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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천년왕국
작가 : 다비
작품등록일 : 2019.10.2

28년 전 사라진 종교단체 '영보사' 그리고 2019년 현재 시작되는 영보사 관련 연쇄살인사건.
오래 전 죽었던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 움직이고 오래 전 사라진 믿음이 다시 나타나 끔찍한 음모를 꾸민다.
그들에게 영원한 천년왕국의 꿈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chapter 10. 죽은 사람
작성일 : 19-10-03 00:01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3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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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경합수부로 향하는 신우와 주경의 발걸음은 다급했다.

 

 “아버님 증언만으로 수색영장 신청은 불가능해요. 확실한 물증도 없는 상태구요.”

 

 주경의 말에 신우는 반박했다.

 

 “그 대단한 사명감 어디 갖다 버렸어요? 아무리 검사장이라도 수사 대상이면 수사해야죠. 이런 식으로 싸고도니까 검찰이 욕을 먹는 거 아닙니까.”

 

 이미 먹잇감을 찾았다고 생각한 신우는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주경은 냉정하게 판단하고자했다.

 

 “싸고 돌 생각 전혀 없어요.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는 거지.”

 “좋아요. 현실적으로 합시다. 내 방식대로.”

 

 말을 내뱉은 신우는 사무실로 들어가자마자 지시를 내렸다.

 

 “봉형사, 오형사 출동 준비 해.”

 

 봉형사, 오형사 등 형사들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됐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과장님.”

 

 봉형사가 묻자 신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검사장 자택이다.”

 “네?”

 

 봉형사보다 더 놀란 오형사가 물었다.

 

 “검사장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오늘부터 잠복 수사 돌입 해. 검사장 동향, 출입하는 사람들 하나도 남김없이 체크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안했는지 오형사는 말리듯 말했다.

 

 “과장님. 들키면 큰 문제가 발생해요.”

 “이 시간부로 검사장 중요 참고인이야. 다음 범행 대상자일 수도, 용의자일 수도 있어. 출동!”

 

 이미 신우는 무한질주 태세였다. 봉형사와 오형사는 막을 수 없는 상태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결국 모두 출동 태세를 갖추고 나가려는 순간 주경이 외쳤다.

 

 “잠깐. 잠깐만요.”

 

 주경이 주시하는 것은 팩스 도착을 알리는 램프불빛이었다. 곧 소리와 함께 천천히 사진 한 장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검사장이었다. 아래 문구가 적혀있었다.

 

 ‘마형수는 왕국의 배신자다.’

 

 나가려던 형사들의 발걸음이 얼어붙어 버렸다. 순간적으로 정적이 흐르고 다시 팩스 도착 신호음과 함께 소리를 내며 또 다른 사진이 올라왔다. 처음 보는 남자의 빛바랜 사진이었다. 그 아래 문구가 적혀있었다.

 

 ‘박상권은 왕국의 배신자다.’

 

 신우와 주경은 동시에 생각했다. 오두막집에서 들었던 정진홍의 증언.

 

 “장국천 총목을 중심으로 세 명의 운영위원 박상권 부총목과 진전숙 상목, 지영미 신도...”

 

 박상권은 영보사 부총목이었던 인물이다. 신우가 책상으로 달려가 사건 자료 파일을 펼치고 62명 신도들의 단체사진을 살펴봤다. 그리고 그 중 박상권의 모습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사람 죽었는데?”

 

 이해할 수 없는 건 주경도 마찬가지였다.

 

 “박상권 부총목 등 당시 운영위원들 교주와 함께 현장에서 숨졌어요. 신원 확인도 됐구요.”

 

 신우는 단체사진과 팩스사진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근데 그 사람이 맞아. 죽었다는 사람이 멀쩡하게 살아있어.”

 

 신우와 주경은 혼란스러운 이 상황이 당혹스러웠다.

 

  *

 

 그 시각, 박상권은 입에 테이프가 붙은 채 울부짖고 있었다. 그리고 검사장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어둠 속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검사장은 어둠 속에 자루가 놓여있는 환영을 보는 중이었다. 자루는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많은 사람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수십 개의 횃불, 합창처럼 일제히 중얼거리는 사람들의 기괴한 음성.

