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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남녀의 향기
작가 : 청초
작품등록일 : 2019.10.1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로맨스 작품입니다.

 
「25장. 사랑과 공부의 공통점」
작성일 : 19-10-01 05:33     조회 : 298     추천 : 0     분량 : 1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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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장. 사랑과 공부의 공통점」

 “노력할수록 기쁨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

 

 부산의 새벽은 바닷바람으로 시작한다. 어찌나 피곤했던지 좀처럼 그들을 일어나지 못했다. 코 고는 아저씨가 하필 그들과 그녀들의 근처에서 자고 있었던 터라, 소음이 굉장했던지 자도 잔 것 같지가 않은 느낌을 가진다. 그래서 계속 잤던 것이 오후 2시까지 자버렸다. 배고파하는 준혁이 때문에 다들 일어났던 것이다. 배고프다고 맛있는 음식 먹으러 가자고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다들 일어나서는 이렇게 말한다. “야, 니 뱃속에는 거지라도 들었냐? 뭐 그리 배고프다고 찡찡거리냐? 다신 배가 고프지 못하게 위를 없애줄까?” 우진이의 말이었다. 그 말에 우울해져서는 “나는 홍길동인가 봐.”라고 말한다. 분명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면 또 재미없는 농담을 던질 것 같아서 물어보지 않으려는데… 그런 준혁이에게는 우렁각시 같은 아리가 있었으니. 아리는 그저 배고픈 준혁이가 안타까웠고, 밥을 먹이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물어보고야 만다.

 “무슨 말이야?”, “홍길동은 그랬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도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도 못했지… 배고픈데 배고프다고 할 수도 없는 내가 홍길동이 아니면 무엇이겠어.… 그래도 자기밖에 없다… 나한테 무슨 말이냐고 물어봐준 건.”, "이그!! 그런 말하지 마. 자기한테는 내가 있잖아. 내 입술에 뽀뽀라도 하면서 참을래?", "응! 정말이지? 이리 와." 준혁이는 정말 아리에게 뽀뽀…? 아니 키스를 했다. 아무리해도 앵두 같은 입술에 포개어지는 그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자신의 여자 친구가 너무 예뻤다. 그래서 볼 때마다 사랑이 샘솟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였다. 한편, 준혁이와 아리 커플이 못 마땅했던 세민이는 이렇게 말한다. "야. 여기가 너희 사랑방이냐?… 좀 적당히 해. 아직 우린 어려. 학생이라고. 그런데 그렇게 쪽쪽대면… 나도 하고 싶어진단 말이지." 그러면서 정혜를 애틋한 눈길로 바라본다. 정혜는 부끄러운 듯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세민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혜에게 다가가 허리를 붙잡고 끌어당기며 키스를 했다. 우진이와 효진이도 서로를 그윽하게 쳐다보기는 했지만 키스를 하진 않는다. 대신 호통을 쳤다.

 "야!!! 이것들이 진짜… 밥이나 뭐 먹을 건지 결정하자고…!!!" 밥이라는 소리에 그제야 입술을 떼는 준혁이는 우진이랑 대화를 한다. "아침에는 간단하게 비빔밥이 먹고 싶다. 국밥은 너무 뜨거워서 싫고.", "아 그래? 그럼 비빔밥 먹으러 갈까? 근데 이 주변에 비빔밥 하는 식당이 있는지 모르잖냐. 난 맛집 아님 안 간다.…~", "밥 먹기 전에 너부터 처단할까?","… 미안해~ 오버 떨어서… 그럼 너희는 어때? 비빔밥 괜찮냐?" 이에, 키스를 끝낸 세민이와 정혜도 가세한다. "좋지! 난 돌솥비빔밥 먹고 싶었는데 잘됐네! 우리 여보야능? 배 안고파?", "웅. 여보가 해준 키스가 날 배부르게 했어. 일단 음식점으로 이동하쟈. 가서 배고프면 시켜먹으면 되는 거잖아~" "그으래… 아하하하 가자!"

