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진희가 내 목에서 시선을 올려 내 눈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나와
진희의
사이에서
우
리
의 시선이
닿았다.
제발 나의 사과가 나의 눈에 담겨 너에게 전해졌기를....
그러나 나의 눈은 너무나도 금세 닫혀버렸다.
진희의 잔상이 내 감긴 눈에 잠시 남았으나
너무나도 금세 사라져 버렸다.
나의 목소리는 진희의 잔상이 사라질 때까지 내 밖으로 나오질 못했다.
그렇게 내 소리는 내 안에 갇혔으며,
내 눈 또한 감겨져 버렸다.
스
르
르
르
륵
.
그렇게 나는 나의 정신 또한 놓아버렸다.
진희는 어둡게 닫힌 내 눈에서 스르륵 거리며 지워져버렸다.
나는 홀로 어둠속에서 혼미해져가며
제발 나의 마지막 말이 진희에게 전해졌기만을.
간절하게 바랬다.
진희가 나의 눈에서 나의 속마음을 읽었기를.
나는 속으로 바라고 또 바라였다.
어둡기만 한 나의 감긴 두 눈 위로
흰 빛이 옅게도 흩뿌려졌다.
마치 어두운 밤하늘에 뿌려진 별빛과도 같이.
흰 빛들은 서서히 퍼져나가며 어두운 내 시야를 밝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한 겹 씩 한 겹씩 밝음으로 포장되는 나의 시야.
그렇게 나에게 밝음이 찾아왔다.
서서히 밝아지는 내 눈.
그러더니 갑자기 흰 빛이 강하게 내 눈으로 내리 쬐졌다.
너무나도 강한 빛은 닫혀 있는 내 두 눈을 뚫고 내 눈에 도달했다.
그렇게 내 두 눈은 감겨져 있었으나 빛은 그 닫힌 내 두 눈을 뚫었다.
드르르륵. 거리며 움직여가는 베드.
난 그렇게 누군가에 의해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흰 빛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갔다 들어왔다 나갔다 하였다.
그렇게 내 눈은 빛에 껌뻑 껌뻑하였다.
그곳에서 나는 다시 눈을 떴다.
흰 가운을 입은 사람이 내 눈에 들어왔다.
정신없이 분주한 여러 소리들이 내 귀로 들어왔다.
너무나도 복잡하게 움직이는 수 많은 소리들.
서서히 떠진 내 두 눈은 서서히
그 모든 장면들을 받아내었다.
그런 복잡한 감각들 속에서 점차
힘이 빠져나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모든 나의 힘을 빠져나가게 하는 것은
나의 팔에 있었다.
그렇게 내 팔은 깊게도 베여져서
그곳으로
수 많은 피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내 손목을 벗어난
핏방울이
똑
똑
바닥에 고인 흥건한 핏물
위로
떨
어
져
내
린
다
그렇게 나의 피가 내 몸을 벗어나서 만나는 소리가
내 귓가에 와 닿았다.
나는 그렇게 내 피가 죽어가는 소리를 들었다.
점점 감기는 나의 두 눈.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두 손을 벌려서는
내 눈을 벌리고 바라보았다.
그 바람에 감기기만 했던 내 두 눈이
다시 벌어져서 뜨여졌다.
번쩍. 하며 밝게 빛나는 빛.
그러나 내 정신은 다시 뜨여질 줄을 모르고
힘없이 늘어진 내 팔처럼 다시 혼미해졌다.
그렇게 나의 두 눈은 발악하는 소리를 귀로 흘러들으며
스
르
르
륵
하며 다시 감긴다.
그 곳에서 나는 다시 진희를 만나기를 소망했다.
여전히 나는 진희에게 전해주지 못한
미안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진희가 나의 마음을 받아주어야 하는데.
나는 흰 빛 사이에 감겨서는 진희를 기다렸다.
그러나 진희의 모습은 쉽사리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는 바닥에 쭈꾸리고 앉아서는 간절하게
진희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바랬다.
진희야..... 진희야.... 제발..
내 앞에 나타나줘....
제발..... 제발.......
그렇게 나는 꼬옥하고 쥔 내 두 손 속에
나의 간절함을 담고는
진희를 애타게 불러대었다.
그리고는 서서히 두 손에 대고 있던 고개를 들어
천천히 앞을 바라보았다.
강하게 쥐여졌던 두 손이 풀려지고,
굳게 닫혔던 나의 두 눈도 뜨여졌다.
그렇게 나는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진희가 서 있었다.
웃으면서....
진희가 웃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나를 찾아오지마....
넌 정말 좋은 친구였어.
죄책감은 여기다가 버리고 가.
고.
마.
워.
”
진희가 나를 향해 말했다.
진희의 말에 내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투명한 눈물이 내 눈에서 새어나왔으나,
그 투명한 눈물은 진희의 빛을 받아내었기에
내 시선에서는 너무나도 밝은 빛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랬기에 나의 시야는 내 눈물로 인해 다시 한 번 희게 가려졌다.
그렇게
내 눈
에서
점점
진희가
가려졌다.
마지막으로 일렁이는 나의 눈물 속에서
바라본 진희는 너무나 맑게 웃고 있었다.
그렇게 진희는 내 눈물 속에 담겼다.
스
르
륵
거리며 다시 닫히는 나의 눈.
나의 눈은 닫히면서
제 속에 품고 있던 눈물을
뚜
욱
.
하고 끊어내버린다.
그렇게 나의 눈은 눈물을 끊어내며 나를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