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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흔들려도 괜찮아, 넘어지지만 않으면.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이야기 1
우울함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내는 한 사람과
죽음 앞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 2
죽음을 택한 친구와
그 친구에 대한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이야기.

 
25
작성일 : 19-09-07 22:34     조회 : 314     추천 : 0     분량 :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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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혜는

 나

 

 에게 있어,

 

  숨구멍

 

 과도 같았다.

 

 

 유일하게 내가 내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그렇게 나의 발걸음은 그 친구에게로 향하였다.

 나의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나의 발걸음도 향했다.

 

 

 그렇게 친구가 생긴 이후

 나는

 칼이 아닌

 

 사람을 찾았다.

 

 

 나에게 해를 가하는 것 말고도

 

 나를 풀어놓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누군가에게 속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그렇게 나는 더 이상 칼이 아니라 친구를 찾아갈 수 있어서 너무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혜는 내 시선에서 점점 적이 아닌 친구로 그 모습이 점점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매일같이

 다혜를

 찾았다.

 

 내 속을 털어 놓을수록 내 몸이 그 무게를 더는 것만 같았다.

 

 

 짙은 어두움이

  점차 회색빛으로

  옅게도

 자신의 암울함

  을 벗겨내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암흑은 서서히 벗겨졌다.

 

 

 

 

 그러나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어두움을 벗겨내다가

  어느 순간 그 친구의 눈을 바라보면

 내 어두움이 그 동공에서 다시 나를 불렀다.

 

 너만 힘든 거 아니야.

 다들 그러고들 살아.

 다 똑같은데 왜 너만 더 힘들어 하는 거야.

 

 고통을 비교하는 말들.

 

 우리의 세계에서는

  고통마저 비교대상이었다.

 

  개개인의 아픔의 정도마저

 무게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고통은 가늠할 수 없다고 믿어왔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개개인의 고통은 재어졌으며

 그를 넘어 비교까지 가능했다.

 

 그렇게 나의 괴로움은 저울질을 당했다.

 

 

 

 

 나의 아픔이.

 나의 슬픔이.

 나의 상처가.

 나의 고통이.

 

 

 

 그 어두운 눈을 마주한 순간부터

 

 나의 마음은

 

 다시 닫혔다.

  굳게도.

 어둡게도.

  옅어졌던 회색빛의 내

 

 

 암

  울

  함

  은

  다시

  어

  두

  움

  으로

 덧칠되어져 갔다.

 

 

  고통이라는 커다란 붓은

 

  자신의 온 몸을

 

 암담함이라는

 검은 먹물 속에

 담근 뒤,

 

 그 모든 암울함을 머금었다.

  그런 뒤,

 

 

 밝아지려고만 했던 회색빛에

 

 자신의 어두움을 덧칠하였다.

 

 

 쓱_ 

 하고

 또

 쓱_

 하고

 

 그렇게

 밝아질 일만 있을 줄 알았던

 나의 그림자는

 다시 짙어졌다.

 

 짙어지고.

 짙어지고.

 짙어졌다.

 

 어두움에 어두움을 더하고

  그 어두움에 또 어두움을 발라버렸다.

 

 그렇게 나의 어두움은 짙어짐을 넘어서 두꺼워졌다.

 겹겹이 쌓여올려진 고통이라는 것은 전보다 더 어두워졌다.

 

 친구의 관심이라는 시선에 틈을 벌렸던 나의 마음은

 더욱 더 꼼꼼히 메워졌다.

 

 더 이상은 그 틈을 절대로 벌리지 않으려는 듯이.

 그렇게 닫혀갔고,

 그렇게 두꺼워졌다.

 

 입으로 털어놓기만 했다.

 마음이 아닌.

 그 친구는 나의 말을 닫힌 눈으로 받아내었다.

 나 또한 닫힌 마음으로 말들을 내보냈다.

 

  의미 없는 대화들.

 그곳에서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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