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건 이후로 나는 진희를 살펴보았다.
우울함의 그림자가
진희를 덮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두움을 드리운 진희의 얼굴에는
더 이상 어린 시절에 보았던 진희와는 다르게
웃음이 지어질 줄을 몰랐다.
그렇게 진희는 점점 우울감 속으로
서서히 익사해가고 있었다.
나는 그러한 진희의 변화를 알아봤으면서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고서는.
그렇게 그저 바라 보기만 했다.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
어른들에게라도 말했어야 했는데.
그러나 나는 그런 진희의 상황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친구들에게는 물론이며
선생님과 부모님인 어른들에게도.
친구를 걱정한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야 했지만
나는 그러한 진희의 모습이 너무나도 무서웠고.
누군가에게 그런 진희의 상황을 말해서
소문이 퍼지면
더 나쁜 상황을 몰고 올까봐
진희의 아픔을 쉽사리 꺼내놓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너무나도 빨리.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로.
그렇게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어느 날, 늦은 저녁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데,
진희가
나를
찾
아
왔
다.
심각한 표정을 한 채로.. .
“나 자살하고 싶어.”
진희는 자신은 속을 끄집어내서는
나에게 보여주었다.
쿵.
진희의 말에 내 심장이 잠시 멎었다가.
곧이어 그 멈춘 순간들을 따라잡기라도 하려는 듯이
미칠 듯 하게 뛰어오기 시작했다.
쾅쾅쾅쾅쾅쾅쾅쾅 .........................
쾅쾅쾅쾅쾅쾅쾅쾅 .........................
쾅쾅쾅쾅쾅쾅쾅쾅 .........................
쾅쾅쾅쾅쾅쾅쾅쾅 .........................
그렇게 말하는
진희의 표정은
자신이 말한 내용의 심각성을 모르는 듯 했다.
그저 대수롭지 않은
일상적인 대화를 하듯이
너무나도 쉽게 꺼낸 자신의 속마음.
나는
그런
진희를
바라보았으나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 둘 사이를 흐르는
정
적
이라는 시간.
그렇게 고요함이 흘렀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 것도 모르겠다.
“너한테 바라는 건 없어. 그냥. 말하고 싶었어.”
어쩐지 초연한 눈빛을 한 채로,
나를
바라보는
진희의 얼굴은
무덤덤하게도 굳어있었다.
미세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진희의 얼굴은
모든 감정을 잃은 것만 같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진희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나
를 바라만 보더니
뒤로 돌아서서는
교실 밖으로 나간다.
나는 여전히
그런 진희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진희가 문 밖으로 나가자
더욱 쿵쿵거리며 울려대는 내 머릿속.
너무나도 충격적인 고백에 내 몸이 굳어버린다.
죽음이라는 것은 두려운 것 인줄로만 알았는데.
죽음을 원하는 사람 앞에서는 무엇을 말해야하나.
어떻게 말려야만 하나.
나는 사람들이 죽고 싶지 않다고 하는 것만을 봐왔는데.
진희는 나를 향해 죽고 싶다고 말했다.
내 머릿속으로는 죽고 싶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죽고 싶다니....
그것도 저렇게 초연한 표정을 지은 채로.
나는 그렇게 그 자리에서 굳었다.
여전히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