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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STOCK
작가 : 단추씌
작품등록일 : 2019.10.5

바다를 지배하는 족속, 바이킹. 그리고 그런 바이킹족 우두머리의 딸 아이런은 어느 날 휘몰아치는 바다에 배가 휩쓸려 바닷물에서 허우적대다가 어느 해안가에 홀로 살아남는데...!

아이런이 표류한 곳은 다름 아닌 상상 속의 나라 '판슬랜드' 로,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엘프들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닌가!!

그곳에서 아이런은 하프엘프 소년 렌을 만나는데...

"사람 좀 불안하게 만들지 마. 그냥 내 곁에만 있어줘 제발"

"...내가 걱정돼요?"

어느새 아이런에게 빠져든 렌과, 그를 조종하는 소녀 아이런.

심장이 쿵쾅대는 밀당 로맨스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야지 그 녀석이 흉내라도 내지 않겠느냐.
작성일 : 19-10-06 22:57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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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지루하네...도대체 그 새는 언제 오는 거야?"

 

 렌은 앞으로 닥칠 일도 모른 채, 지루하게 해안가에 앉아 있었다.

 

 같이 있던 힌도 지루했는지, 렌에게 옆구리를 내어준 채로 자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을 때쯤...

 

 "랄!"

 

 드디어 지루한 상황에서 자신은 꺼내줄 반가운 실루엣이 등장했다.

 

 평소 같았으면 바보 같이 크기만 한 저 날개가 오늘따라 유독 사랑스러워 보였다.

 

 "랄, 이제 난 가도 되는 건가?"

 

 [가도 되긴 하지]

 

 "힌, 일어나. 이제 가자"

 

 [바하란의 집으로...]

 

 순간, 힌 등 위로 올라타려던 렌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방금 뭐라고 했어? 바하란? 내가 아는 그 늙은이?"

 

 랄은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때문에 오라는 거야?"

 

 [워터엘프 둘이 너에 대한 얘기를 전했다. 어떻게 전했는지 자세한 경위는 말해줄 수 없지만, 바하란께서 꽤 화가 나신 모양이더군]

 

 순간 렌은 깊숙한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엘프 사회를 다스리는 늙은이의 말이니 거역할 순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화가 났다.

 

 그런 렌의 상태를 눈치챘는지, 랄은 날개로 렌의 등을 살포시 두드렸다.

 

 [네가 참아라. 아직 어린 애송이들 상대로 화 좀 내지 말고]

 

 "판슬랜도의 경계를 지킬 정도라면 그리 어린 나이도 아니지. 나랑 몇 년이나 차이 난다고..."

 

 랄이 달래보려 하였으나, 렌은 낮게 으르렁거렸다.

 

 [뭐 어쩌겠어. 일단 화를 내더라도 바하란의 앞에 가서 내. 여기서 내봤자 감옥행밖에 더 있나?]

 

 안 그래도 화가 나는데 저 늙은 새는 맞는 말만 한다.

 

 렌은 속으로 심호흡하고 억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 고귀하신 늙은이께서 오라시는데 제까짓 게 뭘 어쩌겠어. 그렇지?"

 

 [그런 뜻이 아니란 걸 잘 알지 않나?]

 

 "충고 참 고마워. 그럼 나는 그 늙은이 앞에서 자세한 경위를 얘기하도록 하지"

 

 렌은 그 말을 끝으로 힌을 타고 곧바로 날아가 버렸다.

 

 .

 .

 .

 

 "네놈들은 앞으로 임무만 수행하고 어떠한 짓도 하지 마라. 특히나 그 녀석을 건드리는 일은 더더욱"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가보도록. 그 녀석이 오기 전에"

 

 "이미 왔습니다만?"

 

 바하란이 뒤를 돌아보자, 문간에 걸터 서 있는 렌의 형상이 시야에 잡혔다.

 

 "그래, 네 녀석들은 이만 가보도록. 이젠 저 녀석과 얘길 해야겠으니"

 

 워터엘프들은 그 길로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어찌나 빠른지 문간에 늘어져 있던 풀들이 바람에 휘날릴 정도였다.