 이로써, 그들은 드디어 부산 여행 2일차로서 첫 발걸음을 뗀다. 그것이 하필 점심밥 먹으러 가는 거라서 좀… 보기에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 길을 걸으며 주위를 살펴봐도 신기하게 비빔밥 가게들이 없다. 그러다 정혜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말했다. "오! 저기 비빔밥 적혀 있당!!!" 그래서 다 쳐다보는데, 세민이가 대답한다. "… 여보야 저기 밑에 [비빔밥은 안 됩니다.]라고 써져있네? 하하…", "아… 그러네.… 여러분 미안합니다!" 그리고는 또 다시 비빔밥 가게를 찾아서 돌아다닌다. 20분 가까이 지났을까? 한참 걷다가 배고파 쓰러지기 직전인 그들과 그녀들 앞에 비빔밥 가게가 떡하니 보였다. 그래서 동시에 달려 들어가는데, 또 아리가 넘어질까 봐 걱정이 들었던 준혁은 아리 뒤쪽으로 올라간다. 계단이었기 때문에 넘어지면 무릎이 삐끗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발을 헛디뎌 넘어지려 하고, 그런 아리를 뒤에서 준혁이 잡아준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아리다. 그래서 준혁이에게 고맙다고 말하려고 얼굴을 쳐다보는데, 햇살이 준혁의 얼굴을 감싸고 있다. 어찌나 잘 생겨보이던지 아리는 더욱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딸꾹질이 날 정도였고, 준혁을 자신의 진짜 남자로 느끼고 있었다. 아리는 얼어붙었다.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햇살에 유유히 비춰지는 그의 얼굴이 오늘따라 한없이 더 멋져보였다. 준혁은 자신을 쳐다보는 아리를 향해 미소를 발사했다. 그 때문에 아리는 정말 준혁이에게 다시금 빠져들었다. 그래서 준혁의 미소만 봐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손을 잡아도 얼굴이 발그레해질 정도였다. 아리는 준혁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기야 고마워…"

 그러자 준혁이의 대답이 또 걸작이다. "여자는 남자가 지키는 거래. 난 네가 언제 어디서든 안전할 수 있도록 우리 자기 지켜줄 거니까 이런 일로 고마워 안 해도 돼" 아리는 이로써 준혁이에게 사랑의 패배를 당했다. 그대로 준혁을 안아주었다. 준혁은 그런 아리가 귀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더니 볼에 뽀뽀를 하고, 그녀의 귀에다가 속삭인다. "자기는,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내꺼야 사랑한다! 앞으로 더 행복하게 해줄게." 이렇듯, 준혁과 아리는 더 뜨거워져만 간다. 한편, 비빔밥이 나왔는데도 들어오지 않는 둘을 부르러 세민이가 나섰다. 그러나 입구에서 영화를 찍고 있는 준혁과 아리를 보며, 도저히 못 보겠다는 듯이 분위기를 깨며 말한다.

 "여기도… 니네 사랑방이냐? 뭐? 세상에 하나 뿐이야? 아주 결혼을 하지 왜?" 그러자 아리가 천연덕스럽게 대꾸한다. "응! 우리 결혼 할껀데? 그치 자기야~?" 이에 준혁은 한술 더 뜬다. "그럼~ 세상에서 우리 쟈기보다 예쁘고 착한 여자 없을껄? 당연히 결혼해야지~" 세민이는 더 듣고 있다간 비빔밥을 먹기도 전에 토할 것 같다는 생각에 둘을 데리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고, 밥을 먹이면서라도 그 둘을 조용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런데 그때였다. 정혜에게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톡이 왔다. 정혜는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친구들에겐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조용히 답장을 해드렸다.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무슨 일 있는 건가요?" 그러자 사진이 포함된 답장을 해주셨다. 그래서 무엇인가 싶어 확인하던 정혜는 그 자리에서 폰을 떨어트리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돌발적인 그녀의 행동에 다들 의아해했지만, 세민이가 그녀의 폰을 주워 그 톡 내용을 보았다. 그러더니 세민이도 놀라며, 준혁과 아리, 우진과 효진이에게 말했다. "야… 이번 중간고사에서 정혜가 전교 1등을 했데!! 담임선생님께 축하한다고 톡이 날아왔네!" 그러자 효진이를 빼고, 다들 진심으로 축하해준다. "우와! 전교 1등? 우리들 속에 전교 1등이 있단 말이야? 와!! 진심으로 축하한다. 정혜야!!",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와… 1등을 해버리네. 대단하다. 진짜. 서울대도 가겠다. 이대로라면!" 그러나 정혜는 효진이 눈치를 보았다. 효진이는 충격이 컸는지 정색을 하고 있었지만, 최대한 싫은 티를 내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때 효진이가 정혜에게 축하 말을 건넸다.

