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는 뒤돌아서는 교실 문으로 향했다.
그렇게 나는 교실을 나선 뒤,
학교 옥상으로 올랐다.
계단을 오르는 마음이 점차 가벼워진다.
무겁고 내려앉을 줄만 알았는데 너무나도 가볍고 시원하다.
한 계단.
한 계단.
을 올랐다.
그렇게 나는 계단을 너무나도 쉽게 올랐다.
걸음
걸음
마다
내가 벗겨졌다.
짙은 어두움으로 덧칠 되어졌던 내가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나의 뒤로 나를 내던졌다.
한 겹.
한 겹.
그렇게 내 어두움을 뒤로 던졌다.
그렇게 나는 죽음으로 향해 갈수록 편안함을 느꼈다.
무겁기만 했던 내 속이 점차 가벼워짐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가벼워졌다.
무거운 짐은 뒤에 내려놓은 채로
그렇게 나는 점점 위를 향해 올라갔다.
그렇게 나는 뒤에 있었다.
나를 내버려 둔 채로.
그렇게 한 겹씩 벗겨진 나는
점차 죽음 속에서 밝음을 찾아갔다.
원래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죽음속인 듯이.
그렇게 죽음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이 점점 가벼워진다.
옥상으로 향하는 문의 손잡이를 돌려보았다.
끼익_
하며 손잡이가 돌려진다.
문을 밖을 향하여 밀자,
뜨거운 태양이
그곳에서 내 온 몸에 쏟아치듯 내리쬐진다.
난 그러한
태양을
온 몸으로 받아낸다.
죽음에 다다라서야 나를 찾는 태양.
그러나 더 이상
나는 태양을 바라지 않았기에
내 몸에 와 닿는 태양은
너무나도 쓰잘데기 없는 것으로만 느껴진다.
나는 어두움을 지나
뜨거운 해를 향해
내 몸을 옮겼다.
해가
얼어붙은 내 온 몸을 향해
자신의 뜨거움을 내보낸다.
그러나 이미 태양에 녹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나도 꽝꽝 얼어버렸기에.
햇빛은 쓸모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태양에 녹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태양 속에서도 어두움을 내보냈다.
태양은 그러한 나를 이기지 못했다.
태양으로도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가 내 몸에서 내뿜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림자였던 것이다.
그 무엇도 나를 가리고 있지 않았으나
나는 내 스스로가 나 자신을 가리고만 있었다.
그렇게 나는 그림자였다.
태양에게 가려진.
한 걸음.
한 걸음.
을 난간을 향해 다가간다.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본다.
죽음을 바라며 높은 곳을 올라가니
전혀 높지 않은 것만 같았다.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니
땅에도
뜨거운
태양이
와 닿아있다.
땅에는 어떠한 그림자도 그려져 있질 않았다.
그림자는 오직 나뿐.
밝기만 한 땅에 그림자를 새겨주고만 싶다.
나는 그렇게 마지막 남은 나의 발자취를 그곳에 남긴 채로,
밝기만 한 바닥을 향해 떨어진다.
나는 떨어지며 나의 그림자를 건물에 새겼다.
나의 그림자가 밝기만 했던 땅에 짙게도 그어진다.
.
.
.
.
.
.
쿵.
그렇게 나는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