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서야 나는 현실에서 눈을 떴다.
서서히 떠지는 나의 눈에 들어온 하얀 형광등.
그리고 나의 미세한 움직임에 놀라 벌떡 일어나는 엄마의 모습.
여전히 나의 귀는 웅웅거리며
현실을 너무나도 늦게 받아드렸으나
내 눈은 너무나도
빨리 내 앞에 놓여진 현실을 파악해나갔다.
병원이었다.
깨어난 나의 모습에
정신없이 의료진을 찾는 엄마의 모습이
일렁인다.
나는 여전히 혼란스러웠으나
진희를 만나기 전과는 다르게
내 속에서는 큰 짐이 떼여져 나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진희를 보내주었다.
진희에게
나의 미안함이
전해질 수 있었기에
나는 살 수 있었다.
더 이상은
미안함과 죄책감속에서
좌절하고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 안도감에
나의 눈이
다시 편안하게 감긴다.
눈물이 내 눈으로부터 벗어나
너무나도 축축하게 내 귀를 적신다.
그렇게 나는 안정감 속에서 잠이 든다.
닫히지 않았던 상처가 나의 눈과 같이 닫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