 "결국 1등 하네… 축하해… 내 자리 빼앗아서." 역시 축하 아닌 축하였다. 그래서 정혜는 왠지 모르게 효진이에게 더 미안해져서는 이렇게 대답했다. "미안해… 이번엔 우연적이었던 거고… 기말고사 때에는 다시 네가 1등 할 거야… 그러니 너무 염려하지는 말아줘…." 정혜가 효진이에게 미안해 할 이유가 없는데도 미안해했던 것은, 이제야 조금 더 친해진 효진이와의 사이가 더 나빠지지 않기를 정말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곧 정혜네 부모님도 이 사실을 아셨는지 전화가 왔다. 그리곤 정혜에게 길게 말씀하신다. "딸!! 이번에 전교 1등까지 했다며! 선생님께서 기쁘게 전화해주셔서 알게 됐는데 이 엄마 아빠도 너무 우리 딸이 기특하고 장하다. 그리고 고맙고, 미안하고. 그동안 우리 딸 공부하느라 마음고생 많았을 텐데… 이 엄마는 그것도 몰라줬네. 참! 부산에 갔다 그랬지? 엄마가 기분이 너무 좋아서 네 통장으로 10만 원 보냈다. 엄마가 필요할 때 쓰라고 준 카드 있지? 그걸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푹 쉬면서 즐겁게 놀다가 와~"

 정혜는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마음을 잡은 이유가 "부모님께 기쁨을 드리기"라는 이유였기 때문에 그 기쁨을 드린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해서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그래서 잠시 흐느끼던 정혜는 진정하면서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엄마… 아빠랑 엄마 기쁘게 해드리려고 시작한 건데 이뤘네요. 저 장하죠?…" 정혜의 목소리는 한없이 떨리고 있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도 눈물을 흘리시는 듯했다. 그리곤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럼~ 내 딸 장하다! 1등하는 게 쉬운 게 아닌데~ 나중에 집에 오면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사랑해 딸! 그럼 전화 이만 끊을 테니까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다 와~" 끊어진 전화를 붙잡고 정혜는 한참을 엉엉 울었다. 그동안의 피나는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혜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비빔밥은 내가 쏠게! 기다려줘서 고마워." 그러자 세민이와 준혁, 아리는 아니라고 하면서, 이렇게 대화한다. "무슨 소리야. 열심히 한 정혜 네가 왜 사는데? 네 몫은 우리가 낼게! 축하해! 진심이야!" "그러니까 더 먹어 더 이모!! 여기 김치만두 1인분이랑 콜라, 사이다도 1병씩 주세요!" 근데 그런 정혜가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사람은 세민이었다. 세민이는 그래서, "여보야~ 고생했어! 내가 다 뿌듯하당!"라고 말하는데, 옆에서 준혁이가 그 분위기를 깬다. "세민아, 닌 시험 잘 쳤냐?", "아니… 큰일이다.", "공부 좀 하지 그랬냐. 니 여자 친구는 자그마치 전교 1등이다. 1등 이것아.", "그런 너는 잘 쳤냐? 아리한테 안 미안하냐?", "치사하게 우리 자기를 걸고 넘어지냐…", "참나… 너부터 그랬다?", "그래? 미안… 나 이번에 망했다. 정말 개망했어… 어휴…", "망한 우리끼리는 서로 위로해주자. 친구야… (토닥토닥) 흐윽", "(토닥토닥) 흐윽. 담번엔 반드시 이길 테다."

