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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남녀의 향기
작가 : 청초
작품등록일 : 2019.10.1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로맨스 작품입니다.

 
「22장. 믿음과 신뢰가 깨지면 남는 것은…?」
작성일 : 19-10-01 05:31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1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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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장. 믿음과 신뢰가 깨지면 남는 것은…?」

 

 또 다시 3주가 흘렀다. 시간은 금이라는 말도 있듯, 빠른 시간은 우리도 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시간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규혁이가 학교로 등장했다. 3주 전 세민이랑 싸운 이후, 갈비뼈에 금이 가 입원하는 바람에 병결로 처리되고 있었던 규혁이가 놀랍게도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학교에 등장했다. 그리고 반으로 들어섰을 때, 반 친구들은 일제히 모두 수군거렸다. 대부분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수군거렸다. “와… 이제 규혁이가 세민이한테 복수하는 일만 남았겠다.”,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나겠는데; 어우 무섭다. 무서워, 벌써부터.”, “이러다 둘 중 하나는 끝장이 나야 다시 정상적인 분위기가 되는 거 아닐까?” 모두가 수군거리자 의아함을 느꼈던 세민이가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는 껄렁껄렁하게 교실로 입장하는 규혁이를 발견한다. 그리고는 대화를 나누는데, “어?! 규혁아! 뭐냐? 퇴원한 거냐? 벌써? “어! 벌써 퇴원하셨도다. 그런데 아 짜증나게 날이 왜케 덥냐? 벌써 초여름이냐?”, “초여름은 무슨 아직 여름 되려면 한참 남았다. 그나저나 의사선생님께서는 뭐라 하시던데? 퇴원하고 학교에 가도 된다고 그러냐?”, “조금 더 병원에 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는 하는데, 어우 너무 지겨워서 도무지 있을 수가 없더라. 근데 시험기간인데 너는 공부 좀 했냐?”, “아니… 안 그래도 공부 안한다고 여자 친구님이 뭐라 하신단다.”

 “그럼 공부 좀 하지 그러냐? 그럼 뭔 소리도 안 들을 거잖아. 바보냐?”, “뭐? 어쭈? 퇴원하고 학교 오더니, 이게 아주 살판이 났네. 갈비뼈 하나 더 날아가고 싶어서 그러냐?”, “아니… 안 그래도 욱신거려서 죽을 지경이다. 다 나으면 같이 복싱 배우러 안 갈래?”, “어? 갑자기 웬 복싱? 서… 설마 날 때리려고?”, “그럴 리가 있겠냐. 그냥 운동도 할겸. 그리고 난 복싱이 재밌어 보이거든.”, “그래? 음… 일단 다 낫기나 해라. 그때 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으니까.”, “그래. 오… 이 교실의 공기 오랜만에 맡는 구나.”, “아 맞다. 규혁아, 오늘 저번에 했던 약속 지킬게.”, “어? 무슨 약속? 아… 맛있는 거 사준다 했던 거?”, “어. 오늘 사주시겠다. 그러니 마치고 같이 가자.” 위험한 복수전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던 친구들은, 세민이랑 규혁이가 싸우지 않자, 왠지 아쉬워한다.

 조례가 시작되고, 담임선생님께서 입장하신다. 그런데 담임선생님께서도 다시 학교로 온 규혁이를 보시고는 반갑게 맞아주신다. “오! 규혁아. 몸은 좀 어떠냐. 안 그래도 어제 어머니께서 전화하셔서는 오늘부터 다시 학교 나갈 거니까 출석처리 해달라고 하셔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예. 선생님. 건강해졌습니다.”, “정말 잘 됐다. 근데 오자마자 시험기간이니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구나.", “예. 그건 제가 알아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원, 녀석도… 알았다. (모두에게) 자! 다들 조용! 오늘은 딱히 전달사항은 없다. 시험공부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이상 조례 끝.” 이제 1교시를 준비할 시간이다. 그래서 세민이가 교과서를 준비하고 있는데, 규혁이가 세민이를 불렀다. 그리고는 이런 대화를 나눈다. “세민아… 갑자기 책 보니까 머리 어지럽다. 우리 오늘 학교 재낄까?”, “어?! 다시 온 첫날부터 그게 무슨 말이냐.”, “아 몰라. 싫으면 공부 열심히 해라. 난 튈래.”, “야야야, 같이 가자. 성치 않은 몸으로 혼자 튀는 걸 보느니 널 보호해야겠다.” “Thank you. Friend.”, “되도 않은 영어 쓰지 말고. 야! 눈치 잘 봐라. 나가다 인성부장한테 걸리면 인성부실로 끌려간다.”

