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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보고만 있어도 좋은걸
작가 : m현림
작품등록일 : 2019.9.27

탑 배우의 짝사랑!
짝사랑이라 우기지만 누가봐도 스토킹.


 
2화_스토커
작성일 : 19-10-02 12:55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6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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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외운 듯 예인의 입에서 줄줄 흘러나오는 신상정보에 진강이 머리카락을 뜯으며 괴로워했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번쩍 치켜들며 예인을 노려봤다.

 

 “누나! 그거 어떻게 안 거예요? 설마 진짜로 팬을 붙잡고 너희 형 신상정보 알려 달라고 한 건 아니죠?”

 “응. 그건 아니야. 그냥 아는 방법이 있어.”

 “누나 나 모르게 사람 썼어요? 진짜? 정말? 하... 누나 그거 범죄에요!”

 “어. 어. 그렇겠지.”

 

 예인은 대충 대답을 뱉어내며 창에서 사라진 블라인드 대신 벽에 몸을 숨기고 창밖에 집중했다.

 마치 ‘민규진’이라는 사람 외에는 관심 없다는 듯 구는 예인의 행동에 맥이 빠진 진강이 힘없이 물었다.

 

 “하... 누나. 진짜 좀... 그만하면 안 돼요? 나 진짜 무서워지려고 해요. 얼마 전에 김용진씨가 방송에서 누나한테 관심 있다고 했다면서요. 차라리 김용진을 만나요. 설문조사에서 결혼하고 싶은 남자 1위 했다는 데 그런 사람은 마다하고 왜 저렇게 평범한 남자인데요.”

 “.....”

 

 대답도 하지 않은 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창밖에만 집중하고 있는 예인의 모습에 매니저가 다시 한숨을 뱉어냈다.

 

 “하... 누나. 여태 민규진씨랑 제대로 말도 해본 적 없잖아요. 그럴 거면 차라리 김용진씨가 더 낫지 않아요? 데이트 하다가 걸려도 그리 타격이 크지도 않을 것 같은데....”

 

 매니저의 말에 드디어 예인이 창밖에 고정 돼있던 시선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정말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진강을 쳐다봤다.

 

 “그러니까 너한테 어리다고 하는 거야. 난 말이야. 저 사람이랑 진짜 가족이 되고 싶은 거라고. 단순히 연애만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 누나. 그 가족이라는 게 되려면 일단 연애를 해야 한다는 건 알고 계시는 거죠?”

 “당연하지. 하지만 난 직업상 연애를 맘 놓고 할 수 없잖아. 편하게 데이트를 할 수도 없고. 상황이 이러니까 막상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섣불리 다가갈 수가 없잖아. 그러니 이렇게 보기만 하는 거지.”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결국 김용진씨 보다 민규진씨가 좋다는 거잖아요.”

 

 속마음을 꿰뚫은 매니저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본심만을 콕 집어내는 말에 감정이 메마른 사람을 발견한 듯 예인이 안쓰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 네네. 간단하게 잘 정리해 주셔서 정말 고맙네요! 그러니까 너랑은 말이 안 통한다는 거라고.”

 “뭐가요! 그럴싸하게 포장했는데 제가 정확하게 집어내서 삐친 거잖아요!”

 “네네. 그렇다고 칩시다. 귀찮아. 운동이나 가자. 운동 갈 시간이라 온 거 아니었어?”

 

 귀찮다는 듯 말을 뱉어내는 예인을 진강이 신기하게 쳐다보다, 혹시 자신이 너무 예인을 몰아붙인 것이 아닌지 눈치를 살폈다.

 

 “누나가.... 웬일이에요? 다른 때 같으면 조금 더 있다가 가자고 했을 거잖아요.”

 “가자면 가. 귀찮게 하지 말고.”

 

 더는 설명하기 귀찮다는 듯 창문 옆 벽에 달라 붙어있던 몸을 떼어낸 예인이 발을 움직였다.