 "그래그래… 네 마음 이해해… 이해해~" 비빔밥 가게에서는, 이렇듯 감동을 비롯해 축하와 위로의 말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준혁과 세민이는 숙연해진 채, 죄 없는 만두만 세게 씹어가며, 슬픔을 달래고 있었다. 그때, 정혜는 세민이에게, 아리는 준혁이에게 말한다. "난 남자 친구 공부 못해도 괜찮은데~ 내가 사랑하잖아. 그럼 된 거지~ 기분 풀어~ 알았지?" 그제야 준혁, 세민이도 다시 웃으며, 기분이 풀어진 채 여자 친구를 살포시 안아주었다. 점심밥을 다 먹었다. 다들 배가 아주 불렀다. 인심이 후했던 부산이었기 때문에 1인분만 시켰던 김치만두에 고기만두 10개를 덤으로 주셨기 때문이다. 비빔밥에다가 만두까지 다 먹었다 보니, 배가 터질 지경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좀 걷고 싶었다. 그리하여 계산을 하고 나와 거리를 걷는다. 부산에는 남포동, 서면이 유명하다. 그래서 1등의 주인공인 정혜는 서면을 걸어보고 싶어 했다. 다들 서면에 가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한다. 이윽고, 서면으로 도착한다. 효진이는 그때까지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제껏 1등은 자신의 몫이었는데, 정혜에게 뺏길 줄은 꿈에도 모르던 효진이는 크게 낙심한 듯했다. 그래서 서면을 걸어 다니면서 정혜는 효진이의 기분도 풀어줄 겸, 많은 대화를 나눈다.

 "효진아… 등수가 중요하긴 하다지만… 그래도 기분 풀면 안 될까?… 네가 안 좋은 표정 짓고 있으니까 왠지 내가 더 미안해지잖아…", "네가 왜? 네가 잘해서 1등 한 거잖아. 아냐? 나한테 미안할 거 없어." 그때였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세민이가 끼어들었다. "야. 효진. 네 말대로 정혜가 잘해서 1등을 한 거면 친구로서 축하해주는 게 맞지 않냐? 그걸 꼭 틱틱거리면서 기분 나쁘게 해야겠냐고. 어?!" 다행히 우진이는 나서지 않았다. 효진이가 잘못한 것임을 남자 친구지만 인정한다는 뜻이었을까. "어. 기분 나빴다면 미안. 근데 솔직히 질투가 나는 걸 어떡하라고… 뭐 이제 안 그럴게." 이에, 세민이의 표정은 싸늘해져갔다. 그러나 아무런 대꾸는 하질 않았다. 그렇게 다시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듯하던 찰나, 옆에서 그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준혁이가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부산 날씨 좋다. 자기야 그치? 새털구름도 떠있고. 되게 맑네.", "응? 그러게. 와~ 구름 예쁘당~ 그나저나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숨도 배불러서 잘 안 쉬어져…", "그래? 우리 자기 어떡하지? 내가 [엄마 손은 약손]해줄까?", "아냐. 나 지금 배불러서 배 나와 있단 말이야. 난 자기한테 배나온 모습 보여주기 싫어…", "알았어. 이해해줄게.." 준혁과 아리가 애정을 과시하는 반면, 세민이랑 정혜는 조용해져 있었다. 그래서 아리가 세민이랑 정혜와 대화를 시도했다.

