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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클럽 썬샤인
작가 : 토닥이
작품등록일 : 2019.10.8

불운과 눈치 없음으로 인해 외롭게 살아온 경수,
드디어 클럽에 가입해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근데 클럽 이름이 왜 ‘썬샤인’이예요?”
“죽어서 빛이 되고 싶은 우리들의 의지입니다.”

그 클럽은 자살 클럽이었다.

 
38화. 살아갈 자격(2)_완결.
작성일 : 19-12-26 18:59     조회 : 396     추천 : 0     분량 : 5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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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부엌으로 향하며 지혜에게 물었다.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던 지혜가 울먹이더니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렸다.

 

 “흐아아앙… 엄마. 보고 싶었어.”

 “뭐야? 다 큰 애가.”

 “흐어어엉… 엄마.”

 “왜 무슨 일 있었어?‘

 “아니야. 아무 일도…”

 “우리 딸, 아직도 애기네. 호호호”

 

 그렇게 지혜는 한동안 엄마의 품에 안겨 울었다. 지혜의 엄마는 일부러 자살 여행을 모른 척하고 있었다. 딸이 이렇게 살아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지혜가 먼저 말하기 전에는 물어보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 * *

 

 한석의 집.

 한석이 거실로 들어가자 아내가 화가 난 얼굴로 서 있었다. 아내는 애경에게 전후사정을 다 전해 들었다. 한석이 고개를 푹 숙였다.

 

 “잘하는 짓이다. 친구들이랑 여행 간다며? 그게 이 여행이야.”

 “미안해 여보.”

 “나 돈도 필요 없고 집도 필요 없어. 근데 당신은 필요해. 그냥 살아주면 안 돼? 꼭 그렇게…”

 

 한석이 울음을 터트리는 아내를 말없이 안아주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흐어어엉…”

 

 * * *

 

 카페.

 민서는 죽은 남자 친구의 아버지를 만나고 있었다. 카페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부녀처럼 보였다. 남자 친구의 아버지가 민서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

 

 “민서야… 그딴 바보 같은 아들 녀석은 이제 잊어. 못난 아들 때문에… 너무 미안하다.”

 “…”

 “너까지 잃을 수는 없잖니… 아들 녀석 몫까지 행복하게 살아주렴. 약속할 수 있지?”

 “네…”

 

 남자 친구의 아버지가 민서의 손을 꼭 잡았다. 눈물을 떨구는 민서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 *

 

 연준의 집.

 가족이 없는 연준이 혼자 옥탑방으로 올라간다.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연준의 얼굴이 밝아졌다. 힘없이 누워있던 뭉치가 연준을 발견하고는 꼬리를 흔들어댄다.

 

 “멍! 멍멍!”

 “뭉치야! 잘 있었어?”

 

 연준이 뭉치를 껴안고는 쓰다듬었다. 웬일인지 뭉치가 사료를 다 먹지 않고 남겨두었다. 평소 먹성이 좋은 녀석인데, 의외였다.

 

 “뭉치야. 형 걱정해서 밥도 다 안 먹은 거야?”

 “멍멍! 멍멍!”

 

 연준히 뭉치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 * *

 

 미연의 집 앞.

 경수가 미연에게 그림 일기장을 건넸다. 미연의 가족 납골당에서 가져온 일기장이었다.

 사고 이후로 일기장을 보지 않았던 미연, 이제야 일기장을 펼쳐보고는 오열한다.

 죽은 딸아이가 적은 그림일기가 보였다. 엄마와 가보고 싶은 곳, 먹고 싶은 음식들이 적혀 있었다.

 

 “딸아이가 하고 싶던 일, 먹고 싶던 음식, 나중에 만나서 꼭 이야기 해주세요.”

 

 미연이 습관적으로 담배를 꺼내 피우려다 그만둔다.

 

 “알았어.”

