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눈을 뜬 곳은 너무나도 밝은 곳이었다.
어둠으로 가득 찼던 나의 내면과는 다르게 밝기만 한 그 곳.
그 곳에서 나는 눈을 떴다.
그러나 어두움만을 받아드리던 나의 눈은
밝음이 들어오자
너무나도 벅찬지
제대로 뜨여질 줄을 몰랐다.
그렇게 나의 눈은.
번쩍
번쩍.
번쩍..
하고는 몇 번의 번쩍임 뒤에서 뜨여졌다.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빛만이 나를 감싸고 있을 뿐.
그렇게 나는 살아있을 때는 만나보지 못한 빛 속에서
그저 가만히 머물렀다.
따스한 건가.
공허한 건가.
희기만 한 공간속에서
나는 그렇게 나 자신을 내려놓았다.
내가 온 몸에서 힘을 빼자
나는 그렇게 그 공간속에 녹아들었다.
온 몸이 녹아 흘러서는 딱딱한 땅바닥에 늘러 붙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그곳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천장 또한 희었다.
뿌연 것인가.
흰 것인가.
나는 그 차이를 알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희기만 한 공간 속에서
나를 놓아버렸다.
그러자 그렇게 누워만 있는 내 위로
한 사람이 다가온다.
또각. 또각. 거리는 하이힐의 소리를 내며.
나에게로 다가오는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
그 진동이 땅을 울리며, 땅에 누워있는 나의 등으로 느껴진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에게로 다가오는 한 여인의 발자국 소리.
난 그 소리에
내 몸을 서서히 일으켜 본다.
그러자 희뿌옇기만 한 공간에서
서서히 짙게도 자신의 몸을 내보이는
한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나는 왜인지 모르게
그 여인의 모습이 두려워서는
일어서서 뒷걸음질을 쳤다.
밝기만 한 것은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두려운 것이기에.
그러나
그 여인은
뒷걸음치는
나를 향해
끝까지 다가온다.
그렇게 나를 향해 다가오는 한 여인.
툭.
하고 내 등이 흰 벽에 닿는다.
그 여인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러더니 내 귀에 속삭이는 그 여인.
“네 친구가 위험해. 네 도움이 필요할거야.”
그러더니 내 뒤를 향해 자신의 손을 뻗는 여인.
여인의 팔이 내 허리를 스쳐지나가며 내 뒤에 있는 벽을 향한다.
그러나 내 등을 막고 있는 것은 벽이 아니었다.
내 등이 맞닿고 있던 것은 문이었다.
그렇게 그녀가 문의 손잡이를 돌린다.
끼이이익_
하며 내 뒤에 있던 문이 열린다.
훅.
하고는 문이 열려버린다.
나는 그렇게 열린 문 뒤로 넘어지듯이 자빠져버린다.
훅.
하고 놀라버린 내 심장은
여전히 내가 일어섰을 때의 자리에 놓여있고
나는 내 심장을 그곳에 내버려 둔 채로
혼자 뒤로 넘어져 버린다.
여전히 나의 심장은 그곳에 놓여져 있는데...
내 눈앞에서 문이 닫힌다.
쾅.
하고는
그렇게 나는 굳는다.
땅에 등을 댄 채로. 굳어버린다.
나의 온 몸이.
쿠웅.
나는 간신히 밝음 사이에서 내 몸을 일으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