 "정혜야~ 세민아~ 너흰 왜 말이 없어??", "아~ 그냥 경치 구경 중이야~ 우리 여보야는 자동차 구경한다고 정신이 팔려있네." 그때 세민이도 말했다. “아닌데~ 나 여보랑 이야기할 준비하고 있었지롱~ 그러니까 기분 풀었으면 좋겠는데~”, “응? 나 기분 안 나쁜데? 아무 일도 없었잖아.", "그럼 다행이고~ 그런데 우리 언제까지 돌아다녀?", “음 그러게~ 아리야~ 우리 어디 들어가서 이야기라도 하면 안 될까? 나 다리아파…”, “응!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하자. 음… 카페 몇 군데 있네? 저 중에서 괜찮은 카페 골라봐~”, “그냥 저 앞에 엔젤리너스 가자~ 거기가 제일 괜찮은 곳 같아. 커피가 좀 비싸다는 게 흠이지만…”, “알았어. 들어가자. 다들.” 그렇게 엔젤리너스로 들어선다. 정혜와 아리는 그냥 다리가 아파서 들어간 것이었기 때문에 커피는 따로 주문하지 않았다. 그러나 준혁이랑 세민이는 남자애들이라 그런지 벌써 배가 다 꺼져 있었다. 살이 찐 것도 아닌데 놀라운 속도의 소화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준혁은 [녹차라떼]를, 세민이는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를 시켰다. 4명에서 두 잔밖에 시키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도저히 배가 불러서 못 마시겠는데 시켜서 남기느니 차라리 안 시키고 안 먹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해서 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갈 버스는 오후 7시 30분에 있었고,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었던 터라, 부산의 향기를 마음껏 쐬고 있었다. 커피가 나왔다는 진동이 울리자, 정혜가 들고 온다. 배가 불러서 살이 찔까봐 어떻게든 운동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카운터로부터 커피를 받아와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정혜야, 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마음 편하겠네?… 부럽다. 난 오늘부터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 언젠지 매일 같이 물어보시는 부모님의 성화에 하루도 두렵지 않을 수가 없는데…”, “아냐~ 부끄럽게 다들 왜 그래… 뭐 항상 1등 했던 것도 아니고, 지난 번 시험까지 계속 1등 했던 효진이도 가만히 있잖아 ㅠ_ㅠ 나 부끄럽게 성적 이야기 하지 말고, 다른 이야기 하면 안 될까?”, “음! 알았어. 그럼 수능 대비 어떻게 할껀지 이야기할까?”, “닥쳐 이년아 좀… 넌 여기까지 와서 노는 도중에 꼭 공부 이야기를 하고 싶냐? 왜? 아주 책도 들고 와서 여기서도 공부를 하지 그러냐, 아예.”, “… 미안해 다들 내가 부산에 왔더니 너무 기분 좋아서 실성했나봐.”, “응~ 아리야 너 그래 보여.” 세민이가 아리를 공격하다니… “야, 정세민. 내 여자 친구한테 누가 뭐라 하라 그랬어? 네 여자 친구 1등 했다고 지금 우세하다 이거냐?”, “틈만 나면 정혜 1등 했다는 이야기를 하냐? 하지 말라잖아. 우쒸.”, “하하하, 알았어! 아 그런데 진짜 쉬는 날은 빨리 간다. 그렇지 않냐들?”, “그러게. 온지 몇 시간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좀 있으면 집에 가는 버스를 타야 하다니… 아쉽다 좀.”, “아쉬우면 뭐 다음 주 토요일에 또 다른 곳에 여행가면 되는 거지 뭐.” 그러자 효진이가 갑자기 끼어든다. “아냐… 난 오늘 집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기말고사를 위해 말 한마디 없이 공부만 할 거야…” 그 말을 듣고 우진이가 놀라며 대꾸한다.

 “아롱아! 왜 그래… 나얼이 부른 [바람 기억]을 그대로 재연하게? 우리의 믿음~ 우리의 사랑~ 그 영원한 약속들을~~ 나~ 추억…하고 싶지 않아 벌써부터.” 그러나 효진이의 표정은 굳건하기만 하다. 우진이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허탈하게 앉아있었다. 깨가 쏟아져도 모자를 판국에, 오늘 중간고사 시험이 끝났는데… 바로 기말고사 준비를 한다니… 이게 도대체 왠 말인가. 그들은 효진이의 굳건한 말을 끝으로 조용해졌다. 아니 숙연해졌다. 그래서 다들 시선을 창밖에 두고 오고 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시간은 정말 잘 흘러간다. 카페에 들어와 이야기 좀 하면서 커피 한잔 마셨을 뿐인데, 시간을 언뜻 보니 오후 6시 30분이 되어 있었다. 오후 2시에 일어나 어슬렁어슬렁 씻고 점심 먹고 나니 오후 3시 30분이었고, 지하철을 타고 서면으로 와서 번화가 구경과 인근 지하상가 구경을 끝마쳤을 때가 오후 5시였다.

