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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흔들려도 괜찮아, 넘어지지만 않으면.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이야기 1
우울함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내는 한 사람과
죽음 앞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 2
죽음을 택한 친구와
그 친구에 대한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이야기.

 
10
작성일 : 19-09-07 21:15     조회 : 19     추천 : 0     분량 : 5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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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내 생각대로 그 사람은 어두움 속에 갇혀있었다. 죽고 싶다니. 어둡고도 어두웠다. 그런데 그 어두움을 생전 모르는 사람에게 털어 놓다니... 그 속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왜인지 모르게 공감이 갔다. 나 또한 엄마와 친구들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그저 동영상에 담아내고 있었다. 내 속을 털어 놓을 곳이 필요했기에. 어쩌면 댓글을 단 저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렇게 그 사람도 자신의 속을 그저 털어놓은 걸지도 몰랐다. 너무나도 답답해서. 어딘가에 터뜨려서 풀어놓아야만 했기에. 그런 어두움을 답은 댓글이 너무나도 어두웠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너무나도 깊은 어두움이었기에 나는 함부로 댓글을 남길 수가 없었다. 내가 남긴 댓글이 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했기에 함부로 글을 남길 수 없었다. 그랬기에 나는 아직 적힌 것이 없는 텅 비어있는 댓글 창을 생각에 잠긴 채로 바라보았다. 무슨 글을 써야 할까. 어떠한 말을 남겨야 할까. 그렇게 한참을 고민했다.

 

 남길 수 있는 글이 없었다. 그랬기에 나는 내 전화번호를 그곳에 적었다. 전화번호를. 내가 왜 그랬는지는 나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왜인지 모르게 전화번호를 적고만 싶었다. 죽음을 찾기 전에 나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죽음 전에 나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죽음과 가까우니깐 나를 찾았으면 했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댓글에 내 전화번호를 남겼다. 연락이 올지는 알 수 없었으나, 죽음을 찾는 것 보다는 나를 찾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였기에.

 

 

 

 

 

 그 아이가 나의 질문에 답을 해줄까. 나는 어두운 스마트 폰 화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화면만큼이나 어두운 내 현실이 나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여전히 어둠 속을 헤매었다. 제발. 제발! 누가 나 좀 이 끔찍한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내주세요. 나는 처절하게 외쳐대었다. 제발 이 끔찍한 기억이 재생되는 것을 멈춰주기를. 현실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서 두 눈을 감았다. 그러나 눈앞이 어두워지자 내 기억은 더욱 더 짙게 내 앞에 새겨졌다.

 

 그 순간, 띠링. 하고 다시 무언가를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현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에 끔찍하기만 한 과거의 상처 속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그렇게 소리가 나를 불렀다. 나는 그 알람 소리를 듣고는 어둡기만 한 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스마트 폰을 켜서 확인을 했다. 이번에 나를 부른 소리는 영상이 업로드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이번에야 말로 진짜 내 질문에 대한 답을 단 것이었다. 왜 살고 싶냐고 묻는 나의 질문에 그 아이는 이렇게 답했다.

 

 ‘살고 싶으니까’

 

 살고 싶다고 했다. 너무나도 단순했다. ‘왜 살고 싶냐’ 는 질문에 있어서 살고 싶어서 라고 답하는 것보다 단순하고 명확한 답변은 없는 것만 같이 보였다. 그렇게 나는 아이의 대답에 너무나도 쉽게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순간, 띠링. 하고 다시 알림이 울렸다. 눈꺼풀이 닫히면서 어두워졌던 내 시야가 눈이 뜨여 지면서 밝아졌다. 그 아이가 어떤 댓글을 남겼을지 궁금했다. 나의 궁금함은 약간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어떤 글이 나의 글에 이어 달려있을까. 어떤 말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렇게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는 다음 댓글에 달린 그 아이의 글을 확인해 보았다.

