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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도시의 히어로
작가 : 황규영
작품등록일 : 2016.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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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고 신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
나를 버린 도시를 구하러 돌아왔다.
이 도시의 정의는 내가 세운다.
타협은 없다.
기생충들은 모두 지옥에 처박아주마.
세상은 히어로를 원한다.
마음을 울리는 따뜻한 이야기.

김민준은 외국 연구소의 희귀질병 치료 실험 대상자였으나, 비밀 치료 실패 후에 로키산맥에 버려졌다. 산속에서 혼자만의 노력으로 질병을 극복하면서, 신체가 강화되고 오감을 넘어 육감까지 크게 향상되었다.
성장기를 연구소와 로키산맥에서 보냈던 김민준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귀국한다.
그가 로키산맥에서 맹수로부터 구해줬던 케이티는 그를 찾기 위해...

 
도시의 히어로 21
작성일 : 16-04-11 13:21     조회 : 777     추천 : 0     분량 : 7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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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한양드래곤스의 투수코치가 진심으로 감탄했다.

 “대단한데요? 마운드에서 던졌으면 타자가 손도 못 댔겠네요. 강속구가 아주 메이저리그 싸다구를 날리겠습니다.”

 감독 이구진은 흥분했다.

 “저게 어디 그냥 강속구야? 저 거리에서 포수에게 정확하게 꽂혔잖아.”

 “그러게요. 제구력도 장난이 아닙니다.”

 “어느 팀 투수야?”

 투수코치가 미간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눈에 힘을 주었다.

 “글쎄요. 거리가 멀어서 얼굴은 전혀 못 알아보겠는데요? 그런데 국내에 저런 투수는 없을 걸요?”

 이구진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지? 확실히 없지?”

 “있다면 제가 모를 리가 있습니까?”

 원하는 답을 얻자마자, 이구진이 김민준을 향해 손가락을 쭉 뻗었다. 뱃속에서 나오는 듯한 큰소리로 외쳤다.

 “잡아!”

 “예?”

 다음 말은 좀 작아졌다.

 “가서 데려오라고. 선수 아니면 선수로 만들면 될 거 아냐!”

 투수코치가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자기 입장에서도 저런 투수가 팀에 들어오는 건 대환영이다.

 “알겠습니다.”

 투수코치가 즉시 뛰었다.

 근처에 있던 다른 선수들은 벙찐 얼굴로 구경만 했다.

 이구진이 그 선수들에게 삿대질을 했다.

 “너희들은 왜 놀아? 가! 뛰어가. 가서 반드시 데려와.”

 “감독님. 지금 경기중인데...”

 “지금 경기가 중요해? 그리고 이거 방송용 경기잖아. 편집하면 돼.”

 야구장에서는 감독의 말이 법이다. 선수들이 뒤늦게 우르르 달렸다.

 

 김민준은 자신을 향한 몰려오는 선수들을 보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외야라고 할 수 있는 그곳에는 그 혼자 서 있다.

 거리가 꽤 멀었지만, 감독의 ‘잡아’라고 외치는 소리도 들었다.

 “날 잡겠다는 건데... 왜?”

 혼자서 저 숫자의 인간을 상대로 싸워본 적은 없다. 하지만 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맨손의 남자 일이십 명보다는 로키산맥의 큰 곰이 훨씬 위험하다. 그런 곰도 김민준에게는 밥이었다.

 “이유가 있을 텐데.”

 그때 그의 눈에, 아직도 넘어져 있는 포수가 보였다.

 “혹시... 다쳤나?”

 뭔가를 이런 방식으로 던져본 건 처음이다.

 과거에 돌팔매질을 할 때는, 꽤 덩치 큰 맹수들도 한 방에 죽이고는 했었다.

 “계산이 또 틀렸네. 힘을 더 뺐어야 했는데.”

 자신의 신체적 능력이 일반인보다 월등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보통 사람은 곰을 맨손으로 잡지 못한다.

 “나한테 화날 만 하네. 그래도 그렇지. 내가 죄 지은 것도 아... 음.”

 힘이 센 건 죄가 아니다. 다만, 그가 최근에 한 행동 몇 가지는 확실히 법 위반이다.

 그는 얼마 전에 무려 다섯 명이나 때려잡았다.

 퍽치기 오동태는 뼈를 여러 군데 부러뜨렸다. 나머지 넷도 골절 한두 개 안 당한 놈이 없다.

 모두 당해도 쌀 만큼 죄를 지은 자들이지만, 법적으로는 김민준이 가해자로 분류된다.

 게다가 지갑도 털었다. 폭행이 아니라 강도상해로 들어갈 수 있다.

 “저 사람들하고 싸우다가 경찰이 오면... 곤란한데.”