 

 미연이 집으로 들어가자 경수가 혼자 남겨진다. 경수는 자살 여행을 통해 이전에 몰랐던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그때 차에서 기다리고 있던 애경이 경수에게 다가왔다.

 

 “오늘… 나 진짜 힘들었다.”

 “진짜 감사합니다.”

 “너 나랑 한 약속 안 잊었지?”

 “네.”

 “근데 너 좀 변한 것 같다?”

 “그래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원래 인생이 그래. 본인은 잘 몰라.”

 “그런가요?”

 “잘했어. 오늘.”

 

 경수가 애경을 향해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

 

 3개월 후.

 클럽 썬샤인 멤버들의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클럽 썬샤인은 해체 되었지만 경수는 여전히 멤버들을 따라다니며 감시하고 있었다.

 

 경수가 나무 뒤에 숨어 벤치에 홀로 앉아 있는 민서를 주시하고 있다. 그러다 무언가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보면 민서가 가방에서 약을 꺼내 먹으려고 한다. 그러자 경수가 다급하게 뛰어가더니 민서의 손을 붙잡았다.

 

 “뭐 하는 짓이에요? 죽지마요.”

 “……?”

 “당신 같은 사람… 정말 좋아해요. 그러니까 살아요.”

 “지금 나한테 고백한 거예요? 너무 뜬금없이 고백하는 거 아닌가.”

 “……”

 

 민서가 어이없어 하며 틱틱- 대자 얼굴이 달아오른 경수가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리고 이거 감기약인데…”

 “아… 난 또…”

 “감기 때문에 입맛도 없고 죽이나 먹어야겠다.”

 “아…네.”

 “뭐해요? 안 갈 거예요?”

 

 * * *

 

 카페에 앉아 있는 연준. 그의 앞에 60대 남자 기석과 60대 여자 윤정이 앉아 있다.

 미안한 표정의 윤정이 연준에게 호소하고 있다.

 

 “미안한 말이지만… 저희가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서 연준씨 신장이랑 우리 남편 신장이 일치한다는 정보를 얻었어요. 그러니까…”

 “내가 왜요? 싫어요.”

 

 연준이 완강히 거부하자 말이 없던 기석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러지 말고 다시 생각해 주게나. 보상은 섭섭지 않게 하겠네. 제발 부탁이네.”

 “그러니까 내가 왜 그래야 하냐고요? 평생 처음 보는 남한테 왜 신장 이식을 해 줘요? 당신들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겠어?”

 

 연준은 며칠 전 걸려온 전화를 받고 기석과 윤정을 만나고 있었다. 다시 번개탄을 사러 갔을 때 연준에게 전화했던 사람들이 바로 기석과 윤정이었다.

 

 “염치없는 부탁이란 건 알고 있네. 하지만 내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후우… 그건 당신들 사정이잖아요.”

 “내 아들… 꼭 아들을 만나고 싶네.”

 “여보…”

 

 기석이 아들이라는 말을 꺼내자 윤정이 눈물을 글썽였다.

 

 

 “우리 부부가 30년 전에 아들을 잃어버렸어요. 지금껏 찾고 있지만…”

 “뭐… 사정이야 딱하지만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이만 가볼게요.”

 “원하는 건 다 들어 주겠네. 그동안 모아 놓은 재산도 꽤 된다네.”

 “이것도 인연이잖아요. 가족도 아닌데… 신장 이식률이 이렇게 높은 것도…”

 “…”

 

 연준과 기석이 동시에 커피잔을 왼손으로 들어 마셨다. 그 모습이 닮아 보였다. 윤정이 조심스럽게 연준에게 물었다.

 

 “혹시… 자네 이야기를 좀 들려줄 수 있겠나? 고아원에서 생활했다고 하던데?”

 

 * * *

 

 버스 정류장.

 휴가를 나온 희철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혜가 머뭇거리고 있다. 그때 경수가 지혜의 뒤에 나타났다.

 

 “뭐 하고 있어?”

 “아씨, 깜짝이야. 뭐예요?”

