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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여어디고
작가 : 진조
작품등록일 : 2019.9.10

삼수생.
문학적 소양 제로.
국어영역 문학부분 혐오자.
그게 내다 바로 내.
근데... 여 어디고?

 
2.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있어야 한다.
작성일 : 19-09-15 17:14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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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어 3등급

 수학 1등급

 영어 1등급

 탐구 1등급

 

 3월 첫 모의고사의 채점 결과다.

 서울에 올라와서 공부한지도 이제 1달이 다 되어가는데

 저 놈의 국어는 나랑 무슨 원수지간인지.

 

 "저... 상담 신청을 하고싶습니다."

 "네 어떤 강사님께 신청하시는 건가요?"

 "문학 담당 이휘지 선생님으로 부탁 드립니다."

 

 이런 상태여서는 안된다.

 이번 모의고사도 문학에서 많이 틀려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도대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작품이 있단 말인가.

 새로운 작품이 나오거나 이미 알고 있는 작품이라고 해도

 내가 외워놓은 부분이 아니라면 감을 잡을 수가 없으니.

 

 

 똑똑...

 

 "들어오세요"

 "실례합니다."

 "오, 진다온 학생 여기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그래, 무슨 일로 상담을 신청했죠?"

 "이번 모의고사에서 나머지 과목은 다 1등급인데 국어영역만

 3등급을 받았고 전부 문학에서 틀렸습니다."

 "........"

 "저는 정말 간절합니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수업시간에 현란하게 강의를 진행하던 그 사람과 동일 인물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신한 모습이다.

 

 "제가 하는 강의가 부족했나 보군요.

  문학 작품을 감상 할때는 그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입장에서

  해석 하려고 하면 좀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또 저소리다.

 

 "아니, 쌤 근데요 그시대에 내가 살아본거또 아이고

  또 작가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라니깐요."

 

 아, 흥분했나보다. 사투리가 나온다.

 

 "진짜로 저는 서울대 가야하거든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어무이랑 약속 하고 왔다 아입니까. 함만 도와주십시오.

  먼가 저같은 아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

 

 말을 해라. 말을.

 혜성같이 나타나서 문학 일타강사로 떠오른 님아.

 

 "진다온 학생. 이제 3월 모의고사고 아직 시간이

 있으니 제가 말씀드린 방법으로 좀 더 노력해보.."

 "저 삼수생입니다. 작년에 논거 아이고요."

 "......"

 "진짜 간절합니다. 쌤이 말씀하신 방법도 할꺼니까

  또 다른 방법은 없는지 말씀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가망이 없는건가? 일타 강사라고 해서 왔는데?

 나는 그냥 이놈의 문학때문에 서울대를 포기해야하나?

 

 툭!

 

 "쌤 이게 뭡니까?"

 "한번 보세요."

 

 책이다. 비법 족보나 개인적으로 만드신 자습서 같은건가?

 

 촤라락

 

 이게뭐야. 겉표지도 아무것도 없더니 속지도 그냥 비어있다.

 

 "쌤 이게..."

 "여기에 작품을 써서 공부해보세요. 단 그 작가가 본인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써보세요."

 "아니 쌤 그 작가가 어떤 상탠지 공감이 안되서 이라는건데..."

 "그러니까 상상이죠. 그 작가가 되었다고 상상해서

  써보면 그 마음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도움이 될까요?"

 "어떤 방법도 써보겠다면서요. 하기 싫어요?

  그럼 이건 제가 가져갈까요?"

 "아임니다. 해보께요."

 

 그렇게 상담을 마치고 나온 내 손에는 책 한권만 있을 뿐이다.

 "와.. 두께봐라. 하긴 문학 작품이 좀 많아야지.

  해보자. 진다온 할 수 있다."

 

 

 

 삼수생이 잠이오나. 삼수생이 잠이오나. 삼수생이...

 

 아... 진짜 일어날 때마다 오묘한 기분이네.

 

 선생님께 받은 책으로 하는 공부방법은 어떠냐고?

 그사람의 입장을 모르겠는데 상상이 되겠냐고.

 상상하다가 시간이 다 가버리는데 하겠어?

 그냥 이 땅의 모든 작품을 다 공부한다는 심정으로 하는 수 밖에.

