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도
더 이상
친구가
아니었다.
적일뿐.
그렇게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은 나를 옥죄고 있다.
숨 막힐 듯한 경쟁과
살아남기 위한 시험들.
도대체 다들 왜 사는 걸까.
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한다.
사람은 어떻게 사냐 하면 살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내는데,
왜 사냐 하면... 못 사는 것 같다.
나는 아마 지금 그 상태에 있는 것만 같다.
항상 내 눈 앞에는 죽음이 있다.
죽음은
내가
용기를 낼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죽음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것만 같이 느껴진다.
내 앞에 있는 선생같이 살기도 싫고,
왜 사는지도 모르고 그저 하라는 대로 하는
저 학생들처럼 살기도 싫다.
지금의 현실보다 미래가 더 어둡고 힘이 든다면
나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른이 되기 전에 죽을 수만 있다면 바랄게 없을 것만 같다.
아무리 힘들다고 말해도 어른보다는 안 힘든 거라니까.
나는 지금도 지나칠 정도로 충분히 힘드니까
어른은 하지 못할 것이다.
튜토리얼도 깨지 못하는 사람이
최종단계를 깰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이 게임을 그만두는 게 옳은 일이다.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이 게임을 끝내는 일.
그게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래 오늘 죽자. 나는 그렇게 다짐을 한다.
그러나 나는 죽지 못했다.
죽는 다는 것이 생각보다는 무서운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다시 칼을 찾았다.
미칠 듯한 불안감이 갑자기 나를 찾아와서
나는 재빨리 내 책상서랍을 뒤져서 필통을 찾아냈다.
그리고는 그 필통에서 칼을 찾으려했다.
그런데 칼이 없었다.
집에...
집에...
두고 왔다.
안되는데.
나는 칼이 없으면 안 되는데.
그 순간 나는 고개를 돌려 교실을 살폈다.
그 누구도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으나
다. 혜. 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여진 필통. 칼이 들어 있을 필통.
다. 혜. 에게
향할까 말까를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는 칼이 절실히도 필요했다.
그랬기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 친.구. 에게로 향했다.
아니 내 칼을 향해
내 몸을 일으켰다.
내 눈은 이미 어둠으로 가득 찼다.
빨리 이 어둠을 내 밖으로 내보내야만 한다.
그렇게 내 다리는 어둠에 휩싸여서 그 자리까지 이동한다.
“칼 있어.......?”
“칼?”
“응...... 커터칼........”
다혜가
나를 향해
자신의 칼을
준다.
칼이다.
칼을 내 손에 쥔 것만 해도 커다란 안심이 된다.
하.....
“여기. 여기 자도 있어.”
다혜가
나를 향해
자를 내민다.
자로도 손목을 벨 수 있나?
흐릿한 생각이 들었으나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렇게 나는 다시 칼만을 바라보았다.
나는 칼만 있으면 돼.
그렇게 나는 뒤돌아서 교실 문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