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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토커의 본업은 검사입니다
작가 : 박가빈
작품등록일 : 2019.10.1

“경하 씨! 나,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거야?”
‘어, 목소리가… 달라졌다?’
“자기는 나, 안 보고 싶었어? 난, 많이 보고 싶었는데. 왜 자꾸 딴 델 봐! 자꾸, 질투 나게.”
“……!”
경호원과 함께 뒤돌아서던 경하는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할머니가 갑자기 사라졌다?
경하는 그녀 눈웃음에 빨려들었다.
그때 천연덕스럽게 다가온 손이 그의 팔을 잡아당겨 품으로 파고들었다.
“미안해요! 잠시만 실례.”
그리곤 나직이 속삭이며 까치발을 들어 그의 목을 그러안았다.
익숙지 않은 손길에 경하가 움찔했다.
‘이 여잔 이소율이 아니다.’
커다란 손이 그녀를 떼어내려 했다.
“자… 잠시만요. 조금만 이렇게 있어요. 조금만…. 경호원이 갈 때까지만. 제발….”
나직이 부탁하던 그녀는 긴장감에 더 세게 그를 안았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그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그와 함께 은은한 향이 코끝에 스며들자 소녀가 그리워졌다.
그 순간 경하의 손이 뚝 떨어졌다.
그래, 이 향이었어. 라벤더 향!



 
Episode 9. 제발……. 그냥 있어요.
작성일 : 19-10-22 01:37     조회 : 459     추천 : 0     분량 : 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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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9. 제발……. 그냥 있어요.

 

 벌컥!

 할머니는 흠칫 놀라 뒷걸음질 쳤다.

 

 “어휴-! 허, 허… 드디어… 만났네요.”

 

 문이 열림과 동시에 뛰어들어온 경하는 숨을 헐떡이며 할머니를 쳐다봤다.

 

 “……!”

 ‘이 변태는 또, 왜?’

 

 반갑지 않은 그의 등장에 몸을 옆으로 한 그녀는 그를 피해 지나가려 했다.

 그때 경하가 그녀 팔을 확, 잡아당겼다.

 

 “이런 미친……!!”

 

 그의 순간적인 힘에 열 받은 할머니는 거친 말을 뱉으려다 뒷말을 잇지 못했다.

 폭!

 작은 몸이 그만, 넓은 품으로 빨려 들어갔다.

 위~잉! 무슨 진공청소기도 아니고. 쏙 들어간 몸은 그대로 돌덩이처럼 굳었다.

 너무 놀란 그녀는 그저 커다래진 눈만 데구루루 굴리고 눈만 깜빡였다.

 그의 날쌘 몸이 그녀의 팔을 제 어깨에 턱 올린 순간, 그녀 몸이 공중에 붕 떠버렸다.

 잽싸게 열린 문이 닫힘과 동시에 경하는 제 품에 안긴 그녀를 꼭 끌어안은 채 뛰기 시작했다.

 다다다다

 

 ‘뭐야, 왜 이렇게 가벼워? 키도 크고, 몸이 꽤 통통한데. 어디 아프신가?’

 

 할머니를 안고 뛰던 그는 생각보다 가벼운 무게감에 잠시 걱정했다.

 한편 의도치 않게 공주님처럼 안긴 할머니는 덜컹거리는 기차를 탄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가 어찌나 빨리 뛰는지 흔들리는 시야만큼 그녀는 정신없었다.

 그의 품에 안긴 찰나에, 어찌 된 영문인지 그녀의 혀와 몸은 이미 제 것이 아니었다.

 마음 같아선‘야, 당장 내려!!’라고 하고 싶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저 그에게 안겨 있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바보같이! 나무토막이 되어 덜렁거리기만 했다.

 오늘 왜 이렇게 일이 꼬일까?

 저답지 않게 나선 거 하며, 남자에게 안겼다고 이렇게 멍청하게 있다니.

 이 녀석은 오늘 날 잡은 게 분명했다.

 그러니 할머니를 상대로 이런 짓 하겠지.