 불가능한 상상을 하는 시간에 한 작품이라도 더 외우고

 작품에서 나올 해석까지 다 외우면 가능하지 않을까?

 

 

 

 "자 오늘은 테스트 보는 날이라고 했죠.

  사탕은 많이 주고 받았는지 모르겠네요.

  화이트 데이도 좋지만 우리는 공부해야죠?"

 

 "하..."

 "야 넌 많이 했어?"

 "아니 시험 작품을 안 가르쳐 주는데 뭘 공부해."

 "아, 몰라 어떡하지?"

 "얼른 시험지 주세요."

 "원희야 사탕을 받았으면 답을 해줘. 제발."

 

 이 완벽한 표준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아.

 너희가 큰일이면 난 어떻겠는가.

 아니야, 할 수 있어. 분명 너무 유명한 작품 보다는 수능에

 나올법한 기가 막힌 작품을 선정 했을꺼야.

 그럴 것이라고 예측을 하고 열심히 준비했으니 문제없어.

 

 임장군전.

 그렇지 나올줄 알고 인물의 성격, 갈등의 내용, 주요어휘

 전부 외웠던 작품이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그렇지. 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아.

 시 같은 경우에는 더 해석이 힘들고 공감이 안되니까

 더 열심히 외웠지. 역시 너무 유명한 작품은 안 나와.

 

 사미인곡.

 응?

 사미인곡?

 정철?

 가사문학의 TOP2?

 아... 안 봤는데

 이런 유명 메이커 작품을 낸다고?

 일타 강사라고 하면서?

 ......

 

 

 딩동~

 

 "자 수고하셨습니다. 너무 쉬웠던건 아니죠?"

 

 "예, 풀만했어요."

 "어려웠어요."

 "샤갈이 누군데! 아! 망했어!"

 "야 시험도 쳤는데 잠깐 베그나 하러 고고?"

 "원희야! 그 사탕은 어떤 놈이 준거야!"

 

 ......

 끝났다. 사미인곡에 졌다. 아주 그냥 완패했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희망은

 이렇게 현실앞에서 한번에 무너지는 법이다.

 내 방법이 잘못된 것이라고?

 상상도 안되는 작가의 입장은 개뿔.

 아냐. 그 방법은 안 해 봤으니까 해봐야 하나.

 

 

 

 삐삐삐삐삐 띠리링~

 

 "하....."

 "진짜 열씨미 했는데..."

 학원을 마치고 속상한 마음에 혼자서 먹은

 술기운이 이제 느껴지는 것 같다.

 책상에 있는 책에 눈길이 간다.

 "쓰까...? 함 쓰바?"

 그래 찬밥 더운밥 가릴때가 아니지.

 해보자. 상상을 하면 된다.

 "......"

 "술을 더 무보까?"

 근데 내가 집에 술을 사놓은 것이 있었나?

 나가서 사오기는 귀찮은데...

 아 그래.

 다음달 아버지 생신 선물로 큰 마음먹고 구해놓은

 발렌타인 30년산이 있지.

 아버지 불효자를 용서하세요.

 다시 사서 드릴게요. 대신 17년산으로.

 

 털썩

 

 양주를 가져와 책상에 앉아 책을 편다.

 몇시야... 11시 57분..

 그래 해준다. 이 늦은시간임에도

 일타강사고 뭐고간에 해봤는데 안되면

 내가 일타를 먹여주마.

 뭐였지 그게.. 아, 사미인곡

 정철 이새끼... 손가락을 그냥 확....

 아니야. 아니야.

 나는 정철이다. 나는 정철이다.

 나는 손가락을 확... 아니 정철이다.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짹짹짹짹

 

 음... 알람음을 바꾸고 잠든건가?

 아.. 머리아파

 발렌타인 숙취 장난 아니네.

 아... 눈부셔.

 커튼도 안친거야?

 그래도 누워서 보는 맑은 하늘이라.

 하늘?

 후다닥

 이게뭐야.

 초가집 마루?

 내가 왜 여기 누워있어?

 한손에는 발렌타인을 들고?

 꿈꾸는 중인가?

 술이 덜 깬건가?

 노숙한건가?

 

 "머고..... 여 어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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