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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사란 무엇인가?
작가 : 겨레기
작품등록일 : 2019.10.12

[어느 대륙의 역사책]
아주 먼 과거에 태초의 부족이 있었다. 그 부족이 살고 있던 해안가에는 유난히 ‘조개’가 많았고, 그 부족의 주식은 당연하게도 ‘조개’였다. 그 ‘조개’로 인해 그 부족에겐 하나의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바로 ‘조개’를 어떻게 먹느냐는 문제였다.

현재에 와서는 아무렇지도 않을 문제이겠지만, 그 당시에 그 부족민들에게 있어 그 문제는 사활이 걸린 문제였고, 삶을 이끄는 지표였으며, 올바른 지도자를 뽑는 척도가 되었다. 그 문제에 대해 5명의 사람과 5개의 의견이 화두에 오르게 되었다.

1. “힘을 길러 조개를 부수어먹자” - 힘이 강한 ‘도르만’이 주장했다.
2. “쉽게 열리도록 연구하자” - 똑똑한 ‘마로스’가 주장했다.
3. “도구를 이용해 쉽게 조개를 열자” - 재주 좋은 ‘잘프’가 주장했다.
4. “조개를 바위에 던져 깨어먹자” - 돌팔매를 잘 맞추는 ‘우완’이 주장했다.
5. “신께서 주신 불을 이용해 먹자” - 신앙심이 깊은 ‘상그라’가 주장했다.

이 의견들 서로 상반되어 잘 조율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논란만 거세져 마음이 맞는 자들끼리 뭉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태초의 부족’은 5개의 부족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5개의 부족은 각 이념에 따라 성장하기를 추구했고, 현재, 대륙에 가장 큰 5개의 제국으로 군림하게 되었다.

그 첫 번째, ‘힘만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 ‘도르만제국’ (전사의 나라)
그 두 번째, ‘지식은 제국의 긍지이자 방패이다’ - ‘마로스제국’ (마법사의 나라)
그 세 번째,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 - ‘잘프제국’ (도적의 나라)
그 네 번째, ‘신념을 담은 쏘아올려라’ - ‘우완제국’ (궁수의 나라)
그 다섯 번째, ‘신의 권능 아래, 우리는 번영한다’ - ‘상그라제국’ (성직자의 나라)

이 5개의 제국은 세상 여느 국가가 그렇듯, 전쟁을 통해 이권을 챙기려 했다. 하지만, 각 제국은 너무나도 비등하였고 그로 인해 누구하나 득도 없이 피로 피를 씻는 전쟁을 계속해 나갔다. 그것에 환멸을 느낀 많은 국민들은 주변 소국으로 이탈하게 될 무렵, 공공의 적 ‘마왕’이 대륙에 등장한다.

‘마왕’의 등장으로 대륙 전체의 마물들은 날뛰기 시작했고 대륙의 소국은 물론 제국까지 침략하기 시작했다. 제국은 마물들의 침략에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무리 없이 막아내었지만, 대륙의 소국들은 그렇지 못했다.

이에 사람들은 ‘마왕’을 물리치기 위하여 협정을 맺어 마왕을 토벌하기를 바라기도 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수의 군사가 이동했을 때, 텅 빈 국가로 쳐들어오는 마물의 습격이 두려웠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군사력을 낭비하기 싫은 제국은 서로 눈치만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제안이 나왔다. 바로 ‘용사제도’이다. ‘용사제도’란, 1년 단위로 각 제국의 국가에서 ‘강한 자’ 또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자를 한명씩 선발하여 ‘5인 용사 팀’을 구성하고 마왕을 토벌하게 하는 것이다.

제국은 이 제안을 받아 드린다면, 악에 맞서 싸우는 ‘이미지’와 함께 대륙의 강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었고, 각 제국마다 한 명씩이니 국가차원에서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 더욱이, 손득은 일단 제쳐놓더라도 용사이야기는 역시나 사람들에게 잘 먹히므로 민심을 다스리는 데에는 최고였고, 그에 상응하여 국민들은 ‘용사제도’에 환호했다.

그렇게 제국들은 ‘용사제도’에 대한 협약을 맺은 뒤, 선발을 시작했고 반응은 엄청났다. 자발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용사’를 지원하였고, 제국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자들이 선발되었다. 그렇게 ‘용사 1팀’은 만들어졌다.