 자기가 놓친 것이 더 있는지 살폈다.

 아까는 야구 경기와 예쁜 연예인들에만 눈이 갔다. 이제야 한쪽에 있는 서류가방만한 카메라도 자세히 살필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 옆에 찍힌 영문 알파벳 세 글자가 이제야 의미 있게 인식됐다. 그 글자는 그의 지식에 들어있다.

 “저거 혹시... 방송 카메라냐?”

 방송 카메라는 사진으로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약자를 보면 추측은 가능하다.

 상황이 심각해졌다.

 선수들과 충돌하면 저 카메라가 그를 집중적으로 찍을 게 뻔하다.

 이런 일로 뉴스에 나오는 건 곤란하다. 며칠 전의 싸움들도 찜찜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위험도 문제다.

 그는 법적으로는 아직 미국인이다. 그 신분이 텔레비전에 나오게 할 생각은 없다. 그를 로키산맥에 버린 자들에게, 자신이 살아 있다는 걸 대놓고 광고하고 싶지 않다.

 아직은 아니다.

 김민준이 정보를 모아 상황을 분석하고 행동을 결정했다.

 “튀자.”

 

 감독 이구진은 김민준이 뒤돌아서 뛰자 당황했다.

 “뭐, 뭐야? 왜 도망쳐?”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 모두 김민준을 잡으러 갔다.

 이구진이 뒤에 남아서 소리를 질렀다.

 “절대로 놓치지 마라!”

 이구진의 고함소리를 들은 선수들이 온 힘을 다해 달렸다.

 야구는 잘 던지고 잘 치고 잘 달리는 사람이 대우받는 경기다. 야구선수들 중에는 발이 빠른 사람이 많다.

 택도 없었다. 김민준이 멀어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이구진이 그런 김민준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달리기 실력도 장난이 아니구나. 우리 훈련장에서 잘만 다듬으면 엄청난 물건이 될 거야.”

 내년 시즌에 뛸 신인 확보를 위한 드래프트는 이미 여름에 끝났지만, 올해는 2차 드래프트가 생겼다. 거기에 꼼수를 기대했다.

 “단장이 나서서 KBO와 협상해도 꼼수가 안 나오면 어쩌지?”

 그러면 내년 여름 신인 드래프트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늘이 나를 불쌍히 여겨 인재를 보내셨는데 잘 되겠지.”

 아직 누군지도 모르면서 꿈에 부풀었다.

 “꼴지 탈출이 문제가 아니야. 다음엔 반드시 한국시리즈에 가겠어!”

 

 송진기가 터벅터벅 걸어 홈베이스를 밟았다. 홈런을 환영해주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모두 김민준을 잡으러 갔다.

 엉덩방아를 찧었던 포수는 이미 일어나 있었다. 그가 송진기에게 다가왔다.

 “와아. 저렇게 먼데서 던졌는데도 공이 어찌나 센지 주먹으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입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정말 대단하군요.”

 송진기가 아직도 멍한 얼굴로 물었다.

 “야구선수랍니까?”

 “예?”

 “야구 선수 맞댑니까?”

 “그럼 아닙니까?”

 송진기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면 좋겠는데. 상대 팀에 저런 투수가 있으면...”

 그는 타자다. 타자는 투수와 싸운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소동으로 경기가 잠시 중단되었다.

 감독 이구진이 멀어지는 김민준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도망칠 수 있을 줄 알고? 뛰어봐야 벼룩이지. 일단 내 눈에 뜨인 이상 너는 야구를 해야 해.”

 감독 이구진이 방송 카메라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PD 박경훈이 먼저 물었다.

 “감독님.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우리 스탭들 말로는 빨랫줄 같은 송구였다고 하던데.”

 “설마 못 보신 겁니까?”

 “저야 송진기 선수에게 집중했죠. 아무래도 시청자들이 송 선수에게 관심이 많을 테니까요.”

 송진기는 꼴지팀 한양드래곤스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을 들을 정도의 강타자다. 홈런과 타율 모두 대단히 높다.

 “대단한 걸 놓치셨네요. 무슨 일인지는 나중에 테이프 돌려보시면 될 겁니다. 그것 때문에 그러는데, 부탁 좀 합시다.”

 “부탁이라니요?”

 “방금 외야 바깥에서 공 던진 사람 말입니다. 카메라로 그 사람 찍은 거 복사 좀 해주십시오.”

 이구진은 방송용 카메라의 성능을 믿었다. 대형 카메라가 아니라 사람이 들고 다니는 크기지만, 그래도 일반 카메라와는 성능이 차원이 다르다.

 ‘줌으로 당겨 찍었으면 거리가 멀어도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거야.’