 이렇게 세민이가 감히 학교를 튈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혜도 오늘 장염으로 인해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학교에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반면, 세민이가 튈 준비를 하려하자 준혁이가 옆에서 등을 때리며 묻는다. “야. 세민아, 어디 가는데?”, “아오, 나… 배가 너무 아파서 조퇴해야 할 것 같아. 오늘은 먼저 갈게. 안녕.”, “웃기고 앉아 있네. 규혁이랑 이야기하는 소리 내가 다 들었는데.”, “아… 그랬냐? 아하하하. 너도 같이 갈래 그럼?”, “난 아리한테 맞아죽는다. 그랬다간…”, “어우, 결혼하면 마누라한테 잡혀 살 놈 같으니라고.”, “뭐? 아냐. 난 그러지 않아.”, “웃기고 앉아있네. 그럼 같이 튀면 내가 그거 인정할게. 아니면 평생 놀린다.” 결국 그 말에 세민이를 따라나서는 준혁이다. 그래서 셋은 눈치를 보며, 반을 나간 후, 운동장으로 나가서 왼쪽으로 이동했다. 뛰어넘을 수 있는 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곤 한 놈씩… 아니 한명씩 차례차례 뛰어넘는다. 그렇게 그들은 일명 땡땡이를 치고, 번화가 쪽으로 뛰어가 이리저리 구경하며 돌아다닌다. 그러다 배가 고파진 세 명은 음식을 먹으러 식당에 들른다. 그 식당은 볶음밥을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이다. 세 명은 들어서서 자리를 잡자마자 벨을 누르고 주문한다.

 “이모! 여기 해물볶음밥 하나랑 제육볶음밥 하나랑 쇠고기볶음밥 하나씩 주세요. 아 참! 단무지 많이 주세요. 단무지 사랑한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거대한 5명의 남자가 와도 다 먹지 못할 정도의 단무지 양을 가져다주신다. 그들은 맛있게 먹으면서, 오늘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세민아, 규혁아, 오늘 뭐할래?”, “준혁이 니는 뭐하고 싶은데?”, “나? 노래연습장에 가도 되고, 뭐 볼링장에 가도 되고, PC방에 가서 게임을 해도 되고. 아 참! 가기 전에 선물상자 하나 사게 팬시에 들렸다가 가자.”,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 세민이 너도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하냐?”, “어. 규혁이 너도 좋아하냐? 그럼 노래방부터 가지 뭐. 가기 전에 미래의 애처가 소원대로 팬시부터 들렸다가 가자.”, “그래. 그러자 그러면.” 볶음밥을 먹는데 그렇게 맛있게 먹을 줄은 몰랐다. ‘맛있게 먹는다.’라고 하는 정의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만큼 한 알도 빠짐없이 다 먹는다. 교복을 입은 터라 학생들인 것을 알고 아주머니께서 많이 만들어주셨는데도 턱없이 부족해보였다. 그리고 밥을 다 먹고, 계산은 세민이가 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야, 맛있는 거 사준다 했던 약속 지켰다.” 그렇게 셋은 교복을 입은 채로 거리를 활보했다. 그리고 준혁이가 가자했던 팬시에 도착해 그대로 들어갔다. 그런데 보고도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준혁이의 눈에는 분명 세민이에게서 들을 때는 아프다 했던 정혜가 팬시에 있는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아니겠지’ 싶어서, 고개를 좌우로 열심히 흔들었다. 그리고나서 준혁이는 다시 한 번 그곳을 쳐다보는데, 결코 헛것을 본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 정혜는 바로 그곳에 있었다. 그래서 준혁이가 놀란 표정으로, 정혜에게 여기서 뭐하냐고 물어보려는 찰나에 어떤 남자애가 정혜에게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었다. 둘은 마치 커플인 것 마냥 밝게 웃고 있었다. 그래서 준혁이는 얼어붙었다. 그리고 혹시 세민이가 그 모습을 볼까봐, 일단은 다른 곳으로 세민이랑 규혁이를 데리고 자리를 옮기고는, 급하게 아리에게 톡을 날렸다.

