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내 눈 앞에 다시 나타나는
흰 진희의 모습.
그렇게 나타난 진희는
온 힘을 다해 내 목을 조르고 있는
어두운 자신의 손을
내 목에서 때어놓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내 목을 조르는 어두운 진희의 손은 쉽게 떼어질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렇게 더욱 강하게 나를 조르는 진희의 손.
“정신 차 려!!!!! 너를 살릴 수 있는 건 너 밖에 할 수 없어.
더 이상은 나도 도와줄 수가 없단 말이야!!”
진희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울부짖음이 뒤섞인 진희의 외침에
내 정신이
나를
붙잡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서서히 내 숨을 밖으로 내뱉으려고 하자,
진희의 어둡기만 했던 짙은 손들이 점점 옅어져 갔다.
그렇게 나는 눈을 떠서 진희의 손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그것은
진희가
아니었다.
진짜 진희는 너무나도 희게
내 손목
을 붙잡고 있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야!!
그 다음부터는 네가 이겨내야 해!!!!”
여전히 웅웅거리는 나의 시선에서는
진희의 모습이 흐릿하며 검은 진희만이 강하였지만
진희의 소리만큼은
너무나도 또렷하게 나의 귀를 찢고 내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내 손목을 미칠 듯 하게 막아내고 있는
어두운 진희를 바라보며 서서히 손을 들었다.
이겨내야만 한다.
나에게 고통과 자책감으로 내 목을 조르고 있는 저 어두움을
내 손으로 내 곁에서 떼어놓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다.
나는 칼이 쥐어져 있던 손을 들어
내 목을 조르고 있는
진희의 검은손을 꽉 하고 쥐었다.
그리고는 강하게 그 손들을
내 목에서 떼어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너무나도 찐득한
죄책감이라는 것은
쉽게 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목을 조르고 있는
어두움이 가득한 손을
떼어내려고 했다.
쭈
욱
하고 늘어지는 진희의 손.
진희의 손가락은
내 목을 깊게도 찌르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
손가락의 깊은 손톱이 내 목을 찔렀다.
깊게 패이는 내 목.
그리고 잡아
당
겨
지
는 내 살점들.
그렇게 죄책감이라는 것은
나를 그냥 놔주지 않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악!!
내가 이겨내려고 힘을 쥐어짤수록
구멍난 내 손목에서는 더욱 많은 내가 빠져나가버렸다.
진희는
그럴수록 더욱 꽉 내 손목을 움켜잡으며
그 밖으로 내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었다.
그렇게 진희의 희기만 한 손길이 느껴졌다.
나는 힘을 내야만 했다.
내 목을 조르고 있는 어두운 존재는 진짜 진희가 아니니까.
그것은 진희가 아니었다.
거짓이었다.
내가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나는 다시 한 번 강하게 두 손을 나로부터 떼어내었다.
투둑.
하고 뜯어져 나가는 나의 살점들.
그리고 그 살점들로부터 흘러내리는
나의 괴로움이라는 상처들.
어두운 두 손이 내 한 손에 움켜잡아졌다.
나는 그 두 손을 저 멀리로 던져버렸다.
그렇게 두 손은 내 손을 넘어서는 내동댕이 쳐졌다.
점점 나에게서 멀어지면서
그 색이 옅어지는 진희의 두 손.
그렇게 색이 바랬다.
어두움에서 흼으로 그리고 투명하게.
그 존재가 사라졌다.
내 눈에 그 사라짐이 담겼다.
스
르
륵
내 눈은 다시 진희를 향했다
.
그러나
진희도
스
르
륵
사라져 가고 있었다.
안 되는데....
사과..
사과..
해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그러나 이미 뜯겨버린 내 목으로는 미안함을 전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 목은 점차 피가
차
올
랐
기
에
내 속마음은 내 목에 갇힌 채로
그 밖으로 나올 줄을 몰랐다.
그렇게 피가 내 안으로 흘렀다.
내 목구멍 안으로 점점 들어차는 피 속으로
나는 서서히 익사해가고 있었다.
진희를 향한 나의 사과 또한
내 목안에 고인 핏물 속으로 잠식해가고만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진희에게 말로 나의 사과를 전달할 수가 없었다.
나는 점점 흐릿해져가는 진희를 바라보았다.
껄떡.
내 목이 껄떡거렸다.
숨이 점점 막혀왔기에.
이것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이 간절한 눈빛으로
진희를
바라보았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진희도
내 손목만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진희는 뜯어져 나간 내 목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진희야.....
내 눈은 진희의 눈을 향했다.
내 목이 하지 못한 사과를 전하기 위해....
눈빛으로도 사과가 전해질 수 있을까....
나는 차마 말로 전해질 수 없는 미안함을
눈에 담아 진희에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