 “그냥 지나가다 들렀어. 근데 계속 이러고만 있을 거야.”

 “그게… 저 오빠… 제 냄새 싫어할 거예요.”

 

 경수가 머뭇거리는 지혜를 데리고 희철에게 다가갔다. 긴장한 지혜가 땀을 흘린다. 금방이라도 냄새가 퍼질 것만 같아 불안하다. 지혜가 돌아서려는데, 경수가 갑자기 방귀를 부웅-하고 뀐다.

 

 “윽! 냄새… 도대체 뭘 먹은 거예요.”

 

 지혜가 방귀 냄새에 코를 막으려 소리쳤다. 희철이 두 사람의 목소리에 돌아봤다.

 

 “어? 안녕하세요.”

 “안녕.”

 “안녕하세요.”

 

 희철이 지혜와 경수를 발견하고 인사를 건네며 다가왔다. 아무렇지 않은 희철의 모습에 지혜가 의아해한다.

 

 “오빠… 근데 방귀 냄새 안 나요? 정말 독한데…”

 “그게… 내가 만성비염이라 냄새를 잘 못 맡아.”

 

 그제서야 지혜의 표정이 밝아졌다.

 

 “나 먼저 간다.”

 “어딜요?”

 “오늘 면접 보는 날이야.”

 

 경수가 두 사람을 남겨두고 사라졌다. 지혜와 희철이 서로를 보며 수줍게 웃었다.

 

 * * *

 

 한석의 집.

 한석이 서툰 솜씨로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했다. 하지만 겉모습은 처참하다. 계란후라이는 까맣게 탔고 밥은 덜 익었다. 다른 반찬들도 모양새가 별로다. 한석의 와이프가 멀쩡해 보이는 미역국을 맛보고 인상을 구겼다.

 

 “응 너무 짠데.”

 “다시 할까?”

 “아니 됐어. 이 정도면 훌륭하지 우리 남편.”

 “다음엔 더 잘할게.”

 

 한석과 애경의 얼굴이 웃음이 피어났다.

 

 * * *

 

 면접실.

 경수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다.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의자에 앉아 뒤돌아 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면접 보러 온 이경수라고 합니다.”

 

 사장이 앉아 있던 의자가 돌아가면 얼굴이 보인다. 바로 연준이다.

 

 “어? 연준형.”

 “오랜만이야.”

 “뭐예요? 어떻게 된 거예요?”

 

 연준이 자신의 배에 난 수술 자국을 보여준다.

 

 “신장 하나 없어지고 가족이 새로 생겼어. 아버지 만났으니까 손해 본 일은 아니지.”

 “가족? 아버지요?”

 “그래. 나 어릴 적에 헤어졌던 부모님을 다시 만났거든.”

 “그럼. 이 회사는?”

 “내가 만들었지.”

 “우와~!”

 “죽이지. 자살 여행 체험사 ‘션샤인’ 어때?”

 

 연준이 경수를 향해 씨익- 웃었다.

 

 * * *

 

 장칼국수 식당.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 앞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미연이 순서가 되자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미연이 4인용 테이블에 앉더니 주문을 했다.

 

 “장칼국수 3인분 주세요.”

 “3인분이요? 더 오실 분 있으세요?”

 “아니요.”

 “근데 왜 3인분을? 1인분 아니고요?”

 “그냥 3인분 주세요. 그리고 아이용 포크 좀 주세요.”

 

 잠시 후. 장칼국수가 나왔다. 미연이 음식 사진을 찍고 먹기 시작했다.

 

 - 후루룩.

 그녀의 앞에 남편과 딸아이의 음식이 놓여 있었다.

 

 “아 이런 맛이구나.”

 

 미연이 장칼국수의 맛을 음미하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 * *

 해바라기 밭.

