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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흔들려도 괜찮아, 넘어지지만 않으면.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이야기 1
우울함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내는 한 사람과
죽음 앞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 2
죽음을 택한 친구와
그 친구에 대한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이야기.

 
17
작성일 : 19-09-07 22:29     조회 : 317     추천 : 0     분량 :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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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순간, 진희가 내 목에서 시선을 올려 내 눈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나와

  진희의

 

 사이에서

 

  우

 리

 

 

 의 시선이

 

 닿았다.

 

 

 제발 나의 사과가 나의 눈에 담겨 너에게 전해졌기를....

 

 

 

 

 

 그러나 나의 눈은 너무나도 금세 닫혀버렸다.

 

  진희의 잔상이 내 감긴 눈에 잠시 남았으나

 너무나도 금세 사라져 버렸다.

 

 

 나의 목소리는 진희의 잔상이 사라질 때까지 내 밖으로 나오질 못했다.

 

 그렇게 내 소리는 내 안에 갇혔으며,

 내 눈 또한 감겨져 버렸다.

 

 

 스

 르

 르

 르

 륵

 .

 

 그렇게 나는 나의 정신 또한 놓아버렸다.

 진희는 어둡게 닫힌 내 눈에서 스르륵 거리며 지워져버렸다.

 

 

 나는 홀로 어둠속에서 혼미해져가며

 제발 나의 마지막 말이 진희에게 전해졌기만을.

 간절하게 바랬다.

 

 진희가 나의 눈에서 나의 속마음을 읽었기를.

 

 나는 속으로 바라고 또 바라였다.

 

 어둡기만 한 나의 감긴 두 눈 위로

 흰 빛이 옅게도 흩뿌려졌다.

 

 마치 어두운 밤하늘에 뿌려진 별빛과도 같이.

 

  흰 빛들은 서서히 퍼져나가며 어두운 내 시야를 밝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한 겹 씩 한 겹씩 밝음으로 포장되는 나의 시야.

 그렇게 나에게 밝음이 찾아왔다.

 서서히 밝아지는 내 눈.

 

 그러더니 갑자기 흰 빛이 강하게 내 눈으로 내리 쬐졌다.

 너무나도 강한 빛은 닫혀 있는 내 두 눈을 뚫고 내 눈에 도달했다.

 그렇게 내 두 눈은 감겨져 있었으나 빛은 그 닫힌 내 두 눈을 뚫었다.

 

 

 드르르륵. 거리며 움직여가는 베드.

 

 난 그렇게 누군가에 의해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흰 빛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갔다 들어왔다 나갔다 하였다.

 그렇게 내 눈은 빛에 껌뻑 껌뻑하였다.

 

 그곳에서 나는 다시 눈을 떴다.

 

 흰 가운을 입은 사람이 내 눈에 들어왔다.

 정신없이 분주한 여러 소리들이 내 귀로 들어왔다.

 너무나도 복잡하게 움직이는 수 많은 소리들.

 

 서서히 떠진 내 두 눈은 서서히

 그 모든 장면들을 받아내었다.

 

 그런 복잡한 감각들 속에서 점차

 힘이 빠져나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모든 나의 힘을 빠져나가게 하는 것은

 나의 팔에 있었다.

 

  그렇게 내 팔은 깊게도 베여져서

 그곳으로

 수 많은 피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내 손목을 벗어난

 

 핏방울이

 똑

 똑

 바닥에 고인 흥건한 핏물

 

 위로

 

 떨

 어

 져

 내

 린

 다

 그렇게 나의 피가 내 몸을 벗어나서 만나는 소리가

 내 귓가에 와 닿았다.

 

 나는 그렇게 내 피가 죽어가는 소리를 들었다.

 

 점점 감기는 나의 두 눈.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두 손을 벌려서는

 내 눈을 벌리고 바라보았다.

 

 

 그 바람에 감기기만 했던 내 두 눈이

  다시 벌어져서 뜨여졌다.

  번쩍. 하며 밝게 빛나는 빛.

 

 

 그러나 내 정신은 다시 뜨여질 줄을 모르고

 힘없이 늘어진 내 팔처럼 다시 혼미해졌다.

 

 

 

 그렇게 나의 두 눈은 발악하는 소리를 귀로 흘러들으며

 스

 르

 르

 륵

 하며 다시 감긴다.

 

 그 곳에서 나는 다시 진희를 만나기를 소망했다.

 

 

 여전히 나는 진희에게 전해주지 못한

 미안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진희가 나의 마음을 받아주어야 하는데.

 나는 흰 빛 사이에 감겨서는 진희를 기다렸다.

 

 그러나 진희의 모습은 쉽사리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는 바닥에 쭈꾸리고 앉아서는 간절하게

 진희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바랬다.

 진희야..... 진희야.... 제발..

 내 앞에 나타나줘....

 제발..... 제발.......

 

 그렇게 나는 꼬옥하고 쥔 내 두 손 속에

 나의 간절함을 담고는

 진희를 애타게 불러대었다.

 

 그리고는 서서히 두 손에 대고 있던 고개를 들어

 천천히 앞을 바라보았다.

 

 강하게 쥐여졌던 두 손이 풀려지고,

 굳게 닫혔던 나의 두 눈도 뜨여졌다.

 그렇게 나는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진희가 서 있었다.

 웃으면서....

 

 진희가 웃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나를 찾아오지마....

 

 넌 정말 좋은 친구였어.

 죄책감은 여기다가 버리고 가.

 고.

 마.

 워.

 

 ”

 

 

 진희가 나를 향해 말했다.

 진희의 말에 내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투명한 눈물이 내 눈에서 새어나왔으나,

 그 투명한 눈물은 진희의 빛을 받아내었기에

 내 시선에서는 너무나도 밝은 빛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랬기에 나의 시야는 내 눈물로 인해 다시 한 번 희게 가려졌다.

 

 그렇게

 내 눈

  에서

  점점

  진희가

 

  가려졌다.

 

 

 마지막으로 일렁이는 나의 눈물 속에서

 바라본 진희는 너무나 맑게 웃고 있었다.

 

 그렇게 진희는 내 눈물 속에 담겼다.

 

 

 스

 르

 륵

 

 거리며 다시 닫히는 나의 눈.

 

 나의 눈은 닫히면서

 제 속에 품고 있던 눈물을

 

 뚜

 욱

 .

 

 하고 끊어내버린다.

 

 

 그렇게 나의 눈은 눈물을 끊어내며 나를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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