 

 어이 없어 하는 렌을 바하란은 자신이 앉아 있는 나무 탁자로 불렀다.

 

 나무 탁자로 다가서니, 투박한 컵에 감로주가 담겨 있었다.

 

 그나마 자신이 좋아하는 걸 대접하니 기분이 한결 나아진 렌은 탁자에 앉아 감로주 한 모금을 들이켰다.

 

 "그래, 저 때문에 화가 나셨다고요?"

 

 "경비 하는 애들을 건드리다니...제정신이냐?"

 

 "어차피 농땡이 치고 있는 애들인데요. 따지고 보면 저만 손해 본 상황이라고요"

 

 "어쨌든 네놈의 개입으로 일이 더 커진 건 맞지 않느냐"

 

 늙은이....오래 살았다더니 말빨만 늘었다.

 

 "제 개입으로 일이 커진 건 맞지만..."

 

 "그래, 인정하니 한결 편하구나"

 

 렌의 말을 싹둑 자르고 일어선 그는 갑자기 뒤에 있는 침소의 발을 걷었다.

 

 굴 안에는 한 소녀가 그의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어? 저 아이는..."

 

 붉은 머리칼.

 

 아까 랄이 업고 있던 소녀였다.

 

 

 "아까 랄이 데려왔던 소녀이다."

 

 "제가 알고 싶은 건 그게 아닌데요?"

 

 "그렇겠지...나 또한 이를 본론으로 말하고자 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뭘 말하고 싶으신 겁니까...

 

 바하란은 다시 나무 탁자에 앉더니 바로 본론을 꺼냈다.

 

 "이제부터 네가 저 아이를 책임져라. 외부 세계로 돌아갈 때까지."

 

 .

 .

 .

 

 순간, 머리가 멍해진 렌은 한참 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렌? 내 말 듣고 있는 게냐?"

 

 "...바하란? 혹시 노망 나신 건 아니죠?"

 

 "그게 무슨 경우 없는 말이냐"

 

 "제 성격에 저 아이를 책임질 것 같아요?"

 

 "그러게 왜 그놈들 노는 데 꼈느냐. 네가 거기 없었어도 그놈들 중 한 놈에게 맡겨졌을 것인데..."

 

 "그놈들에게 맡길 명분은 지금도 있잖아요. 이미 경계가 허술해진 것만으로 구실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데...!"

 

 그러나, 바하란은 고개를 저었다.

 

 바하란이 저렇게 나온다는 것은 결정에 번복이 없다는 걸 뜻했다.

 

 순간, 렌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그걸 본 바하란은 감로주 한 모금을 들이키더니 아무런 동요 없이 말했다.

 

 "화를 다스리거라. 널 거뒀던 은혜를 잊은 거냐"

 

 "그래서 시키는 대로 다 했잖습니까. 마력도 쓰지 말라 해서 쓰지 않고...모든 능력을 거의 봉인해두다시피 살고 있는데!"

 

 억울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도대체 뭘 그리도 잘못했기에...

 

 "네 집에 객으로 들어갈 사람이니 정성껏 모시거라. 그럼 능력을 쓰게 해주지"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더 이상 능력이 봉인해 두지 않는 것.

 

 "...정말이에요?"

 

 "내 자리와 명예를 걸고 약속하지. 저 아이를 성심성의껏 보살피면 네 능력을 마음껏 쓰도록 해주겠다고"

 

 결국 렌은 바하란의 제안을 수락할 수 밖에 없었다.

 .

 .

 .

 

 "으음..."

 

 아침인지 자신의 눈두덩을 찔러대는 햇살에 아이런은 눈을 떴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은 어딘가에 누워 있었다.

 

 '여긴 어디지...'

 

 사태를 파악하려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으윽!"

 

 온 몸의 근육이 굳어버린 듯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다시 제자리에 누울 수 밖에 없었다.

 

 '어?'

 

 생각해보니 나 거의 죽어가던 상태였는데?

