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닥에 쓰러지듯 눕자 진희의 얼굴이 보였다.
나는 그렇게 진희의 무릎에 누워서 진희를 올려다 보았다.
진희는 자신의 무릎에 나를 올려 놓고는 내 팔을 꽉 하고 움켜 쥐었다.
그러자 내 손에서 피가 더 쏟아 지듯 흘러 나간다.
그렇게 내가 흐르니 내 몸이 서서히 꺼져갔다.
“추.... 추워.....”
서서히 내 눈이 감겼다.
감긴 두 눈 위로 눈물이 들어찼다.
눈은 감겼으나 눈물은 그 틈새를 비집고 나가서도 흘렀다.
눈물이
내 눈
위에
고여져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을
내 눈물 아래에서
나는
흐느꼈다.
나에게 죄책감을 두고 간 친구에 대한 원망과
그렇게 친구를 떠나보낸 과거의 나에 대한 책망이 나를 울렸다.
그렇게 나의
눈물은
나를
무겁게도
짓눌렀다.
나는 그렇게 피와 눈물에 젖어서는 싸늘하게 식어갔다.
이미 너무나도 차게 얼어버린 나의 마음과도 같이.
내 겉이 내 속과 같이 차갑기만 하다.
자신에게 상처를 가해야만 살아갈 수 있었던 진희의 마음.
그 마음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이토록 괴로웠기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가.
감긴 눈 속에서
나는
진희를
보았다.
저 멀리에서
진희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어린 시절 순수하게도 밝은 모습으로.
그 어떠한 슬픔과 우울도
그 얼굴에 담아내지 않고는 그렇게 밝게도
나를 향해
뛰어왔다.
끊임없는 경쟁 속으로 들어서기 전,
그 순수하고 정말 친구와도 같았던
행복감을 얼굴에 띈 채로.
그러나 나를 향해
밝음을 내뿜으며 뛰어오던 진희는
점차 색이 짙게도 어두워진다.
나
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올수록
점점 어두워지는
진희의 모습.
진희는
그렇게
나를 향해
다가올수록 너무나도 어두워졌다.
‘진희는 내 곁에 있었는데, 어떻게 저 멀리서 달려오는 거지?’
이상한 의문이 들었으나 빠져나가는 피로 인해 내 정신은 점차 혼미해져가기만 했다.
누가 진짜 진희인거지....
그 순간 나를 괴롭히고 있던 진희의 모습이
찢
겨
졌
다
그렇게 찢어진 진희는 순식간에 흩날리며 공기 중으로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