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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흔들려도 괜찮아, 넘어지지만 않으면.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이야기 1
우울함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내는 한 사람과
죽음 앞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 2
죽음을 택한 친구와
그 친구에 대한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이야기.

 
14
작성일 : 19-09-07 21:17     조회 : 23     추천 : 0     분량 : 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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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쾅쾅쾅쾅. 어머니라는 사람이 내 방으로 들어오려고 난동을 피웠다. 나에게 자신의 화를 풀려고 하였다. 싫다. 싫었다. 막아야만 했다. 그렇게 나는 일어나서는 앉아있던 의자를 들어 문 앞을 막았다. 들어오지 마라. 제발. 들어오지 마라. 끔찍한 기억이 내 머리로 다시 차고 들어왔다. 내 방문을 열어서는 악마와도 같은 얼굴을 하고는 분노에 찬 손으로 내 몸을 마구 때리는 어머니라는 사람의 존재가 떠올랐다. 폭력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 자신은 그것은 폭력이 아니라고 정당화하였다. 가해자가 분명했으나 가해를 가한 사람은 그것이 범죄인지를 몰랐다. 나는 내 머릿속을 침투한 그 끔찍한 장면을 지우려고 두 손으로 강하게 머리를 쥐어뜯었다. 너무나도 괴로웠다. 남도 아닌 자신의 부모에게 받은 상처였기에 더욱 더 혐오스러웠다.

 

 그런데 점점 쾅쾅거리는 소리가 옅어져만 갔다. 아마도 치솟았던 그 사람의 분노가 옅어진 탓일 것이다. 끔찍한 인간... 내 속에서 비난하는 마음이 튀어나왔다. 싫었다. 더 이상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도. 그 사람이라고 칭하는 것도. 사람이 아니었다. 나를 죽일 듯이 무너뜨리는 그 새끼는. 점점 옅어지는 소리가 끝나고 발걸음이 내 방을 떠나는 소리가 들렸다. 제발 가라. 제발 가. 끔찍하게도 잔인한 인간아.

 

 그렇게 나의 부모라는 사람들은 그저 나를 괴롭히기만 했다. 도움이 필요한 것이 분명한 나를 그저 방치해 두었다. 아니, 방치를 넘어서 나를 더욱 무너뜨렸다. 그렇게 그들은 나에게로부터 나를 빼앗았다.

 

 제발 누가 나 좀 구해주세요. 나는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나를 부탁했다. 신이 있다면 나 좀. 그러나 그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그냥 방치되었다. 그래 나 같은 건 나 조차도 도와주기 싫을 거야. 처절한 절망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으라고, 죽어. 다시 나를 공격하는 내 안의 소리. 나는 그렇게 나를 또다시 공격했다. 끊이지가 않았다. 이런 끔찍한 생각들이. 그들의 말대로 나는 쓸모없는 존재였다. 왜 태어났나. 이렇게 쓸모가 없는데 나는 죽어 마땅하였다. 아니 나는 살 자격이 없었다. 나는 쓰레기였다. 죽어야만 했다. 아니 죽고만 싶다. 죽고 싶은 것인지, 그들의 말대로 죽어야 하는 것인지. 헷갈렸다. 그게 그건가. 어차피 끝은 죽음이니? 정말 싫다. 나도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점차 희미해져가는 생각을 붙잡지 못하고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혼미해진 정신 속. 끔찍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내 정신이 나를 꿈속으로 대피시켰다. 그러나 나는 꿈속에서 조차 괴롭힘을 당했다. 그들의 말이 들렸다. 도피해간 피난처에서 조차. 그들은 나의 모든 삶을 앗아갔다. 나를 나에게서 빼앗아 갔다. 나를 무너뜨렸다. 제발 누가 나 좀 구해주세요. 나는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나를 부탁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그냥 방치되었다. 그래 나 같은 건 나도 도와주기 싫을 거야. 처절한 절망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죽어 죽어 죽어 죽으라고 죽어 다시 나를 공격하는 나 자신. 그들에 이어 나 또한 나를 공격했다. 끊이지가 않았다. 이런 끔찍한 생각들이. 그렇게 나는 현실을 피해 도망친 꿈속에서 조차 괴로운 말들에게 붙잡힐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의 괴로운 과거들이 다시 나를 찾았다. 나에게 있어 과거는 끔찍한 괴롭힘들 이었다. 뚱뚱한 몸으로 그리고 소심한 성격으로. 모든 괴롭힘을 참아내야만 했던 그 모든 기억들. 그리고 그저 그 모든 무시와 비웃음을 헛헛한 웃음으로 웃어넘기던 병신 같던 순간들. 그렇게 나를 낮잡아 보는 사람들 앞에서 웃음으로 져버렸던 그 모든 순간들이 나를 찾았다. 차라리 울기라도 할 걸. 나는 나를 상처를 주는 사람들 앞에서는 웃고 혼자서는 울었다. 병신같이. 그런 나를 부모라는 인간들은 위로해주지 않았다. 나를 더 공격할 뿐. 어린 시절부터 이어졌던 그들의 폭력은 내가 점점 한심한 모습으로 변하자 더욱 심해졌다. 그들은 타당성을 가지고 나를 괴롭혔다. 정상적으로 살아야한다는 명목으로. 상처를 받아 무너져 있는 나를 보며 너는 비정상이라고 하며 나를 비난했다. 그들은 내가 받은 상처에 상처를 더하면서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고 떠들어댔다. 전혀 바란 적도 없고 그것을 도움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는데. 그들 자신은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고 철저하게 오해하였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괴롭힘을 정당화시켰다. 분명히 폭력이었는데 무식한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할 생각도 없는 것만 같았다. 멍청한 것도 끝이 없었다. 그러나 더욱 멍청한 것은 나였음이 분명했다. 아닌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들의 말에 나를 대입시켰다. 그렇게 나를 낮추고 나를 비난하고 깎아 내리는 말들에 내가 끼워 넣어졌다. 그렇게 나는 쓸모없고 죽어야하며 가치 없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내 스스로가 나를 그렇게 취급했다. 그들이 나를 부르는 그 단어들로 점차 변해갔다. 그렇게 내 삶은 점점 무너뜨려졌다.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내 방과같이 내 마음도 더러웠다. 그렇게 내 방이 내 마음을 대변했다. 내 무너진 마음이 내 방이었다. 손으로 다 뜯어낸 내 방의 장판들과 더렵혀진 책들. 그리고 뾰족한 칼로 마구 그어진 내 나무 책상. 책상은 내 심장과도 같았다. 그렇게 내 심장을 떼어 내버리고 싶을 만큼 괴로울 때마다 나는 칼을 들어 나무 책상을 긁어대었다. 괴로웠다. 그만큼. 나 또한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로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끔찍하게도 괴로웠다. 다 던져버리고 싶었다. 내 모든 삶을 내 생명을. 그렇게 가치 없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마땅했기에. 그러고만 싶었다. 다 포기해버리고 다 무너뜨려버리고 싶었다. 나는 그렇게 하나씩 떠올라서 나를 다시 괴롭게 만드는 기억 속에서 편히 잠을 청하지 못했다. 분명히 몸은 잠에 들었지만 내 정신은 너무나도 또렷하게 나의 상처를 재생해냈다. 그렇게 나는 괴로움에 빠져서 끔찍한 현실과 별 다를 게 없는 도피처에서 밤을 샜다. 홀로 공포에 떨면서. 누군가 나를 도와주기를 처절하게 울면서.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여느 다른 밤과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두려움에 떨며.

