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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흔들려도 괜찮아, 넘어지지만 않으면.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이야기 1
우울함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내는 한 사람과
죽음 앞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 2
죽음을 택한 친구와
그 친구에 대한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이야기.

 
31
작성일 : 19-09-07 22:37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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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혜가 정말로 죽는다면

 그것은 내가 다혜를 죽이는 것이기에.

 

  뿜어져 나오는 피에 내 온 몸이 더욱 발악한다.

 

 그렇게 발악하며

 내 목에서는

 나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찢어지는 소리가 난다.

 

 그렇게 내 속에서 난 울부짖음에

 다혜와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막이 찢어진다.

 

 갈기갈기. 찢어져 버린다.

  마치 너덜너덜해진 나의 마음과도 같이.

 찢어져버린 막은 그저 흩날린다.

 

 그렇게 얇은 가림막이었는데

 그걸 찢기가 그토록 힘들었다.

 

 나는 내 위로 무너져내리는 막을 뒤집어 쓴 채로

 다혜를 향해 달려갔다.

 

 다혜는 자신의 손목을 찌르고 있는

 어두움으로 가득찬 나를 바라보며

  어둠의 그림자 속에서

  점차 제 색을 잃어가고만 있었다.

 

  붉음의 피가 솟구치며 그렇게 다혜를 물들였다.

 

 다혜는 정신을 놓아가고 있었다.

 

 “정신차려!!”

 

 다혜는 나를 바라보았으나

 그 눈에서는 이미 넋이 나가있었다.

 

 “정신차려!!! 그건 내가 아니야!”

 

 다혜의 눈이 어두운 나를 향하기에

 나는 다혜를 향해 외쳐대었다.

  그러자 다혜의 눈이

 

 나와

 어두운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점차 혼란을 느끼는 듯 했다.

 

 다혜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가고 있다.

 

  “넌 살아야 돼!! 왜 여기 있는 거야, 빨리 돌아가!! 가, 가, 가, 가라고!!!!”

 

 그러나 여전히 혼이 나가서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다혜의 모습.

 

  다혜의 손목이 덜덜거리며 떨려왔다.

  다혜의 손목에서 점점 피가 빠져나갈수록

  다혜의 얼굴이 점차 창백해져만 갔다.

 

  다혜는 표정으로 나에게 무언가를 강하게 외치는 듯 했으나

  다혜의 입에서는 어떠한 소리도 새어나오질 못했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그런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다혜의 손목에서 빠져나오는 피를 막는 것만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나는 손을 들어

 다혜의 손목을

  꽈악 하고

 막아내었다.

 

 이미 바닥에는

 다혜의 손목에서 빠져나온 피로

 흥건하였다.

 

 다혜의 생명력은 너무나도 붉게

 다혜를 적셔가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내가 아닌

 어두움을 간직한 내 손이

  다혜를 찔렀다.

 

  다혜는

 그 아픔속에서

 그토록 괴로워했다.

 

  나의 어두운 손은

 너무나도 잔인하게

 다혜를 찔러대었던 것이다.

 

  그 찔림의 상처로 자신을 내보내는 다혜.

 

 이래서는 안 된다.

 죽어서는 안 된다.

 

  “정신차려. 다혜야.”

 

 그러나 순간,

 

  나 조차도 알 수 없던

 또 다른 나의 손이

 허공에서 다시 나타났다.

 

 그 어두운 손들은

 너무나도 강하게

 나를 밀쳐내었다.

 

 그렇게 나는 너무나도 쉽게 나에게 밀쳐져 버렸다.

 

 나는 그렇게 나에 의해서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내 두 손은 너무나도 잔인하게 다혜의 목을 졸라대었다.

 

 다혜는 그렇게 나에게 목이 졸려 꺽꺽대었다.

 

  안 돼 ........

 

 그건 내가 아니야 ......

 

  나는 다시 다혜를 향해,

 

 아니,

 

 어두운 모습으로

  나의 탈을 쓴

 나 자신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강하게 내 손을 잡아당겨도

 내 손은 다혜의 몸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렇게 나는 나를 막아낼 수 없었다.

 

 다혜는 그저 어두운 나에게 자신을 맡겨버렸다.

 이미 포기를 한 듯이

 자신을 놓아버린 다혜의 모습.

 

  다혜의 몸에서 점차 힘이 빠지자,

 어두운 내가 더욱 짙어진다.

 

 그렇게 점차 더욱 어두워지는 나의 두 손.

 

 다혜가 자신을 나에게 맡길수록

 내 손이 짙어지는 것이었다.

 

 나의 형상은 다혜가 불러낸 것이었다.

 

 그랬기에

 내가 아무리 다혜로부터

 나 자신을 떼어놓으려고 해도

  쉽게 떼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정신 차 려!!!!! 너를 살릴 수 있는 건 너 밖에 할 수 없어.

 더 이상은 나도 도와줄 수가 없단 말이야!!”

 

 나는 다혜를 살리고 싶다는 처절함에 울부짖으며 다혜를 향해 외쳤다.

 

 그저 온 몸을 방치하듯 내버려 두고 있던 다혜가

 나의 외침에 서서히 제 눈을 뜬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야!!

 그 다음부터는 네가 이겨내야 해!!!!”

 

 다혜가 의지적으로 자신의 손을 들어

 어두운 나의 손을 떼어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쉽게 뜯어내어지지 않았다.

 

 나의 손은

 너무나도 강한 힘으로

 그렇게 다혜를 압박해나갔다.

 

  제발 .....

  제발 .....

 

  다혜가 내 그림자를 떼어내고 살아나기를.

 

  나는 속으로 간절하게 바라고 바라고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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