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빛은
어두움으로 가득 찼던 나에게는
익숙한 것이 아니었기에
내 몸은 그리 쉽게 들리지가 않았다.
나는 힘겹게 내 몸을 일으켜서
앞으로 걸어나갔다.
희기만 한 내 앞쪽을 향해서.
그러자 저 먼 구석에서 흐릿한 형체가 보였다.
나는 그곳으로 서서히 내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다가갈수록 점점 짙어지는 모습.
점점 짙어지는 다혜의 모습.
그곳에는 다혜가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다혜를 괴롭히는
나
의 모습.
다혜의 곁에서는
또 다른 내가
너무나도 잔인하게
다혜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혜는 괴롭게도 나에게 공격을 받고 있었다.
도와줘야 하는데.....
내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너무나도 괴로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다가가려고 하자, 무언가가 나를 막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막이 우리 사이를 막고 있는 듯이.
그렇게 나는 다혜를 향해 다가가지 못했다.
어두운 나의 팔이 다혜의 손을 휘감고는
다혜 자신을 공격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런 친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서
하염없이
그저
다혜가
나에게
공격을 받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속이 너무나도 괴로웠다.
너무나도 잔인하게
고통을 받는
다혜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다혜 마저
나와 같은
아픔을 받게 해서는 안 된다.
그 괴로움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알기에.
나는 필사적으로
우리 사이를 막고 있는 것을 넘어
다혜에게로
향하려고 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막은 너무나도 끈질기게도 찢어지지가 않았다.
나는 그 속에서 다혜를 향해 돌아가라고 외쳐대었다.
그러나 닿지 않는 나의 육체와 같이
나의 소리 또한
다혜에게
닿지를 못했다.
그렇게 나는 나에게만 들리는 외침을 계속하였다.
다혜에게 닿아야만 하는 소리는
다혜에게 닿을 줄을 몰랐고,
오직 나의 귓가만을 울려대었다.
제발.... 제발!!!!!
나는 이미 늦었으나 다혜는 그래서는 안 되었다.
나는 죽음 속에서 평안함을 얻었으나
생명을 잃어가는 다혜의 표정은 나의 것과는 달랐다.
다혜는 죽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 다혜는 죽임을 당하고 있었다.
나로 인해.
나에게 의해서.
검은 나의 손에 의해
꽈악 하고 쥐여진 다혜의 손에 들린 칼이
또 다른 다혜의 손목을
콱. 하고 찔러버린다.
그러자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너무나도 새빨간 피들.
다혜의 피는 나의 피와 같이 우울함을 담은 피가 아니었다.
다혜의 피는 여전히 건강해야만 하는 여전히 생생한 붉음을 담고 있었다.
그랬기에 나는 더욱 필사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