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의 진희의 모습은 평소와는 달랐다.
너무나도 초연한 표정으로 교실로 들어선 진희.
여전히
진희의 두 눈은
텅 비어있었으나.
그 얼굴에서 나타난 미세한 표정
은 왜인지 알 수 없게 평상시와는 다른 우울을 드러냈다.
그렇게 수업이 진행되고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사건은 점심 시간이 끝나고 시작되었다.
점심 시간이 시작 되자
진희가 나를 향해 다가와서는 말했다.
“이거. 칼. 내가 너한테 안 줬더라. 이제는 필요 없어.”
멍한 표정
으로
나
를 바라보는
진희의 표정
은 넋이 나간 듯했다.
“어... 어...”
나는 멍청하게도 그저 칼만을 받아 들었다.
칼이....
진희
한테 있었구나....
나는
칼을
건
내
는
진희의 손목
을 바라보았다.
진희의 손목
에는 여전히
수 많은 상처
가 덧대어져 있었다.
그렇게 진희는 교실 문을 나섰다.
나는 이번에도 진희를 따라 나서지 않았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나는 왜 그랬을까.
그렇게 점심 시간이 흘렀다.
오후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렸으나
진희는 교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선생님은 잠시 걱정하는 듯 했으나 걱정을 그저 날리고는 수업을 계속 진행하였다.
설마
하는 생각이 내 머리에 스쳤다.
초연한 눈빛을 한 진희
의 모습이
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그러나 어김없이 수업은 시작되었다.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내 머릿속은 오직 진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설마.
설마.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럴 리
가 없
어. 아
닐 거
야. 아
니
야.
그렇게 긴 수업은 처음이었다.
너무나 긴장이 되어 교실에 있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시계는 마치 나를 속이려는 듯이 멈춰있는 듯이 보였다.
내가 시계를 노려보자 그제서야 시계의 초바늘이
탁.
탁.
하며 움직였다.
탁.
탁.
탁.
탁.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시간이라는 것이 마치 나를 약 올리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