 

 바다에 휘말린 뒤로 기억이 끊어진 그녀였기에 지금 이 상황이 궁금해 미칠 것만 같았다.

 

 "잘 잤어?"

 

 별안간 그녀가 누운 침대 좌측 하단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그녀가 고개를 내밀어 보니 한 소년이 서 있었다.

 

 눈동자는 싱그러운 초록색에다, 곱슬거리는 머리, 뾰족한 , 날렵한 몸.

 

 외형만 봤을 땐 굉장한 미모의 소유자였지만, 귀가 외모를 특이하게 바꿔 놓았다.

 

 "누구...세요?"

 

 "나? 렌."

 

 그걸 물어본 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정체가 뭐냐고요"

 

 "그러는 넌 정체가 뭔데?"

 

 "바이킹이요"

 

 "난 엘프야. 하프엘프"

 

 "그게 뭔지 전 모르는데요..."

 

 "모르면 됐어. 알려고 하지 마"

 

 뭐 저런 종자가 다 있어?

 

 아이런은 인생 처음으로 사람이 재수 없게 느껴졌다.

 

 바다 위에서 같이 항해하는 사람들은 거칠긴 했어도 마음만큼은 따뜻하고 정이 넘쳤는데

 

 이 엘프라는 작자는 정은커녕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만 같았다.

 

 "근데 여긴 어디에요? 왜 전 여기에 누워있죠?"

 

 "여기는 내 집. 뭐, 별 볼 것 없어도 있을 건 다 있지. 너는..."

 

 나는 뭐?

 

 "남서쪽 해안가 애들이 경계를 허술하게 하는 바람에 그쪽 해안가에서 발견됐고, 어떤 정신 나간 늙은이가 널 내게 책임지라 해서 지금 내 집에 누워있지"

 

 속사포로 뱉어내는 말에 아이런은 잠시 혼돈이 일었다.

 

 "그러니까...정리해보자면, 나는 당신이 책임지는 상황이다?"

 

 "머리 좋네. 맞아"

 

 이게 뭔 상황인지...

 

 바다에 휩쓸리다 정신 차려보니 하프엘프란 작자가 날 책임지겠단다...

 

 턱-

 

 어이 없어서 가만히 누워 있는데 그런 그녀 이마 위로 손이 얹어졌다.

 

 "뭐해요?"

 

 "아픈 데는 없네"

 

 대충 짚은 듯 했지만, 사실 맞는 말이었다.

 

 아까 움직인 걸로 인해 근육이 좀 욱씬대는 것 빼고는 그리 아픈 부위가 없었다.

 

 "사람 안 챙길 거 같아서 은근히 챙기네요?"

 

 "늙은이가 말했거든. 너 성심성의껏 보살피라고."

 

 나 하나 건사하기도 벅찬 삶에 널 보태라니...참 역설적이지.

 

 "요상하네요. 사람 안 챙길 것 같이 생겨서 챙긴다니..."

 

 "응, 원래 안 챙겨. 근데 너라서 챙겨야 해"

 

 "왜요?"

 

 "내 능력을 썩히고 싶진 않아서"

 

 어떻게 쌓아온 능력인데 봉인해 두라니...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럼 쉬고 있어. 난 잠시 나갔다 올게"

 

 렌은 그 말을 끝으로 뒤돌아 집 밖으로 나갔다.

 

 "뭐야....도대체 어떤 부류의 종자야?"

 

 하는 짓은 가벼워 보이면서 의외로 남을 챙겼다.

 

 능력이니 뭐니 알 수 없는 소리만 해대면서...

 

 "뭐야, 대체 어떤 사람이야?"

 

 베일에 가려진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듯, 알듯 말듯 한 기분에 아이런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렌....렌이라...구전에서 내려오는 이름들 중 하나인데..."

 

 바다가 잔잔한 것만큼 지루한 시간도 없기에, 그녀는 항상 부모님께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었다.

 

 아빠 불스도 이야길 잘 하긴 했지만, 엄마 지란의 이야기는 뭔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녀는 살아온 일수만큼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고, 유명하게 전해져 내려오는 구전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그녀에게 들려 주었다.