 괘씸한 놈! 속 좁은 놈. 성질 사나운 놈!!

 어제 궁둥이를 톡톡, 건드린 것에 대한 복수하고 있는 거라, 그녀는 생각했다.

 키는 저리 크면서 속은 콩알만 한 게 틀림없으리라.

 그가 그녀에게 이런 치졸한 방법으로 복수하리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무엇보다 그를 이렇게 다시 만나리라는 건 더욱.

 그가 이런 식으로 죗값을 받아내려는 것으로 오해한 그녀는

 너무 치욕스러워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누가 원한다고 이런 식으로 저를 옮긴단 말인가.

 물론 그의 의도는 전혀 그런 게 아니었으나, 그녀는 그리 받아들였다.

 다다다 다다!

 뒤에선 아직도 경호원들이 그들을 쫓았다.

 

 “야! 너는 왼쪽으로 가! 나는 오른쪽으로 갈게.”

 

 경하는 멀리 도망치려다 턱밑까지 쫓아온 그들을 피해 얼른 할머니를 벽 사이 틈에 숨겼다.

 할머니를 천천히 내려놓는 손이 참으로 다정했다.

 그에게서 벗어난 그녀는 어쩐 일인지 몸을 바들 떨었다.

 그리곤 비틀거리며 균형을 잃는데, 단단한 손이 얼른 부축해왔다.

 

 “할머니, 괜찮으세요?”

 

 “……! 으… 응.”

 

 걱정하는 그의 표정에 할머니는 한마디도 힘겹게 뱉었다.

 잠시 할머니의 상태를 살피려던 경하는 누군가의 발소리에 얼른 뒤돌아섰다.

 다행히도 경하가 앞에 막아서자 퉁퉁한 체격의 그녀가 사라졌다.

 지나가던 경호원이 벽에 살짝 기대 있는 경하를 봤다.

 

 “혹시 좀 전에 지나가는 할머니 못 봤습니까?”

 

 “아… 아… 뇨.”

 

 경호원의 질문에 대답하는 경하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어이그! 거짓말 처음 하나? 겨우 한마디 하는데 저렇게 떨게.’

 

 뒤에 있던 할머니가 못마땅한 듯 코웃음 쳤다.

 방금까지만 해도 경하의 부축하는 손에 몸을 떨었던 그녀가 할 생각은 아닌 듯했다.

 

 “어! 아까 1층에 있던 분 아닙니까? 김 전무님 담당 선생님이시고.”

 

 “아, 예, 운동 삼아, 여기까지 뛰어왔더니, 후, 조금, 힘드네요. 어…어휴!”

 

 “당연하죠. 운동도 자주 해야 덜 힘듭니다. 그럼.”

 

 숨을 몰아쉬는 경하의 행동에 경호원이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딴 곳으로 갔다.

 이제야 안심이 된 경하는 뒤에서 긴장하고 있을 할머니를 걱정하며 뒤돌아섰다.

 

 “할머니, 이제 갔어… 요. 할머니?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할머니가 긴장하기는 개뿔!

 뒤에서 딴짓하느라 급급했다.

 뒤돌아선 경하는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아니, 이런 곳에서 갑자기 단추는 왜 푼단 말인가.

 미치지 않고서야.

 경하는 어떻게든 그녀 행동을 말리려 급히 그녀 손을 잡았다.

 

 “할머니! 옷은 방에서 갈아입으셔야죠!”

 

 “나…, 너무 놀라서… 바지에…….”

 

 말도 안 되는 실수에 경하를 올려다보는 눈빛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치욕을 들킨 까닭일까?

 그녀의 어깨가 떨렸다.

 잠시 미간을 찡그린 경하가 표정을 풀곤 다정하게 할머니를 부축했다.

 

 “할머니, 괜찮아요. 나이가 들면 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병원에서 주는 약 제때 드시면, 나으실 겁니다.”

 

 “정말…, 정말이야?”

 ‘뭐지? 이런 상황인데도… 위로해 주게. 정말 나를 위해서, 그랬던 건가?’

