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가 회사 일을 하고 있는데 슬비의 이름이 뜨면서 전화가 걸려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전화를 받는다.
"무슨 일로 전화했어?"
"오늘 데이트 좀 하자"
"어디서 만날까?"
"우리가 만나려고 했는데 만나지 못했던 그 공원"
"알았어"
퇴근시간이 되고 연우는 서둘러 회사를 나와 슬비가 기다리고 있는 그 공원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슬비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거기에 비까지 내린다.
결국 전화를 걸어보지만 전화를 받지 않고 비는 더욱 거세게 내리고 있다.
안절부절하며 비가 내리고 그 공원 그 장소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이겨내려고 하지만 저 기억 끝 어딘가에서 아픔이 느껴지며 힘들어 한다.
그때 우산을 들고 다가오는 슬비 아직 연우가 그 상황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 해맑게 웃으며 다가간다. 놀래켜주기 위해 슬금슬금 다가가는 슬비 하지만 연우는 힘들어 결국 바닥에 주저앉는다. 걱정이 된 슬비는 곧 달려가 연우를 품에 안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한다.
"오빠 정신차려 오빠 또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거야 제발 정신 좀..."
그때 연우가 두 눈을 번쩍 뜨고 슬비를 바라보며 일어난다. 그런 모습에 좀 많이 놀란 듯 뒤로 물러나며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하마터면 애 떨어질 뻔 했네..."
"너도 그런 농담 할 줄 알아?"
"오빠 여기까지 오는데 아니 우리가 만나기로 한 그때가 너무 오래 걸렸지 하지만 이제 내 남편 난 아내가 되었으니까 서로 헤어지지 말자"
"왜 그래 갑자기... 우리 결혼해서 잘 살고 있잖아"
"이 곳이 우리에게 아픈 기억들로 가득하지만 이제 좋은 기억들로 가득한 날이 되었으면 좋겠어 지금 이 시간부터"
"결론이 뭐야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이렇게 빙빙 돌려"
"눈 감아 봐"
"갑자기 여기서 눈은 왜 감으라는 거야 응큼하게"
연우가 눈을 감는다. 그리고 몇 초가 지나 슬비의 손에 하나의 사진을 들고 서 있다. 조금 망설이다가 이내 말을 한다.
"이제 눈 떠"
연우가 눈을 뜨자 눈 앞에 초음파 사진이 보인다. 아직 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새 새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연우
"슬비야..."
"오빠 나 임신했어"
"나 믿기지 않아 우리에게 아기가 생기다니..."
그리고 슬비를 꼭 안아준다. 숨이 막힐 정도로 꽉 끌어안은 연우와 슬비
"오빠 나 숨 막혀 우리 아기도 숨 막힐 거야"
"내가 미처 그 생각을 못 했어 미안..."
"괜찮아! 아기도 다 이해 할 거야"
슬비의 임신 소식을 양가 부모님들에게 다 전하고 슬비는 친정집에 살면서 대접을 받고 시어머니도 가끔 와서 얼굴을 내비치고 간다.
10개월 후
슬비가 아기를 낳고 연우가 그 아기를 품에 안으며 눈물을 흘린다. 이제는 자신이 아버지가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해하며 앞으로 아기에게 자신이 그 동안 받지 못한 사랑을 다 줄 거라고 다짐한다.
아기를 낳고 연우 부부는 오피스텔에서 나와 시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아기를 낳고 시어머니의 태도가 달라졌다. 사실 자신도 그 아기가 어렵게 태어난 것을 알기에 아기를 보자마자 마음에 있었던 미움을 다 사라져버리고 이제 슬비를 진정한 며느리로 인정하게 된다.
건우는 자신이 아들이지만 그동안 힘들어하던 형과 한때 사랑했던 슬비가 지금 이 자리까지 인정을 받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욕심내지 않았다.
어느날...
퇴근시간이 되어 정문 앞에 서 있다. 차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연우는 우산 하나를 펼치며 거리를 걷고 있다. 그때 앞에 비를 맞고 가는 한 여자를 본 연우가 머뭇거리다 다가가서 우산을 씌워준다.
그때 고개를 들어 연우를 바라보는 사람은 다름 아닌 슬비였다.
"회사 앞에서 우산 쓰고 걸어가는 오빠를 봤어"
"그럼..."
"옛날 생각이 나더라 아직도 우산없이 비를 맞으며 걷는 여자에게 우산을 줄까 안 줄까?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아직도 난 비오는 날 기억해 널"
하며 슬비와 연우는 우산 하나에 서로 마주보며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