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편]
2015년 12월 02일 (수)요일.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 발표가 있는 날이다. 모두들 긴장한 표정으로 등교한다. 아리와 정혜도 웃으며 등교하다가도, 교문을 통과하고 반으로 들어갈 때는 긴장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반으로 들어서니 친구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었다. “아… 미쳤다. 미쳤어. 오늘 발표다… 드디어 가출을 해야 할 때가 찾아왔어.… 이를 어쩌면 좋지.” “휴… 오지 말라는 시간은 진짜 빨리 오고, 지나가지 않았으면 하는 시간은 진짜 빨리 지나가고…” “어우… 나를 받아줄 대학교가 있다면 절이라도 하겠는데… 명문대에서 날 받아주겠다 하면 진짜 엎드려서 절이라도 할 거야 난.” 별 말들이 다 오간다. 그때였다.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담임선생님께서 입장하셨다. 손에는 [대학수학능력평가 시험 성적 결과표]가 들어있는 노란 봉투를 지니고 계셨다. 반 친구들은 망연자실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온화한 표정으로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5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그 학생들은 바로 효진이와 정혜, 아리, 마지막으로 국사트리오(2명)였다. 모두들 선생님께서 입을 여시기를 바라고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근엄한 표정을 하신 채 천천히 말씀하셨다. 난생 처음으로 선생님께 듣는 존댓말이었다. “여러분, 먼저 고생 많으셨습니다. 본 담임은 여러 분들의 담임선생님이지만, 그동안은 여러분들이 보호를 받아야 하는 청소년이었기에 존댓말보다는 친근함을 나타내는 반말로서 여러분들을 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여러분들께서는 곧 성인이 됩니다. 오늘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한 결과 발표가 있는 날입니다. 여러분들께서 노력하신 만큼, 그 결과는 값진 결과로서 여러분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성적을 전달해드리기에 앞서 선생님은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만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남은 고등학교 3학년 생활은 친구들과의 추억을 쌓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졸업한 후에는 직장에 얽매이고, 일에 얽매여 바쁜 일상으로 쉴 틈 없이 사회생활을 하게 될 터인데, 그 속에서 떠올려보는 학창시절의 추억은 영원히 여러분들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만 당부의 말씀을 끝내며, 성적을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담임선생님의 말씀은 아리와 정혜를 포함하여, 반 친구들의 심금을 울렸다. 모두들 선생님의 말씀에 그동안 시험을 위해 고생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서로를 향해 많이 도와준 친구들끼리 부둥켜안고 울기도 했다. 아리와 정혜도 마찬가지였으며, 준혁과 세민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생님께서는 성적표를 꺼내어 1번부터 한명씩 호명하면서 악수와 수고 많았다는 말과 함께 성적표를 전달했다. 이제 정혜 차례가 되었다. 정혜에게는 선생님께서 고생 많았다는 말씀과 함께 눈물을 지어 보이셨다. 자신의 말을 잘 따라준 정혜가 정말 고마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리의 차례가 되어 아리도 성적표를 받고, 악수를 나누었다. 이로써 고등학교 3학년 생활도 끝을 향해 달려간다. 조례가 끝난 후 정혜와 아리, 그리고 효진이는 함께 모여서 성적표를 뜯어 확인해보았다. 먼저 아리의 성적이다.
[언어영역 2등급, 수리영역 3등급, 외국어영역 3등급,
사회탐구영역 평균 3등급, 제 2외국어(일본어) 2등급]
= 평균등급 2.6등급
* 다음은 정혜의 성적이다.
[언어영역 1등급, 수리영역 1등급, 외국어영역 1등급,
과학탐구영역 평균 1등급, 제 2외국어(일본어) 1등급]
= 평균등급 1.0등급.
* 다음은 효진이의 성적이다.
[언어영역 1등급, 수리영역 1등급, 외국어영역 1등급,
사회탐구영역 평균 1등급, 제 2외국어(일본어) 1등급]
= 평균등급 1.0등급.
효진이와 정혜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이유가 계기가 되었는데, 열심히 노력하고, 또 노력하다보니 수학 능력 평가 평균 성적 1등급을 얻었기 때문이다.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둘은, 그만큼 미운정도 정이라는 말처럼 많은 정이 들었던지 한참을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러면서 서로를 칭찬했다. “정혜야, 진심으로 축하해! 그리고 고생 많았어.” “효진아! 너두 정말 고생 많았어!! 축하해!! 우리 이제 꼭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아리는 정혜와 효진이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면서도, 가슴 한편에는 부러운 마음이 들어서 상대적으로 어깨가 축 쳐졌다. 그러나 그때, 아리에게 누군가 달려와서는 쳐져있는 어깨를 펼 수 있도록 해주면서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그녀를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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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를 안아준 그 멋진 놈은 바로 준혁이었다.
그렇게 준혁과 아리는 뜨겁게 포옹하고, 키스를 나눈다.
그들은 그렇게 사랑을 이어나간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그들은 영원할 것만 같은 모습으로 서로를 사랑스레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