 충분히 정혜가 다리가 아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1시간 30분 동안을 걸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5시에 카페에 들려 커피 한잔 하면서 창밖도 바라보고, 이야기도 하면서 보낸 시간이 1시간 30분이나 되었다니… 믿기지도 않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부산 여행을 해본 그들과 그녀들이었기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막차 시간은 정해져 있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들과 그녀들은 가야했다. 그래서 종종걸음으로 다시 서면역으로 향했고, 다행히 막차시간에 늦게 앉게 해운대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서면역에서 해운대역까지는 약 50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일찍 서둘렀던 것이 다행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도착하니 7시 20분이었다. 그래서 다시 돌아갈 때도 올 때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걸릴 것이니 준혁과 아리, 세민과 정혜, 우진과 효진은 또 다시 물과 간단한 간식거리를 샀다. 그리고는 그대로 버스에 올라탔다.

 기나긴(?) 부산에서의 여행이 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버스는 30분이 되자 곧바로 출발했고, 그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떠났다. 그래도 학창 시절에 아로새긴 추억을 잊지는 못할 것이라 믿는다. 노력으로 전교 1등을 거머쥔 인간 승리자 정혜도, 부산에서 시험 친 결과를 들었으니 부산에 올 일이 있을 때마다 연관되어 추억이 떠오를 것이고, 그들도 “아 맞다. 그때 너 1등 했다고 통보받았잖아.”라고 친구들이 기억해줄 것이기 때문에 잊지 못할 것이고, 세민이도 그런 정혜와 첫 커플 여행을 해보았기 때문에 잊지 못할 것이며, 준혁과 아리 역시나 커플된 이후 처음으로 해본 여행이라 못할 것이다. 효진이는 정혜에게 처음으로 1위를 빼앗긴 날이라 기억하겠지. 그리고 우진이는 효진이랑 다시 사귄 이후 처음 하는 여행이라 기억할 것이다. 다들 이렇게 자신만의 기억으로 평생 소중히 남을 것이라 믿는다. 버스 안에서는 모두들 힘들었는지 그대로 뻗어버렸다.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돌아갔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러지는 못했다.

 

 시간은 또 다시 흘렀다.

 노력을 통해 전교 2등에서 전교 1등까지 결국 해내고야 말았던 정혜도 크나큰 칭찬과 함께, 용기를 얻게 된다. 그러나 성적이 오르면 가장 좋은 것은 본인이다. 경쟁이 치열한 대학교에 지원서를 써도, 합격 여부는 교내 성적과 수학능력시험 점수가 크나큰 견인차 역할을 하듯이, 누구보다도 바로 자신에게 좋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정혜는 부가적으로 하나의 용기를 얻는다. 그 용기는 바로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용기였다. 공부를 열심히 한 것에 대한 그 짜릿함과 성취감은 대게 좋은 성적을 받았을 때 느껴지는 희열에서 흘러나오는 법이라 생각한다. 물론 열심히 했으나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을 수 있지만 말이다. 그 후부터 정혜는 열심히 공부했다. 보통 공부를 열심히 하기 위해 놀기를 포기하고, 놀기를 위해서는 공부를 포기하는 유형이 많다. 그러나 그들(준혁, 아리, 세민, 정혜, 효진)은 그러지 않았다.

