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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 된 느낌이었는데, 벌써 5월이다.
오늘은, 공식적인 드라마 촬영의 끝이다.
“진짜 시간 빠르네... 대본 리딩 할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그러니까요. 벌써 마지막 날이야. 기분이 이상해요. 다른 작품보다 훨씬 즐거워서 그랬나, 후련하지가 않아. 지다훈을 보내주고 싶지 않아요. 누난 안 그래요?”
“아니라고 할 순 없지.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 중에서 나랑 가장 비슷한 사연을 가졌잖아. 그래도, 난 조금 후련한 것 같아.”
“그래요?”
“응. 리나를 보내주는 게, 꼭 그동안 속상했던 마음, 아프고 상처받았던 마음들과 작별하는 것 같거든. 이제 진짜 안녕이야.”
“하긴, 누난 그렇겠다. 그치만 전 아니에요. ‘별의별’로 누나를 만났잖아요, 그거 내 평생소원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완전 영광이네. 톱배우 유진하의 평생소원이 나랑 같이 연기 호흡 맞추는 거였다니.”
이젠 정말 안녕이다. 이제껏 아팠던 마음도, 상처받아 마음의 문을 닫았던 과거의 나도. 미움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사랑받을 수 있는 나만 남겨둔 채로. 시원섭섭한 마음을 뒤로하고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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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드라마 ‘별의별’ 마지막 촬영이 끝났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감독님. 카메라에 예쁘게 담아주셔서 감사해요.”
“아냐, 박 배우. 윤리나를 멋지게 표현해줘서 내가 고맙네. 찍느라 고생이 많았어.”
“감독님, 수고하셨어요. 누나도 수고했어요.”
“유 배우도 고생 많았어-”
다들 서로에게 수고했다, 고생했다며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웬 생일 축하 노래를 다 같이 부르기에, 얼떨결에 나도 같이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
“사랑하는- 박- 시- 은- 생일 축하합니다.”
“헐, 잠깐만. 오늘 내 생일이야?”
“생일 맞아요. 누나는 자기가 생일인 줄도 몰랐죠?”
“응……. 나 생일이었네..”
“어어, 빨리 초 불어, 박 배우!”
재빨리 눈을 질끈 감고 소원을 빌었다.
내가 존재만으로도 빛날 수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 또한 스스로 그런 사람임을 기억했으면 했다.
스물일곱 개나 꽂힌 초를 단번에 불었다.
“이야, 장수하겠어, 박시은.”
“축하해, 박 배우-”
“생일 축하해!”
행복한 끝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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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순, 우리는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아마도 이번이 시상식을 뺀 가장 마지막으로 모이는 게 되겠지.
“야야, 시작한다!”
“오오..”
며칠이나 안 봤다고, 다들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사람이 많아 식당은 통째로 빌렸는데 TV는 고작 두 대다. 모두 마지막 순간을 담으려는 듯, 옹기종기 모여서 마지막 회인 20회를 시청했다.
“이제 진짜 끝난 것 같아. 우린 시상식 때나 다시 보려나?”
“그렇겠죠.”
“그렇긴 뭐가 그래, 유 배우. 나 지금 대본 집필 중이야. 올해 안으로 또 만날 걸, 둘은.”
“정말요?”
“거짓말이겠어?”
왁자지껄.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별의별”을 떠나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