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움을 내 몸에서 내보내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어.
그렇게 나의 손에 다시 칼이 들렸다.
칼이 나의 몸을 향하였다.
찢겨져 나가는 나의 나약한 몸뚱아리.
그렇게 찢어진 나의 몸에서
솟구쳐 나가는 어두움이라는 암울함 덩어리들.
그렇게 강이 흐른다.
어두움이라는.
내 몸에서 어둡기만 한 물이 흐른다.
그렇게 몇 번이나 지속된 내보냄.
그리고 다시 들어차는 어두움.
나는 그렇게 그림자 속에서 동화되어갔다.
어두움은 점차 깊어져만 갔다.
더 이상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되자
나는 더 이상
태양을 바라지도 않았다.
그렇게 나는 해로부터 내 몸을 돌렸다.
더 이상 나에게 해답은 없었다.
끝이었다.
그렇게 더 이상 내 눈앞에도 태양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점차 어두워만 가자,
나의 우울감은 더 이상 칼로 해소될 수가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나의 죽음을 준비했다.
한 단계씩.
한 단계씩.
서서히 나의 죽음을
나 홀로 대비했다.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그들에게 있어서는 갑작스러울.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는
오랜 시간 동안 계획된.
그러한 죽음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유서를 쓰려고 했다.
그러나 부질없는 짓이었다.
이 세상에 남는 것도 남길 것도 없었기에.
그랬기에 포기했다.
그러나 유서를 쓰려고 책상을 뒤지다가
툭.
하고
무언가 떨어져버렸다.
칼. 이었다.
내 칼이 아닌 다른 사람의 칼이었다.
내 칼은
피가
묻고,
닦이고,
묻고,
닦이고.
했기에 너무나도 얼룩져 있었지만.
그 칼은
그렇다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깨끗했다.
그 칼이 누구 것인지 생각해보다
순간 어렴풋한 기억의 저편에서
다혜의 얼굴이 떠올랐다.
다혜가 나에게 빌려주었던 칼이다.
그 칼이. 여전히 나에게 있었다.
나는 칼을 한 번 올렸다가 다시 내렸다.
칼을 돌려줘야겠다.
더 이상은 필요하지 않을 테니....
그렇게 나는 칼을 가방에 넣고 학교로 향했다.
“이거. 칼. 내가 너한테 안 줬더라. 이제는 필요 없어.”
내가 다혜에게 칼을 내밀며 말했다.
“어... 어...”
내 손
에서
자신의 칼
을 받아가는
다혜.
이것도 마지막이겠네.
내 속마음이 나에게 말했다.
왠지 모르게
나의 마음이
착잡하기만 했다.
그렇게 서글퍼진 마음을 다잡고
나는 교실 문을 나섰다.
약해지면 안 된다.
끊이지 않는 나의 어두움과 괴로움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내 스스로가 나의 삶에 마침표를 찍는 것.
그것만이 유일하게 나의 괴로움을 끝낼 방법이었기에
. 나는 단호하게 그것을 행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