 진강은 평소와 다른 예인의 행동이 이상해 창밖을 훑어봤다. 그리고 곧 원하던 해답을 찾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민규진씨가 이미 규혁이를 찾았구나! 들어올 때 보니까 꽤 잘 숨어있던데.... 그리고 보면 규혁이도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어떻게 3일이 멀다하고 학교를 빠지고 여기에 오냐.”

 “어. 뭐. 그러네.

 

 예인이 대충 대답을 하며 운동을 갈 준비를 하려 방으로 걸어갔다.

 오랜만에 투덜대지 않고 얌전히 움직이는 예인의 모습에 진강이 들뜬 듯 떠들어댔다.

 

 “근데요. 누나. 규혁이가 요새 기술이 늘었는지 민규진씨가 오는 것 같으면 잘 숨어버리더라고요. 근데 그걸 또 민규진씨는 귀신같이 찾아내고요. 참 대단한 것 같지 않아요?”

 

 진강의 말에 방을 향해 느릿하게 움직이던 예인의 발이 멈췄다.

 다시 뒤로 돌아 빠르게 거실 창으로 돌아와 이제는 완전히 사라져가는 규진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으며 말했다.

 

 “그거야 우리 규진씨가 동생에 대해서 잘 아니까 그런 거지. 그나저나 진강아. 저기 좀 봐봐. 규진씨가 잔소리 하나보다. 어쩜! 잔소리하는 것도 저렇게 다정하게 할 수가 있지?”

 “누나! 저 멀리 있는 게 보여요? 하... 근데 콩깍지가 무섭긴 무섭네요. 무슨 짓을 해도 예쁘게 보이는 버프를 맞은 것도 아니고... 어떻게 잔소리가 다정해 보일 수가 있어요?”

 

 매니저인 진강이 혹시라도 자신이 잘못 본 것인지 다시 확인하기라도 하듯 눈을 비비며 창밖을 쳐다봤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거라곤 점으로 변한 사람의 형상이었다.

 아마도 거기서 규진은 평소처럼 동생인 규혁의 귀를 잡아끌며 잔소리를 뱉어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상상 덕분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내는 진강을 보며 예인이 눈을 흘겼다.

 

 “왜? 뭐! 동생을 사랑하면 잔소리를 할 수도 있지!”

 “아... 네. 뭐... 두 번만 더 동생을 사랑했다가는 규혁이 귀가 떨어질지도 모르겠네요.”

 “야! 귀가 그렇게 쉽게 떨어지는 건 아니거든! 것보다 너 안 보인다며! 그리고 규진씨는 다정해서 동생을 그렇게 아프게 하지는 않을 거라고!”

 “아... 네네. 그렇겠죠. 네. 암요. 그렇고말고요. 근데 누나 진짜 저 멀리 있는 게 보여요?”

 “마음이 눈으로 보면 다 보여!”

 

 사이비 종교 전도사 같은 말을 뱉어내는 예인을 보고 진강이 한숨을 삼켰다.

 그 사이 예인은 규진의 뒷모습 아니, 규진으로 추정되는 형태에 홀린 듯 창문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어느새 예인의 몸이 거의 창문에 닿은 것을 발견한 진강이 다급하게 팔을 잡고 뒤로 끌어당겼다.

 

 “아! 진짜! 누나 뒤로 와요. 이러다 밖에서 보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아... 아깝다....”

 

 팔이 잡힌 채 뒤로 끌려오는 와중에도 예인은 아쉽다는 듯 한숨 섞인 목소리를 뱉어냈다.

 매니저는 끌려오고 나서도 창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예인을 쳐다보고 한삼하다는 듯 물었다.

 

 “뭐가 그렇게 아까운데요? 저 누군지도 모르겠는 형태를 더 못 봐서요?”

 “... 아니야.”

 “혹시.. 누나. 설마 지금 ‘규혁이가 되고 싶다.’ 뭐 이런 생각하는 건 아니죠?”