 

 

 

 

 

 

 

 뚜뚜뚜뚜. 오늘도 그 사람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도 좋았다. 그저 그 사람이 자신이 받은 상처를 나에게 털어놓기만 해도 좋을 것만 같았다. 도와주고 싶었다. 그 사람이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삶이라는 것을 살아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발.... 제발.... 전화 좀 받아서 나에게 털어놔주길..... 나도 이런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 안에서는 그 사람이 나에게 의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사람이 기댈 수 있을 정도로 역량이 있는 사람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죽기 전에 그것만은. 그것만은 해주고 싶었다. 이대로 죽기에는 너무나도 가치 없는 삶을 살다 가는 것만 같아서. 누군가에게 의지라도 되는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내 삶은 그저 사라지는 것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도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죽은 것이 아니기에. 그렇게 그 사람이 도움을 받고 삶을 살아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잘 버텨서 삶을 이어가기를. 더 이상 죽음을 바라보지 않고. 그러기를 바랐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제발. 받아주기를. 제발. 그러나 뚜뚜뚜뚜. 그 사람은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려운 것일까. 그저 털어놓고 마음이 가벼워지면 좋을 텐데.... 그 사람의 망설임과 그 사람의 두려움이 느껴져서 마음이 서글퍼졌다. 실제로 만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전화일 뿐인데. 그 조차도 그 사람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 서글퍼졌다. 그 감정이 나와 같다고 느껴졌다. 친구들이 내 병실을 찾았을 때.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그들의 얼굴. 그 감정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나 또한 그 순간이 두려웠다. 너무나도 초췌한 내 바닥을 들킨다는 생각. 그것이 나를 붙잡고 친구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의 부끄러운 부분을 감추고 숨겨야 한다는 생각. 그것이 나를 외롭게 만들었다. 쉽게 다가가지 못하게 나와 친구들 앞을 가로막았던 내 상처들. 사실은 나조차도 그 상처를 내 앞에서 치우지 못했다. 그랬기에 나 또한 그 사람에게 그 상처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것이 얼마나 가슴을 무너뜨리는 상처인지를 알기에. 그러나 전화를 해야만 했다. 나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 사람이 그토록 죽음을 간절히 원하는 만큼, 죽음 또한 나를 끈질기게 쫓아왔기 때문에. 그랬기에 나는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내 병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그 사람은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전화를 받지 않는 그 사람에게 문자를 남겼다. 전화는 받지 않아도 글은 읽을까 싶어서... 그렇게 이번에는 글에 내 마음을 담아 보냈다. 그 사람은 철저하게 고립되어가고 있었다. 점점 벗어날 수 없는 진흙탕에 빠져버린 그 사람이 떠올랐다. 그렇게 그 사람은 깊은 땅 속으로 끌어당겨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는 곳에서 홀로 쓸쓸하게. 그 모든 아픔이 너무나도 세세하게 느껴졌다. 괴롭고 아팠다. 내 심장은 이미 병들었으나, 그 감정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나는 아픈 심장으로 더욱 나약하게 그 상처들을 느껴대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내 문자에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영상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 받지 않는 통화를 대신하여. 그 사람을 위한 영상을 찍어야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전화를 걸던 손을 멈추고는 동영상을 올리는 앱을 켰다. 그렇게 카메라가 켜지면서 스마트 폰 속에 내 얼굴이 새겨졌다. 내 얼굴은 며칠 사이에 더 수척해져 있었다. 동영상을 처음 올렸을 때보다 훨씬 야위고 볼품이 없었다. 나는 스마트 폰 속에 새겨진 내 얼굴을 바라보며 이제는 정말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였다. 죽기 전에. 죽기 전에 그 사람을 그 끔찍한 곳에서 구해내 주고 싶었다. 심리적인 감옥에서. 죽음만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인생을 조금이나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방향을 바꿔주고 싶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지는 알지 못했으나.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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