 

 “예, 그러니까 저랑 같이 가세요. 옷을 갈아입으실 만한 곳으로 모셔다드릴게요. 잠시만요.”

 

 많이 놀랐을 할머니를 대하는 경하의 태도가 한없이 상냥했다.

 눈빛이나 그녀를 부축하는 것조차 상대에 대한 배려가 느껴질 정도로.

 천천히 걷는 그녀를 위해 보폭을 조절해 주는 섬세함까지 느껴져 할머니는 잠시 그를 쳐다봤다.

 경하의 리드로 탈의실로 가려던 그들은 채 2분도 못 가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왜 또 이리로 와? 후-!’

 

 그는 다시 돌아오는 부담스러운 존재에 옅은 한숨과 함께 입바람을 이마 쪽으로 날렸다.

 제 딴엔 자연스러워 보이려 여러 번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꽤 우스웠다.

 고심 끝에, 옆 몸을 벽에 기댄 그는 팔짱을 낀 채 생각하는 연기에 들어갔다.

 지나갔던 경호원이 다시 뒤돌아오며 그를 쳐다봤다.

 

 ‘어? 왜 아직 저기 있지? 의사라면, 바쁠 텐데. 왜 저래? 내게 뭐 할 말 있나? 설마…….’

 

 경호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의심스러운지 그를 관찰하는 경호원의 눈이 날카로웠다.

 경호원과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경하의 행동은 점점 어색해졌다.

 생각하는 척할 거면 아예 경호원을 쳐다보지나 말 것이지.

 안 보는 척, 보긴 왜 보는데?

 그러니 저리 어색할 수밖에.

 괜히 흘낏 보다가 경호원과 몇 번씩이나 눈이 마주치곤 허둥대니 의심 안 하는 게 바보겠다.

 그러면서도 경하는 저의 어색함을 전혀 몰랐다.

 평소 거짓말할 리 없던 경하는 무의식적으로 경호원을 슬쩍 쳐다보는 걸 의식하지 못했다.

 

 ‘왜 안 가는데! 빨리 가라. 좀.’

 

 그는 그저 왜 자꾸 경호원과 눈이 마주치는지 의아할 뿐이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그답지 않게 머쓱해서 저도 모르게 실실 웃었다.

 그것도 아주 어색하게.

 그렇게 웃으려면 차라리 웃지나 말지!

 뒤에 있던 할머니가 봤다면 분명 이리 말할 거였다.

 어느 틈에 그들 앞으로 온 경호원이 경하 뒤쪽의 공간을 눈으로 가늠했다.

 살벌한 눈빛이 그에게 쏟아지면서 경하는 식은땀을 흘렸다.

 

 ‘제발 가라, 가. 후-! 큰일 났네. 어쩌지?’

 

 경하는 긴장감에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으 윽, 딸꾹!”

 

 이젠 딸꾹질까지 하고 있다.

 

 ‘어색해. 그것도 아주 많이.’

 

 점점 그의 몸에 밀착해 오는 경호원.

 

 “서 선생님! 혹시 뒤쪽에, 뭐가, 있습니까?”

 

 “뒤쪽에 윽… 뭘? 딸꾹!”

 

 하다 하다 못해 어깨까지 심하게 올리며 딸꾹질했다.

 딸꾹딸꾹하는 소리가 어찌나 큰지 불쌍해 보일 정도로 딸꾹질이 멈추지 않았다.

 거짓말도 해본 놈이 한다고 그의 거짓말은 너무 티가 났다.

 

 “서 선생님! 뒤쪽에 뭐 숨기는 게 있죠?”

 

 경호원의 질문이 질문이 아니라 확신에 가까웠다.

 경하의 어색한 행동과 딸꾹질.

 그 모든 게 그가 숨기고 있다는데, 결론이 이르자 경호원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경호원은 강제로라도 뒤쪽을 확인하려 그의 팔을 잡았다.

 

 “끄… 윽… 그럴 리가… 윽! 요. 딸꾹!”

