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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흔들려도 괜찮아, 넘어지지만 않으면.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이야기 1
우울함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내는 한 사람과
죽음 앞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 2
죽음을 택한 친구와
그 친구에 대한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이야기.

 
13
작성일 : 19-09-07 21:16     조회 : 22     추천 : 0     분량 : 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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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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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게 뗀 그 사람이 꺼낸 말은 너무나도 부정적이고 우울한 말이었다. 사실 그 사람이 정확하게 나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자세히 듣지 못했다. 그러나 그 사람의 말투와 느낌에서 암울함을 느꼈기에 그 사람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말을 할수록 그 사람의 얼굴도 어두워져 갔다. 어둡고 우울하고 암울했다. 그렇게 제 속을 털어 놓을수록 그 사람의 겉이 속과 같이 어두워져 버렸다. 암울하고도 어두웠다. 그렇게 나에게 남겼던 문자보다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과 자신을 찢어놓았던 기억들. 그렇게 그 사람의 찢겨나간 마음이 너무나도 세세하게 느껴졌다.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그 사람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 표정에서 그 사람이 얼마나 아픈지 느껴졌다. 한참을 자신을 아프게 했던 상처를 꺼내놓더니 자신의 나이를 이야기했다. 나이는 열아홉 나와 동갑이었다. 동갑이었다. 동갑이니 친구라고 할 수 있을까? 친구. 그러나 그 사람의 얼굴은 열아홉의 나이를 가진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우울하고 어두운 죽음에 다다른 늙어 버린 마음을 가진 노인의 얼굴이었다. 나와 같았다. 죽음이 가깝다는 점은. 그러나 다른 점은 나는 죽음이 나를 찾은 것이고, 그 사람은 자신이 스스로 죽음을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 사람이 자신의 속을 다 끄집어내어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말을 끝내고는 그저 굳어버렸다. 그리고는 텅 비어버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미 꺼져버린 듯 한 눈빛을 하고는 나를 보았다. 나 또한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그저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적막속애서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그저 스마트 폰 속애 새겨진 서로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우리의 세상에서는 소리가 흐르지 않았다. 그저 죽은 듯 한 멈춰버린 사진이 되어 그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고 굳어져버렸다.

 

 

 

 그런데 순간,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스마트 폰 안의 그 사람의 세계에서 나는 소리였다. 쾅쾅쾅쾅. 하며 그 사람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 너무나도 큰 소리에 그 사람이 들고 있던 스마트 폰을 놓치고 말았다. 쾅쾅쾅쾅 문이 두들겨지는 아니 누군가가 문을 쾅쾅하며 발로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람이 스마트 폰을 놓쳐서 스마트 폰 화면이 방 천장을 비추고 있었기에 나는 그 사람의 방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소리만 들릴 뿐. 그렇게 이번에는 영상만 보였을 때와는 다르게 소리만 들려왔다. 마구 들려오는 욕설과 비하의 말들. 그렇게 모든 소리가 나에게 까지 전해졌다. 너무나도 끔찍한 말들이었다. 공격적인 말투로 그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 이어졌다. 상처를 받을 것만 같았다.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음에도 나는 충격을 받았다. 잔인하게도 끊이지 않았다. 그 사람을 뭉게는 말은.

 

 그러더니 스마트 폰이 꺼져버렸다. 툭. 하고 그저 끊겨버리듯이 꺼져버렸다. 어두운 화면이 보이면서 그곳에 내 얼굴이 비쳤다. 끊어져 버렸다. 그 사람과의 연락이 그렇게 끊기고 말았다.