 “자기야! 혹시 정혜에게 남동생이나 사촌동생 중에 남자애가 있었어?” 그러자 답이 온다. “아니? 아무도 없을 텐데? 한 번도 못 봤는데?”라고. 그래서 망연자실한 준혁이는 차마 그 사실을 세민이에게 바로 전해주지는 못했다. 그저 정혜와 같이 다니는 그 의문의 남자를 집중적으로 주시하고만 있었다. 그래서 아무 것도 모르는 세민이와 규혁이는 준혁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준혁아, 다 샀냐? 다 샀으면 이제 노래방 가자.” “세민아, 아냐. 지금 노래방 갈 때가 아니란 말이야… 어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냐.…”, “뭐라고? 왜 그러는데? 무슨 일 생겼냐?” 준혁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저… 저기 좀 봐!” 그 말에 일제히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이 집중된다. 그러더니 갑자기 세민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표정이 변한다. 교복을 입고 있는 정혜가 세민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옆에서 같이 웃으며 함께 손잡고, 놀고 있는 남자애도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세민이는 얼굴이 빨개졌다. 집에서 요양하고 있어야 할 정혜가 왜 거기서 자신도 아닌 다른 남자애랑 웃으며 같이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들은 노래연습장에 가기로 했던 것을 취소하고, 정혜의 뒤를 밟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 팬시를 나온 정혜와 그 남자애는 그 주변 분수대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분수대 앞에 있는 곳에 앉는 모습까지 보았다. 세민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지 정혜에게로 달려가려 했다. 그런데 준혁이가 막았다. 이유는 좀 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발뺌을 못하기 때문인 것을 준혁이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세민이는 정혜에 대한 신뢰를 오늘로서 90%는 깨트리게 되는 대 사건을 눈앞에서 목격하고야 말았다. 분수대에 정혜랑 같이 앉아 있는 그 남자애는 헬스클럽에서 오랜 시간 운동을 했던지, 몸이 정말 좋았다. 벗겨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것이라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어깨, 가슴 근육 및 팔 근육은 정말 울퉁불퉁했다. 키는 재어 보지 않아서 확실히는 몰라도, 180cm은 족히 넘어 보였다. 얼굴도 평균 이상은 되는 것으로 봐서 여자애들한테 인기도 제법 있을 것 같아 보였다. 감히 그런 남자애가 옆으로 오는데도 막지 않는 정혜가 너무나도 괘씸했고, 이로써 장염이라고 했던 사실도 모두 거짓임이 자연히 밝혀졌다.