 그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효진이 역시나 아쉽게 1등을 지켜내지는 못했지만, 전교 2등이라는 최상위권 성적을 가졌고, 정혜의 남자 친구인 세민이 역시 전교 30등 이내의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으며, 준혁과 아리 역시나 30등 이내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진이가 성적이 나오지 않아 조금 안타까운 면도 있었지만, 그것은 자신의 노력 부족이니 어떻게 더 이상의 방법이 없다고 여겨질 뿐이렷다. 1개월이 흐르고, 2개월에 흐르고, 그 자리에 좀 멈추어주었으면 좋을 것만 같은 시간은 계속 흘렀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말이 살찐다는 계절인 가을까지도 빠르게 지나쳐갔다. 그리고 눈꽃이 피어난다는 겨울이 찾아왔다.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들도 많이 성숙해졌다. 그리고 어른들께서 말씀하시는 이른바 ‘철’이라는 것이 점차 들어갔다. 나날이 가면 갈수록 더 거세지는 학업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만 했기 때문에, 그들은 정말 눈에 띄게 더욱 노력을 많이 하는 학생들로 한 단계 더 성숙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때가 때인 만큼 어떤 친구에게 꿈을 물으니, “수능성적 1등급입니다.”라는 말까지 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생들에게 겨울과, 그리고 겨울이면 찾아오는 겨울 방학이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예비 수험생]에서 진정한 수험생으로 치닫기 위한 막바지 준비과정으로 들어선다.

 

 ː

 ː

 

 빠르게 흐르던 시간은 그해 12월의 겨울에서,

 잠시나마 천천히 그 속력을 줄여주었다.

 

 
작가의 말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로맨스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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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장. 끝나가는 여행 속에서 더 타오르는…… 2019 / 10 / 1 327 0 15914   
27 「27장. 그들과 그녀들이 함께한,」 2019 / 10 / 1 327 0 17927   
26 「26장. 사랑과 공부를 함께 할 수 있을까요?… 2019 / 10 / 1 364 0 12915   
25 「25장. 사랑과 공부의 공통점」 2019 / 10 / 1 299 0 10533   
24 「24장. 사랑은 다시 되돌아오는 거야.」 2019 / 10 / 1 328 0 14189   
23 「23장. 사랑하는 마음은 쉽게 변치 않는다.」 2019 / 10 / 1 317 0 5953   
22 「22장. 믿음과 신뢰가 깨지면 남는 것은…?」 2019 / 10 / 1 297 0 10031   
21 「21장. 새로운 시작과 만남.」 2019 / 10 / 1 324 0 11753   
20 「20장. 가로수 불빛이 은은히 비치는 그곳에… 2019 / 10 / 1 338 0 10374   
19 「19장. 아픈 만큼 더 깊어져 가는 사랑.」 2019 / 10 / 1 326 0 13362   
18 「18장. 그와 그녀가 함께해서 행복한.」 2019 / 10 / 1 302 0 10272   
17 「17장.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와 그녀」 2019 / 10 / 1 305 0 9846   
16 「16장. 시험기간의 달달한 사랑이란 이런 걸… 2019 / 10 / 1 317 0 17651   
15 「15장. 그들에게 찾아온 힘든 시련.」 2019 / 10 / 1 350 0 8138   
14 「14장. 노력은 사랑도, 공부도 쟁취한다.」 2019 / 10 / 1 316 0 9389   
13 「13장. 틈틈이 키워가는 두 커플의 사랑」 2019 / 10 / 1 284 0 16632   
12 「12장. 서로를 믿을 수 있기에 가능한 것들.… 2019 / 10 / 1 331 0 7323   
11 「11장. 서로에 대한 믿음이 주는 행복」 2019 / 10 / 1 316 0 6773   
10 「10장,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2019 / 10 / 1 322 0 10935   
9 「9장. 보고 또 봐도 보고 싶은 마음」 2019 / 10 / 1 320 0 17539   
8 「8장.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 2019 / 10 / 1 331 0 3842   
7 「7장. 조금은 가까워진 그들」 2019 / 10 / 1 305 0 13379   
6 「6장. 그들의 사랑도 이루어질까요?」 2019 / 10 / 1 325 0 11079   
5 「5장. 꽃은 기분을 좋게 한다.」 2019 / 10 / 1 321 0 9926   
4 「4장. 서로를 향한 믿음이란 이런 것일까.」 2019 / 10 / 1 317 0 4591   
3 「3장, 그녀와의 첫 데이트는?」 2019 / 10 / 1 312 0 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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