 “야! 날 뭐로 보고! 당연히 아니지! 뭣보다 동생이면 곤란하지. 암! 곤란해.”

 “하... 다행이네요. 그런 이상한 생각까지는 안 해서. 그럼 뭐가 아깝다는 건데요?”

 

 적어도 규진의 동생이 되고 싶다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예인이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매니저인 진강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예인은 그런 진강을 잠시 흘겨보다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쥐구멍이라도 기어들어가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옆에 있는 여자애들 말이야.”

 “저... 여자애들은 왜요?”

 “매번 규진씨가 오면 사진이나 동영상 찍는 거 같더라고.”

 “그... 그게... 왜요?”

 

 고개를 붉히며 말하는 예인의 행동에 진강은 불안함이 엄습해 왔다.

 하지만 자신은 예인의 매니저이므로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알고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진강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입을 억지로 움직여 물었다.

 

 예인은 붉어진 얼굴을 들고 진강을 쳐다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왜기는 왜야! 나도 같고 싶다고! 동영상이나 사진들! 저기 저 애들처럼 맘껏 찍어봤으면 좋겠어.”

 “하... 누나! 쫌!”

 

 도무지 자신의 직업을 의식하지 않은 것 같은 예인의 모습에 매니저가 소리를 빽 질러버렸다.

 예인이 붉혔던 얼굴을 되돌리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알아! 나도 안다고. 안 찍을 거야. 저기 내려가면 규진씨를 찍어보기도 전에 내가 찍힐 게 뻔한데... 그럼 시끄러워질 테고... 그럼 또 대표님한테 혼나겠지. 그러니까 안 된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알면 됐어요. 자! 누나 이제 쓸데없는 생각 그만하고 진짜 운동이나 가요.”

 “그래... 하... 그러자. 좀 있으면 영화도 들어가야 하니 열심히 해야지....”

 “그래요. 열심히 하자고요!”

 

 불쌍한 듯 눈꼬리를 늘어트리는 예인의 행동에 진강이 일부러 더 기운찬 목소리로 답했다.

 예인은 진강을 쳐다보며 비를 한껏 맞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매니저는 갑자기 변한 예인의 표정에 잠시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예인이 그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 더 애절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응. 운동 갈게.... 대신 나.... 집에 올 때 편의점 좀 ....”

 

 불쌍한 듯 말 중간 중간을 늘이는 예인을 지켜보고 있던 진강이 머리를 새게 털어내 정신을 차렸다.

 

 “당연히 안 되죠! 누나 편의점 가면 먹을 거 사올 거잖아요. 절대 안 돼요. 안 돼.”

 “다른 건 안 사고 너 마실 음료수만 사올게. 이번에는 진짜야. 약속도 할 수 있어. 응? 안 될까? 진강아.”

 

 무슨 중요한 약속에 대한 맹세라도 하는 사람처럼 가슴에 손을 얹고 고개를 끄덕이는 예인의 행동에 매니저가 도저히 이길 수 없겠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뱉었다.

 

 “하... 알았어요. 대신 이번에도 먹을 거 잔뜩 사오면 다시는 그 편의점 못 가게 할 거예요.”

 “응응. 진짜 딱 음료수만 사올 거야. 믿어도 돼.”

 “하... 차라리 민규진씨가 퍼스널 트레이너였으면 좋았을 텐데... 안 그래요? 누나.”

 “응? 아닌데.”

 

 언제나 예인이 자신이 가는 곳에 규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부르던 예인을 떠올리곤 진강이 의아해 했다.

 

 “왜요? 누나 항상 노래 불렀었잖아요. 누나가 가는 곳마다 규진씨가 있으면 좋겠다고.”

 “그래도 거긴 안 돼.”

 “운동할 때 규진씨가 옆에 있으면 힘든 것도 모를 것 같지 않아요?”

 “그러면 좋겠지만... 나 말고 다른 여자 연예인들도 갈 거잖아. 그러다 규진씨한테 작업이라도 걸면 어떡해. 으... 생각만 해도 너무 불안해. 진짜 규진씨가 퍼스널 트레이너면 나 불안해서 일도 못할 거야.”