 그때였다. 한참 괘씸해하고 있는데… 그 남자애가 드디어 일을 벌이고야 말았다. 세민이 자신의 그녀에게 분수대에서 벤치에 앉아 있다가 일어서서는 꽃다발로 그녀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고백을 했다. 사랑과 전쟁에서나 나올 것 같았던 일이 세민이 자신에게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더욱 세민이가 배신감을 느꼈던 것은, 바로 거절을 하면서 기분 나쁘다는 모습을 보여야 했음에도, 흔들리더라는 것이었다. 세민이는 도저히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분을 삭이지 못하고 벤치 뒤로 다가가 싸늘하고 차가운 목소기로 정혜를 불렀다. “여보야?…”라고. 그러자 정혜는 화들짝 놀라며, 자신을 부른 뒤쪽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어디서부터 세민이가 보았을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변명조차 할 수 없었다. 정혜, 그녀는 떨고 있었다. 세민이가 아주 차가운 표정과 목소리로 대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세민이랑 정혜는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거…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봐.…”, “여…여보야… 사실… 보고 있는 그대로야…”, “뭐…? 내가 오늘 본 이 모든 사실이… 오해가 아니란 말이야?…”, “응… 미안해 흑흑…”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울지 마. 뭘 잘했다고 울어?… 지금 속상해야 할 사람은 나야. 쇼하지 마.”, “……” 정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얼마나 세민이가 자신에게 잘해왔는지, 그리고 사랑을 가득 줘 왔는지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더더욱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세민이가 말한다. “너… 정말… 하… 네가 이러고도 사람이냐? 적어도 아니라고 오해한 거라고 말해야 되는 거 아니야? 나중에 밝히더라도 지금은… 너무 하잖아!…”, “사실은… 얼마 전부터 나 쟤가 너무 좋아졌어. 그래서… 하… 정말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어… 정말… 정말 미안해.” 세민이는 정혜에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정혜에게 고백했다는 남자애를 쳐다보았다. 서서히 입을 떼는 세민이다. “어이… 남자 친구 있는 여자한테 왜 껄떡…대는 건데… 죽고 싶냐?…” 세민이는 정말 분노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옆에 정혜가 있어서 참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세민이의 심장에 그는 비수를 꽂았다. 절대 세민이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그 자리에서 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렇게 자신 있었으면 뺏기지도 말았어야지.”라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런 세민이의 표정은 정말 차가워져 있었고, 세민이는 그대로 그 남자애한테 다가가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 너 이 새끼… 지금 그걸 말이라고 내 뱉는 거냐?… 개 같은 새끼야…” 세민이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아직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그 남자애가 이렇게 말했다.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자신 있었으면 지켰어야지~?” 세민이는 그대로 폭발했다. 바로 멱살 잡은 손을 밀치더니 회축이라는 발차기 동작으로, 단숨에 남자애를 바닥으로 쓰러트렸다. 그리고는 다시 일으켜 세워서 얼굴부터 몸 전체를 마치 샌드백처럼 때리기 시작했다. 너무도 순식간이라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세민이는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에는 팔을 잡더니 관절을 꺾음으로서 팔을 돌려 꺾어버렸다. “우드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그 남자애에게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세민이는 멈추지 않았다. 준혁이도, 규혁이도 차마 말릴 수 없었다. 세민이가 얼마나 화가 났을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저 세민이가 그 남자애를 죽을 때까지 때리지 않기를 지금은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한참동안을 때렸다. 그 남자애는 반격할 틈도 없이 그대로 뻗어버렸다. 그 상황에서 세민이는 많이 힘들었던지, 슬픔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래서 뻗어버린 남자애를 잡고 계속해서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일이 더 커질까봐 준혁이랑 규혁이는 필사적으로 말렸다. 세민이는 때리면서도 ‘이 모든 일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믿었는데… 강한 믿음이 배신을 당하게 되면 아주 날카로운 칼이 되는 법이다. 그렇게 한참 뒤에야 다시 정신을 차린 세민이었지만, 그는 정혜에게 그 이후, 아무런 한마디 말도 없이 차갑게 지나쳐갔다.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었다. 1시간 전으로만 되돌아간다면 이 모든 일들을 되돌릴 수 있으리라. 그러나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이미 모든 것이 틀어져 버린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정혜는 왜 장염이라고 속이면서까지 그 남자애를 만나서 놀았던 것일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은 정말 신기하다. 정혜는 잘해주기만 하고, 자신에게 맞춰주기만 하는 세민이가 어느 순간부터 질렸던 것이다. 특히나 그들은 벌써 1년 가까이 사귀었으니, 정혜는 다른 남자애한테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정혜가 자초한 일이었다.