 

 그렇게 내 눈 앞에 그 아이의 댓글이 펼쳐져 내렸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를 맞이한 것은 글이 아니었다. 전화번호였다. 달랑 전화번호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화번호를 적은 것은 무슨 의미일까. 전화를 하라는 것인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그저 질문을 했을 뿐인데. 전화번호를 적다니. 그 아이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왜인지 내 마음은 점차 뜨거워졌다. 차갑기만 했던 내 심장이 조금씩 뜨거워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 가슴에서 느껴졌다. 심장이 울컥하게도 뜨거웠다. 전화번호를 남기고 싶었다. 내 스마트 폰 속에 기록해두고 싶었다. 저장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댓글 창에 남겨진 전화번호를 꾸욱 하고 눌렀다. 전화번호를 내 안에 담았다. 그리고는 그 번호를 저장하였다. 내 스마트 폰의 안에 저장하였다. 내 속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 진정한 의미에서의 친. 구. 라는 것이 생길 수 있을까. 그러나 헛된 기대와는 다르게 또다시 ‘친구’ 라는 단어가 나를 순식간에 다시 암흑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나의 과거는 그런 것이었다. 너무나도 끔찍해서 내 현재와 내 미래를 삼켜버릴 정도인 것. 그토록 끔찍한 것이었다. 과거를 잊고만 싶었다. 과거라는 것을 지워버리고만 싶었다. 나를 향해 가해졌던 그 모든 폭력들을 잊고 싶었다. 그런데 내 과거는 너무나도 잔인하게 나를 부여잡았다. 싫다. 싫었다. 벗어나고 싶은데 끔찍하기만 한 나의 과거는 진짜 너무나도 혐오스러웠다.

 

 순식간에 나를 폄하하고 나의 겉을 평가하는 그 말들이 내 위로 쌓여 올라갔다. 그렇게 나는 점점 땅 속으로 무너져 내렸다. 나의 겉을 바라보고는 순간 멈칫하며 나를 깍아 내리는 듯이 내리 깔보는 사람들의 시선. 나는 그 시선들에게 찢기었다. 나는 나를 위한 방어조차 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회생 불가할 정도로 무너졌기에. 무너지고 무너지고 또 무너졌다. 내가 조금이라도 힘을 내어서 일어서서 현재를 살아가려고 하면 그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무너뜨렸다. 무서웠다. 두려웠다. 사람들의 눈에서 그들의 생각이 보였기에 눈을 쳐다보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다들 나를 혐오하고 무시할 것 같아서 그들의 생각이 내 귀에 들렸다. 그들의 표정에서 읽혀서는. 그렇게 내 귀에 사람들의 평가가 닿아서 나는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앞에 서는 것 조차 무서웠다.

 

 그렇게 나는 내 방안에 나를 가뒀다.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나만의 공간에 나 스스로를 가둬버렸다.

 

 

 

 

 

 밤이 되자, 병실이 어두워졌다. 잠을 자야할 시간이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병실은 낮도 싸늘한 분위기를 내었지만 해가 지고 밤이 되면 그 싸늘함은 더해졌다. 병실 밖 또한 고요했다. 꺼지지 않는 비상구만이 초록빛을 내며 차가운 병원의 분위기를 더욱 스산하게 만들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게 두려운 마음이 들게 만드는 비상구의 초록 불빛이 옅게도 병실에 난 자그마한 창문을 통과하여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왜인지 모르게 그 불빛이 무서웠다. 죽음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이 보였다. 나가고 싶지 않았다. 아니,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병실을 나간다면 살아서가 아니라 죽어서 나가는 것 일 테니. 나가고 싶지 않았다. 죽어서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그러나 그럴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싫다. 싫었다. 이런 내 처지가. 고개를 돌려 밖을 바라보았다. 달이 어둠 속에서 너무나도 또렷하게 존재했다. 그 달빛 또한 병원의 창문을 지나 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희게도 밝았다. 달빛이 나에게 닿다니. 건강했을 때는 잘 쳐다보지 않았던 달빛이 죽음을 앞두고 바라보니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달빛이 그 먼 곳에서 내가 있는 곳까지 도달한 다는 것은 황홀한 일이었다. 손을 들어 달빛을 맞았다. 달빛이 하늘에서부터 떨어져서 내 팔에 알알이 들어와 박혔다. 황홀했다. 그 아름다운 빛이. 하늘이 진하게 어둠으로 뒤덮이자 그제 서야 달빛이 더욱 또렷하게 제 빛을 발하였다. 태양이 사라지고 나서야 달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다. 뜨겁고 환한 햇빛이 사라지자 어둠으로 들어찬 하늘을 달이 오직 홀로 남아 그 어두움을 밝혀주고 있었다. 달. 달이었다. 어두움 속에서 두렵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것은. 나는 그렇게 내 속에 가득 들어찬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밀쳐내려고 달빛을 받았다. 내 안에도 달이 들어차서 어둡기만 한 이 공포와 죽음을 밀쳐내 주기를 바랬다. 암흑과도 같은 내 속에 달이 떠서 내 속을 밝게 비춰주기를. 제발.

