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손목을 벨 때는 화장실로 향했다.
누군가 보면 안 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화장실에서 내 안의 우울감들을 내보냈다.
변기에 차오른 물 위로
내 독과도 같은 핏방울이
톡.
하고 떨어져 내렸다.
우울감에 가려서는
녹색의 이끼만을 잔뜩 남기고 있던 핏줄이라는 강이
나로 인해 그어져서는
새빨간 피로 뿜어져 나온다.
그렇게 변기로 내 우울감이 해소된다.
똑.
똑.
똑.
또.
오.
오.
옥.
.....
하고는
흘러내리는 감정의 쓰레기들.
그렇게 버려진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기 위해 변기의 물을 내린다.
그러자 나의 우울감들이
그 물에 휩쓸려서는 점점 내 곁에서 멀어진다.
그렇게 나는 우울감을 보냈다.
저 아래로.
저 멀리로.
그제서야 미칠 것만 같던 내 감정이 서서히 내 곁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나는 다시 멀쩡해진다.
그제서야 정신이 든다.
그러나 그러한 것은 아주 잠시일 뿐.
또다시 책상에 앉고, 삶을 살아가려고 하면
어김없이 내 자신을 목 조르는 압박감이라는 존재.
압박감은 내 목을 조르고 내 안으로 파고 들어서는
나를 숨 막히게 한다.
정말 죽어버릴 것만 같다.
나는 그렇게 삶을 그저 살아내면서
언젠가는 우울감이 나를 죽일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울감이 나를 먼저 죽일까.
내가 먼저 죽음을 향할까.
죽음은 확정된 것이었다.
우울함이 나를 먼저 삼킬까.
내가 먼저 우울함을 찾을까에
대한 문제만이 남아있을 뿐.
내가 나를 죽이는 것도 살인일까.
어느 날은 갑작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우울감은 나를 좀먹었기에
더 이상 나는 우울감이라는 그림자 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내 손에서 시작된 감정은 내 목을 노렸고,
그렇게 내 목은 먹혀갔다.
끊임없는 비교와 숨막히는 경쟁이 나를 목 졸랐다.
그렇게 나는 치열한 경쟁이라는 속에서 점차 무너져 내렸다.
서서히 파멸되어가는 나의 곁에는
더 이상
친구도.
가족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 모든 고독감 속에서
철저히 나는
혼
자
였다.
이겨내려고도 해봤다.
그러나 이겨내는 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너.무.나.도.순.간.이.었.다.
그러나 이겨내지 못함은
마 치 영 원 같 이 느 껴 졌 다.
내가 마침표를 찍지 않으면 계속해서 이어질 것만 같은.
끊기지 않을 것만 같은.
그러한 끔찍한 지속.
그렇게 내가 점차 흐릿해지고.
흐릿해짐을 넘어 어둠으로 가득 들어서자,
내 주위의 모든 것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전에는 즐거움이었던 노래들,
잠시라도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었던 달콤한 음식들 조차도.
더 이상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못했다.
사람에게는 상처만 받았다.
내 안의 우울감을 나 또한 설명할 수 없었기에
그 누구에게도 이것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가 없었다.
설명하지 않으면 그들은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차마 짐작도 하지 못했기에.
나는 의도하지 않은 채로 나를 숨겼다.
그렇게 나는 자꾸만 내 속으로 파고들기만 하였다.
경쟁으로 시작되고 비교로 시작된 것만 같았는데,
그 모든 것들이 어느 순간 부터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되어 나를 찾아왔다.
시기와 질투였던 타인을 향했던 내 모든 감정들이
나를 향한 혐오로 뒤바껴서는 나를 향했다.
나는 그렇게 내가 싫어졌다.
남보다 못한 나라서 싫었는데.
그것을 넘어서 완벽하지 않아서 내가 싫어졌다.
작은 실수에도 난 너무나도 크게 나에게 실망을 했다.
남들은 그러한 실수를 작다하였다.
그러나 작은 실수라고 해도 나에게는 내 삶이 무너지는 상처였다.
그렇게 나는 그 모든 것에서 철저하게
부
셔
져
내
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