 반면, 그렇게 정혜에게서 믿음과 신뢰가 사라진 세민이는 그 표정이 너무나 차가웠다. 그래서 준혁이랑 규혁이는 일단 세민이의 기분을 풀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쉽사리 기분을 풀어줄 수 있는 기회가 보이질 않아 답답할 뿐이었다. 준혁은 아리에게 톡으로 이 모든 사실을 전하며, 대화를 나눈다. “자기야… 지금 난리 났어. 내가 좀 전에 정혜한테 왜 남동생이나 사촌동생 중에 남자애가 있느냐 라고 물어봤냐면 장염에 걸려서 집에서 쉰다던 정혜가 팬시에서 어떤 남자애랑 같이 놀고 있더라고. 그래서 세민이가 보면 안 될 것 같아서 일단은 숨기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세민이가 봐버렸어. 그리고 그 남자애 세민이한테 엄청 맞았어.…” 아리는 그 톡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답장을 하면서 톡은 계속 이어졌다. “헐… 정말이야? 정혜가? 정혜가 바람을 폈다고?…”, “응;; 그래서 지금 세민이 기분 장난 아니야;;”, “… 그래서 정혜는 지금 어디 있는데?”, “몰라. 바로 집으로 갔겠지. 자기한테도 충격이었을 텐데.”, “휴… 내가 정혜한테 뭐라고 할게.”, “혹시… 자기야… 정혜 바람피우는 거 알고 있었던 건 아니지?”, “응. 예상도 못했어! 알았으면 진작 내가 먼저 단속을 시켰겠지.…” 이로써 아리와도 톡을 끝냈다. 그리고는 세민이를 살폈다. 세민이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정혜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정말 슬퍼보였다. 세민이는 자신을 따라오는 준혁이랑 규혁이에게 미안했던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오늘은 도저히… 같이 못 놀겠다. 나 먼저 집으로 갈게. 미안하다.…” 그러자 준혁과 규혁이는 대답했다. “아니다. 미안하기는…;; 괜찮아. 일단 오늘은 집으로 들어가라. 택시 잡아 줄게.” 준혁이랑 규혁이는, 세민이를 위해서 택시를 세워, 타게 했다. 세민이는 넋이 나간 표정을 한 채,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대화를 나눈다. “하필 땡땡이 친 오늘 같은 날, 이런 일이 생겨가지고… 괜히 땡땡이치자고 했던 내가 미안하네.”, “세민이 말은 별로 안 해도 많이 힘들 텐데… 어떡하냐. 쟤…”, “그러게… 걱정이다 걱정. 정혜 걔는 바람을 왜 피워가지고; 이 사단을 만드냐. 어휴. 앞으로가 더 큰일이다.”, “오늘은 땡땡이치긴 했는데… 마음이 좋질 못해서 못 놀겠다. 그렇지 않냐…”, “그러게… 세민이도 집으로 돌아갔는데 우리끼리 치사하게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냥 오늘은 각자 집으로 돌아갈까? 시험공부나 해야지. 시험도 진짜 얼마 안 남았는데.”, “그래. 오늘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 어휴. 그나저나 내일 또 담임선생님한테 불려가게 생겼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럼 나도 집에 갈란다. 너도 잘 가라.”, “그래. 내일 보자 그러면. 아참! 시험 범위 좀 톡으로 가르쳐 주라. 범위를 알아야 책을 보던가 하지. =_ = 병원에 있다가 오늘 왔잖아. 부탁할게.”, “아! 알았다. 집에 가서 바로 톡 보내줄게.”

 이렇게 그들도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준혁이는 내일 학교에서 선생님께 혼날 것도 싫었지만, 더욱 무서웠던 것은 아리에게 혼날 것이 더 무서웠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리에게 톡을 보내본다. “오늘… 미안해. 땡땡이…” 그러나 더욱 무섭게도 그녀는 톡을 읽고 씹었다. 톡 내용 옆에 ‘1’이 사라진 채 그녀에게서는 사귀기로 한 이후,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던 이른바 [읽씹]을 해버리기에 이른다. 준혁이는 그 덕에(?) 집으로 돌아가서도 한없이 스스로를 원망한다. 그래도 “이미 후회해봐야 늦은 일!”이라고 외치면서 용기를 얻어 보려 하지만, 때마침 용기를 얻으려는 찰나에 아리에게서 톡이 날아오며, 그 얻으려는 용기마저 박살을 낸다. “내일… 학교에서 봐….” 빈 말이 날라 온 것이다. 이는 곧, 처참하게 갈굼 당할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혁이는 조용히 휴대폰을 종료하고, 울적한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 살려달라고 하늘에 기도를 한다. 과연, 하늘은 준혁이의 기도를 들어줄지, 의문이다. 그리고 그때 시간은 어엿한 12시 10분, 즉 점심시간이었다. 1교시가 되기 전에 담을 뛰어 학교를 탈출했는데, 모든 일들은 그로부터 약 4시간동안 벌어진 참사였던 것이다.