 

 통화가 끊기고 나는 멍한 얼굴로 잠시 동안 그 사람이 머물렀던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담겼었던 그 사람의 마지막 얼굴. 공포감에 젖어있었다. 죽고 싶냐고 하며 그 사람의 방 문을 미친 듯이 두드리는 그 사람은 누구일까. 그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사람이 죽고 싶다고 하는 이유는 어렴풋하게 알 것만 같았다. 그 사람을 죽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사람일 것이다. 그 사람의 방문을 그렇게 죽일 듯이 두드린 사람은. 구해주어야만 했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나는 다급한 손길로 끊겨버린 전화를 다시 이었다. 제발, 전화를 받기를. 다시 받아주기를. 그러나 뚜뚜뚜뚜 전화가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그저 받지 않는 신호음만을 남겨버린 전화통화. 그 사람은 다시 걸린 전화를 끝까지 받지 않았다. 구해줘야 하는데.... 그러한 끔찍함 속에서. 죽음을 찾게 만드는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야 했는데.

 

 그 사람을 걱정하고 위하는 순간만큼은 내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게 다급한 마음으로 그 사람을 위하자 끔찍한 내 현실이 잊히는 듯 했다. 죽음만을 바라보고 다 포기해가던 인생에서 그 사람만은 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끔찍한 곳에서 그 사람을 꺼내주고 싶다고. 죽음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그러한 곳에서 벗어나서 행복한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어쩌면 이미 죽어버린 사람일지도 모르기에.

 

 

 

 

 

 

 

 그런데 순간 쾅 다시 내 방문이 두들겨졌다. 엄마라는 사람일 것이다. 내 방문을 미친 듯이 두드리는 사람은. 나는 그만 그 소리에 놀라 스마트 폰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쾅 쾅 쾅 쾅. 욕설이 쏟아졌다. 나를 비난하는 말들. 그 모든 말들이 나를 집어 삼킬 듯이 커져만 갔다. 내 방문 밖에서 그 사람이 더욱 발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쾅쾅쾅쾅 “문 열어! 죽여 버리기 전에!!” 칼로 내 방의 잠금 부분을 긁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미친 사람이다. 누가 나 좀 여기서 꺼내줘. 아니다. 그냥 저 칼에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그래 그냥 죽자. 내가 나를 죽이나, 저 사람이 나를 죽이나. 어차피 죽는 것은 똑같기에. 그리고 내가 나를 죽이는 것보다는 더욱 확실하게 죽을 수 있을 거기에.

 

 쾅쾅쾅쾅. 닫혀버린 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 저 소리는 나를 위해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진정으로 나를 사랑해서 이 갇혀있는 곳에서 나를 꺼내주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분노를 풀어내는 소리였다. 그렇게 저 미친 사람은 심리적으로 상처를 입고 죽어가는 나를 향해 자신의 화를 풀었다. 나를 미친 사람으로 바라보고 나를 괴롭혔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부족하고 비정상으로 취급하며 아픈 나를 더 아프게만 만들었다. 나는 내가 정상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 방을 열려고 하는 저 사람 또한 정상은 아니었음이 분명했다. 나는 그 사람을 분노하게 만든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내가 그 사람의 바람대로 살지 않아서 그 삶이 그토록 화를 내는 것 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했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니. 그 정도로 살아줬으면 된 것이 아닌가. 나도 나를 사랑해주는 부모 밑에서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저 아이처럼. 나는 귀로는 내 방문을 무너뜨릴 듯이 쳐대는 사람의 소리를 들으며. 혼이 빠져나간 눈빛을 하고는 그저 스마트 폰에 담긴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 아이는 내 쪽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은 듯 하였다. 그렇게 나에게는 일상인 이러한 환경이 저 아이에게는 놀랄 일이었다. 그토록 다른 것이었다. 우리의 인생은. 죽음을 찾는 사람의 인생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놀란 표정을 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 화가 쏟아났다. 그 아이가 너무 부러워서. 엄마를 주던가 죽음을 주던가. 왜 두 개 다 가지고 있는 거야. 눈물이 흘렀다. 여전히 내 방문 밖에서 나는 소리가 나를 상처 냈기 때문인지. 시기와 질투에 의한 눈물인지 알 수가 없었으나.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영상을 끄고 싶었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 앞에서. 내 손가락이 스마트 폰을 향해갔다. 툭. 하고 끊겼다. 그렇게 통화가 끝나버렸다.