 

 *

 

 할머니는 딸꾹질만 연거푸 하는 등짝만 넓은 녀석이 못마땅했다.

 이건 뭐 대놓고, ‘나 지금 거짓말하고 있어요!’라고 친절하게 알리는 격이니.

 뒤에 있던 그녀가 입술을 비틀며 쓰게 웃었다.

 

 ‘내가 대체, 이 인간에게 뭘 기대한 거야? 이렇게 거짓말 못 하기도 어렵겠다. 이런 실력에 누굴 지켜줘? 내가 구해 달라 한 것도 아니고.’

 

 그녀는 별 도움도 안 되면서, 가던 길 막고 있는 그가 오히려 짐짝처럼 여겨졌다.

 게다가 떨려서,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왜 저리 나설까?

 이 정도면 비켜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마음 같아선 넓은 등짝을 쑹 날려 버리고 싶었으나 참았다.

 속으로 몇 번이나 ‘야, 짐짝! 썩 꺼져버려!’라고 말하고 싶은 걸, 힘겹게 속으로 삼켰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몇 번씩이나 저를 돕겠다고 나선 변태 녀석이니.

 비록 그가 할머니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하고, 웃음을 날렸다 해도 그녀에게 피해를 준 적은 없었다.

 도움을 줬으면 줬지.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이곳에 올 때마다 그를 의식하고 있었다.

 미처 깨닫진 못했으나, 그에게 별명까지 지어 주지 않았던가.

 변태라고. 아, 또 있다. 범생이!

 사실 그녀는 그와 부딪히는 게 몹시도 싫었다.

 그러면서도 어제 그가 도와줄 땐 또 싫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한 자체가 기막혔다.

 그와의 첫 만남을 생각하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구겼다.

 처음부터 그들은 많이도 어긋났었다.

 겨우 이틀 사이, 아니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그랬었다.

 또다시 그와 부딪히면서 그날의 일이 악몽처럼 되새겨졌다.

 

 ‘아~, 싫다, 정말. 왜 자꾸 부딪혀? 그리고 남의 일엔 왜 나서는데!?’

 

 이런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던 그녀는 방해꾼이 빨리 사라졌으면 했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그가 전혀 달갑지 않아 망설이던 그때, 경호원이 던진 말에 그녀는 결심했다.

 

 *

 

 “서 선생님! 잠시만 이쪽으로 나와주시죠! 확인할 게 있습니다.”

 

 긴장이 최고조로 달한 순간 경하의 딸꾹질이 뚝! 멈췄다.

 경하 앞까지 온 경호원의 눈빛과 그의 눈빛이 공중에서 세게 부딪혔다.

 대체 어디에서 이런 기(氣)가 뿜어 나올까?

 할머니를 바라보던 부드러운 눈빛은 사라지고.

 원래부터 이런 사람처럼 전사의 기(氣)를 뿜고 있었다.

 비록 속은 덜덜 떨지언정 겉모습은 충분히 위압적이었다.

 

 ‘아, 미치겠네. 무슨 방법 없나? 안 돼! 내가 물러서면 할머니는….’

 

 불안함에 경하의 심장이 쿵쿵 요동쳤다.

 범생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경호원을 저지하고 있었다.

 그때 뒤쪽에 있던 작은 손이 그의 옷자락을 당겼다.

 

 “……!”

 

 당황한 경하가 살며시 작은 손을 밀어내며 적을 상대했다.

 

 ‘할머니! 가만히 좀 있어요. 그러다 들켜요!’

 

 온 신경을 커다란 적을 상대해도 부족할 텐데, 작은 손까지 신경 쓰려니 죽을 지경이었다.

 

 “서 선생님! 거기 뒤에 뭔가 있는 거 다 압니다. 이리 나오시죠.”

 

 “……!”

 

 경하는 그의 말에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긴장감에 바짝 마른 입을 힘겹게 축이던 찰나, 작은 손이 또다시 그의 옷을 당겼다.

 

 ‘할머니, 제발……. 그냥 있어요.’

 

 

 
작가의 말
 

 이들에겐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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