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흐
릿
해.
지는
나의 어두움.
나는 그러한 암흑에서 시선을 돌려 다시 다혜를 바라보았다.
다혜의 목에서 피가 넘쳐흘렀다.
너무나도 처절하게 흐르는 수 없이 많은 핏물.
다혜의 목이 꾸덕거리며 움직였으나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목으로 들어찬 핏물에 의해
다혜의 진심은
소리가 되어 나오질 못했다.
나는 두 손으로 다혜의 목을 막았다.
더 이상 흘러내려서는 안 된다.
다혜의 눈 또한 자신의 슬픔을 흘려보낸다.
너무나도 간절함을 담아서 나를 바라보는 다혜의 눈빛.
그 눈빛이 너무나도 서글퍼서 내 마음을 울렸다.
괜찮아.
괜찮아.
걱정하지마.
미안해하지마.
더 이상.
점점
흐
릿
해
져
가
는
다혜의 모습.
그래.
가.
다시는
나를
찾
아
오
지
마
다시는
다혜는 점점 사라져갔다.
다행이었다.
다혜가 어서 사라지기를.
점점
옅
어
지
는
다혜의 모습
그렇게 다혜가 사라졌다.
텅 빈 공간에 나 혼자 남았다.
흥건히 바닥에 흩뿌려져있던 다혜의 피도
스르르거리며 다혜를 따라 흘러갔다.
그렇게 피 또한 내 곁에서 사라져 갔다.
다혜가 살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했기에.
그러나
나는
왜인지 모르게
다혜가
떠나가는 것이
서글퍼졌다.
떠나보낸다는 것이 이토록 외로운 것인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보내야만 했다.
다혜는 나처럼 죽어서는 안 되었다.
죽음을 원한 것이 아니었으니.
다혜가 나에게 더 이상은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기를.
그러나 그 마음이 다혜에게 전해졌을까.
이제는 처절하게 나 혼자겠지.
나는 밝기만한 곳에서 홀로 존재했다.
그 순간 내가 들어왔던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흰 옷을 입은 여인이 나를 기다리는 듯이 문가에 서있었다.
그 여인은 나를 향해 이리로 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녀의 손짓을 따라
나는
천
천
히
문으로 향했다.
문으로 향하는데
희기만 한 공간에서
누군가가 쭈구리고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너무나도 간절하게 두 손을 모아서는
무언가를 깊게도 바라는 듯 한 사람.
다혜.
다. 혜. 였다.
그러나 그 모습이 전과 다르게 흐릿하였다.
죽음은 아니구나.
다행이다.
나는 그 흐릿한
다혜를 보고
다혜가 잠시
그저 잠시
이곳에 들린 것임을 알았다.
그랬기에 마음이 놓여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다혜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나를 바라보는 다혜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다행히 다혜의 목에는 그 어떠한 상처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두운 나의 모습 또한 다혜의 곁에 붙어있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어두운 나라는 죄책감이 더 이상은 다혜를 옭아매지 않았다.
“이제는 더 이상 나를 찾아오지마....
넌 정말 좋은 친구였어.
죄책감은
여기다가
버리고 가.
고.
마.
워.”
나의 말에 다혜의 눈으로 더 많은 눈물이 고여버린다.
정말. 다시는 다혜가 나를 찾아오지 않기를.
삶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사라가기를 나는 바랬다.
껌뻑.
그러게 다혜의 눈물로 가득찼던 눈이 껌뻑인다.
다혜의 눈에 가득 고였던 눈물이
눈꺼풀에 의해
싹뚝/
하고 잘려버린다.
눈꺼풀에 의해 잘려진 다혜의 눈물은
다혜의 뺨으로 떨어져 내렸다.
다혜의 눈물이 뺨을 지나 바닥으로 떨어지자.
다혜의 모습이 사라졌다.
희기만 한 뿌연 연기와도 같이.
그렇게 다혜가 나를 떠났다.
삶 속으로 갔다.
나는 여전히 죽음 속에서
그렇게
다혜의 떠남을
바라보았다.
바닥에 떨어진 다혜의 눈물 또한
서서히 공중으로 메말라져 갔다.
그렇게 다혜의 눈물도 내곁을 떠났다.
다혜의 눈물이 내 마음을 적셔서
내 마음이 내 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나의 눈에도 눈물이 가득 들어섰다.
나는 앞으로 걸어나가야만 했다.
그렇게 나는 더 이상은 만날 수 없는 다혜를 보내고
내 앞에 놓여진
문
을 향해
걸
어
나
갔
다.
그렇게 흰 옷을 입고 있는 여인의 곁으로
내 발걸음을 옮겼다.
쿵.
내 뒤에서 문이 닫혔다.
그렇게 나는 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