 

 

 

 어머니라는 사람이 미친듯이 내 방문을 미친 듯이 두드렸다. 싫다. 제발 꺼졌으면. 관심이 아니라 자신의 분노에 대한 분풀이로 나를 그토록 괴롭혔다. 자신의 인생이 혐오스러워서 화가 나는 것을 나를 향해 풀었다. 싫었다. 저런 부모를 만난 것이. 태어나는 것도 잘 태어났어야 했는데. 어쩌다가 재수도 없게 저런 부모한테서 태어났는지. 너무나도 혐오스러웠다. 혐오스럽고 끔찍한 인생이었다. 내 인생은.

 

 더욱 끔찍한 것은 따로 있었다. 내가 유일하게 내 감정을 털어놓은 상대에게 내 추잡한 현실을 들켜버렸다는 사실. 물론 내가 내 기억들과 내 상처들을 털어놓았으나 내 현실을 들켜버린 것과 내 스스로 내 상처를 밝힌 것은 달랐다.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나는 나의 감정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러한 창피한 현실이 아니라. 그러나 나와 그 아이의 소통속으로 끼어들어온 어머니라는 사람의 쾅쾅거리는 잔인한 행동이 우리 둘의 이야기를 무너뜨렸다. 숨기고만 싶었던 나의 상처들이 까발려진 느낌이었다. 끔찍하게도 혐오스러웠다. 어머니라는 존재가. 어머니 같지도 않은 그 사람이. 여전히 내 방문을 쾅쾅대며 치는 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화를 참다못해 분노하던 그 어머니라는 사람은 이제는 발로 내 방문을 쳐대기 시작했다. 좌절이었다. 어쩌다가 저런 부모한테 걸려서 내 인생이 이렇게 망가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생명이 주어진 다는 것. 나를 무시하는 아버지라는 사람과 나를 향해 비난을 퍼붓는 어머니라는 사람. 그들에 의해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인데. 생이라는 것이 주어지고 난 이후로는 그들 때문에 죽고 싶다. 물론 나를 힘들게 한 친. 구. 들. 이라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나의 주위에는 그렇게 나를 죽이지 못해서 안달난 사람들이 많았다. 내 인생은 그렇게도 하찮고 쓸모없이 버려진 인생이다. 생이라는 것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애써 죽으려고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너무나도 끔찍했다. 나에게 생명을 준 저 둘이 나를 저렇게 죽이려고 하는 것이. 정말 싫었다. 저들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발 죽었으면. 저들이 내 부모가 아니었으면. 나는 그 생각을 하면서 그 아이의 엄마를 떠올렸다. 아픈 딸을 위해 정성을 다해서 사랑을 주는 그 엄마 같은 엄마를. 부럽다. 미치도록 부러웠다. 할 수 있다면 빼앗아서라도 그 아이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아프다고 하면 잘됐다고 할 인간들이었다. 내 부모라는 사람들은. 그 아이의 엄마가 내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끔찍했다. 부모라는 사람은 성공하고 좋은 학생을 보면 저 아이가 내 자식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그 생각까지 유전인 건지. 나 또한 다른 사람의 부모님을 보면 내가 그들의 자식이었으면 어떠했을까를 상상하곤 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엄마는 다른 부모들과 월등히 달랐다. 내가 원하는 부모의 사랑이었다. 그 아이가 미칠 듯이 부러웠다. 사랑해주는 엄마와 죽음을 동시에 갖고 있다니. 질투가 났다. 부러워서. 내가 되고 싶어서. 그러나 동시에 그 아이만이 나의 속을 바라봐 주었기에 나는 그 아이를 싫어해서는 안 되었다. 그 아이에게만 유일하게 내 속을 털어놓을 수 있기에.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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