 

 “그는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너를 인도하여 내신 네 하나님에게서 너를 꾀어 떠나게 하려 한 자니 너는 돌로 쳐 죽이라.”

 

 사람들이 일제히 자루를 향해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음성은 계속 들려왔다.

 

 “돌로 쳐 죽이라.”

 “돌로 쳐 죽이라."

 “돌로 쳐 죽이라."

 

 순간 검사장의 시야에 있던 자루가 요동치듯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콰드득- 꺾이는 여자의 목. 우두둑-하나씩 뒤틀어지는 손가락과 손목. 자루가 있던 어둠속에서 우두둑- 우두두둑- 뼈마디 소리와 함께 여자가 기괴하게 일어서고 있었다. 여자는 목이 꺾여 기울어진 얼굴로 검사장을 빤히 쳐다봤다. 여자의 두 눈에서 주르르 피눈물이 흘렀다.

  환영에 사로잡힌 검사장이 손을 치켜들어 박상권을 지목했다. 그리고 말했다.

 

 “돌로 쳐 죽이라!”

 

  *

 

 검경합수부 지욱과 주경은 형사들과 함께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주경이 말했다.

 

 “제가 검사장 마지막 본 시각은 2일전 오후 4시경. 확대 간부회의 할 때였죠. 검사장 집무실 확인 결과 오늘 오후 6시 정시 퇴근했습니다. 즉, 검사장이 납치된 시각은 최대 네 시간 전. 그동안 살인 패턴과는 차이가 있어요.”

 

 그것은 신우도 동감이었다.

 

 “먼저 연락을 해 온 것도 그렇고, 정체를 드러낼 시점이 됐다는 건가? 잘하면 이번엔 범행현장 잡을 수 있습니다. 검사장 휴대폰 위치는?”

 

 오형사가 대답했다.

 

 “휴대폰이 꺼져 있어서 위치 파악 불가능합니다.”

 “팩스는?”

 “이번엔 퀵팩샷이 아니에요. 다른 웹팩 업체 예약팩스를 이용했습니다.”

 “뭔가 달라. 많은 점이... 왜지?”

 

 골똘히 생각하는 신우에게 팩스 사진을 분석하던 차형사가 외쳤다.

 

 “검사장 뒤에 건물이 보이는데 무슨 공장 같은데요?”

 

 모두 차형사가 보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주시하며 몰려들었다. 자세히 살피던 신우가 뭔가를 발견했다.

 

 “저거 뭐야. 입간판 아냐?”

 

 차형사가 더욱 확대하고 브라이트 조정하지만 더 이상의 화질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앞 글자는 모르겠고 뒷 글자 궁.. 영? 공.. 영..?”

 

 미간을 찡그리며 유심히 살피던 차형사의 말에 지욱이 말했다.

 

 “공영! 공영이면 건설 회사나 환경업체 두 종류 중 하나야.”

 

 주경이 노트북 검색 창에 주소지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가현리 196-2번지’를 치고 검색을 시작했다. 잠시 후.

 

 

 "“찾았어요. 용광공영.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가현리 196-2번지. 당시 영보사가 있던 주소지예요. 거기 용광공영이 들어선 겁니다. 여기도 현재 폐공장! 1, 2차 사건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없는 곳이에요. 우연의 일치는 아니겠죠."

 “양평 관할서에 당장 연락 해. 출동!”

 

 지시를 내리며 뛰쳐나가는 신우를 다른 형사들이 일제히 따라 나갔다.

 

  *

 

 거대한 용광공영 간판 아래에서 팽- 팽-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투구머신에서 돌멩이가 날아가는 소리였다. 바람을 가르고 날아간 돌멩이는 박상권의 얼굴에 부딪쳐 튕겼다. 어느새 온통 피로 물든 박상권의 얼굴을 검사장은 말없이 서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먼발치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남자가 발걸음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곧 승용차 헤드라이트가 켜지고 남자는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승용차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현장을 빠져 나갔다.

 

  *

 

 비탈길을 내려온 남자의 승용차가 도로로 들어섰다. 달리는 승용차 타이어에서 떨어진 흙이 도로에 점점이 흔적을 남겼다. 저 멀리 교차로가 보였다. 어둠 속 작은 점처럼 떠 있는 신호등 불빛이 유난히 음산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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