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멍하니 천장만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천장에
진희의 손목
이 새겨진다.
그러더니 벽에서
내 칼이
스
르
르
거리며
진희의 손목
쪽으로
향
한
다.
진희의 또 다른 손은
내 칼을
잡더니
자신의 손목을 그어버린다.
다른 상처와는 다르게 깊게 그어지는 진희의 손목.
진희의 손목에서 튀어나온 피는
천장에서
떨
어
져
내 얼굴로
떨
어
져
내
린
다.
내 온 몸이
진희의 슬픔으로
다 젖어버린다.
그렇게 나는
진희의 고통을
새빨갛게 느낀다.
천장에서 스르르거리며 진희의 손목이 사라진다.
그렇게 진희는 죄책감으로 모습을 바꾸어
나를
찾
아
왔
다.
진희의 죽음이 피가 되어 나에게로 떨어진다.
“으으으으.....”
나는 고개를 내려 내 몸을 바라본다.
내 몸에는 진희의 피가 튀어있다.
“으으 으으으으...”
나는 그러한 진희의 피를 닦아내려고 손으로 문지른다.
“으으.... 으으으으... 아아아아.....”
그러나 내가 피를 문지를수록 핏방울들은 서로 엉겨붙어서 는 더욱 진한 붉은 빛을 띈다.
‘사라져..... 제발... 제발.... 사라지란 말이야....’
그러나 피는 내 몸에 닿아 더욱 진해진다.
사라지지 않았다.
내 죄책감처럼.
그렇게 진희의 피
는 나를 물들인다.
괴로움 속에서.
죄책감 속에서.
나는
그렇게 진희의 피
를 지우려하지만 지워지지 않는다.
“아아아악!!!!!!!!!!!!!!!”
내 비명소리에
다급하게 내 방문으로 들어오려는 엄마의 손길.
철컥.
그러나 내가 잠가버린
내 방의 문.
다시
쾅. ...
쾅. ...
쾅. ...
쾅. ...
“다혜아!! 다혜아!! 문열어!!!!”
엄마의 목소리다.
안된다. 아무도.... 아무도....
내 방
에 들어오면 안 된다....
싫다. 다들 사라졌으면.....
그렇게
나는
내 몸에 떨어져 내린
진희의 피를
지우려고 애를 쓰며
비명을 질러버린
내 입
을 막는다.
‘조용히 아파. 조용히 해야 돼.... 아무도 모르게 혼자 아파야 해.’
내 손이
내 입을
너무나도 세게 막아서
그만
나는
정신을
잃어버린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하염없이 흘러보내고 만다.
과거의 상처
속에
나를
가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