제국은 그들에게 크게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대륙의 모든 사람들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 용사들에게 크게 호응했다. 이에 보답하듯, ‘용사 1팀’의 활약은 대단했고, 그들의 이야기가 전해질 때마다 모든 국가의 술집에 술은 남아나질 않았...

‘도르만제국’의 한 청년이 대륙의 역사책을 덮었다.
“여기까지 책을 읽자..”, “그 이후에 이야긴 나도 잘 알고 있으니..”
뭐, 내가 아주 어린 시절이었지만 ‘용사 1팀’이 마왕의 성에 잠입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축제를 열던 사람들의 고양감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들이 그곳에서 ‘전멸’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의 모습도..

 
13. [어느 도적의 일기(X) -> 기록(O)]
작성일 : 19-10-12 04:40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3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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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일명 마법사의 나라, ‘마로스제국’이다. ‘잘프제국’과는 완전히 다르다. 길거리는 너무나도 깨끗하다. 아마도, 타 제국에서 까지 노예들을 사들여 오는 ‘마로스제국’이기에 그렇지 않은가 싶다.

 

  또한, 이곳의 시민들은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듯 질서정연하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대륙의 제국 중 가장 큰 항구를 가지고 있고, 그만큼 바다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좋은 사업 아이템을 건질 수 있겠다! 눈이 빛난다! ‘궁수용사’의 눈도 그러하다!

 

 //

  일행들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그동안에 피로를 달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냥 방에 쉬고 싶지만, 시간을 허비할 순 없지! 돈은 항상 옳다! 만약 나에게 큰돈만 있었어도, 우린 그런 고생과 고통을 받지 않았을 테지.. 고로 돈은 옳고, 나도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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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밤에도 굉장히 밝다. 아마도 빼곡하게 즐비해 있는 건물의 창문에서 나오는 빛 때문이겠지. 이 나라 사람들은 밤낮 없이 연구만을 하는 것 같다. 어떤 건물에서는 작은 폭발음이 나기도 하고, 어떤 건물에서는 동물의 비명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큰 건물에서는 ‘마물’의 비명소리도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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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엔 다른 마을에는 없는 특이한 상점이 있다. ‘스크롤’을 판매하고 있는 상점이다. 평범해 보이는 양피지에서 ‘마법’이 나온다. ‘마법’의 강도와 특성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이걸, 다른 나라에 팔면 확실히 돈이 될 것 같다. 좋아. 오늘 밤에 나오길 잘한 것 같군! 하하!

 

 //

  방으로 돌아가는 길, 사슬에 묶인 노예들이 고위 마법사의 지시에 따라 줄지어 어느 큰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선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노예는 돈으로 살 수 있는 도구이다. 그들을 어떻게 하든지는 돈으로 구매한 ‘소유자’의 마음이다. 고로 저것은 옳다. 돈은 옳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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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노예 무리 중 어린소녀로 보이는 노예가 무리를 이탈해 어떤 여인에게 빌고 있다. “우완제국 용사님이시죠!?”, “저는 우완제국에서 왔습니다!!”, “용사님께서 선발되는 과정도 봤습니다!!”, “제.. 제발 살려주세요!!”

 

  우리 ‘궁수용사’는 그 노예를 살 돈이 없고, 미안하다는 말만 하고 있다. 금세 마법사들에 의해 그 노예는 피를 흘리며 무리로 돌려보내진다. ‘궁수용사’에게 다가가 오늘은 어서 방으로 들어가 쉬자고 말했다. ‘마로스제국’을 돌아보고 있던 ‘궁수용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

  아마도 우리는 이 ‘마로스제국’에 나중에 다시 와야 할 것 같다. 쓸데없는 특수능력을 가진 우리 ‘마법사용사’의 나태 때문이다.

 

  마법사는 5가지의 등급으로 나뉘게 된다. ‘마로스제국’에서 정한 마법사의 기준이다.

 5. 네오피테 – 4. 미노르 – 3. 메조르 – 2. 이그젬프투스 – 1. 마구스

 

  그는 여기에 속해있지도 않다. 초급마법사인 ‘네오피테’도 아닌, 그냥 일반 시민이다. 나는 왜 등급을 올리는 시험을 보지 않았는지 물어봤다. 답변은 딱 우리 ‘마법사용사’ 다웠다. “귀찮아서..”

