누비고 다녔다. 아니나 다를까, ‘궁수용사’의 눈은 목적을 잃어버린, 갈 곳을 잃어버린 어린양의 눈으로 변해갔다. ‘마법사용사’는 이런 세상이 당연하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그는 달관하고 있는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을까?
‘도적용사’는 더 이상, 사업아이템을 찾고 있지 않았다. 무언가 크게 벌 수 있는 꺼리를 찾은 듯,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마루’는 그저 배가 고픈가 보다.
‘도르만제국’은 대륙 내에 가장 체력과 힘이 좋기로 소문이 나있다. 그렇기에 이곳은 대륙에 가장 많은 ‘노예’를 보유하고 있었고, 생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타 제국으로 ‘노예’들을 수출까지 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큰 노예 양산 공장 그 자체였다.
여성 노예들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 죽어갔고, 남성노예들은 뜨거운 햇볕아래 중노동에 시달려 죽어갔다. 그 중 억울하게 노예가 된 자들도 수두룩하다는 것을 어느 대화에서 느꼈고, 그 대화를 나눴던 주체 덕분에, ‘지배층’과 ‘노예상인’은 상부상조한다는 법을 깨닫게 되었다.
방으로 들어올 때쯤, 많은 노예들이 모여 주먹밥을 멍한 눈으로 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마루’는 그것을 보고 침을 삼켰지만, 우리는 그런 그들을 측은해 했다. 그들의 식사는 단지 작업의 일부였을 뿐이란 것을 알기에.
방으로 들어온 ‘궁수용사’는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이내 그 베개는 젖게 되었다. 그는 아마도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다.”, “이 세상은 아니다”라며. ‘마법사용사’는 그런 그녀를 처음으로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신이시여.. 신이시여.. 만약 당신이 계신다면..
어찌하여 저들과 우리를 버리셨나이까..!!!!!!!!
[어느 궁수의 일기(X) -> 기록(O)]
우리는 ‘콜로세움’ 경기장 관람석이다. 사람들이 빽빽이 앉아 있고, 발 디딜 틈조차 없다. 모두 ‘전사용사’의 경기라는 소문에 몰려든 것이다. 이곳은 힘의 논리, 무능력은 곧 ‘악’인 ‘콜로세움’이다. 그렇다면, 우리 ‘전사용사’는 ‘악’과는 거리가 멀지!
그가 등장했다! 우리의 ‘전사용사’가 등장 했..? 엥..? 왜..? 그는 평소처럼 큰 ‘대검’을 쓰지 않고 ‘한손 검’에 ‘방패’를 들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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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용사’가 부득부득 이를 갈며 말해주었다. ‘도르만제국’의 ‘콜로세움’의 규칙상, 경기를 펼치는 검투사는 ‘한손 검’과 ‘방패’를 착용해한다고. 걱정된다. 자신이 본래 무기와 성격이 다른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천재가 아닌 이상, 잘 다룰 수 없기에..
콜로세움의 첫 스타트를 알리는 나팔소리가 들리고 콜로세움의 철창이 열렸다. 그곳에는 사나운 마물 두 마리가 나왔다. ‘트롤’이었다. 하지만, ‘전사용사’는 미소를 지으며 검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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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엄청나다.. 왜 그는 여태껏 큰 대검을 사용했을까..? 믿기지 않은 속도와 믿기지 않는 정확도이다. 그는 정확하게 ‘트롤’의 급소를 찔러 넣고, 피하며, 방패로 흘려보내고 있다.
그가 큰 대검을 사용했던 것은, 늘 자신의 ‘특수능력’을 믿고 강한 공격 한 뒤에 적의 공격을 받아낼 수 있어서 그랬나보다.. 그는 지금 ‘도적용사’만큼 빠르고 ‘나’만큼이나 정확하다! 그는 분명 ‘한손 검’의 천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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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 두 마리가 금세 ‘전사용사’의 앞에 쓰러져 버렸다! 우리와 관객들은 환호를 지르고 있다. 하지만, 환호가 끝나기도 전에 철창에서 사나운 맹수 10마리가 한꺼번에 나와 ‘전사용사’를 둘러쌌다. ‘전사용사’는 살짝 당황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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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이었다. ‘마루’를 보는 듯 했다. 하지만 달랐다. 10마리의 짐승들이 그를 덮치려 달려들었을 때, ‘전사용사’는 자신의 내면에 있던 모든 ‘분노’를 표출했고 굶주리고 사나웠던 짐승들은 꽁무니를 빼고 다시 우리로 돌아가 버렸다.
그것은 ‘사자후’라고 ‘마법사용사’는 설명했다. ‘전사’의 높낮이를 떠나 강한 체력과 기백 그리고 경험, 모든 것이 갖춰져야 만들어 낼 수 있는 선택받은 기술이라 덧붙였다. ‘전사용사’, 자신도 좀 당황해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무언가 시원해 보인다.
강한 ‘체력’과 ‘기백’ 그리고 ‘경험’이라.. 우리 ‘전사용사’보다 더한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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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환호 속에 ‘철창’에서 누군가가 방패를 낀 손에 무언가를 들고 나온다. 저 ‘사람’과 우리 ‘22번째 전사용사’ 때문에 이렇게 많은 관객과 지배층이 모였으며, ‘전사 등급 시험’이 이번년도만 ‘콜로세움’을 통해 이루어지게 된 원인이다.
그는 ‘소드 엑스퍼트’ 중 꽤 높은 축에 속하며, 우리가 ‘우완제국’의 감옥에 갇혀있을 때, 반대편 감옥에서 심한 고문을 받았던 ‘도르만제국’의 ‘21번째 전사용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