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와 슬비가 회사 정문에 서 있다. 지하 주차장에 있는 차를 운전해서 그 앞에 세워주자 건우가 운전석에 타고 잠시 머뭇거리고 있다. 차 문을 내려 슬비를 바라보며 말을 걸려고 하는 그때 건우 차 뒤로 연우의 차가 선다.
슬비가 뒤로 걸어가 연우 차에 타려고 할 때 건우가 차에서 내려 연우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그 덕분에 연우도 차에서 내려 마주 선다.
"도연우이사님이 여긴 어쩐 일로... 아 이제 이사님이 아니지..."
"일은 잘 되가고?"
"네 누구 덕분에 손 안대고 코 풀게 생겼어요"
"잘 됐네"
"결혼 했다면서 부인은 회사에 남겨두고 집에서 살림하고 출 퇴근 시켜줘?"
"당분간은 그럴 것 같아 왜 부러워"
"아니 능력없어 보여 창피해 청운그룹 이사까지 한 형이 이러고 있으니"
"도건우 너 듣고 있으니까 말이 좀 심하다 우리 오빠가..."
"됐어. 그만 가자"
"조만간 만나서 이야기 좀 해 집들이에 초대 해주면 고맙고"
"그러지 뭐..."
건우가 다시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운전석에 앉아 거울로 뒤에 서 있는 연우와 슬비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얼굴이 굳어지며 속도를 내며 달린다.
둘은 차를 타고 앞으로 둘이 살게 될 오피스텔로 간다. 대충 슬비의 짐들은 가져와 정리가 되어 있었지만 당분간은 슬비집과 오피스텔을 오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오빠 배고프지 내가 금방 만들어 줄게"
"아까부터 묻고 싶었는데 그 옷 뭐야?"
"회사에서 그럴 일이 좀 있었어"
"이야기 해줄 수 있어? 아니다 하기 싫으면 하지마"
"아니야 그게 그러니까..."
슬비는 오늘 사무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다 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연우는 다친 손을 만지며 힘들었을 슬비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그 옷 너에게 딱 맞지"
"응 건우에게 이런 눈썰미가 있을 줄이야 놀랬어"
"그 옷 건우가 너 주려고 특별 주문한 옷이야 유명 디자이너한테"
"그게 무슨 말이야 한정판이라고 비싼 옷이라고 들었는데"
"당연하지 너를 위해서 만들었으니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옷이니까 비싸겠지 안 그래"
"오빠는 어떻게 알고 있어"
"건우가 나한테 다 이야기 했어 그땐 사이가 좋았으니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그 자리에서 옷을 벗었다. 연우는 좀 당황한 듯 슬비를 바라보다가 이내 다가가서 안아준다.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마 그땐 우리가 이렇게까지 될 줄 아무도 모르고 마냥 행복한 미래를 그렸던 시절이잖아! 난 괜찮아"
"오빠... 나 회사 그만 두고 싶어 계속 다니면 또 이런 일들이 반복 되고 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내일 오아시스 블루 관계자와 만나기로 했어"
"그럼 미국에 가야하는 것 아니야?"
"차라리 그게 더 낫지 우리 미국으로 가자"
"미우나 고우나 가족들이 있는데 한국을 떠나 살 수 있을까"
"미안해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나봐"
"아니야 오빠 그건 오아시스 블루 관계자 만나고 해도 늦지 않아"
그렇게 연우를 안심시키고 슬비는 부엌으로 가서 서툴지만 음식을 만들고 그 모습을 귀여운 듯 바라보며 앉아있는 연우가 부엌으로 가서 도와준다. 둘은 음식을 만들어 식탁에 차려 놓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서 마주 앉아 식사를 한다. 처음치고는 꽤 훌륭한 음식 솜씨에 감탄을 하며 엄지척하는 연우를 보고 볼에 뽀뽀를 해주는 슬비
그렇게 둘은 식사를 마치고 각자의 시간을 가진다. 슬비는 회사 일을 하며 서재에서 시간을 보내고 연우는 침대에 기대 누워 책을 읽고 있다. 밤이 더 늦기 전에 연우가 서재 문을 열고 슬비에게 걸어간다.
"그만 자자 나 먼저 자라는 말하면 일 못하게 괴롭힐 거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연우가 슬비를 업고 침대까지 데려왔다. 침대에 누워 잠을 자려고 하지만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슬비의 모습을 보고 연우도 잠을 설친다.
새벽이 되어 일찍 일어나 먼저 연우가 먹을 아침 준비를 다 해놓고 식탁에 차려 놓고 출근 준비를 하는 슬비 아직 연우는 침대에 누워서 자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연우의 입술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나가는 슬비의 손엔 어제 건우가 사준 옷이 든 가방을 들고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