 

 //

  ‘마법사’의 등급을 올리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왜냐? 보통의 마법사들은 ‘마법 연구 성과’로 한 단계씩 등급을 올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법사 등급 시험은 1년에 한번만 볼 수 있고, 상급 마법사인 ‘메조르’까지는 쉽게 인정해주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연륜과 인맥을 크게 중요시하는 마법사들은 중급마법사인 ‘미노르’ 등급에 오래 머물러있고 성실하게 등급시험을 치르고 있다면, 마나의 흐름을 관리하는 법은 숙련자가 되었다 판단하여, 상급마법사인 ‘메조르’가 될 자격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이것이 상급마법사인 ‘메조르’가 유난히 많고 편차도 심한 이유이다.

 

  우리 ‘마법사용사’는 성실하지도, 인맥이 많지도, 중급마법사인 ‘미노르’ 등급에 오래 머물러 있지도 않았고 엄청나게 뛰어난 ‘마법 연구 성과’도 없다. 그런 그가 오늘 ‘마법사등급 시험’을 치르러 처음 간다.

 

  남은 건 ‘실력’ 뿐이다. 그러나 그와 함께 여행을 다녀본 결과, 그의 실력은 많이 쳐줘도 중급마법사 ‘미노르’일 것이다. 우리 중 그가 가장 약하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

  나는 스크롤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러 ‘궁수용사’와 함께 마을을 돌고 있다. ‘전사용사’는 수련을 하고 있고, ‘성직자용사’는 그동안에 피로가 아직 안 풀린 지, 방에서 나올 생각이 없다.

 

  그리고 마을을 어느 정도 돌았을 때, 이곳이 왜 이렇게 질서정연한지 깨달았다. 이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자체가 없다. 오로지 연구만을 위해 살아가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려한다. 아마도, ‘마로스제국’의 극단적인 ‘마법연구’와 ‘희생’ 강조로 이곳의 사람들은 그렇게 되어버린 것 같다.

 

  그때, 엄청난 굉음과 함께 지면 전체가 흔들려 어린아이가 넘어져 피를 흘리며 울고 있다. 아무도 그 아이를 봐주지 않는다. 돈이 안 되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고하고 나와 ‘궁수용사’는 그 아이 앞에 가있었다.

 

  ‘궁수용사’가 그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처음 느껴본 따뜻함에 그 아이는 엄청 어색한 얼굴하고 있었고, 그것은 나의 마음속 무언가에 흠집을 냈다.

 

 //

  나와 ‘궁수용사’는 그 아이를 집으로 데려다 주었고, 그 아이의 부모는 우리에게 적대심을 표출했다. 나와 ‘용사궁수’는 그 적대심이, 두려움에서 온 것임을 아는 데에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린 길거리에 ‘장애인’, ‘노숙자’, ‘구걸하는 자’, ‘취객’, ‘어린아이’를 본 적이 거의 없다. 여기서 ‘거의’는 우리가 일전에 도움을 주었던 그 ‘어린아이’ 때문에 붙인 것이다. 이상 하리 만큼 깨끗한 길거리를 걷던 나와 ‘궁수용사’는 무언가 짐작 가는 것을 느꼈고, 그녀는 말했다. “이곳도, 아니야”

 

 //

  시험을 보고 돌아오고 있는 졸린 눈의 ‘마법사용사’를 만났다. ‘궁수용사’의 시험은 어땠냐는 질문에, 그는 귀찮다는 듯이 시험을 통해 받은 ‘마법사 등급 목걸이’를 우리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초급마법사 ‘네오피테’도, 중급마법사 ‘미노르’도, 상급마법사 ‘메조르’도 아니었다. 최상급마법사 ‘이그젬프투스’의 목걸이다. 아마도, 그 아이를 울리게 만들었던 굉음은 우리 천재 ‘마법사용사’의 것이었나 보다.

 

  우리에게 실력을 숨겼던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열심히 하지 않은 것뿐이다. 이 사람, 정말 뼈 속까지 나태하다. 확실히 얼굴뿐만 아니라, 재능도 주인을 잘못 만났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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