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는 백합이 되다
꽃 다운 나이라고들 한다
생그럽고 붉다는 의미에서의 생기를 가졌기에
그러나 장미와도 같이 붉기만 해야 하는 그녀는
본래 꽃 같지 않은 어두움을 가졌기에
겉만 붉었다
그러나 겉만 붉다는 것은 마치 들키지 조차 말아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들판에서는 어두움은 숨겨야만 하는 것이었기에
그녀는 자신의 줄기 안에 그 어두움을 숨기고 다녔다
혈 관 속에 들어 있는 붉디 붉은 핏물처럼
줄기라는 관 안에 어두움을 숨기고 살아야만 했다
그러나 어두움은 숨기고 싶다 하여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생그럽고 붉어야만 하는 장미는
스스로에게서 가시를 떼어
그 가시를 자신에게로 향하게 한다,
그리고 자신을 찌른다,
줄기라는 것은 겉으로 볼 때는 초록빛을 띄나
그 것을 찔렀을 때에는 붉음을 토해내었다,
마치 혈 관 속에 들어 있는
붉디 붉은 핏물과도 같이
장미의 줄기에서 쏟아 치듯 빠져나온 핏물은
그 자신의 끝과 끝을 흠뻑 적셨다,
제 몸에서 빠져 나가는 핏물을 감당하지 못한 채
장미의 꽃잎 또한 핏기를 잃어갔다,
붉었던 장미는 피가 빠져나감에 따라 점점 하얗게 질려만 갔다,
그렇게 장미는 백합이 되었다.
꽃잎이 한 장. 한 장, 떼어지고
그렇게 장미는 관 속에 갇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