 

 그 중 하나가 어디론가로 빨려 들어갔다 나온 바이킹의 이야기였다.

 

 약 5000년이 흘러 지금은 거의 지워진 이야기였지만, 그녀만큼은 기억하고 있었다.

 

 남서쪽의 해안가에서 한 바이킹 족이 사라졌다 어느 날 나타났는데, 그 남자가 어느 섬을 굉장히 그리워 했다고...

 

 알고 보니 그곳에서 아내를 맞이해 아들을 낳았으나, 그곳에서의 텃세가 심해 쫓겨나다시피 바이킹 족으로 돌아왔다고.

 

 어렸을 때 이야기라 앞뒤만 생각나고 명확히 기억나진 않지만,그 남자아이의 이름만큼은 기억났다.

 

 그 남자가 애처롭게 불러댔다는 이름이었다는 점이 그녀의 마음 속을 파고 들어 뇌리에 각인 되었던 것이다.

 

 "그 남자의 아들 이름도 렌이었는데..."

 

 오랜만에 생각난 구전에 아이런의 입가가 슬며시 올라갔다.

 

 .

 .

 .

 

 [바하란]

 

 어둑해질 때쯤에, 랄은 바하란의 집을 찾아갔다.

 

 "네가 이 시간에는 왠일이냐"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왠만해선 궁금한 것이 없는 새였으나, 그런만큼 궁금증이 생기면 꼭 해결해야만 했다.

 

 "궁금한 게 무엇이냐"

 

 [저나 바하란이나 같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왠만한 것들은 다 보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렌 녀석한테 맡겨봤자인데 왜 도박까지 해가면서 그런 제안을 하신 겁니까?]

 

 그러자, 바하란은 감로주 한 모금을 들이키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렌에게 기대하고 있는 게 뭔줄 아느냐?"

 

 [뭡니까?]

 

 "수장의 자질이다. 사실상 능력은 날 이미 넘어섰으니 문제 될 게 없지만, 문제는 그 녀석의 성질이지"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고, 자신만을 마음에 담는...

 

 "힌이 있어서 그 기질이 어느 정도 눌러지긴 했지만, 그 녀석의 세계를 확장하기에 힌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그 녀석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품기를 바란다.

 

 [바하란...]

 

 그 녀석의 아비는 이곳 엘프들의 텃세에 쫓겨나고, 어미는 녀석을 낳느라 영원불멸의 생명이 깎여 죽어버렸으니...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그 녀석의 성장기를 지켜본 이는 내가 아니더냐"

 

 [그렇습니다만...]

 

 "거의 자식을 키우다시피 키웠는데...문제는 내 욕심이 그 녀석을 수장 자리에 앉히고 싶어한다."

 

 [당신이 욕심을요?]

 

 "그 녀석이 자신뿐만 아니라 이 엘프 사회를 품길 바라는데...애정이 결핍되어 있으니 자신에게 쏟기도 모자라고, 그렇기에 그 녀석의 세계는 좁은 것이다"

 

 자신밖에 모르기에 이기적이라고 얘기했지만, 사실 그렇게 된 이유는 누구보다 바하란이 잘 알고 있었다.

 

 엘프들이 어찌어찌 키워내기는 했으나, 렌은 누구에게도 안정된 애정을 받지 못했다.

 

 언제나 이 집 저 집 옮겨다니는 골칫거리로 취급받았기에, 애정은 그의 삶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래서 렌은 자기 자신에게 없는 것을 억지로 충당하느라 자신만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소녀에게 한번 기대를 걸어보려 한다."

 

 [무슨 기대를 말입니까?]

 

 "그 녀석에게 결핍되어 있는 것을 가르쳐 주기를..."

 

 애정을 주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 소녀 또한 취향이 있겠지.

 

 그러나, 최소한 인간관계에서의 애정은 알려주고 돌아가기를 바란다.

 

 그래야지 그 녀석이 흉내라도 낼 수 있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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