 PD 박경훈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못 찍었는데요?”

 “예?”

 “말씀드렸잖습니까? 우리야 송진기 선수에게 집중했다고.”

 “아니. 카메라는 당연히 공을 따라가야...”

 “그거야 경기장 이야기고. 다른 지역에도 촬영이 있어서 여기는 카메라가 이거 한 대밖에 못 왔어요. 그래서 분량이 잘 나오는 선수들 위주로 찍었죠.”

 감독 이구진이 그나마 여유를 부린 건, 당연히 카메라에 김민준의 모든 게 찍혀 있을 줄 알아서다.

 “저, 전혀 못 찍었습니까?”

 “선수들이 뛰어나가는 거 보고 찍기는 찍었죠. 달리는 선수들을요.”

 “그럼 우리 애들 찍다가 저 사람도 같이 찍었을 거 아닙니까?”

 “그랬어야 하는데, 카메라가 저쪽으로 돌아갔을 때는 보시다시피...”

 박경훈이 저 멀리 뛰어가는 선수들을 쳐다보았다. 김민준은 이미 보이지도 않았다.

 “뒤통수는 찍었습니다만...”

 이구진이 한숨을 푹 쉬었다. 조금 전까지 한국시리즈 진출의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갑자기 허탈해졌다.

 “하아. 이거 뭐 도깨비에게 홀린 기분이네.”

  * * *

 강력1팀 형사 조진현이 모니터를 보다가 감탄했다.

 “이야아. 쥑이네.”

 형사 문현수가 다가왔다.

 “뭔데?”

 “형. 이거 좀 봐. 검색어 순위 1위에 빨랫줄 송구가 있어서 뭔가 하고 찾아봤더니, 이 동영상이 나오네.”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한 동영상에는 송진기가 한 손을 들고 천천히 달리는 장면이 나왔다. 그러다 갑자기 송진기의 바로 앞을 뭔가 휙 지나갔다.

 곧바로 그 장면이 느리게 몇 번이나 재생되었다.

 “야구 동영상이네. 이게 뭐?”

 “공 죽이게 빠르지?”

 “프로야구 선수들이잖아. 빠를 수도 있지.”

 “그게 아니라니까. 이번엔 이걸 봐봐.”

 조진현이 다른 영상을 클릭했다.

 이번에도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영상이었다. 멀리 서 있던 사람이 공을 주워 도로 던지는 장면이 나왔다.

 “어디서 던진 건지 알겠어? 실제 거리가 경기장 외야보다 멀었대. 그걸 도로 던진 건데도, 공이 아주 그냥 빨랫줄이야. 빨랫줄.”

 “대단하네.”

 “대박이지. 지금 이거 조회수가 장난이 아니라니까.”

 조진현은 학창시절 야구깨나 좋아했다.

 “야구 사이트들은 아주 난리가 났어. 분명히 방송에는 제대로 나올 거라고, 본방사수 해야 한다고 날아온 문자가 벌써 다섯 개야.”

  * * *

 방송국 국장 김인호가 PD 박경훈에게 소리를 꽥 질렀다.

 “어떻게 그걸 놓쳐? 중요한 장면 다 빼먹고 뒤통수만 찍냐고!”

 “그, 그게, 예산 때문에 카메라가 한 대밖에 지원이 안돼서 선수 위주로 찍다가 그만...”

 김인호가 자기 의자에 털썩 앉았다.

 “다 필요 없고. 찾아내.”

 “예?”

 “방송 전까지 찾아내서 인터뷰 따.”

 “그걸 어떻게...”

 국장 김인호가 다시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든 해! 사하라 사막으로 다큐 찍으러 가기 싫으면 이 사람이 누군지 당장 찾아내라고!”

  * * *

 형사 조진현이 동영상을 보며 계속 설명했다.

 “국내에 이런 어깨를 가진 선수는 없을 줄 알았는데. 이거 메이저리그에 가도 찾기 힘들...”

 조진현은 그때서야, 방금 들은 ‘대단하네’라는 말이 문현수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조전현이 고개를 뒤로 천천히 돌렸다.

 문현수는 어느새 자기 자리에 가서 서류를 뒤적이고 있었다. 대신에 그의 뒤에 서 있는 건 인상을 잔뜩 찌푸린 강력1팀장 안상준이다.

 “아. 팀장님. 언제 들어오셨...”

 “대단하네. 내가 시킨 거 안 하고 근무시간에 인터넷이나 하고. 요즘 널널하지?”

 “그게 아니라, 열심히 조사하다 잠깐 휴식...”

 안상준이 조진현의 뒤통수를 탁 쳤다.

 “빠져가지고. 이런 거 볼 시간에 오동태 깨놓은 밤도깨비 같은 놈의 신원이나 알아내!”

