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때, 우리는 도망치지 않았을까? 우리는 ‘마루’의 외침에 도망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을로 달려가지도 않았다. 우리는 여행을 하는 동안 좀 강해졌기에, ‘특수능력’이 있기에, ‘용사’이기에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보다. 그 같잖은 자만 때문에 그 위험의 정도를 ‘마루’를 통해 본능으로 느꼈음에도 움직일 수 없었다.
활을 든 한 남자가 도망치다 우리와 마주쳤다. 우리 ‘궁수용사’가 아는 얼굴이었다. 그는 ‘용사21팀’을 이끄는 리더, ‘21번째 궁수용사’였다. 그때, ‘마루’는 다시 소리쳤다. “잡아!!”라고 그리고 그의 다리를 물었다. 그러자 ‘마법사용사’는 차마 마법을 쓰진 않았지만 그를 제압하려 했다. 우리는 그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
궁수는 5가지의 등급으로 나뉘게 된다. ‘우완제국’에서 정한 궁수의 기준이다.
5. 아처 – 4. 레인저 – 3. 루반 – 2. 람 – 1. 아르주나
그 ‘21번째 궁수용사’는 강했다. 그는 3등급인 ‘루반’중에서도 꽤나 높은 축에 속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나섰으면, ‘마루’는 그에게 걷어차여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나섰으면, ‘마법사용사’는 그에게 밀쳐 넘어져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나는 ‘마루’와 ‘마법사용사’를 비난하려 했고 어디선가 날아온 빛나는 화살이 ‘21번째 궁수용사’를 관통했다.
그리고 한 명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루반’보다 한 단계 높지만 그 차이는 월등히 높은 ‘람’이였다. 얼마 뒤 ‘우완제국’의 병사들이 우리를 둘러쌌다. 그렇다. 마을에 참사는 ‘마물’의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우완제국’의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우완제국’의 감옥에 투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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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째 궁수용사’를 제외한 ‘용사 21팀’은 우리가 투옥당한 감옥의 바로 앞에 있다.
우리가 ‘우완제국’으로 들어가기 전에 체류하려했던 그 마을은 ‘우완제국’에 속국이었다. 그들은 ‘우완제국’에게 조공을 바쳐야 했고, 그것을 지키지 못했기에 그 마을의 사람들은 ‘노비’로 끌려갔다.
그 사실을 알았던 ‘용사 21팀’의 리더 ‘21번째 궁수용사’는 ‘용사 21팀’을 설득하여 ‘우완제국’으로 끌려가던 그 마을의 노예들을 탈출시켰고, 그 과정에서 ‘우완제국’의 명령을 수행하던 ‘우완제국’의 병사들을 다치게 했다. 그것은 명백한 ‘우완제국’에 대한 반기였음에도, 마을 사람들은 ‘용사 21팀’을 숨겼고 ‘용사 21팀’은 자만하고 있었다. 우리처럼.
그들의 얼굴은 후회, 절망,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한명의 얼굴에는 분노가 서려있다. 심한 고문을 받고 조금 전에 돌아온 ‘21번째 성직자용사’였다. 그것은 ‘우완제국’에 대한 분노가 아니다. 자신을 설득하던 리더, ‘21번째 궁수용사’에 대한 분노이다. 꽤 먼 거리에도 불고하고 ‘21번째 전사용사’의 비명소리가 감옥에 울려 퍼지고 있다.
신이시여.. 저는 감히.. 오늘 당신에게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나의 신이시여.. 모든 이가.. 당신처럼.. 올바르게 살 수 있게 만들지 않았으면..
모든 이가.. 당신처럼.. 올바르게 살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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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그라제국’과 ‘마로스제국’의 21번째 용사들을 제외한 나머지 용사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 ‘우완제국’에 남은 21번째 용사들은 자신의 제국에서 버림받았다. 처분은 ‘우완제국’의 몫이다. ‘궁수용사’는 말했다. 저들은 아마도 끝없는 탄광으로 갈 것이라고, 그리고 그곳에서 평생 나올 수 없을 것이라 덧붙였다.
오래전 할머니에게 들은 적이 있다. ‘우완제국’은 엄청나게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는 제국이며, 그 자원은 ‘동식물’을 떠나 ‘광석’ 그리고 ‘보석’은 끝없이 채굴되어지고 있고, 그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평생을 일하다 죽는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엘프족’, ‘거인족’들도 속국으로 만들어 그들에게 구실을 붙여 노예와 재물을 요구한다고 한다.
그들은 더 좋은 것을 던지기 위해, 더 강한 것을 날리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였던 대가로 현재 대륙에 가장 좋은 땅에 자리를 잡고 있다. 아마도 궁수에게 요구되는 정확성과 냉철함은 활을 쏘는 것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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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 ‘21번째 궁수용사’를 죽인 ‘람’의 진술에 의해 풀려났다. ‘마루’와 ‘마법사용사’ 덕분이다. 만약 그때 ‘21번째 궁수용사’를 저지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같은 공범이 되어 ‘용사 21팀’과 같은 길을 걸었을 수 도 있다. 그래서 나는 ‘마법사용사’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한없이 감사하다.
나는 더 이상 그가 어떤 짓을 해도 그를 비난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의 진정한 ‘특수능력’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의 ‘특수능력’은 잠을 무한하게 자는 그런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외모도 좋지만 그것도 아니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혹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우리 일행에 꼭 필요한 존재이다.
나는 왜인지, 기도하는 일이 적어졌다. 그래서 오늘 신에게 기도하려 한다. 신이시여... ... ... 그만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