 한편, 아리는 정혜가 괘씸하기도 했지만,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본다. 정혜는 받지 않았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아리는 정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았다. 정혜는 조용했다. 아리도 처음에는 조용했다. 그러나 아리가 그 조용함을 깨고 말했다. “정혜야… 지금 어딘데?”라고. 그러자 정혜의 대답으로 대화가 계속되었다. “나… 지금 그냥 번화가 주변 걷고 있어…”, “으이그… 그러게 바람을 왜 폈는데?”, “미안해… 너도 알고 있었구나. 사람 마음이라는 게 나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건줄 몰랐어.…”, “그럼? 앞으로 세민이랑은 어떻게 할 건데?…”, “… 그러게. 내가 어떻게 하고 싶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일단 알았어. 우리 만나서 이야기하자. 지금 너 집에 가 있다가 마칠 때쯤 내가 부를게. 그럼 학교 정문 앞으로 와. 알았지?”, “응… 그렇게 할게. 아리야… 정말 미안해.”, “나한테 미안하다고 할 게 아니라, 널 믿어주고 사랑해줬던 네 남자친구인 세민이한테 미안해해야해 넌…; 일단 나도 밥 먹으러 가야하니까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 하자. 그게 좋을 것 같다.”, “응… 그렇게 하자… 나 그럼 집에 가 있을게.”

 이로써, 사건이 일단락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였다. 모든 것이 다 틀어져버렸다. 부디, 내일 학교로 등교할 세민이가 냉철한 모습이 되지 않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세민이가 받았을 충격을 생각하니, 나도 세민이에게 어떤 말로서 위로를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그저 빨리 충격을 잊고, 다시 밝은 모습의 세민이로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렇게 점심시간은 끝으로 흘러간다. 밖의 온도는 조금 더 높아져 눈부신 햇살이 땅으로 쭉쭉 내비쳐지고 있다. 부디 땡땡이를 쳤던 규혁, 세민, 준혁도, 대 사건을 일으킨 정혜도,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리도 모두 다시 무사히 정상적으로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수뿐 그 말고 답은 없어 보일뿐이다.

 

 
작가의 말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로맨스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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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장. 믿음과 신뢰가 깨지면 남는 것은…?」 2019 / 10 / 1 297 0 10031   
21 「21장. 새로운 시작과 만남.」 2019 / 10 / 1 324 0 11753   
20 「20장. 가로수 불빛이 은은히 비치는 그곳에… 2019 / 10 / 1 338 0 10374   
19 「19장. 아픈 만큼 더 깊어져 가는 사랑.」 2019 / 10 / 1 325 0 13362   
18 「18장. 그와 그녀가 함께해서 행복한.」 2019 / 10 / 1 302 0 10272   
17 「17장.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와 그녀」 2019 / 10 / 1 305 0 9846   
16 「16장. 시험기간의 달달한 사랑이란 이런 걸… 2019 / 10 / 1 317 0 17651   
15 「15장. 그들에게 찾아온 힘든 시련.」 2019 / 10 / 1 350 0 8138   
14 「14장. 노력은 사랑도, 공부도 쟁취한다.」 2019 / 10 / 1 316 0 9389   
13 「13장. 틈틈이 키워가는 두 커플의 사랑」 2019 / 10 / 1 284 0 16632   
12 「12장. 서로를 믿을 수 있기에 가능한 것들.… 2019 / 10 / 1 331 0 7323   
11 「11장. 서로에 대한 믿음이 주는 행복」 2019 / 10 / 1 316 0 6773   
10 「10장,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2019 / 10 / 1 322 0 10935   
9 「9장. 보고 또 봐도 보고 싶은 마음」 2019 / 10 / 1 320 0 17539   
8 「8장.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 2019 / 10 / 1 331 0 3842   
7 「7장. 조금은 가까워진 그들」 2019 / 10 / 1 305 0 13379   
6 「6장. 그들의 사랑도 이루어질까요?」 2019 / 10 / 1 324 0 11079   
5 「5장. 꽃은 기분을 좋게 한다.」 2019 / 10 / 1 321 0 9926   
4 「4장. 서로를 향한 믿음이란 이런 것일까.」 2019 / 10 / 1 317 0 4591   
3 「3장, 그녀와의 첫 데이트는?」 2019 / 10 / 1 312 0 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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