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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일단, 뛰어!
작가 : 김기현입니다
작품등록일 : 2019.9.3

뱀파이어 여인 일단.

그리고 두 명의 사내, 효령과 영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오늘...빌어먹을! 그딴게 어딨냐고!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고!

지구 멸망을 막아줘 일단! 어서 뛰어!

 
11. 어떻게 해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작성일 : 19-09-22 11:19     조회 : 471     추천 : 0     분량 : 3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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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 미션을 깨야 ‘글자’를 얻는다는 겁니까?”

 

  효령이 묻자 노아가 싱글거리며 대답했다.

 

  “맞아요.”

 

  “당신이 글자를 가지고 있던 게 아니고?”

 

  “아니고.”

 

  효령은 손가락으로 뺨을 긁었다.

 

  “난 풀피리를 찾아달라는 의뢰만 받았던 것 같은데.”

 

  “풀피리는 여전히 철무라는 탐지꾼이 가지고 있죠.”

 

  “그건 당신이 자발적으로 빌려준 거고.”

 

  “어쨌든 ’글자’는 이 미션을 해결해야 얻어질 거에요.”

 

  노아는 육감적인 몸매가 드러나는 투피스 차림으로, 바의 의자에 다리를 꼬아 앉아 있다.

 

  그 옆에 앉은 효령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어차피 딱히 할 일도 없으니까.”

 

  그는 앞에 놓인 칵테일을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솔티 독.”

 

  “로자리입니다, 사장님.”

 

  바텐더의 말에 효령이 아쉽다는 듯 눈가를 찌푸렸다.

 

  “크으…사실 마음 속으로는 로자리라고 생각했어!”

 

  “다음 기회를.”

 

  바텐더가 자리를 옮겨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다.

 

  효령은 다시 노아를 보고 말했다.

 

  “그럼 계약금 조로, 하이랜더들하고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들려 주시죠, 특권층 님.”

 

  노아가 미소지었다.

 

  “루마니아, 미국, 일본 이렇게 세 나라의 수호자들이 차례대로 죽었죠.”

 

  “’고바야시 다음은 당신입니다’ 만 아니면 계속 들어드리죠.”

 

  “유감이군요.”

 

  “맙소사, 계속해 봐요.”

 

  “하이랜더들이 말하기로, 그 다음은 한국이라고 하더군요.”

 

  “현시간부로 수호자 사직합니다. 차기 수호자로 믿음직한 장영실 영감하고 무식하게 힘만 센 일단을 추천하죠.”

 

  “’글자’ 하나가 옮겨지고 있다고 했어요. 루마니아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이제 한국으로.”

 

  “폭탄 돌리기인가…”

 

  “내 짐작이지만, 이번 일이 그 ‘글자’와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되네요.”

 

  “실직자 된 기념으로 지금 하와이로 튈 건데, 같이 갈래요?”

 

  “잘 부탁해요.”

 

  “…하느님 맙소사.”

 

 

 -----

 

 

  하얀 색 명찰이 남자의 왼쪽과 오른쪽 가슴에 하나씩 박혀 있었다.

 

  왼쪽 가슴에 1483.

 

  오른쪽 가슴에 1하12.

 

  초췌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표정은 비교적 침착했다.

 

  특별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듯한 낌새는 남자의 표정에 나타나 있지 않았다.

 

  “어느 날 저녁, 통장에 느닷없이 오천만 원이 들어왔습니다.”

 

  그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뉴스 같은 데서 종종 나오잖아요, 은행에서 돈을 잘못 송금했다거나 하는 이야기. 귀찮은 일에 엮이는 게 싫어서 다음 날 아침 은행 영업시간이 되자마자 바로 거래 은행에 전화를 했습니다. 전날 밤에 돈이 잘못 들어온 것 같다, 누가 보냈는지 알아보고 돌려줘야 할 것 같다.”

 

  “예. 그리고?”