 “그게, 핸드폰이 켜졌던 장소에 가서 탐문수사도 해봤습니다만, 목격자가 없어서... 거기는 CCTV도 없고...”

 “놈은 프로 청부업자다. 프로가 어디 쉽게 흔적을 드러내겠냐? 사건 현장하고 나중에 신고할 때 핸드폰 켜졌던 곳에 가서 잠복이라도 해.”

 안상준이 모니터를 힐끗 보았다.

 카메라가 달리는 김민준의 뒷모습을 멀리서 잡았다. 휴대폰 카메라의 화질로는 뒤에서 쫓아가는 선수들도 다 조그맣게 보였다. 김민준은 거리가 너무 멀어서 체형조차 제대로 구분되지 않았다.

 “사건과 아무 관계없는 사람 동영상 보는 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 * *

 이서연이 작은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눈을 감았다. 김민준은 벤치 뒤에 서서 그녀의 등을 만졌다.

 처음에는 그의 손길이 낯설고 당황스러웠다.

 처음만 그랬다. 한 번 받아보고 난 후부터는 그의 손을 거부할 수가 없다.

 그녀는 김민준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몸에 뜨거운 기운이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따뜻해.’

 너무 편안해서, 이 순간만은 아무 걱정도 들지 않았다.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콧노래를 불렀다.

 “흐응. 흥. 흥. 흐으응. 흥...”

 

 김민준이 그녀를 치료하며 생각했다.

 ‘좋은 노래네.’

 로키산맥 불법투기 쓰레기장에는 음악 CD도 버려졌다. 그는 그 CD를 주워 음악을 들었다.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쓰레기장에서 작곡에 대한 기본 이론서 정도는 구할 수 있었다. 몇 년 전에는 개인용 컴퓨터음악 소프트웨어 CD도 구했다.

 기타는 생각보다 자주 버려졌다.

 그는 혼자서 기타를 치며 산을 노래하고 자연을 노래하고 외로움과 쓸쓸함을 노래했다.

 그의 노래를 남에게 준 건 딱 한 번뿐이다. 숲에서 길을 잃은 아가씨가 하도 귀찮게 굴어서 그녀의 수첩에 세 곡을 적어주었다.

 

 어느새 오늘의 치료가 끝났다.

 그녀의 짧은 콧노래도 멈췄다.

 

 이서연은 아쉬웠다. 요즘은 치료가 끝나는 순간이 제일 아쉬웠다.

 일어서려고 하는데, 그녀의 등 뒤에서 콧노래가 들렸다. 그녀가 방금 불렀던 노래다.

 

 김민준이 그녀가 부른 노래를 자기 마음대로 따라 흥얼거렸다. 그녀처럼 콧노래였다.

 그녀가 했던 그대로는 아니다. 어차피 콧노래라 자기 느낌에 자연스럽게 바꾸었다.

 로키산맥에서 살면서 알게 된 자연과 산의 기운의 흐름을 조금 담았다. 노래에서 약간 어색하던 음 몇 개가 조금 낮아졌다. 그만큼 자연스러워졌다.

 고대의 책을 익히면서 사람이 가진 기운의 흐름에 대해 이해했다. 감정 포인트의 음 몇 개가 살짝 높아졌다.

 신경 강화 실험의 부수 효과로 감이 좋아졌다. 노래를 조금 더 듣기 편하게 만들었다.

 그래봐야 변한 건 음 몇 개뿐이다.

 

 이서연은 김민준의 콧노래 소리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 드는 노래를 한 번에 따라하네.’

 그녀가 직접 작곡하고 가사를 붙인 노래다. 삼 년 전에 이 노래를 녹음하고 첫 발작을 일으켰다. 발표를 못했으니 일반인이 들어봤을 리가 없다.

 ‘음 몇 개를 틀렸지만, 초보자가 한 번 듣고 완벽하게 따라 하기는 어려우니까.’

 그녀는 그에게 자신이 잘 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조금 자랑하고 싶었다.

 김민준의 콧노래가 끝나자, 이번에는 그녀가 다시 콧노래를 시작했다. 자신이 만든 원곡이 아니라, 방금 김민준이 부른 음을 그대로 따라했다.

 흥얼거리면서 깨달았다.

 ‘이렇게 하는 게... 더 좋네?’

 그녀가 작곡한 것보다, 김민준이 조금 바꾼 것이 듣기 더 좋았다.

 그녀의 생각은 이어지지 않았다. 김민준이 그녀의 콧노래를 따라 흥얼댔다.

 서로의 콧노래가 어우러졌다.

 이서연이 미소를 지었다.

 ‘즐거워.’

 마지막으로 즐거웠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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