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리사는 거스턴에 나오지 않았다. 나는 늘 그렇듯이 편의점에서 거스턴으로 가는 도중에 15분 동안 나만의 젖은 어둠 속 청록색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잘 모르지만 리사를 조금 보듬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번에는 돈을 아껴 중고 노트북을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볼펜으로 글을 쓰는 건 손목이나 손에 무리를 가한다. 리사가 많이 아픈 모양이라고 생각했지만 거스턴에 나오지 않은지 3일째 되는 날 나는 리사의 집도 모르고 일하는 미용실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리사에게 아무리 전화를 해도 연락이 되지 않아서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놀라고 말았다.
휴대전화로 검색을 해서 미용실이라는 미용실은 다 찾아다녔다. 잠자는 시간을 빼버렸다. 낮에는 리사를 찾아다녔고 밤에는 거스턴에서 잡일을 했고 새벽에는 편의점에서 밤을 세웠다. 눈앞이 가물가물 거리고 도시락도 맛이 없어졌다. 술에 취하지도 않았는데 다리에 힘이 풀려 전단지를 돌라다가 주저앉고 말았다. 고개를 들어 도시의 사람들을 봤다. 모두가 즐거웠다. 누구도 고민은 없어 보였다. 그런 아름다운 붕어들이 도시의 밤거리를 유영한다. 리사는 볼펜을 남겨두고 떠났다.
전화번호로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레이도, 크리스틴 누나도 사장도 리사의 행방을 모른다고 했다. 거스턴에서는 리사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반 미친 사람처럼 그녀를 찾아다녔지만 헛수고였다. 음성 메시지를 몇 십 통, 몇 백통이나 남겼다. 네이버 뉴스 사회 부분을 매일 검색했고 이 도시에서 누군가 죽었는지, 호텔 같은 장례식장에 들러 누가 죽었는지 확인했다. 그게 내가 리사를 위해 할 수 있는 고작이었다. 나는 그저 숨만 쉬고 있을 뿐이었다. 금붕어처럼 말이다. 이렇게라도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이 도시다.
그녀가 사라진 지 한 달째 되던 날, 편의점 사장이 통보를 해왔다. 예견된 통보였다. 편의점이 많아지고 손님은 줄어서 12시간 단축 영업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사장은 장애를 둔 어린 아들 치료 때문에 모든 걸 버리고 이 도시로 온 것이다.
줄어드는 손님과 늘어나는 편의점. 마치 폰 속에 번호는 늘어나는데 연락할 사람은 줄어드는 것과 흡사했다. 그 사이에서 불어나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는 사장을 이해한다. 사장 역시 겨우 끈을 붙잡고 있었다. 손에 물집이 잡히고 터져도 그 끈을 절대 놓을 수 없는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