 

 예인은 예쁘고 귀엽게 생긴 아이돌이 규진을 유혹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불안한 듯 몸을 움츠렸다.

 그런 예인을 쳐다보던 진강이 다시 한숨을 뱉어내며 장단을 맞췄다.

 

 “와... 그럼 전 실업자 되는 거네요.”

 “그래. 그러니까 규진씨는 지금이 딱 좋은 거야.”

 “하... 네네. 자! 그럼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운동이나 갑시다!”

 

 매니저가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듯 예인을 돌려세우며 등을 떠밀었다.

 예인은 매니저에게 등이 떠밀려 억지로 방 앞까지 걸어가다 말고 울상을 하며 살짝 돌아보며 물었다.

 

 “엄청 귀찮아... 그래도 가야만 하는 거지? 진강아.....”

 

 귀찮다며 불쌍한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워보이던 예인을 향해 진강이 성난 불곰 같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예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귀를 잔뜩 늘어트린 강아지 같은 얼굴로 무거운 발을 움직여 방으로 들어갔다.

 

 진강은 혹시라도 예인이 늦장을 부릴까 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방문이 열리고 예인이 나오자 진강이 놓치지 않고 그대로 등을 떠밀며 집 밖으로 나섰다.

 

 예인은 절대 봐주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단호하게 움직이는 진강을 쳐다보며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예인은 진강에게 항의라도 하듯 차에 오르자마자 기운이 잔뜩 빠진 듯 멍하니 창밖만을 쳐다봤다.

 

 진강은 그런 예인을 못 본척하며 그대로 지하주차장을 벗어났다.

 예인은 자신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는 진강의 행동에 입을 삐죽이며 창밖을 쳐다봤다.

 

 “오늘은 저쪽 길로 가자.”

 “왜요? 괜히 돌아가야 하잖아요.”

 “묻지 말고 그냥 좀 가주면 안 될까? 응?”

 “하... 진짜....”

 

 잔뜩 입을 내밀고 들리지 않는 말로 투덜거리던 진강이 예인이 말한 쪽으로 차를 돌렸다.

 그리고는 곧 예인이 돌아가자고 했던 이유를 찾아버렸다.

 

 “하... 누나. 민규진씨가 이리로 올 건 어떻게 안 거예요?”

 “규혁이 학교로 가려면 이쪽으로 가야하니까.”

 “누나! 와.... 이건 또 어떻게 알았어요? 진짜 흥신소에 의뢰라도 해요?”

 “쉿! 조용히 해. 너 때문에 규진씨 목소리가 안 들리잖아!”

 “조용히 해도 안 들려요! 우리 차 방음 따로 했잖아요!”

 “아냐! 너만 조용히 하면 들려!”

 “하.....”

 

 진강이 창에 들러붙어 있는 예인을 보며 결국 깊은 한숨을 뱉어내 버렸다.

 예인이 빠르게 진강을 돌아보며 잔뜩 불쌍한 척 눈을 크게 깜박거렸다.

 

 “진강아-. 잠깐만 섰다가 가자. 응?”

 “안 돼요!”

 “안 되면 운동 안하고 바닥에 누워만 있을 거야! 그래도 되는 거지!”

 “하.... 누나!”

 “왜! 왜!!!! 내가 차에서 내린다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조금 보고 가겠다는 데! 왜 안 되는데!!!!”

 

 차 문 쪽 손잡이를 잡으며 곧 내릴 것처럼 몸을 움직이는 예인의 행동에 진강의 얼굴이 구겨졌다.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뱉어냈다.

 

 “하-. 알았어요. 대신 얌전히 있다가 운동 열심히 하는 거예요!”

 “응! 응! 당연하지!”

 

 지끈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비상등을 켜고 길가에 차를 세운 뒤 진강은 만족하냐는 듯 흘깃 예인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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