 

  “은행에서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날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에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들이 오더니 저를 끌어가서 여기에 가둬 놓더군요.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제가 왜 여기 와 있어야 하는지 아무도 저에게 설명을 해 준 사람이 없습니다.”

 

  두꺼운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남자와 마주 앉은 영실은 자신의 손에 들고 있는 투명 구슬을 흘깃 쳐다보았다.

 

  남자의 말이 거짓말이라면, 투명한 구슬은 뿌옇게 흐려질 것이다.

 

  구슬은 투명했다.

 

  “그렇군요. 저는 이문석 씨 말이 진실이라고 믿습니다.”

 

  영실이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려야 할 부분은, 이미 말씀 드린 대로 저는 변호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문석이라 불린 남자가 상대의 말이 무슨 뜻인지 파악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요?”

 

  “제 목적은 문석 씨를 변호하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

 

 

  “만약 당신 친구가 실제로 뇌물을 받은 거라면?”

 

  효령의 물음에 철무가 흥분하며 외쳤다.

 

  “그럴 리가 없다니까! 몇 번을 말해!”

 

  “그래, 그래. 그래도 말이지, 만약이라는 가정은 해도 되잖아? 만약 그렇다면 말이야. 그렇다면 당신은, 이 일을 몰래 덮어두기를 원하나? 증거를 조작하고 은폐하고, 가짜 증인을 돈으로 사서 위증해서라도 친구를 구해내기를 원해? 만약 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해 줄 수도 있어. 여긴 흥신소지 경찰서가 아니니까.”

 

  효령의 말에 철무가 입을 다물었다.

 

  철무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만약’이라는 거지만, 만약에 정말 그렇다면, 내 친구가 뇌물을 받은 거라면…그러면 어쩔 수 없지. 이해는 여전히 되지 않지만 그것도 그 친구의 선택이고, 선택은 언제나 그만큼의 책임을 동반하는 거니까.”

 

 

 -----

 

 

  영실이 말했다.

 

  “저희는 철무 씨의 의뢰를 받았지만, 저희가 받은 의뢰는 ‘이문석 씨가 죄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 달라’는 것입니다. ‘이문석 씨가 뇌물을 받았다면, 그것을 최대한 변호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조사 결과 만약 문석 씨가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면, 그 결과 또한 있는 그대로 세상에 밝힐 것입니다. 그게 저희가 받은 철무 씨의 의뢰 내용이니까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문석 씨를 변호하기 위해서 온 변호사가 아닙니다.”

 

  “그런…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영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셔야죠. 앞으로도 하지 않으시겠죠? 그게 서로에게 좋습니다.”

 

  영실은 그렇게 말하며 가져온 가방에서 일단의 서류를 꺼냈다.

 

  그는 서류를 훑어보며 말했다.

 

  “문석 씨가 잡혀오던 날 이전의 문석 씨의 동선을 파악해 봤습니다. 그 중 인상적인 부분이 있더군요.”

 

  영실은 잠시 말을 끊고 주위를 둘러보며 감시카메라의 위치를 확인해 보았다.

 

  “아시겠지만 면회소에서의 대화는 모두 녹취, 녹화, 감시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시면서 제 물음에 대답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실의 말에 문석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았다.

 

  면회소 한 쪽 구석에 서 있는 교도관.

 

  천장 모서리에 달려 있는 감시카메라.

 

  “문석 씨는 이 곳에 오기 이틀 전 YH중공업의 법인영업팀 직원들 두 명이 포함된 네 명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셨더군요. 그리고 2차로 함께 노래방을 간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 비용은 모두 문석 씨가 아닌 YH중공업 쪽에서 계산을 하였고요. 공교롭게도, 그로부터 하루 뒤 문석 씨의 계좌로 입금된 오천만원의 출처는 차명계좌 라인을 따라가 보니 YH중공업 쪽이더군요. 검찰에서도 아마 그 정도는 파악을 했으니 곧바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겠지요?”

 

  영실의 말을 들은 문석의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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