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기 짝이 없는 날이었다.
뚜렷하게 맑은 날도 아니었고,
태양이 뜨겁게 비춰
몹시 더운 기운이 느껴지는 한여름이었다.
그런 날 한때 한 공간에서 우리는 마주쳤다.
아니 내가 당신을 홀로 마주쳤지.
당신의 목소리나 말을 뱉는 모양새가 아직 익숙하지 않았고
서로의 성격에 대해 정확한 판단이 어려운
딱 그 정도만큼의 사이였다 우리는.
그 장면이 내가 기억하는 너와 나의 첫 만남이다.
우리의 처음이 있던 그 날에 대해 자세히 묘사하자면
너무나도 뜨겁던 여름을 이겨내며
5월에서 6월로 허겁지겁 넘어가던 시점이었다.
나는 새로운 학원으로 옮겨 약 일주일 정도를 다녔고
학원에서는 날마다 별일들이 있었는데 유난히 어떤 하루는 살짝 떠들썩했다.
전에 다녔었던 남자 한 명이 다시 다닐 것이라는 이야기가 오갔다.
사람 한 명 오는 일에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반응들을 보며 가벼운 웃음도 났고
이만큼 소란이 날 정도의 인물이 과연 누구일까 괜스레 기대도 했다.
다음날이 되어 왠지 모를 부푼 마음으로 학원에 발을 디뎠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분위기가 살짝 띄워져 있는 것이
당신이 들어오기에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학원 선생은 "전학생 들어와라"라고 하며 친근하게 당신을 등장시켰다.
가벼운 발걸음과 해맑은 웃음을 띠며 당신이 교실로 들어왔고
나는 그 날 당신의 웃는 모습이 뇌리에 박혔다.
그렇게 사랑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