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막혀진 내 귀를 부여잡고
나만의 소리 속에서 사투를 벌였다.
시간이 지나자 점점 잔잔해지는
방 밖의 소리.
그 고요함에
방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가보았다.
고요하다.
집이 비었다.
모두가 나갔다.
집 안에는 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부엌으로 향했다.
칼이 있는 부엌으로.
진희의 마음을 느껴보기 위해서.
진희를 만나고만 싶어서.
진희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는 것만 같아서.
그렇게 나는 칼을 들었다.
식칼은 너무 컸기에 나는 과도를 집어들었다.
내가 진희에게 빌려 주었던 커터칼보다는 컸지만
여전히 그 끝은 진희의 칼과 같이 뾰족했다.
나는 그 칼을 쥐고는 그 칼 끝을 내 손목을 향하게 했다.
뾰족한 점과도 같은 칼의 끝이 내 손목에 닿는다.
두려워
무서워
찌를 수 없을 것만 같다.
용기를 내었으나 여전히 나에게는 생각을 행동으로 바꿀 용기가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눈에 보이는
어두운 진희의 손.
진희의 손이
칼을 쥔 내 손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콱/
하고 강하게
내 손목을
움켜잡고는
내 손목
을 파고 들 정도로
칼을
푹-
하고 찔러버리는
진희의 손.
너무나도 깊게 찔려버린 내 손목.
내 손목에서는 그렇게 한 번의 찔림으로 인해서 너무도 많은 피가
.
다
았
솟
치
내 손목
에서 빠져나가는 나의 피
그렇게 나의 고개가
.
다
렸
들
피가
뿜
어
져
나
감
을
따라서는.
피가....
그렇게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내 손을 놓지 않고 있는 진희의 손
나는
진희의 손을
내 손으로부터
떼어 놓으려고 했으나
이미 피를 뿜어내고 있는 내 팔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이미 내 몸은 통제를 벗어난 상태에 이르렀다.
나는 더 이상 나를 조절하지 못했다.
그렇게
뿜
어
져
나
가
는
피에
에 의해
내 몸에서 점점
힘이
빠
져
나
갔
다
.
춥다
너무나도
춥다
추워....
추워.....
서서히 내 눈이 감긴다.
그렇게
쿵.
나는 바닥으로 쓰러진다.
헐떡이는 나의 손목.
손목은
나의 슬픔을
내 밖으로 내보내며
그렇게 흐른다.
그 순간
진희가
내 귓가에
속삭인다.
내가 너의 우울감을 밖으로 뽑아내어줬어.
슬픔을.
어때 좋지.
여기는 더 행복해.
이리로 와.
여기가 더 좋아.
아니야. 나는 가고 싶지 않아.
넌 나를 죽였잖아 친구라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이곳으로 와.
아니야. 싫어.
어서 오란 말이야!
헐떡.
내 몸이 헐떡인다.
사늘하다.
너무나도 춥다.
진희를 보고 싶었지만 이렇게 보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점점 내 시야가 흐
릿
해진다.
내 몸이 점점 바닥으로
기
울
어간다.
서늘한 감정이 내 가슴에 스민다.
그렇게 내 손목에서 빠져나간
죄
책
감
과
우
울
감
은
공중에서 제 모습을 바꿔 다시 내 몸 속으로 들어왔다.
소리가 되어.
끔찍한 말이 되어.
내 귀로 흘러 들어온다.
죽어.죽어.죽으라고.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내가 죽었어.
나를 탓하는 말들.
정말 내가 도와주지 않아서 죽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