 해바라기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미연이 노란 해바라기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딸아이가 남긴 그림 일기장을 펼쳐본다. 일기장 안에 해바라기 그림들이 가득했다. 미연은 딸아이의 그림 일기장에 그려진 해바라기 밭을 찾아왔다. 미연이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꺄하하하. 엄마. 여기 봐! 해바라기들이 엄청 많아.”

 

 눈을 감은 미연은 어디선가 딸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 * *

 

 등산로.

 어느새 단풍이 든 산이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미연이 등산로를 걸어가고 있다. 힘에 겨운 듯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예쁜 풍경을 두 눈에 담으려는 듯 미연이 잠시 서서 단풍들을 바라보았다.

 

 * * *

 

 납골당.

 미연이 지친 몸을 이끌고 마지막으로 납골당을 찾아왔다. 그리고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는 가족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쿨럭!”

 

 미연이 기침을 하며 검붉은 피를 토해냈다. 순간,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미연의 눈앞에 평온한 풍경이 펼쳐졌다.

 

 “엄마! 여기야. 여기.”

 

 멀리 있는 언덕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딸의 모습이 보였다. 그 옆에서 남편이 함께 미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환한 표정의 미연이 가족들을 향해 뛰어갔다. 급하게 뛰었는지 미연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언덕에 올라섰다. 기다리고 있던 남편과 딸아이가 미연을 감싸 안았다.

 

 “엄마!”

 “여보. 천천히 오지. 힘들게…”

 “너무 보고 싶어서… 빨리 뛰어 왔어.”

 

 납골당에 쓰러져 있는 미연이 점점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희미하게 웃는 미연이 가족들의 사진을 끌어안은 채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미연의 표정은 행복으로 가득했다.

 

 * * *

 

 장례식장.

 미연의 영정 사진이 놓여 있다. 미연의 장례식장이다. 다른 장례식장과 달리 소소한 일상의 모습이 담겨 있는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경수와 민서가 상주 역할을 하고 있다. 연인이 된 지혜와 희철이 함께 영정 사진 앞에 섰다.

 

 “어서 와. 인사해야지.”

 “아줌마, 저 왔어요. 같이 왔어요. 남자 친구랑…”

 “안녕하세요. 그때 감사했습니다.”

 “미연 언니… 흐윽…”

 

 지혜가 울먹이자 희철이 다독여 주었다. 그 뒤로 고급 양복을 입고 나타난 연준이 인사를 했다. 건강해진 모습으로 나타난 한석도 미연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환하게 웃는 미연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던 경수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사진 안에 작은 글씨로 무언가가 적혀져 있는 것이 보였다. 경수가 민서에게 글씨를 가리켰다.

 

 “민서씨. 여기 봐요? 이거 글씨 맞죠?”

 “언니도 참…”

 

 글씨를 확인한 민서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작은 글씨로 메시지를 남기는 것은 바로 클럽 썬샤인의 방식이었다.

 

 잠시 후. 경수가 돋보기로 미연이 남긴 글을 확인했다. 멤버들이 미연의 영정 사진 앞에 서서 작별 인사를 할 준비를 했다.

 

 “회장. 작별 인사해야지.”

 “다들 아시죠? 클럽 제9원칙?”

 “네. 웃으며 인사하기.”

 “웃으면서 인사 못할 것 같은 사람은 뒤돌아서요.”

 

 경수를 제외하고 다른 멤버들이 미연의 영정 사진을 뒤로하고 돌아섰다. 뒤돌아 선채 미소를 지으려고 연습하는 멤버들. 울먹이던 지혜도 애써 미소를 지었다. 경수가 멤버들에게 영정 사진에 적힌 작은 글씨의 내용을 말해 주었다.

 

 “지지 마라. 삶이란 녀석이 싸움을 걸어올 때, 너는 충분히 싸울 용기가 있고, 너는 당연히 이겨낼 자격이 있다. 너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절대로 지지 마라!”

 

 그녀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뒤돌아선 멤버들이 미연에게 손을 들어 v자를 만들며 인사를 했다. 멤버들이 서로의 옆에 서서 앞을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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