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눈을 떴을 때는 치료 팀 중 한 명이 내 눈에 후레쉬를 갖다 댔을 때였다. 동공확장을 보는 과정에서 난 눈을 세게 감았다. 깨어났고 눈이 너무 부셨다. 난 침대에 누워있었다.
“정신 차리셨나요?”
남자가 내게 말했다.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목이 너무 아팠다.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고 뱉고 싶었다. 그래서 난 목에서 가래를 끓었다. 그러자 치료 팀 중 한 명이 내 입에 휴지를 갖다 대었고 나는 그 휴지에 피 섞인 가래를 뱉었다. 아니 가래 섞인 피라고 표현해야 될 정도로 새빨갰다.
“치료는 끝냈고…… 물에 닿거나 하면 상처가 아무는 시간이 더 늦춰질 수 있어요. 그러니까 방수 밴드 붙이고 샤워를 하고 당분간은
“그 사람들……”
내가 말했다.
힘들었다.
말을 한 번 한 후에 침을 한 번 삼켰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됐어요……?”
“징계 받을 거예요.”
내게 후레쉬를 갖다 댄 남자였다.
“징계요?”
“최희준씨는 말썽을 부린 적이 없어서 모르시겠지만…… 독방이 따로 있거든요.”
독방이란다.
나는 3년 동안 몰랐던 새로운 것을 알아냈다.
“폭력을 사용하실 경우 독방 2주. 그리고 최장 5주까지 허용되며 살인을 하면 벙커에서 퇴출입니다.”
“네?”
퇴출이라니……. 그럼 죽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다른 방법으로 죽는 거죠. 바이러스에 감염 돼서.”
남자의 표정은 아주 오싹했다.
“그리고 구역 이탈한 최희준씨는 그 4주 동안 어떠한 공간도 사용 금지입니다.”
남자가 다시 한 번 말했다.
나는 남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떤…… 공간…….”
“뭐…… 체력 증진 센터나 다이닝 룸. 휴게실, 식당이겠죠. 식사는 걱정할 필요 없어요. 2주간 매일 진료 보러 올 때 죽 가져 올 거니까.”
“아……”
나는 탄식을 내뱉었다. B-102 안에만 있는 꼴이라니. 끔찍했다.
“최희준씨.”
“……”
“최희준씨.”
“…….”
“최희준씨. 대답하세요.”
“아…… 네.”
“내일 찾아오겠습니다.”
“아…… 네.”
그렇게 그들은 B-102를 나갔다.
그들이 내게 최희준이라고 불렀다. 나는 남자가 말 한 최희준이 누구지? 생각했다. 나였다. 나는 내 이름이 최희준이라는 걸 잊고 지냈다. 정말 오랜만에 부른 내 이름이었다. 최희준. 난 그 이름이 많이 낯설다. 3년 만에 들어 본 내 이름이라서 일까. 아니면 그 이름이 처음부터 낯선 존재여서일까.
그들이 나가고 나는 눈을 감았다.
이렇게 2주 동안 씻지도 않고 냄새를 풍기며 침대에서 생활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자 아주 끔찍했다. 그래도 한 편으로는 뼈가 부러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뼈가 부러졌다면 난 똥오줌도 못 가리는 신세가 될 게 뻔했다. 그래도 똥오줌이라도 힘겹지만 가릴 수 있는 게 어디인가……. 헛웃음이 나왔다.
“시발.”
서러웠다. 그래서 난 울었다. 찌질 해 보이지만 괜찮았다. 내가 울고 있다는 건 나와 저 폐쇄회로로 보고 있는 누군가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내가 세상에서 이렇게 운 적이 있는 가……. 생각했지만 답은 없었다. 아마 이렇게 운 적이 없는 거 같다. 3년이나 지난 나머지 세상 밖에서의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진짜 치매라도 온 걸까. 검사라도 해봐야 될까. 내일 치료 팀이 오면 검사해달라고 해야겠지……?