 

 내 간절한 마음이 닿았는지 달빛이 더욱 강해졌다. 나는 달빛을 따라 내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그곳에서 내 침대에 팔베개를 하고 불편한 자세로 잠을 청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엄마는 너무나도 불편한 자세로 잠에 빠져 있었다. 서글펐다. 내가 아프기 때문에 엄마도 고생을 하고 있다. 죄송했다. 짐만 되는 것 같아서. 내 유일한 보호자인 엄마. 달빛이 엄마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엄마의 삶을 환하게 비춰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죽는다고 해도 엄마가 어둠속에서 살지 않기를. 내 삶은 얼마 남지 않았으나 엄마는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아야 했기에. 달빛이 엄마의 마음속에 강하게 들이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 내가 죽고 나면 이 세상에 혼자 남을 우리 엄마. 엄마를 위한 영상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죽고 나면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해 좌절하고 말 엄마를 위해. 내가 죽었다는 어둠속에 빠져서 허우적대지 말고 밝은 달빛만을 바라보며 살 수 있도록. 엄마를 위한 영상을 남겨야만 했다. 엄마가 슬프지 않도록. 밝은 달빛만을 바라보며 살 수 있도록. 엄마를 위한 말을 남겨야만 했다.

 

 그렇게 나는 스마트 폰을 들고는 엄마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팔에 링거들이 달려있어서 움직이는 것이 매우 불편했다. 그러나 지금 해야만 했다. 남겨야만 했다. 엄마를 위한 마지막 말을. 그렇게 나는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히 몸을 움직였다. 엄마는 깊은 잠에 빠져서 다행히 내가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셨다. 그렇게 나는 조심스럽게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의 문을 닫았다. 고요했다. 조용했다. 나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동영상 사이트를 열었다. 그리고는 나를 담고 있는 스마트 폰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엄마를 위한 내 마지막 진심을 그곳에 담았다. 사랑한다고. 그 말 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사랑해요. 그리고 감사해요.” 그게 다였다. 긴말을 하고 싶었는데 할 말이 없었다. 감정은 많았으며 찢어질듯이 아쉽고 서글펐는데. 그냥 너무나도 간단하게 끝나버렸다. 엄마를 위한 나의 마지막 말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뭐라고 해야 하는지 알 수도 없었다. 생각에 잠겨있자, 나도 모르게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순간 아빠가 생각이 났다. 먼저 떠나버린 아빠. 아빠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내 머릿속에 나타났다. 갑자기 왜 아빠의 얼굴이 떠오른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빠가 내 머리 속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내가 죽는다면 엄마에게는 그 누구도 없었다. 아무도 없었다. 나까지 사라지고 나면. 그것이 나를 더 슬프게 했다. 혼자 이 세상에 남을 엄마가 걱정되어서. 눈물을 멈춰야 했다. 나중에 엄마가 이 영상을 본다면 너무 슬퍼하실 것이기에. 그만하기로 했다. 죄송하다고 했다. 아파서. 엄마가 동영상을 보고 슬퍼할까봐 나는 다시 동영상에 엄마에 대한 감사함을 담아내기로 했다. 힘겨웠다. 울음을 참는 것은.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감사함으로 끝났다. 나는 그렇게 감사하다는 말로 동영상을 끝내었다.

 

 

 

 동영상을 끝내자, 엄마를 위한 영상이었는데 오히려 이 영상을 보고 엄마가 더 슬퍼지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내 손가락은 동영상 업로드를 누른 후였다. 이미 올렸으니 후회는 없었다. 감사함을. 올린 동영상에서 엄마를 향한 내 감사함이 전해지기를 바랐다. 도저히 실제로 엄마를 마주하고는 전할 수 없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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