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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흔들려도 괜찮아, 넘어지지만 않으면.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이야기 1
우울함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내는 한 사람과
죽음 앞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 2
죽음을 택한 친구와
그 친구에 대한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이야기.

 
16
작성일 : 19-09-07 22:29     조회 : 311     추천 : 0     분량 : 2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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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 순간, 내 눈 앞에 다시 나타나는

 

 흰 진희의 모습.

 

 

 그렇게 나타난 진희는

 

 온 힘을 다해 내 목을 조르고 있는

 

 어두운 자신의 손을

 

 내 목에서 때어놓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내 목을 조르는 어두운 진희의 손은 쉽게 떼어질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렇게 더욱 강하게 나를 조르는 진희의 손.

 

 

 

 “정신 차 려!!!!! 너를 살릴 수 있는 건 너 밖에 할 수 없어.

 더 이상은 나도 도와줄 수가 없단 말이야!!”

 

 

 진희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울부짖음이 뒤섞인 진희의 외침에

 

 

 

  내 정신이

  나를

 

 붙잡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서서히 내 숨을 밖으로 내뱉으려고 하자,

 

 진희의 어둡기만 했던 짙은 손들이 점점 옅어져 갔다.

 

 

 그렇게 나는 눈을 떠서 진희의 손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그것은

 진희가

 아니었다.

 

 

 진짜 진희는 너무나도 희게

 

 내 손목

 

 을 붙잡고 있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야!!

 그 다음부터는 네가 이겨내야 해!!!!”

 

 여전히 웅웅거리는 나의 시선에서는

 진희의 모습이 흐릿하며 검은 진희만이 강하였지만

 

 진희의 소리만큼은

 

  너무나도 또렷하게 나의 귀를 찢고 내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내 손목을 미칠 듯 하게 막아내고 있는

 어두운 진희를 바라보며 서서히 손을 들었다.

 

 이겨내야만 한다.

 나에게 고통과 자책감으로 내 목을 조르고 있는 저 어두움을

 내 손으로 내 곁에서 떼어놓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다.

 

 나는 칼이 쥐어져 있던 손을 들어

 내 목을 조르고 있는

 진희의 검은손을 꽉 하고 쥐었다.

 

 그리고는 강하게 그 손들을

 내 목에서 떼어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너무나도 찐득한

  죄책감이라는 것은

  쉽게 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목을 조르고 있는

  어두움이 가득한 손을

 

  떼어내려고 했다.

 

  쭈

 욱

 

 하고 늘어지는 진희의 손.

 

 진희의 손가락은

 내 목을 깊게도 찌르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

 손가락의 깊은 손톱이 내 목을 찔렀다.

  깊게 패이는 내 목.

 그리고 잡아

  당

  겨

  지

  는 내 살점들.

 

 그렇게 죄책감이라는 것은

 나를 그냥 놔주지 않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악!! 

 

 내가 이겨내려고 힘을 쥐어짤수록

 구멍난 내 손목에서는 더욱 많은 내가 빠져나가버렸다.

 

 진희는

 

 그럴수록 더욱 꽉 내 손목을 움켜잡으며

 그 밖으로 내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었다.

 

 그렇게 진희의 희기만 한 손길이 느껴졌다.

 

 

 나는 힘을 내야만 했다.

 내 목을 조르고 있는 어두운 존재는 진짜 진희가 아니니까.

 

 

 그것은 진희가 아니었다.

 거짓이었다.

 내가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나는 다시 한 번 강하게 두 손을 나로부터 떼어내었다.

 

  투둑.

 

 

 

 하고 뜯어져 나가는 나의 살점들.

 그리고 그 살점들로부터 흘러내리는

 나의 괴로움이라는 상처들.

 

 어두운 두 손이 내 한 손에 움켜잡아졌다.

 나는 그 두 손을 저 멀리로 던져버렸다.

 그렇게 두 손은 내 손을 넘어서는 내동댕이 쳐졌다.

 

 점점 나에게서 멀어지면서

 그 색이 옅어지는 진희의 두 손.

 

 그렇게 색이 바랬다.

 어두움에서 흼으로 그리고 투명하게.

 그 존재가 사라졌다.

 

 내 눈에 그 사라짐이 담겼다.

 

 스

 르

 륵

 

 내 눈은 다시 진희를 향했다

 .

 

 그러나

 

 

 진희도

 

 스

 르

 륵

 

 사라져 가고 있었다.

 

 

 

 안 되는데....

 사과..

  사과..

  해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그러나 이미 뜯겨버린 내 목으로는 미안함을 전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 목은 점차 피가

 

 차

 올

 랐

 기

 에

 

 내 속마음은 내 목에 갇힌 채로

 그 밖으로 나올 줄을 몰랐다.

 

 그렇게 피가 내 안으로 흘렀다.

 내 목구멍 안으로 점점 들어차는 피 속으로

 나는 서서히 익사해가고 있었다.

 

 진희를 향한 나의 사과 또한

  내 목안에 고인 핏물 속으로 잠식해가고만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진희에게 말로 나의 사과를 전달할 수가 없었다.

 

  나는 점점 흐릿해져가는 진희를 바라보았다.

 

 껄떡.

 

 내 목이 껄떡거렸다.

 숨이 점점 막혀왔기에.

 이것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이 간절한 눈빛으로

 

 진희를

 

 바라보았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진희도

 

  내 손목만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진희는 뜯어져 나간 내 목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진희야.....

 

 

  내 눈은 진희의 눈을 향했다.

 

 내 목이 하지 못한 사과를 전하기 위해....

 

 눈빛으로도 사과가 전해질 수 있을까....

 

 나는 차마 말로 전해질 수 없는 미안함을

 

 눈에 담아 진희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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