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적용사’를 만난 뒤, 그가 일기가 아닌 기록을 쓰는 것을 알았고 나도 ‘기록’으로 용사수첩을 채워나가고 있다. 이것은 생각 이상으로 편하고 좋다. 그의 생각은 탁월했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그가 부러웠다. 하지만, 그가 살았던 ‘잘프제국’은 부럽지 않다. 이곳은 아니었다. 그러니, 오늘 ‘도적 정식 길드’에 ‘마왕의성’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곳을 떠날 생각에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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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용사’는 아무 말도하고 있지 않다. ‘성직자용사’는 기도를 하고 있다. ‘마법사용사’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전사용사’는 중개인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 있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싫을 뿐이다.
우리는 중개인에게 ‘정보료’를 상납했다. 그리고 그는 ‘정보료’에 상응하지 않는 정보를 우리에게 주었다. 현재, 대륙중앙에 있는 마왕의성 주위에는 마물군대가 빈틈없이 포진해 있다고 말했다. 그것들을 따돌리고 잠입하는 것은 ‘높은 등급의 도적’들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용사도적’은 예전 용사팀은 어떻게 마왕의 성에 잠입했느냐 물었고, 그는 더 절망에 빠지게 만드는 답변을 했다. 예전엔 이 정도로 마물군대가 체계를 갖고 있지 않을뿐더러, 예전 용사팀은 다른 방법으로 잠입했다고 했다.
그 방법은 ‘제국의 텔레포트 지원’이었다. 제국은 용사협정 1년이 지났을 때, ‘마왕의성’으로 텔레포트를 지원해주었고 그 지원은 ‘용사 7팀’까지만 받았다고 한다. 텔레포트란 많은 비용과 인력, 기술이 필요한 고도의 마법으로 제국은 더 이상 ‘용사’에게 그것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 판단했고 그것의 지원은 중단됐다.
한마디로, 우리는 ‘마왕의 성’에 잠입할 수 없다는 정보를 비싼 값에 산 것이다. 우리는 절망에 빠져 있었고 ‘전사용사’는 검을 뽑으려던 찰나, 중년에 머리가 다 빠진 한 ‘도적’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우리 ‘전사용사’의 검을 다시 칼집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는 우리에게 말했다. “용사 22팀, 그 정보는 내가 제공하지.” 그는 ‘로그’보다 상위 등급인 ‘알레마나’이며, ‘용사 8팀’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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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와 ‘알레마나’의 차이는 극단적이라고 ‘용사도적’이 말한 적 있었다. ‘알레마나’는 1급 국가 기밀요원의 자격이 있으며, 로그 중 상위 1%의 실력자만 가질 수 있는 칭호라 한다. 그런 그가 우리 앞에서 무료로 ‘정보’를 준다고 했을 때, 우리는 믿지 않았고 무언가 함정이라 생각했지만 선택지는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그를 따라갔다.
그는 ‘정보’라기 보다는 ‘충고’라며 운을 뗐고, 우리가 ‘마왕의성’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고 난 뒤, 그는 확실하게 ‘정보’를 주었고 그것은 확실히 ‘마왕의성’으로 잠입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도적용사’는 왜 우리에게 이런 정보를 무료로 주냐고 물었고, 그는 자신의 ‘용사 8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용사 8팀’에 ‘강한 자’는 자신뿐이었고, 나머지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자들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는 그 ‘용사 8팀’의 리더가 되었고, ‘용사협정’ 1년이 지난 뒤에 ‘텔레포트 지원중단’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강함에 취해 자만해 있었고 자신을 믿으라며 ‘용사 8팀’을 이끌고 ‘마물군대’와 정면 돌파를 강행했다고 했다. 결과는 강했던 자신만 도망치고 자신의 동료들은 마물의 군대에 끌려갔다고 한다. 아마도, 그는 우리를 보며 그때의 자신을 본 것 같았고 과거의 자신을 말리려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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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잘프제국’을 뒤로 하고 ‘마로스제국’으로 향하고 있다. ‘마왕의성’에 잠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것을 위해 우리는 각자의 제국에서 3등급 이상의 실력을 인정받아야만 한다. 이미 ‘도적용사’는 3등급인 ‘로그’이니 ‘잘프제국’과는 안녕이다!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 참 슬로건과 어울리는 제국이었다. 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